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던 일본 소니는 최근 샤프와 제휴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정 디스플레이(LCD) 공급처를 바꾸려는 시도로 보인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변한 사례다.

그런가 하면 노키아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적군으로 떠오른 구글과 손을 잡았다. 구글은 현재 구글폰을 개발 중이며 이것이 시판되면 노키아와 구글은 시장에서 충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아예 전략을 바꿔 자사의 휴대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왜 그랬을까. 협력을 통한 경쟁이 서로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 방식이 바뀌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현재의 친구를 외면한 채 다른 친구와 밀월관계를 맺기도 한다. 심지어 경쟁사와 손잡는 '적과의 동침'마저 예삿일이 되고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제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즉 고객, 경쟁사, 노조, 협력업체, 시민단체, 언론기관, 정부 등과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네트워크'가 21세기 기업의 새로운 생존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은 2008년 경영 키워드로 '협력을 통한 혁신'을 제시했다.

협력 없는 무한경쟁은 윈-윈(Win-win)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는 경영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경영에서 '1+1=2'를 만들어 내는 단순 성과를 가지고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1+1=3 이상'이 되는 상승효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협력의 경제학'이다. 이 같은 해법이 현재 비즈니스 현장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로 통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두 사람은 최근 수십 년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지난 30년간 운영체제의 대세인 윈도를 무시한 채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를 고집하던 잡스가 자존심을 굽혀 매킨토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호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IBM과 애플도 적에서 친구로 변한 사례다. IBM과 애플은 아이폰, 아이팟 터치 등에 IBM이 제작한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제휴는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현실을 실감케 했다.

두 회사는 20년간 라이벌 관계였고, 단 한 번도 협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동의 적'이 나타나자 생각을 바꿔 파트너가 된 것이다.

친구가 된 두 회사는 MS가 독식 중인 휴대폰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려면 협력 네트워크가 해법임을 시사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마쓰시타와 히타치, 캐논도 포괄적인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들 기업은 LCD 생산을 표준화해 고객 편의를 증진시키고 역할을 나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두 회사는 역할을 나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시장의 맞수인 BMW와 소형차 엔진을 공동으로 생산해 사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요즘 기업의 협력모델은 업종과 영역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것이 IT기업과 디자이너의 결합이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에 휴대전화와 LCD TV 디자인을 맡겼다.

이제 무한경쟁은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동종업체, 협력업체나 경쟁업체 간 협력은 물론 노조, 시민단체, 외국기관 등과 상생을 위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할 때다. 누구와 손을 잡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자.

[최은수 지식부 차장 euns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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