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유시민 의원(아직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그는 현시점에서 현역 국회의원이다)과의 인터뷰를 추진한 것은 한달 전이었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지만 사실 대구사람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던 그 사람이 대구에서 출마한다는 자체가 이슈였다. 그래서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측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답해서 결국 총선이 끝난 뒤로 미뤄졌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가급적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생활인' 유시민을 조명하려고 했다. 만나기 앞서 간략하게 조사한 자료만 A4 용지로 200장이 넘었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말하는 기록들이 인터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행적을 따져 묻고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그는 솔직담백했고, 많이 고분고분해졌다. 그 역시 "권력의 중심에도 있어봤고, 나이도 먹었으니 변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느냐"며 웃어보였다. 그를 만나보자.

◆1조원이 있다면? 복지법인을 만들겠다

-(다소 허황되지만 그의 꿈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돈에 관한 이야기로 질문을 열었다) 당신에게 1조원, 100억원, 1억원이 주어진다면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쓰고 싶은가?

"1조원이 있다면 복지법인을 만들겠다. 몇 개 테마를 잡을 수 있는데, 미혼모 문제와 장애인 재활 등이 좋겠다. 그런 쪽에서 우리나라가 약하다. 1조원의 경우, 연간 이율을 6, 7%로 본다면 연간 600억~700억원인데 할 수 있는 사업이 그리 많지 않다. 청각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회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회사와 생산성에 별 차이가 없을 걸로 본다. 100억원이 있다면 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정치나 경제를 연구하는. 지금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나 시각에 큰 차이가 없다.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연구소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1억원이 있다면 선거 빚을 갚아야 한다.(웃음) 재산을 마이너스 2억7천 정도로 신고했다. 작년 대선 경선때 후원회 차입도 개인 빚으로 포함됐다. 이번 총선 후원회 정산하고 나면 1억원 정도가 남을 텐데 빚 갚아야 한다. 5년 정치하고 그 정도 빚이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닭'이라고 한다. 왜 일부러 적을 만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한다.

"싸움 많이 했다. 하지만 날만 하니까 싸웠고 그러다보니까 '동네'에서 찍혔다. 일만 있으면 싸운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안 싸우기 시작한 게 벌써 2년 6개월 정도 됐다. 2005년 9월 이후로는 누구와 싸운 적이 없다. 2006년 1월 입각(보건복지부 장관) 후에 싸운 것을 본 적이 있나? 내가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공격한 적은 없다. 내 인격에 대한 공격은 무수히 받았지만, 정동영씨도 기간당원제 후퇴를 비판했지만 인격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다."

-싸움을 안 했다는 것은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는 뜻인가?

"고달프니까 안 했다. 당초 정당제도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소수의 생각이다 보니 당내에서도 많은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2005년 9월 이후 제도나 상황이 많이 좁혀졌다. 상황이 끝나버렸다. 논쟁하거나 노선 투쟁을 할 근거가 없어졌다."

-말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나?

"말을 명료하게 하는 게 좋지 않나? 하지만 이제는 명료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싫어하고 상처를 입더라. 그렇게 명료하게 말한다고 받아주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잘 되지도 않을 걸 굳이 얼굴 붉힐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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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안 친다. 너무 빠져들까봐

-이번 질문엔 부가적 설명 없이 '예, 아니요'로만 답해달라.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웃음) 그런 질문이 어렵더라.(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답했다. 이번 질문은 그의 답을 그대로 옮긴다.) 예, 작년엔 되고 싶었는데 요새는 안될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안하죠. 되고 싶다, 안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술은 좋아하는가?(유 의원은 인터뷰 전날, 지인들과 막창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소주를 마셨다)

"어제도 제법 많이 마셨다. 이 업계(정치권)에 와서 술이 많이 늘었다. 대학때는 원래 못마셨는데. 술을 왜 그렇게 마시는지 모르겠다. 술하고 원수진 것 같다. 술도 (삶의) 윤활유니까 좋게 마시면 될텐데. 많이 먹을 때엔 양주 폭탄주 7잔까지 먹었다. 기자들 접대하느라. 제주도에서 국민연금법 때문에 기자들과 모인 적이 있었는데, 7잔 먹고 곯아떨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캐치프레이즈로 '주호영을 청와대로, 유시민을 국회로'를 내걸었다. 누가 제안했나?

