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18일 명동 은행회관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대거 모였다. 한국경제학회가 '물가와 금융안정'를 주제로 제2차 정책토론회를열린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하면서도 국제유가를 포함한 국제원자재가격의 급등을 지적하면서 중앙은행에 물가안정을 위한 강도높은 대응책을 주문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정부와 시장으로부터의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한은의 노력부족과 최근 한은이 보여준 태도에 적지 않은 실망감도 피력했다.

원로 경제학자인 A교수는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정부도문제지만 정부의 논리에 처음에는 반박하는 듯하다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마는 한은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재가 두 번 정도 교체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접근했더라면 한은의 독립성 문제는 지금과 180도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자신을 한은 출신이라고 소개한 한 B교수는 "10년 전 한국은행법 개정시 교수들이 한은에 힘을 실어줬으나 한은의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며 "한은도 시장이나 정부의 논리에 스스로 입장을 밝히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은이 언제까지 자신들의 독립성을 위한 싸움터에 언론이나 교수들만 앞세우려 하는 지 모르겠다"며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통화정책에대한 태도를 급선회한 것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C교수는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그런데 한은은 점차 영향력이 떨어지는 단기금리만 만지작거리는 은행으로 전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단기금리는 한은의 고유권한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정부나 감독당국에 먼저 나서서 정책적인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은은 누차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국내경제 전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라며 주장하면서 스스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입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교수들의 이 같은 지적을 차치하더라도 한은은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성태 총재가 직접 언급한 것처럼 호민관으로서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금융증권부 기자) ec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eco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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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 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선임 부총재 겸 베이징 대학 교수가 중국의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빈부격차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 부총재는 홍콩에서 발간되는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州周刊ㆍ4월 20일자)과 회견을 갖고 "부(富)의 분배 문제 해결이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빈곤층인 농민공 등의 임금 상승률을 부유층보다 높여야 한다"며 "그러면 경제성장 과정에서 문제로 부각될 수 있는 소득분배가 다소 합리적으로 조정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임금 상승률 조정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면 지나친 성장 속도, 과다한 대외 무역 흑자 및 신용대출 등 이른바 '삼과(三過)현상'도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린 부총재는 "2003년 이후 드러난 중국의 사회적 문제가 바로 삼과현상"이라며 "하지만 올해처럼 삼과현상에 고물가까지 맞물린 상황이라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까지 겹쳐 올해는 특히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린 부총재는 '사회주의 건설이 신농촌의 동력', '빈곤층 경제학' 같은 저서에서 빈곤층 생활 개선을 통한 사회발전ㆍ경제성장에 대해 주창해왔다. 대만에서 태어나 1979년 군 복무 중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중국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농촌에서 가난 속에 성장한 린 부총재는 "농촌 현대화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규제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잡은 개구리를 놓아주면 바로 살아나고, 살려주면 바로 주변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주변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사람에게 잡혀 죽임을 당하게 마련이다. 이게 바로 기업 규제의 기본 원리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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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인간은 만물의 척도".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이 말을 남김으로써 그의 사후 2천500년동안 벌어진 무수히 많은 철학적 논쟁중 가장 으뜸인 테마, 즉 진리의 절대성에 대한 논쟁의 근원을 제공했다.

흔히 프로타고라스의 이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인본주의적 사상의 근원으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그는 우리 인간의 인식에 대한 철저한 회의를 제시했다.

약 2천400년 뒤인 20세기 초 회의론적 인식론의 거두(巨頭) 데비이드 흄은 프로타고라스를 빌어 우리 정신과 진리의 대한 막연한 믿음을 부인하게 된다. 그에 따르면 영원한 필연적 법칙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우리가 연속된 사건을 관찰해 얻은 관습의 결론일 뿐이다.

높은 이상과 신(神)에 대한 믿음은 소피스트인 프로타고라스의 궤변에서 부인된뒤 그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흄을 비롯한 회의론자들에 의해 해부당하고 만 것이다.

