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2

팀 하포드 지음|이진원 옮김|웅진지식하우스|339쪽|1만3500원


저자 팀 하포드(Tim Harford)는 '합리적 선택 이론'의 신봉자다. 결혼·이혼·성생활·도박부터 사내(社內) 정치와 동네 집값까지, 일상 모든 것에 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 타임스 등에 경제 칼럼을 쓰고 있는 이 저자의 전작 《경제학 콘서트》(원제 Undercover Economist)는 2006년 국내 소개돼 화제가 됐다.

'골드 미스'는 왜 양산될까? 평강과 온달이 맺어지는 이유는 뭘까? "아이를 낳는 데 여성은 9개월, 남성은 2분 걸리기 때문에 여성은 성과 결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진화생물학에 더해, 저자는 도시의 속성을 들어 답을 내놓는다. 부유한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은 부유한 남성이 많은 도시로 몰려 드는데, 임대료 낼 능력이 안 되는 남성은 도시에 집착하지 않고 낙향할 소지가 높아 수적 불균형이 생긴다. 남자가 적은 '결혼 슈퍼마켓'에서, 수가 많은 여성은 교섭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흑인 미혼모가 많은 것을 '흑인 문화'로 설명하는 견해에도 저자는 반론을 편다. 미국 감옥에 남성 200만명, 여성 10만명이 수감돼 있는데, 젊은 흑인 남성의 비율이 매우 높다. 남편감이 갇혀 있는 데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남성 입장에선 '경쟁자도 없는 마당에 결혼 하느니 인생을 즐기고 보자'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어떤 동네가 활기를 얻거나 생기를 잃는 데도 합리성이 감춰져 있다. 워싱턴 DC 15번가는 대낮에도 칼부림이 났던 곳이다. 술집·식당들이 집세가 낮은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유흥가가 17번가까지 확대됐고, 이 일대에 동성애자들이 모여 들면서 거리는 재미있고 안전해졌다. 외면받던 이들이 몰려 들고 14·15번가 사이에 대형 수퍼마켓이 들어서면서 칼부림을 하기엔 최악인, 안전 지대로 바뀌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선거 결과를 바꾼다'고 믿는다면 그건 오판이다. 누구의 표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미미하다. 후보의 공약보다 〈컨슈머 리포트〉가 소개하는 신차 정보가 내게 더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형적 유권자들은 '합리적'이고, 이 덕에 비합리적 후보가 종종 당선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원제 The Logic of Life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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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교수의 그린 이코노미(12)

영국의 경제학자 오스왈드(Oswald) 등은 최근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부여하는 경제적 가치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은 1만 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패널(Panel) 연구' 기법을 사용하였다. 같은 사람들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 조사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조사 대상자의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이 사망할 경우 그 정신적 고통을 상쇄시키기 위해 금전적 보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도출하였다.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자신의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사망 이전의 정신적 행복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연간 평균적으로 22만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자식과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라면 매년 각각 11만 8000 달러와 2만 8000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친한 친구는 1만 6000 달러가 필요한 반면, 형제는 2000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의 생명이 형제, 자매보다 자신에게 8배나 소중하다는 의미다. 자신이 아끼는 가까운 사람들의 생명 가치의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왜 이런 도발적인 연구를 감행하는 것일까? 경제학자라고 해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생명은 본래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세간의 비판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오스왈드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망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보상 금액 판결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많다. 우리의 연구는 피해자에게 지불되는 보상 금액을 보다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유도하는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자신의 생명에 대해 가격을 매기면서 살아간다. 보다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을 택하기도 하고,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 과속 운전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깎아지른 암벽 등반처럼 짜릿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무한대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여긴다면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타거나,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고, 밤을 새워 무리하게 공부하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청룡열차를 타서는 안 된다. 이 모든 행위는 인간의 조기 사망 확률을 일정 부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거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나아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이러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정부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종종 인간 생명에 대해 화폐가치를 부여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이 때 등장하는 개념이 '통계적 생명의 가치(value of statistical life·VSL)"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출퇴근 도로에서의 교통사고로 인한 조기 사망 확률이 연간 0.00001 (10만 명당 1명)이고 현재 이 지역에 총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면, 교통사고로 인해 연간 10명이 사망한다는 말이 된다.

