요즘 지역 농촌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창조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선진국 농촌에서는 오래전부터 경험했고, 지금은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끌어내는 성장 동력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농촌지역의 재창조작업은 지역별로 갖고 있는 잠자는 가치와 고유자원을 활용하여 당면한 농촌지역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마을을 다시 디자인하는데 있다.

'마찌츠구리'운동, 일본 농촌에 새로운 활력

일본의 경우 1970년대부터 다양한 '마찌츠구리(마을 만들기)'운동이 전개돼 왔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일촌일품'운동도 그런 운동의 일환이었다. 30여년간 추진해 온 '마찌츠구리'는 일본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례로 후쿠오카 시에서 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우키하(浮羽町)라는 곳이 나온다. 도시 근교 농촌인 우키하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우키하의 청정 이미지 때문이다. 우키하는 각 마을마다 자원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되 이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거점 시설을 조성했는데, 이것이 ‘미찌노에키 우키하’이다. 미찌노에키는 문자 그대로 국도휴게소를 의미한다. 건설성이 운전자의 휴식공간 제공, 지역 정보 제공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198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으로, 미찌노에키 우키하는 농·특산물판매소, 관광안내소, 향토음식점, 문화재전시관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운영은 행정, 농협, 삼림조합, 상공회, 관광협회가 5억 원을 출자하여 설립한 제3섹터 ‘우키하노사토’가 맡고 있다. 특히 농·특산물판매소는 500여 지역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청정이미지 디자인이 바로 가치다.
다른 지역의 미찌노에키도 환경농법으로 생산되므로 청정 농산물 그 자체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농산물이 생산된 지역의 청정 이미지 우키하는 계단식 논 보전, 오너제도와 탐방행사, 반딧불 축제, 산림청의 수원의 숲 백선에 선정된 폭포공원, 환경청의 명수백선에 선정된 청수용수 등을 활용하여 마을의 청정 이미지 상품을 가꾸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마을을 단위로 지역농촌 재창조를 위한 농촌관광 관련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정책사업 간 중복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농촌 문제가 한 부처만의 소관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여러 부처의 참여가 긍정적인 면이 많다. 또한 인적, 물적 토대가 빈약한 마을 수준에서 실제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마을도 출현하고 있다.

포도, 앵두, 산딸기 등을 모두 청정이미지 상품으로 디자인해보자.
거제도 외도는 단 두사람(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노력에 의하여 매년 천억원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고 있고, 광양 홍쌍리 청매실 농원은 일가족이 30년 넘게 노력한 결과 매년 200억원 이상의 경제시너지를 올리고 있다. 보성의 대한다원은 이름 없는 산골짜기에 차나무를 소재로 정원처럼 수려하게 조성하여 매년 200만명 가까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함평은 나비축제를 통해 2007년 관광객이 100만명이 넘어섰고, 경제효과만도 80여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청정이미지 가치가 더 커지고 가꾸어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마을의 청정이미지 키우기를 기초로 소중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을 가꾸어 나간다면 일본과 같은 숱한 성공사례를 마을별로 창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 청정이미지 키우기’는 바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한 재창조작업이다. 포도, 앵두, 산딸기 등 제철농산물은 물론이고, 당장 지천에 널려있는 들꽃,산수유,진달래,철쭉,상사화,벚꽃,연 등을 모두 청정이미지 상품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보자.

정책넷포터 전성군(jsk6111@daum.net)
전성군 님은 전북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경제학박사)하고 미국 ASTD,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을 연수했으며, 현재는 농협중앙교육원 교수이자 건국대 강사, 한국 농산어촌어메니티연구회 운영위원, 국제협동조합학회 회원, 농민신문 객원논설위원, 농협대학 객원연구위원, 시인(자유문예 작가협회 회원)등으로 활동 중입니다. 농업 전문가로서 ‘초원의 유혹’(2007) 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경제학콘서트2…팀 하포드 | 웅진지식하우스

모든 이론은 비교적 단순한 가설을 전제로 한다. 경제학 역시 마찬가지다. 주류 경제학 이론의 기본 전제는 ‘사람은 합리적으로 선택하며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지 알지만 끊지 못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와 케빈 머피는 담배중독자가 담배를 끊지 않는 것이 완전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당장 담배를 끊고 힘든 나날을 지내는 것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이 중독자들에게는 더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독을 ‘정신적 내란’으로 간주하며 합리적 선택이론의 근거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경제학자들도 존재하긴 한다.