그 오랜 세월동안 이 이슈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요즘 국제금융시장을 보면 거시적 패턴 측면에서의 `규칙성'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이에 따른 투자전략 측면에서의 `신념'이라는 건 존재하는 건지, 많은대가들이 각 금융시장에서 언급했던 기초적인 법칙들이 유효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표도 실적도 전략도 `왔다 갔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실망스런 분기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지난 수개월의 상황에 비해 실적이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이다. 참으로 아니러니한 상황이다.

JP모건체이스가 발표한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대단히 비관적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실적발표 당일(17일) 6.7%나 급등했으며 주택가격 하락세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발표한 웰스파고의 주가 역시 같은 날 4.3% 올랐다.

지난 주말(18일) 씨티그룹의 경우도 마찬가지. 1.4분기중 50억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입었고, 160억달러 가까운 자산상각과 신용손실로 적자를 기록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5% 가까이 오르며 `예상보다 적은 손실'에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이들 금융주의 움직임은 이달 초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순이익이 6% 감소했다고 발표하자 증시가 급락세를 나타냈던 것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실적은 악화됐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좋게 나오면서 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증시의 상승을 이끈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가 지난해 여름 신용위기가 불거진 이후 조속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나타낸 것은 `구차스러운 낙관론'에 불과하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수개월 간 금융계가 최악의 상황을 겪었던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발표되는 분기실적, 특히 금융권의 실적 내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

경기 지표쪽도 마찬가지다. 4월 소비자태도지수가 26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발표됐을 땐 곧 증시가 붕괴될 듯이 움직이다가 지난 주 4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제조업지수가 23P 급등했을 땐 경기후퇴가 끝난 것처럼 환호하는 시장을 과연 이성적인 상태로 봐 줄 수 있는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된다.

◆최강자 JP모건에 대한 의심= 펑크 지젤의 리처드 보브 애널리스트는 JP모건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일침을 가한다. 전년의 절반으로 줄어든 순익 실적 발표에 주가가 7% 가까이 오른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베어스턴스 인수를 자처하며 월가의 영웅이 된 듯 하던 JP모건은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60억달러를 모금 계획을 조용히 신고했다.

이 금액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모집 규모로 볼 때 JP모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준이다. 또 발행조건인 고정금리 7.9%는 비싼 수준으로, 이자 지급만 1년에 4억7천400만달러다. 이 금리로 3년간 이자를 지급할 경우 베어스턴스를 살 수 있는 정도다.

과연 이런데도 JP모건의 1분기 실적이 양호했다고 시장이 해석해야 했었는지 리처드 보브는 회의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JP모건이 절실하지 않았던 이상 이 상황에 자금 조달에 나섰겠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JP모건체이스가 홈에쿼티론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로 8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한 상황이다.

◆알 수 없는 미국 금융당국의 속내= 미국 연준리(FRB)와 정부, 정치권의 금융정책 당국자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통일된 방향성을 어느 때보다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매파 성향의 위원인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주 금융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악화시킬 뿐이라고 역설했다.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프레데릭 미시킨 FRB 이사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겠지만 경기의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면 FRB는 금리를 더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경기부양책이 2~3달내에는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미국 경제가 경기둔화의 시기를 견뎌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 언론과 기관들은 경기부양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성 사이에서 갈팡질팡고민하는 모습이 어느때보다 역력하다.

미국 5대 경제 예측기관 중 하나인 UCLA 앤더슨경제연구소의 에드워드 리머소장은 "경기 침체는 없다"고 보고서를 내놓았다. 예측이 틀리다면 사직하겠다는 약속까지 한 터이다. 그의 이런 예측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라고 말한 조지 소로스나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공언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 등 의견과는 다른 것이다.

경제학자인 헨리 카우프만은 FRB가 지난 15년간 과도한 유동성 팽창을 허용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고, 이번 금융위기의 확실한 특징은 이전 시기에 비해 공적인 감독 및 규제가 크게 실패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경기후퇴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전미경제조사연구소(NBER) 소장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지난해 12월이나 올해 1월 이래 경기후퇴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반면 토티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경기부양책이 효력을 발생하기도 전에 2차 경기부양책을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해 경기후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다음 주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린다. 일단 FOMC위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고 가는 순서가 됐다.

