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500만명 돌파…한국영화 가뭄속 단비로

‘추격자’가 지난 13일로 전국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고 종영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2003년 나홍진 감독의 머리 속에 들었던 구상이 2005년부터 시나리오로 옮겨지고 영화화되기까지 꼬박 5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과 김선일 씨 피랍, 피살사건이 시나리오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고 나 감독은 30번을 고쳐쓴 끝에 2007년 7월 촬영을 시작했다.

여름에 시작해 가을볕과 겨울 추위까지 다 겪고 그해 12월 말에 크랭크업했다.

기획기간 5년에 촬영기간이 5개월 85회차.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등 주.조연 배우들뿐 아니라 엑스트라까지 700명의 연기자와 400여명의 스태프가 달라붙어 영화가 완성됐고 이제 대장정의 끝을 앞두고 있다.

총제작비 60억원이 들어간 ‘추격자’는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300억원(할인, 영화진흥기금 등 감안할 경우 1인 6000원 적용) 등의 흥행수입을 거둬들이며 잔뜩 가문 한국영화에 한줌 단비를 내렸다. ‘추격자’의 제작비는 어떻게 쓰였고 ‘흥행대박’으로 누가 얼마만큼의 돈을 손에 쥐게 됐을까. ‘추격자’에 숨은 영화의 경제학을 추적했다.

▶제작비 60억원, 어떻게 쓰였나

=총제작비는 보통 사전기획과 촬영, 후반작업 등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드는 순제작비와 배급 및 개봉을 위한 프린트와 마케팅 비용(Printing & Advertising:P&A)으로 나뉜다. 순제작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인건비’로 17억원이었다. 빡빡한 예산에 맞춰 주연배우 김윤석과 하정우가 개런티를 낮춘 덕에 엑스트라를 포함한 모든 연기자 700명의 출연료는 8억원이 됐다. 촬영, 조명, 음악 등 제작 파트별 감독 및 스태프 400명의 임금으로 지출된 돈은 9억원이다. 성북동, 북아현동, 약수동 등 서울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5개월 85회차의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배우와 스태프가 먹고 자고 한 비용과 장소 사용료 등을 합한 로케이션 비용은 5억원선. 편집과 음향, 음악, CG 등 후반작업 비용으로는 4억원이 쓰였다.

이 영화는 90%가 밤장면으로 다른 영화보다 조명이 많이 쓰여 장비 대여료, 사용료 등을 합해 총 3억5000만원이 지불됐다.

일단 영화를 완성해도 극장에 걸고 관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순제작비와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추가된다. 최대 450개 스크린에 내걸렸고, 이 중 디지털로 상영된 경우를 빼고도 영사기에 건 필름 프린트는 400벌. 프린트값뿐 아니라 배송료와 소각, 환경처리분담금 등 비용까지 합해 1벌당 200만원가량의 비용이 소모된다. 프린트 비용만 8억원이 들었고 광고.홍보비는 15억원이 쓰였다.

▶누가 얼마나 벌었나

=1인당 극장요금을 7000원으로 잡았을 때 이 중 3%의 영화발전기금과 부가가치세 등을 빼고 나면 수입으로 잡히는 액수는 6000원을 약간 밑도는 수준. 통상 6000원으로 잡는 영화계 관례대로 계산하면 총 흥행 수입은 300억원(500만명×6000원)이다. 이 중 극장이 50%인 150억원을 가져간다. 나머지 50%인 150억원이 투자, 배급, 제작사의 몫이다. 배급사인 쇼박스는 이 중 10%를 배급수수료로 받아 15억원을 챙긴다. 남은 135억원 중 투자사가 회수하는 원금인 60억원을 제외하면 75억원이 투자사와 제작사에 떨어지는 ‘순수익’이다. 심한 경우 8대2의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사와 제작사는 보통 6대4로 수익을 배분한다. 이렇게 해서 제작사인 비단길은 75억원의 40%인 30억원을 손에 쥐게 되고 투자사의 몫으로는 45억원이 떨어진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끝날 때 올라가는 크레딧 중 ‘제공’은 제일 많은 투자지분을 가진 메인 투자사이고 그 외의 투자사들은 ‘공동제공’의 타이틀이 붙는다. ‘추격자’의 메인투자사는 밴티지홀딩스이고 쇼박스, 이수창업투자, 한화 제1호 문화컨텐츠투자조합, 한컴, 미시간벤처캐피탈, 대신벤처캐피탈 등이 ‘공동제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총 7개 회사 혹은 투자조합이 45억원을 지분비율대로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극장흥행수입만을 가지고 계산했을 때 원금을 제외하고 투자.배급.제작을 포함한 순수익률(제작비 60억원 대비 순수익 110억원)은 183%나 된다. 투자자들은 60억원을 투자해 원금을 회수하고도 45억원을 남겨 투자수익율은 75%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방송, DVD 등 부가판권 판매를 통한 수입과 해외 판매 수입도 투자.제작사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추격자’는 이미 워너브러더스에 100만달러(9억9000만원)로 리메이크판권료가 팔렸고 해외 판매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단계. 방송, DVD 등 부가판권료도 1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세일즈 대행 수수료 등 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작사와 투자사에 4대6으로 배분된다.

결국, ‘추격자’의 투자자들은 불과 1년 만에 원금을 배 가까이 튀긴 셈이다. 최근 한국영화가 십중팔구 ‘본전’을 뽑기 힘들다 해도 한두 편의 성공만으로도 영화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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