"모르겠다. (함께 자리한 공보특보에게) 누가 제안한 거지?"(공보특보는 한 유권자가 제안한 것이라고 답해줬다.)

-골프를 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은 없나?

"왜 없겠는가? 유시민을 필드에 데려가면 포상금이 걸려있다는 말도 들었다. 한 사업가가 그렇게 말했단다. 골프 안 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치면 몰두할 것 같고 다른 일을 못할 것 같다. 같이 치는 사람 중에 국세청, 공정위, 검찰 조사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자칫 로비 의혹 받으면 평생 골로 가는 거다. 공직에 있는 동안은 안 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국회의원도 떨어지고 먹고살기 바쁘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무슨 골프를 치겠는가?"

-최근 울어본 적이 있나?

"영화 보면서 울었는데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안난다.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도 나는데 집에선 창피해서 안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운동화 잃어버려서 달리기에서 2등 하려고 했던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다. '우생순'도 좋았다. 배우는 송윤아씨를 좋아했다. 편하게 느껴진다.(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노래 이야기를 꺼냈다)

"가수는 이선희씨를 제일 좋아한다. 마산교도소 첫 수감 때였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밀폐된 독방에 있다가 점심 먹고 나서는데 방송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 옛날이여.' 혁명이었다. 내가 감옥에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한 들판 위로 훨훨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감정에 몰입했다.)

◆유시민과 대구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시위 때문에 합수부에 끌려갔다. 이틀 동안 마구 패고 나더니 진술서를 쓰라고 했다.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빼놓지 말고 쓰란다. 쓰는 동안은 안 맞으니까 계속 썼다. 하루에 편지지 100장을 썼다. 그때 경감 ○○○가 그 글을 사람들 앞에서 읽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생생하게 썼어. 그림이 막 그려지잖아.' 그때 내가 처음 글을 잘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다 쓸데없는 것이었다. 지하조직은 다 숨기고 학생회 이야기만 잔뜩 썼으니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내 인생의 스승을 딱 한명만 꼽으라면 리영희 선생이다. 계속 변화해나가고 어느 시점 변화의 한계가 왔을 때 펜을 놓고 일절 사회적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인생을 정리하는 모습이(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그 분의 삶을 보면 지식인이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하고 바랐다."

-대구에는 왜 왔나?(사실 그는 경기 고양에 출마했더라면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았을 텐데 대구를 택했다.)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면 왜 여기에 왔겠는가? 난 판단이 너무 빠른 게 문제다. 여름 경선(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정권이 100% 넘어간다고 판단했다. 그럼 다음엔 뭐하지? 정당개혁,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한 사람이 지역주의에 굴복한 정당(통합민주당)에 몸담을 수는 없다. 스스로 부끄러우니까. 탈당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고양에 출마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스스로 물었다. 3선 의원이 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선거도 안하고 그냥 정계은퇴를 선언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싱거워보이지 않는가? 고민해 보니까 대구에 출마할 사람이 없었다. 그럼 대구를 저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무소속이라도 나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터뷰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구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초상집 가면 그렇지 않은가? 평소 감정이 안 좋더라도 위로말도 하고 조의금도 주고 평소 생각은 아니지만 인품도 고매했다고 덕담도 주고받는다. 그게 인심이다. 낙선했으니까 대구시민들이 넉넉하게 봐줄 수도 있고. 석달 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언젠가 대구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 매체와는 인터뷰를 하고 중앙매체와는 정책적 인터뷰 외에는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좀더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것도 인생이지.(잠시 침묵) 힘들기는 장관직이 진짜 정말 힘들더라. 연봉 1억 받고 할 일은 아니다. 일이 너무 많아. 특히 보건복지부라 그런지 몰라도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그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노 전 대통령 평전 써야 되는데…

-아버지는?

