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 오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이 도안된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조선소 설립자금을 빌렸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서 영일만 모래사장 위에 세워진 포스코의 기적과 '반도체 신화' 등 화려한 성장과정이 있었다. 반면에 외환위기라는 국가부도 위기도 겪었다. 소득 2만달러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는 우리와 같은 화려한 경제개발 신화가 없다. 그렇지만 소득 3만달러를 넘기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요즘 카지노 건설이 한창이다. 자국민 자금이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지노를 건설하는 것을 보면 '바른생활 나라'라는 이미지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금융부문에서도 변화하는 싱가포르를 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10여 년 전만 해도 홍콩ㆍ도쿄와 금융허브 경쟁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투자은행 부문을 다른 나라에 양보하는 대신 자산운용 분야에 특화했다. 그 결과 지금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한국계 금융인은 한국 채권ㆍ주식시장 투자와 관련된 사람은 98년에만 2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8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다보니 브로커들도 싱가포르에 몰릴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운용사를 싱가포르에 세운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서류를 신청하면 싱가포르에서는 길어야 4주면 가능하지만 홍콩은 이 기간보다 훨씬 더 걸린다"며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면 인가 없이 헤지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 홍콩과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한 나라가 잘살는 데는 영웅적 인물의 노력도 있겠지만 제도를 잘 갖추는 방법도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친절한 서비스와 시대 변화에 맞춰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더 잘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증권부 = 박기효 기자 par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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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다스에서 마프펀드와 에이엠파파스를 거쳐 엘케이이뱅크, 이뱅크증권중개로 흘러간 돈의 흐름 추적에서 진전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자금 흐름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다스 차명보유 의혹과 비비케이 사건 관련 정도를 가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또, 검찰의 감정 결과 이 후보와 김경준씨 사이 한글 이면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이 다른 공식문서들에 찍힌 도장과 같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고도 한다. 한나라당의 애초 주장과 달리 이를 ‘위조’라 하긴 어렵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 쪽이 그동안 해 온 해명이 크게 의심을 받게 된다. “김경준은 사기꾼”이라거나 “위조”라는 식의 주장만으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 후보가 엊그제 방송 인터뷰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본질과는 관계없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등 비켜가려고만 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다. 뭉개어서 의혹을 덮을 수 있는 단계를 지났기 때문이다. 김경준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이 후보가 돈의 흐름을 알았음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구실을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한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은 이 후보고, 자신은 종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말끔하게 풀자면 이 후보가 직접 해명하고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핵심 당사자인 이 후보의 진술 없이는 검찰수사가 의혹을 남기지 않은 채 마무리되긴 어렵다. 이 사건에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게 진심이라면 대통령 후보라는 가림막 뒤에 머물러 있을 일이 아니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게 책임있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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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셸 로카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서방 선진 7개국 (G7) 경제장관 회의는 완전한 실패였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촉구가 유일하게 도출된 합의 사항이었다. 위안화 절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세계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시급한 문제는 미국 달러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앞으로는 어떨 것인지 하는 것이다. 즉,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토대가 흔들리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달러 가치는 얼마나 더 하락할까. 미국의 모기지론 사태는 진정될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흔들 것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유가는 어떤 위험 요소가 될 것인가. 미국 거대 은행들이 쏟아내는 보고서에는 불안 요인들이 가득하다.

오늘날 세계 경제 상황은 상당히 특이한 모양새다. 하나의 엄청난 충격이 있다기보다 여러 위험 요소가 산재한다. 은행은 상황 개선에 애쓰지만 결과를 자신하지 못한다. 정부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조용하다. 경제학자·저널리스트 등은 지금의 걱정거리는 일시적이며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디에도 총체적 위기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상태며, 세계 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다 세계 경제는 이렇게 허약해졌을까.

첫째, 오늘날 자본주의가 작용하는 방식은 30년 전의 그것과 상이하다. 1945~75년 자본주의는 선진국들의 연평균 5%에 달하는 눈부신 성장을 가져왔다. 물론 진폭이 있었지만 오늘날의 금융 위기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다. 또 유럽과 북미·일본의 실업률은 2% 선에 그쳤다.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러 고용 보장이라는 용어는 생소하기조차 했다. 이처럼 성장과 행복이 공존했던 것은 강력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케인스의 학설을 따른 경제정책 덕이었다. 모든 선진국은 고임금을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취했다. 주주들은 오늘날에 비해 형편없는 배당금에 만족해야 했다.