또 사고 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사람들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1인당 연평균 1만원이라고 하자. 이 경우 이 지역의 총 지불의사금액은 100만명×1만원=100억원이다. 이 100억원을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10명으로 나눈 10억원이 바로 이 지역 주민 1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 즉 통계적 생명의 가치가 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미국인의 통계적 생명의 가치를 1인당 610만 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이 값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직업인 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대가로 61 달러를 추가로 지급 받는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앞에서 설명한 방식을 통해 계산한 수치다.

통계적 생명의 가치를 이용하면 환경보호청이 추진하고자 하는 수돗물 품질 강화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다.

수돗물에 포함되는 비소는 방광암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이다. 수돗물의 비소(砒素) 농도를 낮추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사망 확률이 낮아지면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통계적 생명의 가치 방식을 통해 계산해서 비교하게 된다. 두 수치를 비교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비소 저감(低減) 정책을 입안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통계적 생명가치의 추정치는 연구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미 환경보호청은 최근 별도의 연구에서는 통계적 생명가치를 370만 달러로 발표하기도 했다. 또 연구 대상 집단의 소득 수준과 직업 및 나이 분포에 따라서도 값이 다르게 나타난다.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통계적 생명가치는 11억 3천만 원에서 18억 3천만 원 정도로 추정되었다.

경제학의 생명 가치 연구는 결코 생명 존중 사상과 배치되지 않는다. 단, 연구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연구 결과가 남용되지 않고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정부는 인간의 생명 가치를 계산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환경·보건 및 노동정책을 입안할 수 있고, 법원은 억울한 피해자에 대해 보다 공평한 보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연구가 얼마나 정확한 경제이론과 엄밀한 연구방법, 그리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통해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환경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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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인문학에 빠진 국내외 CEO들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중세가 르네상스로 이행한 것에서 디지털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일본에서 ‘CEO가 존경하는 리더’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씨는 1959년 27세의 나이로 ‘교토세라믹’(훗날의 교세라)을 창업했다. 창업 3년째의 어느 날 고졸사원 11명이 혈서를 들고 그에게 찾아와 임금과 장래 보장을 요구했다.

이나모리 씨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마당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을 집으로 데려가 3일 동안 “자네들을 배반한다면 그때는 나를 죽여도 좋다”고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이나모리 씨는 기업 경영은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과 사회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몇 주간의 고민 끝에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을 추구하고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기업의 사명(使命)을 발표했다.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교세라의 기업 이념은 불교(자비·慈悲)와 유교(경천애인·敬天愛人)에 기반을 둔 것으로, 종교와 철학사상을 경영에 반영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영계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대가 지난해 가을 개설한 인문학 과정 AFP(Ad Fontes Program)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기 모집 때 경쟁률이 너무 높아 쟁쟁한 기업을 이끄는 기업인도 탈락했을 정도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월례조찬 특강인 ‘메디치21’에는 매달 600명 이상이 참석해 역사 문화 미술을 배운다.

인문학 열풍은 해외에서도 거세다. 세계적 명성의 스페인 엠프레사(Empresa) 경영대학원은 신입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인문학 강의를 듣게 한다. 구글은 지난해 학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을 특별 채용하기로 했다.

○ 복잡해진 경영환경 단편적 지식보단 종합적 사고 요구

인문학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기업 경영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세계 경제가 급속히 글로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점점 더 단편적 지식보다는 인문학의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문학은 상상력의 원천이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기술적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어디서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오늘날에는 지식을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상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가치를 이용해 성공을 이뤄낸 기업이나 기업인의 사례는 이미 무척 많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나는 경제학이 아니라 중세 철학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력을 키웠다”며 “중세가 르네상스 시대로 이행한 것에서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수행했으며, 그의 창의력 중 많은 부분이 종교적 직관에서 나왔다. ‘책벌레’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인문학 없이는 나도, 컴퓨터도 있을 수 없다”며 기업경영에 있어 인문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 국내서도 성적 좋은 CEO들 인문학 내공 깊어

인문학적 지식을 제품에 직접 반영해 좋은 효과를 얻는 사례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멋진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멋진 디자인이나 품질보다 훨씬 매력적인 속성이 된다.

불가리(Bvlgari)는 스토리텔링 기법의 일환으로 유명 소설가인 페이 웰던에게 ‘불가리 커넥션’이란 소설을 쓰게 했다. 책 표지에는 불가리 목걸이가 인쇄돼 있고, 이 목걸이는 소설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리스 여신 헤라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목욕을 했다는 샘물의 이름을 딴 ‘카타노 크림’을 내놓기도 했다.