"경주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아버지가 시험 감독을 들어오면 학생들이 환호성을 불렀다. 인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험 내내 창밖을 보거나 책만 봤다. 마음대로 커닝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아했던 거다. 한번은 커닝을 적발했는데, 불러내서는 아버지가 다리를 걷어보이며 '잘못 가르친 탓이니까 나를 때리라'고 했단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이후로 커닝은 없었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6남매 중 2명은 국립대, 나머지는 사립대를 보냈다. 어머니는 30년 장사를 했다. 19번 버스를 타고 칠성시장에서 물건을 떼왔는데, 고등학생시절 방학 때 정류장에 짐 받으러 나가면 너무 무거워서 내가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19번 버스 기사들이 어머니를 다 알았다. 저 집 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더라 하며. 그렇게 어렵게 사시면서도 정부를 원망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요즘은 남의 탓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닌가?(이 질문에 대해 그는 상당히 길게 답했다. 간략하게 추려본다.)

"내가 요새 입을 많이 다물고 산다. 말할 힘을 잃었다. 말이 의미를 잃은 시대다. 지식인들이 입을 다물었다. 다시 칼럼을 쓰게 되면, 이런 내용을 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 탓은 아니다.'"(유의원은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찾고, 문제점이 있다면 서로 노력하고 합의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단순히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심정을 파괴한다고도 했다. 그는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낙선 인사 끝나면 인사를 한번 가야할 텐데.(인터뷰 섭외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인터뷰 안 할 거야.(그래도 한번 말은 해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난 안 될 일은 아예 이야기 안 한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할 거다. 일절 하지 마시라고. 어떤 매체인가를 떠나서 적어도 몇년간은 그렇게 하시라고 말할 거야. 원래 내가 노 전 대통령 평전을 쓰기로 돼 있었는데. 지금 써볼까? 대통령 물러난 지 일년도 안 됐는데 몇년 더 지나서 써봐야지. 그분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계속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대구에 전입한 시민으로 살 테다

-이번 선거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큰소리 뻥뻥 치는 말은 안 했다. 책임지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하면서 선거를 치렀다. 자기 내면의 확신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자기 마음 속에 희망으로 가득차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길을 가다가 주호영 의원이 내건 커다란 플래카드를 봤다. '희망을 드리겠다'는 글귀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과연 희망을 주겠다는 주 의원의 내면에는 확신이 있을까? 나는 줄 수 있는 희망이 없는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저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이 있어야 좋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고향도 여깁니다라는 소박한 이야기밖에 없는데. 소줏집에서 만났으면 물어봤을 거야. '지난 5년 동안 난 확신을 잃었는데, 귀하의 구호는 확신에 차있다. 정말 내면으로 확신하는가?'라고."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 5월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 할 수 있으면 대정부 질문도 하고 싶은데, 무소속이라 잘 모르겠다. 경북대 총장님 찾아뵙고 강의할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 과목은 경제학 전공이니까 교양경제학이나 지역발전 등에 대해 하고 싶다. 6월부터는 혼자 살아가야 한다. 비서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운전해주는 사람도 없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선거 빚도 갚아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인세는 월 100만원쯤 나온다. 집사람 시간강사로 버는 돈 외에는 소득이 전혀 없으니까, 당장 6월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 글 쓰는 재주밖에는 없으니까 어느 출판사에 공갈을 쳐서 선인세를 잔뜩 받을지 고민해야 하고, 그 돈으로 책 쓸 때까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강의도 다음 학기나 돼야 할 수 있을 테니. 어떤 책을 쓸지는 아직 모르겠다. 좋은 책이 아니라 돈이 많이 벌리는 책을 써야 한다.(웃음) 이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차도 없으니 대구에 사는 동안은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타고 나닐 것 같다. 이제 대구에 새로 전입온 시민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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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2

팀 하포드 지음|이진원 옮김|웅진지식하우스|339쪽|1만3500원


저자 팀 하포드(Tim Harford)는 '합리적 선택 이론'의 신봉자다. 결혼·이혼·성생활·도박부터 사내(社內) 정치와 동네 집값까지, 일상 모든 것에 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 타임스 등에 경제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저자의 전작 《경제학 콘서트》(원제 Undercover Economist)는 2006년 국내 소개돼 화제가 됐다.