시간이 흘렀고, 주주들은 이런 시스템을 내던졌다. 연금·투자·헤지펀드에 혁명이 일어났다. 지난 25년 간 선진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임금과 사회복지 수준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허약한 기반 위에 이루어진 성장이라는 것이다. 고용은 불안해지고 선진국에서도 빈곤 문제가 대두됐다. 경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 위기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90년 이래 남미에서 세 차례, 러시아와 아시아에서 한 차례 경제 위기가 발생했으며 인터넷 버블과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위기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둘째, 엄청난 부채가 지난 6년간 미국과 영국이 이룬 강력한 경제성장을 상쇄해 버렸다. 미국은 매일 2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그중 95%는 아시아에서, 이 중 45%는 중국 은행에서 빌린 것이다. 미국의 총부채는 39조 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5배를 넘는다.

마지막으로, 자산 유동성은 훨씬 커져 기업들은 장기에 걸쳐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투자에 주저한다. 대신에 무형 자산과 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를 옮겼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는 단기에 부를 축적하는 데 혈안이 돼 있으며, 최고경영자들은 거액의 연봉을 챙기고, 기업은 부패해 가고 있다. 도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모든 선진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44년 열렸던 브레턴우즈 회의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는 금융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긴급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G7 경제장관 회의가 그랬듯이 어느 주요 국가의 정부도 이런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미셸 로카르(전 프랑스 총리)

정리=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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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미국 하버드 대학이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뿌리내린 비결은 당연히 우수한 학생들 덕분이다. 대학측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으레 당부하는 말이 있다.“여러분은 자신을 하버드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여러분의 틀에 하버드를 맞추어라. 마음껏 꿈을 펼쳐 하버드를 바꿔달라….” 대학을 위한 하버드가 아니라, 학생을 위한 하버드란 얘기다. 이런 교육이념 속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땀과 도전정신, 그리고 의지를 쏟아 오늘의 하버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요즘 하버드에는 명성 하나가 더 붙었다. 바로 돈을 끌어모아 굴리는 재주다. 하버드에는 그동안 쌓인 기부금이 35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른다. 비영리단체로는 가톨릭 교회에 이어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이 돈은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라는 대학산하 자금운용전문회사에서 관리한다. 날고 뛰는 펀드매니저 20여명이 주식·채권·예금·부동산·원자재 등에 분산투자해서 지난해 23%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연평균 17%를 올린다고 한다. 내로라하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에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엄청난 이익금을 학생과 대학에 다시 투자하니 위상이 탄탄할 수밖에.

이제 대학도 학문만으로 권위와 명성을 지니는 시대는 지났다. 우수한 두뇌와 그를 뒷받침할 돈이 있어야 한다. 마침 국내 대학들도 앞다퉈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내년 2월 대학기금에 대한 규제가 많이 풀리는데, 이에 대비해서 이런저런 수익모델을 찾고 있다. 몇몇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조직해서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분주하다. 부동산·골프장 투자는 옛일이고, 쇼핑센터·화장품·한방재료가공에다 펀드투자까지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의 적립금은 상위 10개 대학이 1000억∼5000억원 규모다. 미국 대학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학문과 연구에만 정진해야 할 대학들이 돈벌이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어째 좀 서글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대학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교육의 질을 높일 터여서 말리기도 어렵다. 세계적 추세가 된 대학의 기업화를 지켜보면서, 우리 대학들이 돈에 눈이 멀어 본연의 역할인 학문을 게을리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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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은행권의 돈 가뭄과 외환시장의 달러화 품귀현상으로 장·단기 금리와 채권 수익률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6년 만에 연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태의 진원지는 은행권이다. 예금 이탈과 시중자금의 펀드 유입 가속화로 돈 가뭄에 직면한 은행들이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조달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또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로 해외 자금이 안전처를 선호하면서 은행권의 해외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들이 추가 손실을 우려해 대규모 손절매에 나서면서 투매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화당국은 오늘 1조 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권을 사들여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책당국도 쏠림현상 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유동성 공급 등 선제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뒷받침하고 있어 부실의 확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한다. 외부의 일시적인 충격을 가급적이면 시장 자율기능 작동으로 해결하려는 당국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국고채권의 일시적 매입이나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국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수급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시장의 자율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시장의 쏠림현상을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다.10년 전 임기 말 도덕적 해이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난(國亂)을 초래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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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균 중앙대 교수
저금리, 고령화, 취업난 및 부동산 거래중단으로 주식펀드는 이제 국민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재(財)테크 성공의 기본은 이익과 손실의 크기와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증권회사들은 주가에 대해서 대체로 낙관론 쪽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가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선진국에 이어 개발도상국들에도 과열 거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첫째, 2000년대 들어 동아시아와 인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 자본이 과잉유입되어 환율의 고평가, 주식·주택·원자재 시장의 큰 거품을 일으켰다.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지자 금융기관 손실이 커져 세계 금융시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정책금리를 계속 인하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며 내년 선진국과 동아시아 경제성장률도 많이 둔화될 것이다. 미국 일본의 가파른 주가하락에 이어 중국 아시아 주가도 하락추세로 돌아섰다. 국제자본은 개도국 주식, 채권을 팔고 안전자산을 찾아 탈출하고 있다.