이 책의 저자인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합리적 선택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의학센터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12~24세의 젊은이 중 구강성교를 경험한 남자는 16%에서 32%로, 여자는 14%에서 38%로 증가했다. 갈수록 젊은이들의 성관념이 타락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책에 따르면 일반성교의 비용이 구강성교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10대들은 일반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와 성병에 감염될 수 있고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과거보다 잘 알게 됐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에 따르면 90년대 초반 이후 콘돔사용 건수는 33% 이상 증가했다. 10대 처녀가 오히려 15% 증가하는 와중에 말이다. 10대들은 좀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성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선거를 예로 들어보자. 한나라당이 과반을 한 4·9 총선 결과는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재개발이라는 인센티브에 좀더 강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정말 합리적일까.

책에 따르면 미국이 설탕산업에 보조금을 줌으로써 사탕수수 재배자들은 약 3억달러를 벌고 사탕무 재배자들은 6억5000만달러를 번다. 이 돈을 모두 합치면 미국 국민 1인당 6달러 정도의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설탕산업 종사자 5만명이 이익을 볼 때 미국 국민 3억명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문제는 5만명이 선거과정에서 엄청난 로비를 하는 데 비해, 3억명은 이런 사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소위 ‘합리적 무지’인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설탕보조금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할 이유도 없다. 내 한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것도 아닌 데다 6달러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나에게 좀더 큰 이익을 약속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뉴타운은 어떨까. 재개발을 통해 내 집값이 뛰면 큰 이익이다. 하지만 같은 지역의 전세 사는 사람에게는 손해다. 국가적으로 볼 때도 서울의 집값이 급등하면 도농간 격차와 계층간 소득분포가 벌어져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진다. 하지만 전세 주민까지도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에게 투표하는 ‘비합리적 선택’이 이뤄진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한나라당 의석이 과반을 함으로써, 의료보험 민영화와 당연지정제 폐지가 좀더 힘을 얻게 됐다.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10%의 상위층을 제외하고는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밖에 없다. 눈앞의 뉴타운 이익과 수십년간 늘어날 의료비 지출의 크기를 비교해보는 합리적 유권자가 얼마나 있을까.

책에서도 인정하듯이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합리적 선택 이론이 대부분의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상당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거대담론’들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전편 ‘경제학 콘서트’를 통해 경제학에 대한 대중적 글쓰기 유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상식 차원에서 한번쯤 읽어볼 만한다. 하지만 돈 버는 비법이나 대단한 경제학 이론을 바란다면 다른 책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될 듯하다. 이진원 옮김. 1만3500원

〈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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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2' / 팀 하포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빈민가 흑인이 애써 공부하지 않는 것도

생활비 많이 드는 대도시로 사람들 몰리는 것도

사회현상 경제학적 해석… 흑인에 '차별없는 인센티브'등 부작용 해소의 길 제시도


지난 9일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의 터줏대감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신인 홍정욱 후보에게 3% 차로 패배하는 이변을 낳았다.

뉴타운 개발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막연한 구민들의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타운 개발의 혜택을 노원 구민 모두가 입을 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들은 로또복권을 사서 번호를 맞추기 직전 같은 들뜬 기분으로 한나라당을 선택했을 수 있다. 경제관련 칼럼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미국의 팀 하포드의 말을 빌리자면 구민들이 ‘경제학적 합리성’에 근거를 두고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면 선택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경제학적 합리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를테면 집값이 더 비싸고, 생활비도 더 드는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나, 인종차별을 받는 흑인이 공부하지 않는 이유 모두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다.

풀어보면 이렇다. 출퇴근하는 데 평균 두시간씩 걸리고 공해도 더 심하지만 도시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쉬워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는 데 더 쉽다.

또 빈민가 흑인이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공부를 잘 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DNA에 뿌리깊게 새겨져 있어서다. 애써 공부를 하는 것이나 길거리에서 노는 것이나 인생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흑인들이 내리는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좀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구강성교(fellatio)가 늘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 사설을 보고 미국인들은 경악하며 ‘말세’를 운운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봤다. AIDS바이러스인 HIV가 구강성교보다 일반 성교를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학 지식이 상식으로 통하면서 성(性)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AIDS에 걸리지 않으려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사무실 풍경은 합리적인 듯 해 보이지만 부조리의 온상이다. ‘일 안하고 빈둥대는 상사가 나보다 더 많이 월급을 받는다’는 데 분노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 이유는 제조업과 달리 사무직은 업무 목표와 성과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기 때문. 그래도 직장을 다녀야 하는 현실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합리적 선택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해법으로 저자는 ‘유인책(incentive)’을 제시했다. 빈민가 흑인에게 차별받지 않는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이들을 학습의 길로 인도할 수 있고, 도시 범죄율도 낮출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것. 대도시로의 집중은 일거리 분산이 인센티브이며 직장의 부조리는 승진이라는 인센티브로 해소될 수 있다.