미국의 금융정책에는 현재 `사공이 너무 많거나' `아무도 리더가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만큼 현 상황이 보편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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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해야 합니다."

한스 헤인스브룩 주한 네덜란드 대사(60)는 15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농업이 경제력 수준에 걸맞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좀 더 시장을 개방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구 1600만명에 국토도 남한에 비해 약 절반인 네덜란드가 1인당 국민소득(GNI) 4만3000달러에 이른 것은 개방경제와 자유무역 덕분이라고. 경제학 박사 출신인 헤인스브룩 대사는 "개방을 하면 경쟁을 통해 국내 기업 경쟁력이 올라가서 좋고 대외적으로는 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 관세ㆍ비관세 장벽이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기 전에 철폐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EU와 균형 있는 FTA를 맺기 위해 상호 동등한 수준에서 개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헤인스브룩 대사는 한반도 운하 건설과 관련해 물류 수송 기능뿐만 아니라 파생될 관광과 레저 등 외부성을 모두 고려해 운하 건설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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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DB
야구의 경제학 - 야구, 부산경제를 춤추게 하다

日은 야구·英은 축구 덕분에 호황

롯데 '연승 효과'로 부산 경제 신바람

유통업체 매출 6%나 늘고 상권 꿈틀

스포츠·문화가 지역경제 확 살려내


부산의 명소(名所) 사직야구장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신영모(49·가명)씨는 요즘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 소식에 신바람이 났다. "야구가 잘되니 장사도 잘되는 기라. 부산 사람들이 신이 났거든."

지난 13일 롯데가 기아 타이거즈를 4대 3으로 역전승을 거둔 날, 신씨 가게에선 50여 명 팬들이 잔을 맞부딪치며 밤늦도록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신씨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봄 매상이 적어도 30%는 늘어났다"고 기뻐했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부산 지역 서민경제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정부의 무슨 경기 부양책이나 개발 호재가 떠서가 아니다. 부산·경남 연고의 프로야구팀인 '롯데자이언츠의 선전(善戰) 덕분'에 특히 야구장 인근 상권이 특수를 누리면서 부산지역 경기에 훈풍(薰風)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은행 이장호 행장은 "요즘 부산 경제에 돈이 도는 게 보인다"며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 효과'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프로야구가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야구의 경제학'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했다 하면 오사카 등 일본의 지역경기가 살아난 것이 그런 사례다.

◆야구가 닫힌 지갑 열어

올 들어 롯데 자이언츠는 12승 5패, 7할6리의 높은 승률로 총 8개 구단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예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13일 8개 구단 중 최초로 10승 고지에 오르면서, 8년 만의 4강(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연이은 승전보에, 발길을 끊었던 팬들이 다시 돌아왔다.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여섯 번의 홈 경기 중 무려 세 번이 매진됐다.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최대 정원의 83%에 달하는 2만4838명. 사직야구장 관계자는 "자리를 못 구해 돌아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야구만 보고 갈 리 없다. 개막 후 15일 동안 롯데 구단이 사직구장 매장에서 유니폼·모자·점퍼 등을 판매해 올린 매출은 약 1억8000만원. 지난 시즌 전체 매출(3억원)의 60%에 달한다. 주변 상권도 꿈틀거린다. 먹을거리 골목에는 인파가 넘쳐나고 있다. 콩국수·수제비 전문점을 운영하는 하만호씨는 "노점상들과 호프집 등의 매상이 많이 오른 것 같다"며 "(몰려드는 관중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지면서 주차장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체들의 실적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야구 시즌이 개막한 3월 말 이후 전국 50개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2% 늘어난 데 비해, 부산·경남 지역 12개 점포의 매출은 6%나 늘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야구 경기를 보려는 가족 단위 외출이 늘면서 외식과 쇼핑 중심의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부산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신타이거스, 영국 축구의 사례

'야구의 경제학'은 이미 일본에서 입증된 바 있다. 1964년 이래, 한신(阪神) 타이거스가 우승하면 이 팀의 연고지인 오사카(大阪)와 간사이(關西) 지방의 소비와 투자가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3년 한신 타이거스가 18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하자 일본 총합연구소는 "우승이 간사이 지방에 미치는 경제 부양 효과는 최소 1133억 엔"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해 여름 두 달간 한신 타이거스 경기가 일으킨 경제 효과가 3000억 엔에 이른다는 오사카부립대학의 연구도 있다.