흑백논리가 아니라 상반된 존재들의 공존을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조직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몇 년 전부터 활발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김찬모 박사는 “현장조직에서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비용 증가를 수반하는 미래 트렌드 연구소 등 혁신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양손잡이형(ambidextrous) 조직’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인문학적 지식은 화려하고 흡인력 있는 언변과 부드러운 대화를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역사적 사례로 연설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중견 건설회사인 우림건설은 ‘독서경영’을 경영자와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 회사의 심영섭 회장은 매달 700권의 책을 자신의 서평과 함께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직원들은 매달 월례조회에서 독후감을 발표하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은 물론 회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까지 전달한다.

한편 해외에 비해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인문학적 지식 활용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경우 인문학을 전공한 주요 기업 CEO의 비율이 조사에 따라 15∼38%나 되는 반면 국내 500대 기업 CEO 512명 중 인문학 전공자는 24명밖에 되지 않는다(월간 CEO 2007년 8월호).

배보경 KAIST 테크노경영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서구 기업들을 따라잡느라 근원적인 것들을 연구할 여유가 없었다”며 “벤치마크 대상이 없어진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등에서 나온 혜안과 통찰력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성과가 좋은 기업의 CEO들은 인문학적 내공이 상당히 깊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아연 정보검색사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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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農家등 국내반응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민·한우 관련 단체들은 "한우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을 '국민 먹거리 안전성 국치일(國恥日)'로 규정한다며 "미국 정부 뜻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訪美) 선물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것은 국민 먹거리 주권을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한우협회는 "20만 전체 한우 농가들이 대규모 집회와 함께 소비자단체와 연대해 미국 쇠고기 불매운동을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성명을 내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은 국민 생명을 포기하는 조치"라며 농수산식품부에 쇠고기 위생조건 개정 합의문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경남 산청에서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는 농민 유낙형씨는 "한우 농가는 다 죽으라는 얘기다.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한우협회 남호진 국장은 "농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지만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의 한우 농가 강성열씨는 "시장이 열렸으니 좋은 육질로 고급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미국 쇠고기 안전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없이 시장을 연 것은 국민건강보다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른사회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서민 식탁에서 쇠고기를 구경하기 힘들 만큼 한우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다"며 "소비자 후생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쇠고기를 먹는다고 바로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는데 여기엔 반미적 시각이 많다"며 "소비자를 위해서도 시장을 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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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홍주희] 경제학 콘서트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40쪽, 1만3500원

2006년 출간된『경제학 콘서트』는 경제학 교양서 바람을 일으킨 베스트셀러다. 골치 아픈 숫자와 그래프 대신 ‘스타벅스 커피는 왜 비싼갗 ‘중고차 시장에는 왜 쓸만한 중고차가 없는갗 등 주변의 구체적 사례로 경제 이론을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

이 책의 저자 팀 하포드가 알기 쉽게 경제를 풀어 쓴 책이 또 한 권 나왔다. 전작이 무심코 지나친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였다면 신간은 실생활 응용을 위한 길잡이다. 원제『The logic of life』도 직역하자면 ‘생활의 논리’ ‘삶의 이캄쯤 되겠다.

일곱 번째 장 ‘도시에서 영리하게 살아가기’ 는 질문한다. 대체 왜 사람들은 비싼 집값과 교통 체증을 저주하면서도 ‘비합리적으로’ 대도시에 사는 걸까. 편리한 교통? 다양한 문화 생활? 각종 편의 시설? 물론 도시의 모든 혜택이 이유겠지만 저자는 사람이 정답이라고 답한다. 큰 도시에 살수록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관심사나 이해관계에 따라 인맥이 유지된다. 성공적인 도시는 서로에게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삶의 대학교’라는 얘기다. 그래서 저자는 ‘집값이 비싸도 대도시에 사는 게 낫다’고 결론 짓는다. 이처럼 저자는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선택 이면에 이해득실을 따진 계산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 빈둥거리는 직장 상사가 나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 역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결과다. 물론 계산 끝에 도출된 ‘합리적 선택’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신의 일상에 숨어있는 경제 원리를 찾아내고 앞날을 예측하라. 그렇다면 손해 덜 보고, 좀 더 수월하게 사는 데 도움되지 않을까. 뒷표지에 적힌 문구-‘우리들의 천재적인 경제생활이 시작된다!’ -가 명쾌하게 드러내는 이 책의 효용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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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만(58) 조달청장은 18일 도를 방문해 “강원지방조달청이 자체적으로 활성화할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청장은 각 지방청 업무보고의 일환으로 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조달예산 10% 절감과 함께 적정가격 유지와 품질확보에 지방 조달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 방식과 관련 “다수공급자 계약을 통해 경쟁력 확대와 가격 관리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장 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브라운대대학원 경제학 등을 졸업했다.