2006년 발간돼 국내에서만 35만권 이상이 팔린 ‘경제학콘서트1’에 이어 신간에서도 저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풀어낸다. 청소년들의 섹스행태에 관한 주제로 시작해 도시의 성장, 그리고 국가의 경제에 이르기까지 포커스를 넓혀가며 다양한 이론을 근거로 사회현상을 풀어낸다.

1권에 비해 개인적인 관심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초반에 선정적인 주제를 동원해 독자의 눈길을 확 잡은 데 반해 사회ㆍ국가 등 범위를 넓혀가면서 점차 집중력을 잃고 산만해지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나 딱딱한 경제학 분야의 이론과 사회 현상을 연결해 쉽게 해석하는 시도는 인정할 만 하다.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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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재개발됐거나 재개발 될 곳은 무조건 한나라당 강세, ‘아파트 투표’ 는 새롭게 등장한 계급투표인가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4월9일 밤 11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통합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이럴 수가…”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서울 도봉구갑에서 ‘뉴라이트’를 표방한 한나라당 신지호 후보가 민주화운동의 대부 민주당 김근태 후보를 눌렀다는 확정 보도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선전했던 민주당 유인태 후보(서울 도봉구을)와 오영식 후보(서울 강북구갑)의 탈락 소식도 이어졌다. 15대 국회부터 단단히 이어져오던 민주당의 ‘강북 벨트’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밤 11시30분, 서울 노원구병의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겸허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낙선소감을 보냈다. 지난 3월 한 달 내내 10차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를 상대로 ‘10 대 0’이라는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노 후보였다. 진보신당도 원내 진출의 마지막 꿈을 그렇게 접었다.

40대의 본심, 재산 증식

정치권에서는 “국민주택 규모인 85㎡(25.7평형) 이상의 아파트만 사면 한나라당 지지자가 된다”는 말을 흔히 한다. 서울시에서 아파트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구의 18대 총선 결과는 이런 속설을 사실로 보여주고 있다. 상위 10개 구의 21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은 20석을 차지했다. 민주당 당선자는 동작구갑의 전병헌 후보가 유일했다.

이들 10개 구 중에서 ‘강북3구’라 불리는 강북·노원·도봉구와 성동구는 민주당이 계속 선전해온 지역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3월 한 달 계속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봉구갑의 김근태 후보는 신지호 후보에게 ‘9 대 1’로 앞서왔다. 도봉구을의 민주당 유인태 후보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김선동 후보에게 ‘5 대 0’ 완승이었다. 강북갑의 민주당 오영식 후보 역시 여론조사 ‘무패’의 기록은 마찬가지였다.

막판에 뒤집힌 이유는 뭘까. 오영식 후보는 “3월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강북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미 오른 가격을 지켜줄 후보, 더 오르게 해줄 것으로 보이는 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2008년 3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노원구의 집값은 한 달 새 5.7% 올랐다. 도봉구도 2.2% 올랐다. 전국(0.8%)은 물론 서울 전체 평균(1.4%)의 두세 곱절이다. 노원구의 경우 올해 누적 상승분은 10%가 넘었다.

민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강북 지역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가 180도 다르게 나온 이유를 “40대의 거짓말” 때문이었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등 개혁 성향의 정당을 지지해왔던 40대는 지난 18대 대선 때부터 ‘경제 살리기’를 전제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돌아섰다”며 “이번에도 여론조사에서는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민주당과 진보신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가, 막상 투표에서는 부동산 가치 상승을 가져올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영 내각’이란 비판이 쏟아진 장관 인선과 대운하, 영어 몰입교육 등 동의할 수 없는 정책들이 쏟아지니까 지지 철회를 고민하다가, 최종 순간에는 ‘재산 증식’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을 택했다는 것이다.

