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임사라] 학원 하나 안 보내고 명문대에 척척 합격시킨 장한 엄마들 이야기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다. 팔방미인 맘, 경제력과 열의로 무장한 맘, 거기에 극성스러운 헬리콥터 맘까지 가세해 가족 총출동의 과잉경쟁을 부추기는 무시무시한 시대. 평범한 아이의 평범한 엄마는 이래저래 갈팡질팡 속이 상한다.

낙제엄마라는 자괴감에 새 학기가 두렵기만 한, 맘 약한 보통 엄마들을 위해 가와구치 만 에미의 『엄마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의 자녀교육법』(한스미디어)을 소개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심리를 분석해 한 수 일러주지도, 교육학 전문이론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실용적인 학습조언서도 아니다. 독일인과 결혼해 세 딸을 기르는 일본 엄마의 신변 에세이다. 그런데 이 천하태평 엄마의 인생철학에 귀 기울이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깨에 짱짱하게 들어갔던 긴장이 스르르 풀어진다.

조기교육 열풍이었다가 결국엔 유전자의 책임이라고 했다가, IQ보다 EQ를 중시해야 한다는 식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교육이론 따위 콧방귀를 끼라고 부추긴다. 인생의 황금기인 자녀 교육기를 언제까지 안달과 조바심으로 탕진할 거냐고 반문한다.

완벽한 부모? 그런 건 태초 이래 없단다. 생긴 대로, 하고픈 대로 ‘조금은 이기적이고’ 편안한 엄마가 되라고 한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하단다. 모든 독자의 100% 동의를 받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애들 교육 얘기만 나오면 전투하듯 두 주먹 움켜쥐던 엄마들에게 느긋한 휴식을 주는 책임엔 틀림없다.

한숨 돌려 과도한 자책감에서 벗어났다면 EBS 다큐멘터리 ‘동기’를 책으로 엮은 『스스로 도전하는 아이의 인생에는 막힘이 없다』(거름)를 통해 새 학기를 야무지게 준비해 보자.

이 책은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문제해결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하려는 ‘동기’와 실패를 이겨낼 수 있는 ‘자기통제력’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엄마가 자발적으로 학습에 임하고 고비고비 좌절을 만날 때마다 불끈 일어서는 의지력을 갖춘 아이를 원치 않겠는가. 그렇다면 책갈피에 숨은 노하우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위해서는 해리엇 지퍼트의 『학교는 즐거워』(키다리), 새내기 중학생에게는 박신식의 『중학교, 이것만은 꼭 알고 가라』(살림어린이)가 신학기 멀미 예방약이 되어줄 것이다.

대상 연령은 더 무거워진 책가방에 휘청휘청 얼굴 샛노래지는 아이들과 새 학년 진급 때마다 과잉의욕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팍팍 분비되고 있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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