행정고시 15기로 한국국제조세교육센터소장,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정책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달 18일 조달청장에 취임했다. 신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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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학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이지민 지음)=관계의 파멸과 파국을 보여주는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책 속 주인공들은 가계의 몰락을 경험하거나,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에 고통을 받기도 하고 배우자의 불륜을 방관해야 하는 상황까지 처한다. 작가는 “내 또래인 30대 서울 중산층 젊은이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 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문학동네, 1만원>

▲사랑으로(주경희 지음)=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상우에게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아들 승훈이가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특수부대원이 된 부부. 이들을 위해 못할 것도 못갈 곳도 없다. 부부는 결국 정상인보다 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아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이유와 행복을 찾았다. 이상우씨 가족이 펼치는 에피소드와 그 속에 피어나는 행복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현문미디어, 9800원>

▲꽃향기를 훔친 스님(퇴휴스님 지음)=조계종 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저자가 1971년 출가 이후 수행과 포교활동을 하며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저자는 “똑같은 비를 받아도 어떤 풀은 약초가 되고 어떤 풀은 독초가 된다. 이 세상에 본래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모습이 제각기 다른 까닭은 지금까지 쌓아온 행위(業)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이 것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사유수, 1만원>

◇경영·경제

▲경제학 콘서트 2(팀 하포드 지음·이진원 옮김)=지난 2006년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경제학 콘서트’의 실전 응용편. 이번에는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일상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합리적 선택 이론’을 바탕으로 경제학의 최신연구 결과를 총동원해 결혼과 이혼, 도박, 직장 등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웅진지식하우스, 1만3500원>

▲경영의 미래 아웃소싱(장 루이 브라바드 등 지음 · 박은정 등 옮김)=아웃소싱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문서. 아웃소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나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경영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아웃소싱과 그 잠재적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꾸몄다. 저자들은 왜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현대의 효과적인 매니지먼트 도구로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아웃소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다. <비지니스맵, 2만5000원>

◇사회·과학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한규라 지음)=책은 승자의 논리에 밀려 왜곡되거나 감추어진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재조명한다. 태종 이방원의 아들 양녕대군,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 등 왕을 능가하는 능력을 지녀 결국 비운의 왕자가 된 이들을 주목한다. 저자는 통설처럼 굳어진 역사적 사실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치밀한 자료 고증을 토대로 숨겨진 답을 제시한다. <책이 있는 마을, 1만2000원>

▲나는 과학자이다(대한화학회 지음)=일제 강점기인 1931년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고(故) 이태규(1902-1992) 박사의 삶과 과학이야기다. 충남 예산출신인 이태규 박사는 식민지 출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교토제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 대학의 정교수가 됐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과 양자화학 연구등 과학적 업적에 대해 다뤘다. <양문, 1만5000원>

◇실용

▲토지보상 절세비법(강대석 외 3인 지음)=토지 보상에 관한 비법을 알면 더 받고 덜 낼 수 있다? 세무전문가 4명이 모여 2008 개정세법을 반영해 토지보상의 모든 것을 풀어놓는다. 토지보상 절차와 금액, 세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상황분석, 토지보상금 재테크 노하우, 정부 정책 변화와 그 효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분석 등 토지보상과 관련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흐름출판,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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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회장 지분 적어 순환출자” 기존 주장 뒤엎어

“비현실적 상속세” 탓도…‘도덕 불감증’ 심각

국세청, 의혹 알고도 눈감아 사실상 ‘직무유기’


“힘없는 서민은 교통법규 하나 어겨도 벌금내는 판에….”

삼성 특검이 1128억원에 이르는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행위를 밝히고도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자, 대검찰청 홈페이지엔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꼬리를 이었다.

