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B `금리인하만 바라던 시장 허 찌르다`- MBS 담보로 국채 빌려줘..`MBS 유동화+유동성 공급`- FRB, MBS 직접 매입 요구 여전- 시장 환영..주택시장 난제 해소엔 부족[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영민하게 머리를 굴려 시장의 `돈 가뭄` 풀기에 나섰다.
마진콜(margin call) 도미노로 확대되며 진정되지 않고 있는 서브프라임 후폭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2000억달러를 단기 자금 시장에 더 투입키로 한 FRB의 결정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방식.
단순히 금리인하만을 기다리면서도 그 효과에 의구심을 품던 시장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주요 중앙은행들과 공조키로 함으로써 금융 시장의 위기가 이미 미국만의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불안감 해소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액션이다.
◇금리인하만 기다리던 시장의 허를 찌르다
FRB는 신용위기가 급속히 확산되자 지난해 9월부터 총 다섯 차례, 2.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1월엔 긴급회의를 소집해 0.75%p 인하를 결정해 금융시장 동요를 막고자 했다
![](http://imgnews.naver.com/image/edaily/2008/03/12/1205806564.119967_PP07091700002.JPG) | ▲ 벤 S. 버냉키 FRB 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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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리인하 효과는 금세 사라졌다. 여전히 돈 흐름은 얼어붙었고, 모기지 금리는 되튕겨져 올랐다. 2월 초 주식 시장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FRB는 이에따라 단기자금대출(TAF) 공급이란 대책을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모기지 증권을 들고 있는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증거금 확충 요구를 받으면서 마진콜 불안감이 시장을 옭매었고, 10일엔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설까지 퍼지면서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된 것.
지난 주말 고용 쇼크와 베어스턴스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FRB가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기어 나왔다. 그러나 이 조차 긴급 금리인하 등 기존 틀에만 초점을 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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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RB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묘안을 냈다. 문제의 핵심은 단기 시장의 자금 부족, MBS 유동화 어려움에 있다는 것을 적시하고 내놓은 것이 바로 TSLF(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란 새로운 방식이다.
◇`MBS 유동화 + 유동성 공급` 꾀해 FRB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 채권 경매를 통해 2000억달러(약 194조원)를 단기 자금 시장에 긴급 투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http://imgnews.naver.com/image/edaily/2008/03/12/1205806564.144890_PS07092800039.JPG) | ▲ FR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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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채권 공식 딜러들인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갖고 있는 부실해진 모기지 증권(MBS)을 담보로 맡기면 FRB가 갖고 있는 국채로 교환해 준다는 것. 이에따라 20곳의 PM들은 이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담보로 채택될 수 있는 모기지 증권은 최고 등급(AAA)에 한하기로 했다. 또 등급이 높다면 민간 기업이 발행한 모기지 채권도 담보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또한 재무부 채권 경매를 통한 자금의 만기는 통상 1~2일이었는데, FRB는 이를 한시적으로 28일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바로 MBS와 국채의 교환이다. 유동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MBS를 현금과 등가인 국채로 바꿔줌으로써 문제의 핵심인 MBS 거래 시장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해 말 나온 TAF 방식은 미 국채를 담보로 받아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재할인 창구 이용이 미흡해 나왔던 이 역시 발상의 전환을 한 조치였다.
일각에선 여전히 FRB가 직접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기관(GSE)이 갖고 있는 MBS를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FRB는 아직까지 이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직접 매입을 통해 MBS 가격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FRB는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2개 해외 중앙은행과의 신용위기 억제를 위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통화스왑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미국에 버금가게 신용위기가 확산돼 있는 유럽 시장의 문제도 풀겠다는 의지를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밖에 영란은행(BOE)도 오는 18일 100억파운드(200억달러)의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풀고, 담보채권 범위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캐나다 중앙은행도 내달 초까지 2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시장·전문가 `환영`..주택시장 난제는 남아 FRB의 이번 조치에 시장은 환호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노무라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레슬러는 "지금까지 연준이 취한 조치중 가장 큰 진전"이라며 "신용시장의 경색을 일정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용시장의 문제를 촉발한 진앙지인 주택시장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란 지적도 여전하다.
퓨전 IQ의 배리 리톨츠는 "증권사나 은행엔 호재였지만, 이번 조치가 주택가격 하락을 막아주지는 못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시의 이안 스티븐슨은 "갑작스럽고도 극적인 조치였고, 이로써 오는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75%포인트까지 인하될 가능성도 급격히 낮아져 FRB로선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조치가 경제 펀더멘털을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며, 시장에 만연한 모든 문제를 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적어도 현재로선 유동성 불안감을 잠재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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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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