강북 지역에서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고급 아파트 타운으로 재개발된 곳의 표심은 참여정부 중반부터 한나라당으로 넘어가 있었다. 동대문구와 성북구가 대표적이다. 17대까지는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이 지역에서, 18대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여론조사에서부터 한 번도 승세를 잡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성북구을 선거구를 보자. 돈암1동, 길음3동, 종암1·2동, 석관동 그리고 월곡·하월곡동으로 이어져 있다. 그간의 투표 성향은 강한 야성과 ‘친호남성’이었다. 호남 인구층이 많을 때는 40%를 넘었다. ‘성북구을’이란 선거구가 처음 생긴 11대 국회(1981년)부터 17대까지, 한 차례(15대 국회)를 제외하곤 모두 야당 또는 호남 기반 정치인들이 뽑혔다.


키 낮은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성북구 종암1동 종암경찰서 앞은 2000년부터 현대 아이파크와 삼성 래미안, 동부 센트레빌 등 대단위 아파트 타운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건물 4~5층 높이의 거대한 장막으로 가린 재개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개표 결과 아파트 타운으로 변한 성북구의 표심은 한나라당 김효재 후보(47.3%)에게 쏠렸다. 민주당의 박찬희 후보(17.6%)와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계륜 후보(29.1%)의 표를 합쳐도 못 미친다. 투표구별로 보면, 대단위 아파트가 몰린 종암1동에서의 김 후보 지지율이 50.9%로 제일 높았다.

성북구갑에서도 재산세 납부액과 표심은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재산세는 주택의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가구 수는 비슷한 반면 재산세 납부액은 9배 차이가 나는 성북2동과 삼선1동을 비교해 봤다. 성북2동에서 민주당 손봉숙 후보는 31.1%를 얻어, 전체 투표구 평균(36.8%)에 미달했다. 반면, 삼선1동에서는 41.7%를 얻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한나라당 정태근 당선자의 경우 정확히 반대 현상을 보였다.

강북의 강남화, 연대는 끊어져

서울 동대문구을에 출마했던 민병두 후보(민주당)에게 가장 힘든 순간은 장안동 아파트 타운 유세였다고 한다. 삼성 래미안, 현대 홈타운 등 고급 아파트 타운으로 재개발된 장안동은 냉랭했다. 목청껏 외쳐도 돌아오는 것은 아파트 외벽에 부딪힌 메아리 뿐이었다. 민 후보는 “표심은 재개발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다르더라”고 했다. 고급 아파트로 재개발된 곳, 그리고 뉴타운 계획이나 재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곳은 무조건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라는 것이다. 아파트를 가진 이는 가격 상승을 꿈꾼다. 아파트 마련을 꿈꾸는 이들은 재개발이 하루라도 더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게 표심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계급화, 계층화다. 도시사회학에서는 ‘주택계급’(Housing class) 또는 ‘주택계층’이라고 한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도시지역개발학과)는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계층과 주택계층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주거형태는 부의 표시일 뿐 아니라 삶의 양식의 표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없지만, 타워팰리스에서는 거주자들이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어울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조 교수는 “그런데 이런 주택계층이 세금 문제로 자신들의 지위 유지에 위협을 받게 되자, 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특정 정당에 쏠리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주택계급·계층은 이미 본격적인 정치적 행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28일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는 각 당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부세 관련 토론회가 있었다. ‘강남구 공동주택 입주자 협의회’란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였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진보신당 신언직 후보(강남구을)의 회고다.

“참석자들이 다짜고짜 ‘종부세 폐지를 약속하라’고 하기에 ‘그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차원에서도 폐지할 수 없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좋은데, 그 전에 종부세부터 폐지해라’고 닦달하더군요. 종부세 대상인 부유층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선 후보들을 불러놓고 토론회를 여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봅니다.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계급투표를 선택하는 것으로 봐야죠.”

신 후보는 강남의 아파트 소유자들은 주택계급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번 투표는 전형적인 ‘계급투표’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계급투표

이번 총선에서도 강남은 표쏠림이 심했다. 강남구갑 당선자인 한나라당 이종구 후보는 64.9%를, 민주당 김성욱 후보는 18.3%를 얻었다. 강남구의 핵심인 압구정동과 도곡동에서는 그 비율마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김성욱 후보는 압구정1동에서 10.4%, 압구정2동에서 10.2%를 얻었을 뿐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설치된 도곡2동 2투표소에서 김 후보의 득표는 단 5.5%에 그쳤다. 반면 이종구 후보에게는 79.8%의 표가 쏠렸다.

강남·서초구가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5대 총선의 국민회의, 16대 민주당, 17대 열린우리당 등 민주당과 흐름을 함께했던 정당의 후보들은 강남·서초구에서 30~40%의 득표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 흐름이 완전히 깨진 것이 18대 대선과 총선이다. 원인은 바로 아파트였다.