특검은 드러난 차명계좌 1199개에 들어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 등을 전부 이 회장의 상속 또는 개인재산으로 인정함으로써 ‘비자금 조성 혐의’를 씻어줬다. 하지만 이번엔 ‘조세포탈범’이란 딱지를 떼기 어렵게 됐다. 삼성은 여러가지 논리를 대고 있지만,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탈세가 드러난데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경영권 보호 차원?=삼성 전략기획실은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해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이 아니며 규모가 거액인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경영을 잘해 주가가 오를수록 탈루금액이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현직 임원의 이름을 빌려 지분을 분산해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논리로 보인다. 이제까지 삼성은 총수의 적은 지분 때문에 순환출자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지배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고,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위험도 있는데 굳이 자신의 지분을 적게 보이도록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삼성생명 차명 지분이 이 회장의 지분이 되면, 에버랜드가 금산분리에 어긋나는 지주회사가 될 걱정이 없는데 지분을 숨겨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성은 오랜기간 시민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와 이 문제를 두고 싸워왔다.

?? 상속세가 근원?=삼성은 탈세의 근본 원인을 “결국 비현실적인 상속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삼성 한 계열사의 임원도 “아버지가 힘들게 쌓아온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며 “이런 것을 막는 제도가 기업가 정신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처럼 상속세 폐지를 기업가 정신을 훼손시키고 시장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일로 보는 기업인들이 적잖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노베이션(혁신)을 위해 공식적으로 독점이 허용된 게 제조특허인데, 그 특허조차 10~15년 지나면 공개해 경쟁체제로 만든다”며 “영원히 지배권이 그대로 상속된다고 하면 경쟁 압력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세청도 직무유기=이 회장의 차명재산 은닉에 국세청도 결과적으로 ‘방조’했다. 1987년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당시 국세청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237억원을 상속받으며 150억원을 상속세로 납부했다. 현재 삼성생명에 있는 상속지분 2조3천억원대가 당시 가치로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엄청난 규모의 상속세 탈세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후에도 국세청에겐 기회가 있었다.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1998년 삼성 임원 35명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640만주를 주당 9천원에 사들인 뒤 다음해 삼성차 부채 처리를 위해 70만원씩에 내놓으면서 차명 지분 운용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 이전 상속세 시효는 5년이어서 상속을 다시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증여세는 시효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이 회장의 상속·증여세 부과는 대부분 시효가 끝나버렸고 양도소득세 부과만 남은 꼴이 됐다.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 포탈로 이 회장이 물게 될 돈은 기껏해야 1500억원대 추징에, 법원이 조세포탈에 따른 벌금을 물린다해도 5천억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세포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영희 기자, 정남기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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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이 7개 항으로 요약되어 있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폐지, 축소, 완화 등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상호출자 금지 대상과 기업결합 신고 대상을 축소하고, 지주회사 행위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MB노믹스 실현을 위해’ 모토

이런 저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이상한 업무계획이다. 더욱 야릇한 것은 마지막 일곱째 항이다.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현장조사를 제한하고 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자아비판과 자기부정에 가까운 ‘업무계획’이다. 사람과 조직은 남지만 역할은 없애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이상하고 야릇한 업무계획의 ‘주요 내용’에는 ‘상세자료’가 첨부되어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혼란스러워진다. 공정거래정책을 시장친화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한다. 친기업을 표방하지는 않은 것이다. 담합행위를 철저히 감시해서 적발하고, 독과점 폐해를 적극 시정하겠다고 하면서 실천계획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상세자료의 첫 머리는 “MB노믹스 실현을 위해”로 장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지난 10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와 혼란을 겪었다. 1998년에 출총제를 폐지했다가 다음해 다시 도입했으며, 오랫동안 금지하던 지주회사를 허용하긴 했으나 여러 제한을 두었다. 이런 제도들은 86년에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도입되었고, 경제위기 이후에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출총제는 여러 차례 완화되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바뀌었다. 그때마다 공정위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출총제를 완화하는 대신 순환출자만이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정위가 나서서 그런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려 한다. “MB노믹스의 실현을 위해” 경제력 집중도 감수하고 기업지배구조개선도 단념하겠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업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공정위가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사실이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고 경쟁제한폐해 또는 소비자피해 등이 큰 경우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현장조사도 “결재권자를 상향조정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공정위가 경제력 집중 억제에는 소극적이었으나 경쟁정책에는 적극적이었다. 특히 기업의 담합을 없애기 위해 조사와 처벌을 강화했으며,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도 나름대로 엄정했다. 그런데 지금의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 그런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제한과 통제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공정위에 부여된 역할을 스스로 거부하고, 공정위가 쌓아온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불공정행위 조사 제한 방침

