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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월 9일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보름 만에 무려 0.71%포인트 폭등하며 2002년 6월 이래 5년5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0.24%포인트 급등하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SK글로벌과 카드채, 머니마켓펀드(MMF) 환매 사태가 동시에 겹쳤던 2003년 3월 12일(0.51%포인트) 이래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중금리 급등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나 회사채 발행 금리 인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급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아야만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렇다.
최근 채권금리가 급등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은행 자금부족.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식과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상품에서 자산운용사 펀드 상품과 증권사 직접투자와 랩 상품으로 자금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데 은행 간 자산확대 경쟁으로 대출은 급증했다. 반면 예금은 감소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부족한 재원을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은행채와 CD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2000년 말 5.9%에서 2007년 상반기 말 28.8%로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 감소에 따른 자금부족분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채와 C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여 발행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금리 상승은 다시 은행채와 CD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이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둘째는 선물환 시장 내 달러 부족이다. 그동안 조선업체들은 지속적으로 달러표시 수출대금을 헤지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선물환을 매도해 왔다. 이에 따라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크게 하락하는 왜곡현상이 있어왔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도 환헤지를 위해 똑같이 선물환을 매도하는 수요가 늘었다. 왜곡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왜곡을 자율적으로 해결해 주었던 차익거래 역시 올해 7월부터 시작된 당국의 외환차입 규제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통화스와프 시장과 연계되어 있는 금리스와프(IRS) 시장을 비롯하여 채권시장과 국채선물시장까지 가격이 동시에 크게 출렁이게 된다.
이러한 변동성을 활용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차익거래가 동시에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7월 말 4.7% 수준이던 1년 통화스와프 금리가 11월 21일 2.3%까지 폭락하는 등 가격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됐다.
급기야 차익거래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손절매가 손절매를 또 부르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이것이 최근 금리가 급등한 직접적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외화차입 규제 이전부터 거래되던 정상적인 차익거래와 헤지 포지션에서도 극도의 가격 왜곡과 시장기능 마비로 손절이 출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사건의 발단이었던 통화스와프 시장보다 채권 현ㆍ선물 시장과 금리스와프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채권금리가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에 있었던 만큼 내년 초 이후에나 시장 메커니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나 통제될 수 없는 외부 악재에 의해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동안 당국은 과도한 외화 차입을 규제하는 등 달러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잔뜩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 결과가 원화 강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그동안 정책 방향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고통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은 생명체와 같다. 규제를 통한 시장 메커니즘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것이다.
[김의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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