'골드 미스'는 왜 양산될까? 평강과 온달이 맺어지는 이유는 뭘까? "아이를 낳는 데 여성은 9개월, 남성은 2분 걸리기 때문에 여성은 성과 결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진화생물학에 더해, 저자는 도시의 속성을 들어 답을 내놓는다. 부유한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은 부유한 남성이 많은 도시로 몰려 드는데, 임대료 낼 능력이 안 되는 남성은 도시에 집착하지 않고 낙향할 소지가 높아 수적 불균형이 생긴다. 남자가 적은 '결혼 슈퍼마켓'에서, 수가 많은 여성은 교섭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흑인 미혼모가 많은 것을 '흑인 문화'로 설명하는 견해에도 저자는 반론을 편다. 미국 감옥에 남성 200만명, 여성 10만명이 수감돼 있는데, 젊은 흑인 남성의 비율이 매우 높다. 남편감이 갇혀 있는 데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남성 입장에선 '경쟁자도 없는 마당에 결혼 하느니 인생을 즐기고 보자'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어떤 동네가 활기를 얻거나 생기를 잃는 데도 합리성이 감춰져 있다. 워싱턴 DC 15번가는 대낮에도 칼부림이 났던 곳이다. 술집·식당들이 집세가 낮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유흥가가 17번가까지 확대됐고, 이 일대에 동성애자들이 모여 들면서 거리는 재미있고 안전해졌다. 외면받던 이들이 몰려 들고 14·15번가 사이에 대형 수퍼마켓이 들어서면서 칼부림을 하기엔 최악인, 안전 지대로 바뀌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꾼다'고 믿는다면 그건 오판이다. 누구의 표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미하다. 후보의 공약보다 〈컨슈머 리포트〉가 소개하는 신차 정보가 내게 더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형적 유권자들은 '합리적'이고, 이 덕에 비합리적 후보가 종종 당선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원제 The Logic of Life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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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12)

영국의 경제학자 오스왈드(Oswald) 등은 최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부여하는 경제적 가치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은 1만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패널(Panel) 연구' 기법을 사용하였다. 같은 사람들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 조사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조사 대상자의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이 사망할 경우 그 정신적 고통을 상쇄시키기 위해 금전적 보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자신의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사망 이전의 정신적 행복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적으로 22만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자식과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라면 매년 각각 11만 8000 달러와 2만 8000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친한 친구는 1만 6000 달러가 필요한 반면, 형제는 2000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의 생명이 형제, 자매보다 자신에게 8배나 소중하다는 의미다. 자신이 아끼는 가까운 사람들의 생명 가치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왜 이런 도발적인 연구를 감행하는 것일까? 경제학자라고 해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생명은 본래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세간의 비판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오스왈드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망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보상 금액 판결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다. 우리의 연구는 피해자에게 지불되는 보상 금액을 보다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유도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자신의 생명에 대해 가격을 매기면서 살아간다. 보다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을 택하기도 하고,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과속 운전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깎아지른 암벽 등반처럼 짜릿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무한대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여긴다면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거나,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고, 밤을 새워 무리하게 공부하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청룡열차를 타서는 안 된다. 이 모든 행위는 인간의 조기 사망 확률을 일정 부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거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나아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이러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정부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종종 인간 생명에 대해 화폐가치를 부여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통계적 생명의 가치(value of statistical life·VSL)"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출퇴근 도로에서의 교통사고로 인한 조기 사망 확률이 연간 0.00001 (10만 명당 1명)이고 현재 이 지역에 총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면, 교통사고로 인해 연간 10명이 사망한다는 말이 된다.

또 사고 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1인당 연평균 1만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이 지역의 총 지불의사금액은 100만명×1만원=100억원이다. 이 100억원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10명으로 나눈 10억원이 바로 이 지역 주민 1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 즉 통계적 생명의 가치가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미국인의 통계적 생명의 가치를 1인당 610만 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값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직업인 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대가로 61 달러를 추가로 지급 받는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앞에서 설명한 방식을 통해 계산한 수치다.