이처럼 종합부동산세 저항으로 먼저 시작된 강남의 계층투표 성향이 18대 총선에선 강북으로 번져나갔다는 진단이 이번 한나라당의 서울 싹쓸이 결과를 설명해준다.

전문가들은 이를 ‘강북의 강남화’라고 설명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거주자와 30~40대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자로 바뀌었다”며 “이를 이른바 ‘386세대’의 강남화, 기득권화라고 보고 싶다”고 분석했다. 80~90년대의 민주화를 이끌어온 세대들이 사회의 기득권 구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과 교육이라는 개인적 이해에 잠겨들어 사회적 연대의 고리를 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선임연구위원(박사)은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중대형 아파트로 주거를 옮김으로써 계층이동을 하겠다고 꿈꾸는 이들”이라며 “그런데 참여정부에서 이런 기회가 차단되기 시작하고, 재산세 현실화로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에 강한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정부가 중반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작하면서 이들이 은행 대출을 끼고 좀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부동산의 계급화, 계층화 현상은 강남에서 강고한 성을 이루고, 강북으로 확산되는 꼴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이다. 용인 수지는 박근혜 계열인 무소속 한선교 후보(43.0%로 당선)와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37.1%)의 2자 구도가 팽팽했던 ‘한나라당 초강세’ 지역이다. 강남·분당과 다를 바 없다.

용인 수지의 ‘꽃’은 성복동이다. 7차례에 걸쳐 LG빌리지와 수지 자이가 세워졌다. 50평형대부터 102평형대까지 대형 평수로만 8천 세대가 들어섰다. 대부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성복동의 지난해 재산세 납부액은 67억6100만원이다. 전체 9개동으로 이뤄진 용인 수지 투표구 전체 재산세의 20.7%를 차지한다. 성복동에서는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가 49.7%를 얻어 당선자인 한선교 후보(39.0%)를 제쳤다. ‘아파트 계급’의 표심은 한나라당이었던 것이다. 반면 단독주택이 여전히 많은 죽전2동의 경우는 민주당 김종희 후보(전체 19.3% 득표)가 26.4%로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죽전2동의 재산세 납부액 14억2400만원은 전체의 4.3%에 그친다.

용인 역시 한때 민주당색이 강했던 곳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윤식 의원과 남궁석 의원이 갑·을 양쪽에서 당선됐다. 1999년 상현동을 시작으로 신봉동과 성복동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이뤄지면서 정치적 성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성복동 ‘백석공인중개사’의 김재도씨는 “주로 강남권에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이들은 한나라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10년간 분석한 <아파트 공화국>이란 박사논문에서 ‘아파트의 정치경제학’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의 권위주의 정권은 인구 증가를 관리하고 봉급생활자들이 경제 발전에 헌신할 수 있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공급했다. 중간계급들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 소유와 자산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줌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상호 혜택의 구조 때문에 한국의 도시 중산층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하층의 사회계층과는 공간적으로 분리될 수 있었다.”

한나라당을 선택한 서울의 표심은 그런 계층 상승과 분리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뉴타운과 재개발을 통해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로 변화할 서울과 수도권 남부는 한나라당의 ‘천년왕국’이 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있다.

서울은 한나라당의 천년왕국?

박성민 대표는 “18대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한 30~40대들은 ‘비판적 지지’를 한 것”이라며 “만약 약속대로 경제 살리기가 이뤄지지 않고, 자신들의 삶에 부담만 늘어난다면 이들은 즉각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은 조만간 서울과 수도권 전체의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는 이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은 장기적으로는 여당에 악재다. 한나라당의 딜레마인 셈이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2004년판 <감성사전>이란 저작에서 아파트를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이라고 표현했다. 2008년 서울의 아파트는 ‘욕망 확장용 콘크리트 캐비닛’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이 총선 투표함에 고스란히 모였다. 하지만 모두가 욕망을 채우기란 쉽지 않다. 채워지지 못한 욕망은, 원망이 되고 절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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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선정 이유는 미시계량경제학 분야의 분석방법 개척. 통계분석을 통해 노동운동과 공공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했다.

헤크먼의 성장과 학문의 길은 ‘분석’과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1944년 4월19일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성서를 읽을수록 의문이 많아지자 꿈꿨던 성직자의 길을 포기할 만큼 뜯어보고 해석하는 습관 속에서 자라났다. 고교졸업 논문으로 ‘기독교와 조로아스터교(배화교) 교리 간의 유사성’을 제출하고 종교와 멀어진 후 새로운 관심사는 물리학. 좌익성향 인사를 색출했던 매카시 선풍으로 대학에서 해직된 물리학 교수 프랭크 오펜하이머(원자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동생)의 고교생 대상 물리학 강의에 매료돼 콜로라도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물리학과 수학에 빠져들었다.