심지어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전 금융경제상은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한 1964년과 1985년 직후 일본 경기는 이른바 '수직경기상승'과 '버블 호황'을 누렸다"며, 일개 프로야구단의 우승을 일본 경제의 호황과 연결 짓기도 했다.

오사카와 부산의 공통점은 두 지역 사람들이 모두 열렬한 '야구 팬'이라는 점. 그만큼 프로야구 팬들의 '신바람 소비'가 지역 경제의 불쏘시개가 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 덕분에 부산 지역 경제의 펀더멘털은 좋은 편이나, 이것이 경기와 소비 심리까지 크게 회복시키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이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스포츠가 불황 처방될 수도

한신타이거스나 롯데자이언츠의 사례는 굳이 '혁신도시'나 재정지출 같은 정부 주도의 경기 활성화 대책이 아니더라도 문화나 스포츠를 통해 지역 경기에 어느 정도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영국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리드대학 빌 게라드 교수(경영학)는 1984~2002년까지 영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10경기 결과와 영국 100대 대기업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국팀이 승리할 경우 주가는 0.3% 상승한 반면 패배하면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대표팀이 승리하면 국민들이 먹고 마시고 기념품을 사는 등 지출이 많아져 기업 수익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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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을 이용한 연립방정식 문제는 수능에 자주 출제된다. 이 분야는 이공계 대학생이 되어 공부를 할 때 필요한 부분인 데다가 경제학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저 공식 암기에만 익숙해 있는 수험생 대부분은 기본적인 문제는 풀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를 약간만 변형해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개념과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형의 방정식, 혹은 지수 등과 결합해서 문제를 내면 더욱 난감해한다. 암기가 아니라,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어떠한 변형 문제가 출제 되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추어야 한다.》

손광균 스카이에듀 수리 대표강사

변형 또 변형, 행렬-연립방정식… 개념-원리를 꽉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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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근식] 요즘 새봄을 맞아 수많은 작은 새싹들이 살포시 소리도 없이 쫑긋쫑긋 땅에서, 나무 등걸에서 매일 돋아 나온다. 매년 보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고 예쁘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별로 아름답지 못한 총선이 그런대로 무사히 끝나고 재미있는 결과들도 낳았다. 자기는 떨어질 줄도 모르고 마치 자기 세상인 양 공천을 좌지우지하던 분들은 정치의 허망함과 민심의 힘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들은 공무원만이 아니라 법조인이나 교수들 중에도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권력 앞에서는 영혼을 갖기 힘든 모양이다.

선거는 부와 권세를 놓고 벌이는 한판의 신명 난 굿판이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부와 권세를 원하는 마음을 허영이라고 보았다. 스미스는 원래 도덕철학 교수였다. 18세기 후반 당시 영국에서 도덕철학은 신학·윤리학·법학 및 경제학을 모두 포함한 종합 인문사회과학이었고, 스미스의 글에는 경제학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전반에 관한 많은 지혜가 담겨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것이고,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무시와 경멸을 당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지혜와 덕이 아니라 부와 권세를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부러워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업신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와 권세를 얻으려는 허영에 빠진다. 이러한 허영은 한편으로는 ‘모든 강탈과 부정의 원인’이 되지만, 또한 ‘인류를 고무시켜서 땅을 경작하게 하고, 집을 짓게 하고, 도시와 국가를 건설하게 하고, 과학과 기술을 발명하고 개량하게 하였다’.