통계적 생명의 가치를 이용하면 환경보호청이 추진하고자 하는 수돗물 품질 강화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

수돗물에 포함되는 비소는 방광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이다. 수돗물의 비소(砒素) 농도를 낮추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사망 확률이 낮아지면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통계적 생명의 가치 방식을 통해 계산해서 비교하게 된다. 두 수치를 비교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비소 저감(低減) 정책을 입안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통계적 생명가치의 추정치는 연구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미 환경보호청은 최근 별도의 연구에서는 통계적 생명가치를 370만 달러로 발표하기도 했다. 또 연구 대상 집단의 소득 수준과 직업 및 나이 분포에 따라서도 값이 다르게 나타난다.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통계적 생명가치는 11억 3천만 원에서 18억 3천만 원 정도로 추정되었다.

경제학의 생명 가치 연구는 결코 생명 존중 사상과 배치되지 않는다. 단, 연구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연구 결과가 남용되지 않고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간의 생명 가치를 계산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환경·보건 및 노동정책을 입안할 수 있고, 법원은 억울한 피해자에 대해 보다 공평한 보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연구가 얼마나 정확한 경제이론과 엄밀한 연구방법, 그리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환경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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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인문학에 빠진 국내외 CEO들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중세가 르네상스로 이행한 것에서 디지털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일본에서 ‘CEO가 존경하는 리더’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씨는 1959년 27세의 나이로 ‘교토세라믹’(훗날의 교세라)을 창업했다. 창업 3년째의 어느 날 고졸사원 11명이 혈서를 들고 그에게 찾아와 임금과 장래 보장을 요구했다.

이나모리 씨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마당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을 집으로 데려가 3일 동안 “자네들을 배반한다면 그때는 나를 죽여도 좋다”고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이나모리 씨는 기업 경영은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사회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몇 주간의 고민 끝에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추구하고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기업의 사명(使命)을 발표했다.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세라의 기업 이념은 불교(자비·慈悲)와 유교(경천애인·敬天愛人)에 기반을 둔 것으로, 종교와 철학사상을 경영에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영계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가을 개설한 인문학 과정 AFP(Ad Fontes Program)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기 모집 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쟁쟁한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도 탈락했을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월례조찬 특강인 ‘메디치21’에는 매달 600명 이상이 참석해 역사 문화 미술을 배운다.

인문학 열풍은 해외에서도 거세다. 세계적 명성의 스페인 엠프레사(Empresa) 경영대학원은 신입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인문학 강의를 듣게 한다. 구글은 지난해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을 특별 채용하기로 했다.

○ 복잡해진 경영환경 단편적 지식보단 종합적 사고 요구

인문학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기업 경영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세계 경제가 급속히 글로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점점 더 단편적 지식보다는 인문학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문학은 상상력의 원천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기술적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어디서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오늘날에는 지식을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상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가치를 이용해 성공을 이뤄낸 기업이나 기업인의 사례는 이미 무척 많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나는 경제학이 아니라 중세 철학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력을 키웠다”며 “중세가 르네상스 시대로 이행한 것에서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수행했으며, 그의 창의력 중 많은 부분이 종교적 직관에서 나왔다. ‘책벌레’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인문학 없이는 나도, 컴퓨터도 있을 수 없다”며 기업경영에 있어 인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 국내서도 성적 좋은 CEO들 인문학 내공 깊어

인문학적 지식을 제품에 직접 반영해 좋은 효과를 얻는 사례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멋진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멋진 디자인이나 품질보다 훨씬 매력적인 속성이 된다.

불가리(Bvlgari)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일환으로 유명 소설가인 페이 웰던에게 ‘불가리 커넥션’이란 소설을 쓰게 했다. 책 표지에는 불가리 목걸이가 인쇄돼 있고, 이 목걸이는 소설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리스 여신 헤라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목욕을 했다는 샘물의 이름을 딴 ‘카타노 크림’을 내놓기도 했다.

흑백논리가 아니라 상반된 존재들의 공존을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조직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몇 년 전부터 활발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김찬모 박사는 “현장조직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 미래 트렌드 연구소 등 혁신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양손잡이형(ambidextrous) 조직’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인문학적 지식은 화려하고 흡인력 있는 언변과 부드러운 대화를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역사적 사례로 연설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중견 건설회사인 우림건설은 ‘독서경영’을 경영자와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 회사의 심영섭 회장은 매달 700권의 책을 자신의 서평과 함께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직원들은 매달 월례조회에서 독후감을 발표하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은 물론 회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까지 전달한다.