수학을 전공하면서도 그는 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 시카고대학원에 진학하며 전공을 경제학으로 돌린 그는 1년 뒤 프린스턴으로 학교를 바꿨다. 관심 분야였던 경제성장 분야의 대가인 아서 루이스에게 배우고 싶어서다.

학업을 마친 뒤 컬럼비아대학에서 노동경제학를 가르치는 강사 자리를 얻었으나 우연한 계기에 계량경제학 강의까지 맡았다. 계량경제학자로서 그가 날개를 달게 된 계기는 시카고대학으로의 이적. 주제논문을 통째로 외우지 못하면 토론조차 어려웠다는 당시 시카고대학의 워크숍에 일주일에 4~5회나 참석하며 물리학과 수학ㆍ경제학을 접목시킨 이론가로 각광 받고 노벨경제학상까지 따냈다.

당시 헤크먼과 토론을 벌였던 동료 교수와 대학원생 가운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은 무려 다섯 명. 부럽다. 순혈주의에 안주하고 논문표절마저 대충 넘어가는 우리네 풍토를 생각하면 더욱 부럽다.

권홍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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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학 콘서트2〉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에서 일상의 경제학을 들춰냈던 지은이가 이번에는 경제학의 기초 이론을 일상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초점을 맞췄다. 지은이는 ‘합리적인 사람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 결혼과 이혼, 성생활, 도박, 이사, 직장생활 등 일상의 원리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빈둥대는 직장상사가 연봉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대도시 집값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지,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본다. 팀 하포드 지음·이진원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500원.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열세 살 때까지 침실 의자에 묶인 채 갇혀 산 소년, 유모차와 핸드백에 성욕을 느끼는 남자, 기억력이 전혀 없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남자 등 심리학 사례연구 16가지를 소개한다. 지은이는 “각 사례의 주인공을 ‘과학적인 연구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독특한 능력이나 고충을 지닌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했ㅇ르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조프 롤스 지음·박윤정 옮김·이은경 감수/미래인·1만3800원.


〈히말라야 식물대도감〉 해발 300미터 저지대의 열대성 식물부터 해발 6500미터 고지대의 한대성 식물까지 한데 볼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식물 보고이자 자생지 히말라야를 20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며 탐사한 식물학 보고서. 식물 이름, 분포지, 생김새, 꽃 피는 시기 등을 관찰해 기록하고 컬러 사진 2700장에 그 모습을 담았다. 인더스강 상류부터 파키스탄, 인도, 네팔, 티베트까지 깃든 야생 식물 1771 종류 정보를 집대성했다. 요시다 도시오 글,사진·박종한 옮김/김영사·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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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경 기자]대학에 입학했을 때 보험계리사가 되고자 했고 실제로 보험계리사 시험을 보기도 했다. 단지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며 그가 가진 밑천은 수학 뿐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는 통화이론 등 거시경제학에 수많은 공헌을 했고 노벨 경제학상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지식산업사 펴냄)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대화록이다. 인터뷰는 이들의 연구업적을 잘 알고 있는 다른 경제학자들이 진행했다.

이 책은 그래서 그들의 경제학 업적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경향, 경제학을 공부한 계기, 스승과 동료 등 솔직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고 있다. 그들의 개인적인 비판, 종교 및 정치에 대한 견해같이 민감한 부분도 접할 수 있다.

이들은 경제학을 왜 공부하게 됐을까. 위대한 경제사상은 어떻게 형성됐는가. 이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경제학자가 되기를 바랐거나 기대를 품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별한 스승을 만나거나 현실세계의 이슈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독특한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계획에 따라 생겨난 것이 아니라 흥미있는 지적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거나 경제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때로는 우연히 찾아온 행운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프리드먼도 통화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재무부에서 근무할 때 시작됐다고 추억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가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그 당시 아주 중요한 의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재무부 조세연구실에 근무했고 그가 하는 일은 의회에 제출할 조세안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당시 40년대에는 케인스 혁명의 결과로 통화는 모든 논의로부터 제외돼 있었다. 인플레이션 속에서 통화는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았고 그가 통화경제학의 선구자가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자 필연이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은 개별 경제학자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것이지만 경제학자들의 삶과 경험을 경제학 전체와 연결시켜주고 있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P 새뮤얼슨ㆍW 바넷 엮음/함정호ㆍ진태홍 옮김/지식산업사 펴냄/712쪽/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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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기자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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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 공약은 정치적 구호이며 6% 성장도 어렵다. 경제학 공부한 사람은 모두 반대하더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1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7.4.7이란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위 경제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다.

