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회장 지분 적어 순환출자” 기존 주장 뒤엎어
“비현실적 상속세” 탓도…‘도덕 불감증’ 심각
국세청, 의혹 알고도 눈감아 사실상 ‘직무유기’
“힘없는 서민은 교통법규 하나 어겨도 벌금내는 판에….”
삼성 특검이 1128억원에 이르는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행위를 밝히고도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자, 대검찰청 홈페이지엔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특검은 드러난 차명계좌 1199개에 들어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 등을 전부 이 회장의 상속 또는 개인재산으로 인정함으로써 ‘비자금 조성 혐의’를 씻어줬다. 하지만 이번엔 ‘조세포탈범’이란 딱지를 떼기 어렵게 됐다. 삼성은 여러가지 논리를 대고 있지만,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탈세가 드러난데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보호 차원?=삼성 전략기획실은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해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이 아니며 규모가 거액인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경영을 잘해 주가가 오를수록 탈루금액이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현직 임원의 이름을 빌려 지분을 분산해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논리로 보인다. 이제까지 삼성은 총수의 적은 지분 때문에 순환출자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위험도 있는데 굳이 자신의 지분을 적게 보이도록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 차명 지분이 이 회장의 지분이 되면, 에버랜드가 금산분리에 어긋나는 지주회사가 될 걱정이 없는데 지분을 숨겨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은 오랜기간 시민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이 문제를 두고 싸워왔다.
?? 상속세가 근원?=삼성은 탈세의 근본 원인을 “결국 비현실적인 상속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삼성 한 계열사의 임원도 “아버지가 힘들게 쌓아온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런 것을 막는 제도가 기업가 정신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상속세 폐지를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키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일로 보는 기업인들이 적잖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노베이션(혁신)을 위해 공식적으로 독점이 허용된 게 제조특허인데, 그 특허조차 10~15년 지나면 공개해 경쟁체제로 만든다”며 “영원히 지배권이 그대로 상속된다고 하면 경쟁 압력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세청도 직무유기=이 회장의 차명재산 은닉에 국세청도 결과적으로 ‘방조’했다. 1987년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당시 국세청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237억원을 상속받으며 150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현재 삼성생명에 있는 상속지분 2조3천억원대가 당시 가치로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엄청난 규모의 상속세 탈세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후에도 국세청에겐 기회가 있었다.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1998년 삼성 임원 35명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640만주를 주당 9천원에 사들인 뒤 다음해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70만원씩에 내놓으면서 차명 지분 운용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 이전 상속세 시효는 5년이어서 상속을 다시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증여세는 시효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이 회장의 상속·증여세 부과는 대부분 시효가 끝나버렸고 양도소득세 부과만 남은 꼴이 됐다.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 포탈로 이 회장이 물게 될 돈은 기껏해야 1500억원대 추징에, 법원이 조세포탈에 따른 벌금을 물린다해도 5천억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세포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영희 기자, 정남기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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