이런 인간의 허영이 어떤 때에 강탈과 부정이라는 악을 낳고, 어떤 때에 사회발전이라는 선을 낳는가? 여기에 대한 스미스의 대답은 자기사랑과 탐욕(이기심)의 구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스미스는 이기심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보았다고 말하는데 이는 부정확한 말이다. 스미스는 자기사랑과 이기심을 구분하고,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사랑이 경제발전의 동력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자기사랑은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며, 반면에 이기심은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무분별한 탐욕을 말한다. 스미스는 자기사랑은 종족보존과 개체보존을 위해 당연하다고 보았다. 나쁜 것은 자기 이익을 위해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 이기심 내지 탐욕이다.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부와 권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자 동시에 인간사회를 개선해 온 동력이라는 스미스의 통찰은 보편타당성을 갖는다고 생각된다. 확실히 인간은 천사가 아니고 자기중심적인 존재다. 이런 면에서 자본주의는 인간의 본성과 잘 부합한다. 그 덕분에 자본주의 경제는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와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인간사회를 그 이전과 비교가 안 되게 발전시켜 온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자기사랑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기심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자기사랑은 자연이 심어준 감정이며,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기심은 단순한 자기사랑이 아니라 수전노의 돈에 대한 사랑처럼 지나친 자기사랑이다. 모든 사람이 혹은 거의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돈과 다른 재산을 사랑한다. 나아가 친구나 손님이나 동료에게 친절이나 봉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데, 이는 자기 재산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고전에 밝았던 스미스는 아마도 이 구절을 읽었을 것이다. 이기심과 자기사랑에 대한 구분이 스미스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자기사랑 덕분에 재산을 모을 수 있고 재산 덕분에 인생의 가장 큰 낙을 누릴 수 있다고 본 점도 똑같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낙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스미스는 그것이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받는 것이라고 보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웃과 친지를 대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스미스가 보여준 것은 보통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여준 것은 보통사람들이 따라 하기 힘든 철인의 경지이긴 하지만 누구나 본받기 위해 노력할 만한 모습인 것 같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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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경민] 증권가에 성과급 잔치가 한창이다.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펀드 바람까지 불어 증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 강남지역 지점에 근무하는 40대 영업직원의 성과급이 2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 이국천 대리는 “최고액 성과급을 받은 사람은 우량 고객을 많이 확보한 40대 영업직원”이라며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올라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펀드 판매도 호조를 보여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증권사에도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은 영업사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H증권 최고액 성과급은 4억원, D증권은 4억5000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많이 판 회사도 두둑한 보너스를 챙겨줬다. 지난해 펀드 돌풍을 일으킨 미래에셋증권은 연봉 4000만원대 대리급 직원에게 5000만원 이상 인센티브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급은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지급되기도 했다. 대부분 증권사의 본사 관리직도 올해 50~100% 성과급을 받았다.

증권사가 이처럼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건 지난해 실적이 뛰어나게 좋았기 때문이다. 22개 상장 증권사 중 2007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한 19개 증권사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1% 늘어난 22조679억원, 영업이익은 52% 늘어난 2조4993억원이었다. 비상장사인 굿모닝신한증권도 잠정치 기준으로 매출액이 37%, 영업이익은 119%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닷컴 버블이 생겼던 1999년에도 증권사가 호황을 누렸지만 당시엔 대우채권 부실로 증권사 이익이 확 준 걸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이 사실상 사상 최대”라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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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던 일본 소니는 최근 샤프와 제휴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정 디스플레이(LCD) 공급처를 바꾸려는 시도로 보인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변한 사례다.

그런가 하면 노키아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적군으로 떠오른 구글과 손을 잡았다. 구글은 현재 구글폰을 개발 중이며 이것이 시판되면 노키아와 구글은 시장에서 충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아예 전략을 바꿔 자사의 휴대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왜 그랬을까. 협력을 통한 경쟁이 서로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 방식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현재의 친구를 외면한 채 다른 친구와 밀월관계를 맺기도 한다. 심지어 경쟁사와 손잡는 '적과의 동침'마저 예삿일이 되고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즉 고객, 경쟁사, 노조, 협력업체, 시민단체, 언론기관, 정부 등과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네트워크'가 21세기 기업의 새로운 생존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은 2008년 경영 키워드로 '협력을 통한 혁신'을 제시했다.