이러한 공약이 강 장관은 ‘거짓’이라고 말한 것. “조직을 끌고 나갈 때는 조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적인 구호가 나왔다. 7.4.7 공약 나올 때 (대선 캠프에서) 경제학 공부한 사람은 다 반대했고 반대로 경영학 공부한 사람은 다 찬성했다. 경제학을 공부한 본인은 반대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정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동원을 얘기했다. “법인세율 25%를 20%로 낮추겠다는 것은 확실히 약속했다. 대기업의 세금을 내려줬을 때 그만큼 투자가 확대되고 협력업체 투자도 늘어나면서 나아가서 종업원, 음식점까지 전파된다”

강 장관의 솔직한(?) 현실 인정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어떤 정책도 시장의 변화를 소폭 조정할 수 있을 뿐 큰 흐름은 바꿀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정책 못지않게 투자선택의 기준이 되는 게 금리 수준이다. 최근 자금시장에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통계청은 2008년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대비 3.9% 올랐다고 밝혔다. 이자소득세 15.4%를 감안하면 금융상품의 금리가 최소한 연 4.6%를 넘어야 실질적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은행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4.5% 내외에 불과하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황에서 투자의 그림은 어떻게 될까. 이럴 때는 재테크 엔진을 무작정 가동시키지 말고 때를 기다리며 재정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안정된 자산에 묻어 두거나 최소한 실질소득이 줄어들지 않는 투자상품에 돈을 넣어 두고 기회를 엿보라는 얘기다.

시장에는 벌써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보유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고한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하는 새 정부가 자산 버블 형성이 불가피한 각종 정책을 전방위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계획이 전면 재검토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 재개발, 재건축, 도시용지 확대, 뉴타운 및 역세권 개발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1% 안팎의 실질금리 수준에서는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동산 등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건 과거 경험으로 체득한 상식이었다.

부동산이 아니라면 절세상품이나 특판예금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는 물가가 빠르게 오를 때는 리스크는 있지만 고정금리와 투자형 상품의 비중을 3 대 7 정도로 유지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가격변동이 크지 않는 우량 주식에 묻어놓고 좋은 투자처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로 불린 독일의 에르빈 롬멜은 도박과 리스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인물이었다. 불가피한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면서 도박은 아예 회피한 덕택에 그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전쟁터에서처럼 투자에서도 리스크를 안으면 타격은 받을 수 있지만 손실을 원래 위치로 복귀시킬 수 있다. 반면 도박은 수많은 문제를 확산시키고 그렇게 초래된 문제는 순식간에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버린다. 절대 실패를 해서는 안되는 궁지에 몰리면 이를 타개하기위해 더 큰 노력을 경주하게 되고, 그것은 대체로 상황을 더 악화시켜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은 이겼을 때의 화려한 전망에만 눈독을 들이면서 실패했을 때 맞게 될 비참한 결과는 무시한다.

언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상적인 상황에서도 승률은 대략 10% 미만이라고 한다. 카지노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블랙잭의 경우 9.8%에 그친다는 얘기도 있다.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당신이 열심히 준비해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유리한 상황은 결코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든 기회가 왔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베팅하고 그렇지 않은 때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

고수들은 부화뇌동하지도 않지만 너무 멀리 내다보지도 않는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면서 필요한 수만 읽는다. 그래야 손실도 줄이고 기회도 잃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부동산의 경우 평생 거래가 10~15회에 불과하므로 기다림과 기회포착의 순환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워렌 버핏은 현명하고 재능있는 투자자를 엔진의 마력에 비유했다.

“많은 사람들은 400마력의 엔진을 가지고도 10마력의 출력밖에 내지 못한다. 200마력짜리 엔진으로 최대 출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좋다”

[김상민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25호(08.04.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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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호창 기자]새빛증권아카데미학원(대표 전익균)가 19일(토) 김종철 프로증권 소장의 KJC 3단계 과정 중 '실전투자과정(4주 과정)'과 '세미프로과정(6주 과정)'을 개강한다.

초보투자자를 위한 1단계 실전투자과정은 매주 토요일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되며, 2단계 세미프로 과정은 3시30분부터 진행된다.