공정위의 업무계획을 보면 조만간 공정위 조직이 대폭 축소될 것 같다. 일곱개 조항 중 세 항은 공정거래법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조항을 삭제하면 완료되는데, 법 개정이 완료되는 즉시 그와 관련된 부서를 해체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항과 일곱째 항은 신고와 조사를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니, 이와 관련된 부서는 지금 당장 축소해도 좋을 것이다. 다섯째 항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는 말로 그칠 게 분명하니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공정위의 업무계획에 조직 축소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 김진방 / 인하대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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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 농촌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창조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선진국 농촌에서는 오래전부터 경험했고, 지금은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끌어내는 성장 동력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농촌지역의 재창조작업은 지역별로 갖고 있는 잠자는 가치와 고유자원을 활용하여 당면한 농촌지역의 문제를 극복하면서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마을을 다시 디자인하는데 있다.

'마찌츠구리'운동, 일본 농촌에 새로운 활력

일본의 경우 1970년대부터 다양한 '마찌츠구리(마을 만들기)'운동이 전개돼 왔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일촌일품'운동도 그런 운동의 일환이었다. 30여년간 추진해 온 '마찌츠구리'는 일본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례로 후쿠오카 시에서 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우키하(浮羽町)라는 곳이 나온다. 도시 근교 농촌인 우키하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우키하의 청정 이미지 때문이다. 우키하는 각 마을마다 자원의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되 이를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거점 시설을 조성했는데, 이것이 ‘미찌노에키 우키하’이다. 미찌노에키는 문자 그대로 국도휴게소를 의미한다. 건설성이 운전자의 휴식공간 제공, 지역 정보 제공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198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으로, 미찌노에키 우키하는 농·특산물판매소, 관광안내소, 향토음식점, 문화재전시관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운영은 행정, 농협, 삼림조합, 상공회, 관광협회가 5억 원을 출자하여 설립한 제3섹터 ‘우키하노사토’가 맡고 있다. 특히 농·특산물판매소는 500여 지역 농가와 계약을 맺고 농가가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청정이미지 디자인이 바로 가치다.
다른 지역의 미찌노에키도 환경농법으로 생산되므로 청정 농산물 그 자체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농산물이 생산된 지역의 청정 이미지 우키하는 계단식 논 보전, 오너제도와 탐방행사, 반딧불 축제, 산림청의 수원의 숲 백선에 선정된 폭포공원, 환경청의 명수백선에 선정된 청수용수 등을 활용하여 마을의 청정 이미지 상품을 가꾸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농림수산식품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마을을 단위로 지역농촌 재창조를 위한 농촌관광 관련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정책사업 간 중복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농촌 문제가 한 부처만의 소관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여러 부처의 참여가 긍정적인 면이 많다. 또한 인적, 물적 토대가 빈약한 마을 수준에서 실제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마을도 출현하고 있다.

포도, 앵두, 산딸기 등을 모두 청정이미지 상품으로 디자인해보자.
거제도 외도는 단 두사람(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노력에 의하여 매년 천억원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오고 있고, 광양 홍쌍리 청매실 농원은 일가족이 30년 넘게 노력한 결과 매년 200억원 이상의 경제시너지를 올리고 있다. 보성의 대한다원은 이름 없는 산골짜기에 차나무를 소재로 정원처럼 수려하게 조성하여 매년 200만명 가까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함평은 나비축제를 통해 2007년 관광객이 100만명이 넘어섰고, 경제효과만도 80여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청정이미지 가치가 더 커지고 가꾸어진다면 경제적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마을의 청정이미지 키우기를 기초로 소중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을 가꾸어 나간다면 일본과 같은 숱한 성공사례를 마을별로 창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 청정이미지 키우기’는 바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한 재창조작업이다. 포도, 앵두, 산딸기 등 제철농산물은 물론이고, 당장 지천에 널려있는 들꽃,산수유,진달래,철쭉,상사화,벚꽃,연 등을 모두 청정이미지 상품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보자.

정책넷포터 전성군(jsk6111@daum.net)
전성군 님은 전북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경제학박사)하고 미국 ASTD, 캐나다 빅토리아대학을 연수했으며, 현재는 농협중앙교육원 교수이자 건국대 강사, 한국 농산어촌어메니티연구회 운영위원, 국제협동조합학회 회원, 농민신문 객원논설위원, 농협대학 객원연구위원, 시인(자유문예 작가협회 회원)등으로 활동 중입니다. 농업 전문가로서 ‘초원의 유혹’(2007) 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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