협력 없는 무한경쟁은 윈-윈(Win-win)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는 경영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경영에서 '1+1=2'를 만들어 내는 단순 성과를 가지고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1+1=3 이상'이 되는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협력의 경제학'이다. 이 같은 해법이 현재 비즈니스 현장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로 통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두 사람은 최근 수십 년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지난 30년간 운영체제의 대세인 윈도를 무시한 채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고집하던 잡스가 자존심을 굽혀 매킨토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호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IBM과 애플도 적에서 친구로 변한 사례다. IBM과 애플은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에 IBM이 제작한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제휴는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현실을 실감케 했다.

두 회사는 20년간 라이벌 관계였고, 단 한 번도 협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생각을 바꿔 파트너가 된 것이다.

친구가 된 두 회사는 MS가 독식 중인 휴대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려면 협력 네트워크가 해법임을 시사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마쓰시타와 히타치, 캐논도 포괄적인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들 기업은 LCD 생산을 표준화해 고객 편의를 증진시키고 역할을 나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두 회사는 역할을 나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소형차 엔진을 공동으로 생산해 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요즘 기업의 협력모델은 업종과 영역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것이 IT기업과 디자이너의 결합이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에 휴대전화와 LCD TV 디자인을 맡겼다.

이제 무한경쟁은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동종업체, 협력업체나 경쟁업체 간 협력은 물론 노조, 시민단체, 외국기관 등과 상생을 위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할 때다. 누구와 손을 잡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자.

[최은수 지식부 차장 euns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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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금융시장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민스키 모멘트'라는 게 있다.

이 말은 낙관적 기대가 어느 순간 외부 충격에 의해 비관적 기대로 급반전하면서 시장 혼란이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가 '금융 불안정정 가설'에서 은행과 투자자들의 급격한 기대 변화가 금융위기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한 뒤 생긴 말이다.

민스키 모멘트가 주목받는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문이다.

주택시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처음에는 주택담보대출이 급팽창하고 자산가격도 올랐지만 어느 순간 이런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신용 경색과 자산가격 급락이 이어진 게 민스키 모멘트와 꼭 닮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 불황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 역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비관으로 바뀌면서 초래됐다.

주식시장에서는 낙관적 기대가 비관적 기대로 바뀌면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났다.

1930년대 대공황도 흔히 알려진 통화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경제주체의 기대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이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기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물 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 중에 '태양흑점론'이라는 게 있다.

미국 경제학자인 카스 교수와 쉘 교수가 1970년대 주장한 이론으로 경제주체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 경제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더라도 실물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들 두 교수의 태양흑점론은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제본스의 '태양흑점설'에서 용어를 빌려온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당시 제본스는 18세기 초~19세기 말 태양흑점 활동의 빈도가 영국에서 발생한 14차례의 경제위기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변화가 중국이나 인도의 작물 재배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이 영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경제에서 태양흑점 같은 자연현상이 경제의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난센스에 가깝다.

카스 교수와 쉘 교수도 제본스의 주장에 액면 그대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태양흑점 같은 외생 변수가 경제주체의 기대를 변화시키고 이것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용어를 빌려 썼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경제주체의 정보 취득 능력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는데도 낙관적 기대와 비관적 기대가 순간순간 교차하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는 결국 금융시장과 금융거래 기법의 발달로 일종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작은 정보 하나에 금융시장이 일희일비하고 때로는 투기세력이 가세해 시장을 한 쪽 방향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전한데도 단지 경제주체의 기대 변화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거나 금융시장이 요동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처럼 불필요한 기대의 변동에 따라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것을 '파레토 열위'라고 부른다.

이 같은 경우가 생기면 정책당국이 나설 필요가 있다.

예컨대 외환시장이 급격한 기대 변화로 출렁일 때 외환당국이 나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 개입에 나설 수 있다.

또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경기가 부진하다면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진작시키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수준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각종 최신 정보는 물론 정책당국의 정책 방향까지 예상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대 자체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기대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보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시장 시스템을 개선하고 감독체계도 그런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

또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는 일관되고 신중하게 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불확실성은 낮춰야 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둔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외 경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형성될지,또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점이다.

김근영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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