한편 해외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인문학적 지식 활용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경우 인문학을 전공한 주요 기업 CEO의 비율이 조사에 따라 15∼38%나 되는 반면 국내 500대 기업 CEO 512명 중 인문학 전공자는 24명밖에 되지 않는다(월간 CEO 2007년 8월호).

배보경 KAIST 테크노경영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서구 기업들을 따라잡느라 근원적인 것들을 연구할 여유가 없었다”며 “벤치마크 대상이 없어진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등에서 나온 혜안과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성과가 좋은 기업의 CEO들은 인문학적 내공이 상당히 깊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아연 정보검색사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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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農家등 국내반응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민·한우 관련 단체들은 "한우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을 '국민 먹거리 안전성 국치일(國恥日)'로 규정한다며 "미국 정부 뜻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訪美) 선물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것은 국민 먹거리 주권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한우협회는 "20만 전체 한우 농가들이 대규모 집회와 함께 소비자단체와 연대해 미국 쇠고기 불매운동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성명을 내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은 국민 생명을 포기하는 조치"라며 농수산식품부에 쇠고기 위생조건 개정 합의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남 산청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는 농민 유낙형씨는 "한우 농가는 다 죽으라는 얘기다.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한우협회 남호진 국장은 "농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지만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의 한우 농가 강성열씨는 "시장이 열렸으니 좋은 육질로 고급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미국 쇠고기 안전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시장을 연 것은 국민건강보다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른사회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서민 식탁에서 쇠고기를 구경하기 힘들 만큼 한우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다"며 "소비자 후생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고 바로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데 여기엔 반미적 시각이 많다"며 "소비자를 위해서도 시장을 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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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주희] 경제학 콘서트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40쪽, 1만3500원

2006년 출간된『경제학 콘서트』는 경제학 교양서 바람을 일으킨 베스트셀러다. 골치 아픈 숫자와 그래프 대신 ‘스타벅스 커피는 왜 비싼갗 ‘중고차 시장에는 왜 쓸만한 중고차가 없는갗 등 주변의 구체적 사례로 경제 이론을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이 책의 저자 팀 하포드가 알기 쉽게 경제를 풀어 쓴 책이 또 한 권 나왔다. 전작이 무심코 지나친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였다면 신간은 실생활 응용을 위한 길잡이다. 원제『The logic of life』도 직역하자면 ‘생활의 논리’ ‘삶의 이캄쯤 되겠다.

일곱 번째 장 ‘도시에서 영리하게 살아가기’ 는 질문한다. 대체 왜 사람들은 비싼 집값과 교통 체증을 저주하면서도 ‘비합리적으로’ 대도시에 사는 걸까. 편리한 교통? 다양한 문화 생활? 각종 편의 시설? 물론 도시의 모든 혜택이 이유겠지만 저자는 사람이 정답이라고 답한다. 큰 도시에 살수록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관심사나 이해관계에 따라 인맥이 유지된다. 성공적인 도시는 서로에게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삶의 대학교’라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는 ‘집값이 비싸도 대도시에 사는 게 낫다’고 결론 짓는다. 이처럼 저자는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선택 이면에 이해득실을 따진 계산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 빈둥거리는 직장 상사가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 역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다. 물론 계산 끝에 도출된 ‘합리적 선택’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신의 일상에 숨어있는 경제 원리를 찾아내고 앞날을 예측하라. 그렇다면 손해 덜 보고, 좀 더 수월하게 사는 데 도움되지 않을까. 뒷표지에 적힌 문구-‘우리들의 천재적인 경제생활이 시작된다!’ -가 명쾌하게 드러내는 이 책의 효용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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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만(58) 조달청장은 18일 도를 방문해 “강원지방조달청이 자체적으로 활성화할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청장은 각 지방청 업무보고의 일환으로 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조달예산 10% 절감과 함께 적정가격 유지와 품질확보에 지방 조달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 방식과 관련 “다수공급자 계약을 통해 경쟁력 확대와 가격 관리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장 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대학원 경제학 등을 졸업했다.