이 강좌는 실전 전문가 김종철 소장의 투자 기법과 노하우를 투자자의 수준에 맞춰 교육하고 평가하는 인기 강좌다. 이 강좌는 초보에서 고수에 이르기까지 3단계로 진행되며, 1단계 과정 이수 후 테스트를 통해 2, 3단계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3단계 과정을 마치면 'KJC 3단계 과정 이수 수료증'을 발급받게 되며 KJC 과정 수료자 커뮤니티활동 혜택을 준다.

강의의 주요 내용은 '실전투자 과정'에서 추세판별법, 주도주 찾기, 변곡 타이밍잡기, 보유종목매도에 대해 설명하고 '세미프로반 과정'에서는 매매3구간, 파동 공략법, 매매10계명, 종목발굴기법 등에 대해 설명한다.

강의를 맡은 김종철소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전체 시장을 이해하고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빛에서는 19일(토) 2시부터 고석준 경제학박사(전 교보증권이사)의 선물옵션매매를 위한 기초와 시장의 이해, 실전매매를 위한 대응전략에 대한 강좌를 4주 과정으로 개설한다. 이 강좌에서는 선물 옵션의 매매법과 실전 대응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직장인 및 지방거주자를 위한 주말 집중 강좌인 '초보투자자 홀로서기과정'이 20일(일) 2시부터 4주 과정으로 개설된다. 이 강좌에서는 유명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병록 골드에임대표, 전익균 새빛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송영욱, 임상현 새빛증권아카데미 이사 등 4인의 전문가가 실전투자를 위한 주식투자의 기술적·기본적 분석법에 대해 강의한다.

20일(일)과 27(일)일 1시부터 5시까지는 '주식투자자가 꼭 알아야 하는 ELW강좌'가 개최된다. 이 강좌에서는 민명기 앤츠닷컴 대표가 ELW 실전투자를 위한 이론과 용어, 캔들, 거래량, 사례분석을 통한 실전투자 전략을 설명한다.

문의: 새빛증권아카데미 ☎ 02-539-3934~5 / www.assetcl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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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창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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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68혁명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68혁명은 프랑스의 5월혁명을 중심에 놓지만 그보다는 1960년대 초부터 근 10년간 이어진 전세계적인-프라하에서 하노이까지-변혁의 움직임을 말한다.

그것은 크게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러시아 혁명 이후 등장한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폭압적 권력화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우(右)도 구좌(舊左)도 거부하면서 권위주의의 혁파와 인간중심 사회의 건설을 지향했지만, 밑그림 없이, 특히 유럽에선 욕망의 선을 따라 자연스레 발생한 혁명이란 점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그 한계를 통해 정치적 혁명으로선 실패했으나 이후 사회의 가치체계와 기호를 바꾼 ‘문화혁명’으로 이어졌고 그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5년에 출간된 이 책은 격동의 1960년대 10년간 전 세계 혁명의 현장을 오갔던 파키스탄 출신 활동가이자 역사가, 소설가이기도 한 타리크 알리(65)의 자서전이다.

원제는 ‘거리에서 싸우던 나날:60년대의 자서전’이다. 1960년대의 ‘사회적 자서전’이란 의미에서 번역본에선 ‘1960년대 자서전’이란 제목을 붙였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시 68혁명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1960년대 세대가 지금 60대이며(…)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대다수가 사망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 1960년대를 기억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타리크 알리는 좌파 지식인이었던 부모의 영향으로 무신론자로 자랐고, 다섯살부터 부모를 따라 마오쩌둥 등의 이름이 연호되는 메이데이행사에 참가했다. 1956년 영국이 이집트를 침략하자 영국영사관 앞 시위에 합류했으며, 1962년 콩고 초대 총리 루뭄바를 처형한 사건이 터지자 미대사관에서 시위를 벌이다 결국 영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공부하며 농성토론회, 맬컴X와의 만남, 반아파르트헤이트 집회 등 반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헬싱키의 평화회담 참석 후 베트남 전장의 한복판에서 그 실상을 알리거나 반전시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저자가 제3세계 출신이면서도 서구에서 공부한 지식인인 점은 책의 관점에 객관적이고 너른 폭을 갖도록 해준다. 즉 서구좌파 지식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제3세계에 대한 경시 내지는 논의의 중심에 자신들을 놓으려는 오만한 태도가 없고, 또 지역 또는 민족에 매몰된 협소한 정체성에서도 자유롭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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