행정고시 15기로 한국국제조세교육센터소장,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정책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달 18일 조달청장에 취임했다. 신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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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학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이지민 지음)=관계의 파멸과 파국을 보여주는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책 속 주인공들은 가계의 몰락을 경험하거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에 고통을 받기도 하고 배우자의 불륜을 방관해야 하는 상황까지 처한다. 작가는 “내 또래인 30대 서울 중산층 젊은이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 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문학동네, 1만원>

▲사랑으로(주경희 지음)=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상우에게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아들 승훈이가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특수부대원이 된 부부. 이들을 위해 못할 것도 못갈 곳도 없다. 부부는 결국 정상인보다 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아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유와 행복을 찾았다. 이상우씨 가족이 펼치는 에피소드와 그 속에 피어나는 행복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현문미디어, 9800원>

▲꽃향기를 훔친 스님(퇴휴스님 지음)=조계종 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1971년 출가 이후 수행과 포교활동을 하며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저자는 “똑같은 비를 받아도 어떤 풀은 약초가 되고 어떤 풀은 독초가 된다. 이 세상에 본래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모습이 제각기 다른 까닭은 지금까지 쌓아온 행위(業)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이 것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사유수, 1만원>

◇경영·경제

▲경제학 콘서트 2(팀 하포드 지음·이진원 옮김)=지난 2006년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경제학 콘서트’의 실전 응용편. 이번에는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일상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학의 최신연구 결과를 총동원해 결혼과 이혼, 도박, 직장 등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웅진지식하우스, 1만3500원>

▲경영의 미래 아웃소싱(장 루이 브라바드 등 지음 · 박은정 등 옮김)=아웃소싱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문서. 아웃소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나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영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아웃소싱과 그 잠재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꾸몄다. 저자들은 왜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현대의 효과적인 매니지먼트 도구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아웃소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다. <비지니스맵, 2만5000원>

◇사회·과학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한규라 지음)=책은 승자의 논리에 밀려 왜곡되거나 감추어진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재조명한다. 태종 이방원의 아들 양녕대군,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 등 왕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녀 결국 비운의 왕자가 된 이들을 주목한다. 저자는 통설처럼 굳어진 역사적 사실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치밀한 자료 고증을 토대로 숨겨진 답을 제시한다. <책이 있는 마을, 1만2000원>

▲나는 과학자이다(대한화학회 지음)=일제 강점기인 1931년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고(故) 이태규(1902-1992) 박사의 삶과 과학이야기다. 충남 예산출신인 이태규 박사는 식민지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교토제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 대학의 정교수가 됐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양자화학 연구등 과학적 업적에 대해 다뤘다. <양문, 1만5000원>

◇실용

▲토지보상 절세비법(강대석 외 3인 지음)=토지 보상에 관한 비법을 알면 더 받고 덜 낼 수 있다? 세무전문가 4명이 모여 2008 개정세법을 반영해 토지보상의 모든 것을 풀어놓는다. 토지보상 절차와 금액, 세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상황분석, 토지보상금 재테크 노하우, 정부 정책 변화와 그 효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분석 등 토지보상과 관련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흐름출판,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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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회장 지분 적어 순환출자” 기존 주장 뒤엎어

“비현실적 상속세” 탓도…‘도덕 불감증’ 심각

국세청, 의혹 알고도 눈감아 사실상 ‘직무유기’


“힘없는 서민은 교통법규 하나 어겨도 벌금내는 판에….”

삼성 특검이 1128억원에 이르는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행위를 밝히고도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자, 대검찰청 홈페이지엔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특검은 드러난 차명계좌 1199개에 들어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 등을 전부 이 회장의 상속 또는 개인재산으로 인정함으로써 ‘비자금 조성 혐의’를 씻어줬다. 하지만 이번엔 ‘조세포탈범’이란 딱지를 떼기 어렵게 됐다. 삼성은 여러가지 논리를 대고 있지만,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탈세가 드러난데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보호 차원?=삼성 전략기획실은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해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이 아니며 규모가 거액인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경영을 잘해 주가가 오를수록 탈루금액이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현직 임원의 이름을 빌려 지분을 분산해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논리로 보인다. 이제까지 삼성은 총수의 적은 지분 때문에 순환출자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위험도 있는데 굳이 자신의 지분을 적게 보이도록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 차명 지분이 이 회장의 지분이 되면, 에버랜드가 금산분리에 어긋나는 지주회사가 될 걱정이 없는데 지분을 숨겨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은 오랜기간 시민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이 문제를 두고 싸워왔다.

?? 상속세가 근원?=삼성은 탈세의 근본 원인을 “결국 비현실적인 상속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삼성 한 계열사의 임원도 “아버지가 힘들게 쌓아온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런 것을 막는 제도가 기업가 정신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상속세 폐지를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키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일로 보는 기업인들이 적잖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노베이션(혁신)을 위해 공식적으로 독점이 허용된 게 제조특허인데, 그 특허조차 10~15년 지나면 공개해 경쟁체제로 만든다”며 “영원히 지배권이 그대로 상속된다고 하면 경쟁 압력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세청도 직무유기=이 회장의 차명재산 은닉에 국세청도 결과적으로 ‘방조’했다. 1987년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당시 국세청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237억원을 상속받으며 150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현재 삼성생명에 있는 상속지분 2조3천억원대가 당시 가치로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엄청난 규모의 상속세 탈세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후에도 국세청에겐 기회가 있었다.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1998년 삼성 임원 35명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640만주를 주당 9천원에 사들인 뒤 다음해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70만원씩에 내놓으면서 차명 지분 운용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 이전 상속세 시효는 5년이어서 상속을 다시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증여세는 시효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이 회장의 상속·증여세 부과는 대부분 시효가 끝나버렸고 양도소득세 부과만 남은 꼴이 됐다.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 포탈로 이 회장이 물게 될 돈은 기껏해야 1500억원대 추징에, 법원이 조세포탈에 따른 벌금을 물린다해도 5천억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세포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영희 기자, 정남기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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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이 7개 항으로 요약되어 있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폐지, 축소, 완화 등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상호출자 금지 대상과 기업결합 신고 대상을 축소하고, 지주회사 행위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MB노믹스 실현을 위해’ 모토

이런 저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이상한 업무계획이다. 더욱 야릇한 것은 마지막 일곱째 항이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를 제한하고 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자아비판과 자기부정에 가까운 ‘업무계획’이다. 사람과 조직은 남지만 역할은 없애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이상하고 야릇한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에는 ‘상세자료’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혼란스러워진다. 공정거래정책을 시장친화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한다. 친기업을 표방하지는 않은 것이다. 담합행위를 철저히 감시해서 적발하고, 독과점 폐해를 적극 시정하겠다고 하면서 실천계획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상세자료의 첫 머리는 “MB노믹스 실현을 위해”로 장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지난 10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와 혼란을 겪었다. 1998년에 출총제를 폐지했다가 다음해 다시 도입했으며, 오랫동안 금지하던 지주회사를 허용하긴 했으나 여러 제한을 두었다. 이런 제도들은 86년에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도입되었고,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출총제는 여러 차례 완화되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바뀌었다. 그때마다 공정위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출총제를 완화하는 대신 순환출자만이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정위가 나서서 그런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려 한다. “MB노믹스의 실현을 위해” 경제력 집중도 감수하고 기업지배구조개선도 단념하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업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공정위가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고 경쟁제한폐해 또는 소비자피해 등이 큰 경우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현장조사도 “결재권자를 상향조정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공정위가 경제력 집중 억제에는 소극적이었으나 경쟁정책에는 적극적이었다. 특히 기업의 담합을 없애기 위해 조사와 처벌을 강화했으며,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도 나름대로 엄정했다. 그런데 지금의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제한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공정위에 부여된 역할을 스스로 거부하고, 공정위가 쌓아온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불공정행위 조사 제한 방침

공정위의 업무계획을 보면 조만간 공정위 조직이 대폭 축소될 것 같다. 일곱개 조항 중 세 항은 공정거래법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을 삭제하면 완료되는데, 법 개정이 완료되는 즉시 그와 관련된 부서를 해체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항과 일곱째 항은 신고와 조사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니, 이와 관련된 부서는 지금 당장 축소해도 좋을 것이다. 다섯째 항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는 말로 그칠 게 분명하니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위의 업무계획에 조직 축소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 김진방 / 인하대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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