둘째,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가속되고 있다. 일본은행 연구에 의하면 도쿄에 있는 외국은행 지점들은 2003~2007년 사이에 220조원을 일본에서 빌려 본점에 송금하였고 그중 일본과 선진국 간 금리 차이가 커진 2005년부터 송금한 금액은 160조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발행한 엔 채권, 일본 금융기관의 해외송금에 의한 투자, 개인의 투자까지 합하면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5000억~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영국은 금리가 높아 엔캐리 트레이드 선호지역이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저 신용 주택대출) 금융위기 이전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8월에 큰 청산을 보였고 11월부터 다시 큰 청산을 보이고 있어 엔강세가 일어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달러 당 평균 120엔, 8~10월에 115엔, 11월 26일에 108엔으로 강세로 들어섰다. 장기 평균 환율 115엔을 초과했다. 엔캐리 청산은 다른 자본의 유출도 가져온다. 선진국의 정책금리 인하와 달러약세 예상 때문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미국의 주택손실 부담이 가장 클 것이므로 금융불안, 세계 주식, 주택가격의 불안정도 클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600조원으로 자산에 대한 비율이 대단히 높고 미국, 일본보다 높다. 부채 증가율도 OECD 중 스페인, 호주와 더불어 가장 높다. 1990년대 초 북구에서와 같이 대출금리 상승이나 주택가격 하락이 크면 가계신용 위기를 가져오기 쉽다. 양도세율 인하, 주택대출 조건 완화로 주택거래를 쉽게 하여 부채상환을 쉽게 하여야 한다. 해외단기자금 유입이 유출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입을 통제하거나 유출을 촉진시켜 연착륙이 가능토록 하여야 하다.

무역상대국과의 실질실효환율이 1997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어 수출기업의 30%가 적자다. 손익 분기점인 달러당 930원 이하로 환율이 하락하지 않도록 외환 수급관리와 금리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기업과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규제완화, 유류세 및 세금 인하, 고용 유연성,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각별히 노력할 때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왕연균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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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추세가 우려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주 고시된 외환은행과 기업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처음으로 8%대를 넘어섰고,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 움직임이다.

금리 오름세도 너무 가팔라 대출 상환 부담을 넘어 전반적인 경제 운영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지난달 평균 6.9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지난달 중반부터 연일 뜀박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도 은행권이다.

은행들은 예금이 펀드투자 바람을 타고 주식시장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해외차입마저 막히는 바람에 자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은행채와 CD 발행을 대거 늘리면서 시중 금리가 급등(채권값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설명하듯 최근 금리 상승은 일시적인 채권 수급 상 문제로 과열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은행이 처한 사면초가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금리상승 추세도 쉽사리 반전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5월 말 기준 민간의 주택담보 대출은 279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93% 가량이 변동금리 방식이다. 금리가 오르면 당장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 부담은 연 2조6,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주택경기 침체까지 겹칠 경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리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비율을 높여 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조기상환 수수료 부담도 낮춰 주어야 한다.

은행들은 대출자산의 유동화 등을 통해 자금확보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 금리 관리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금융시장 내 자산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낳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다각적 노력은 정책당국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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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월 9일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보름 만에 무려 0.71%포인트 폭등하며 2002년 6월 이래 5년5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0.24%포인트 급등하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SK글로벌과 카드채, 머니마켓펀드(MMF) 환매 사태가 동시에 겹쳤던 2003년 3월 12일(0.51%포인트) 이래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중금리 급등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나 회사채 발행 금리 인상을 야기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급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아야만 대책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렇다.

최근 채권금리가 급등한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은행 자금부족.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주식과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은행 예금상품에서 자산운용사 펀드 상품과 증권사 직접투자와 랩 상품으로 자금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런데 은행 간 자산확대 경쟁으로 대출은 급증했다. 반면 예금은 감소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부족한 재원을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은행채와 CD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은 2000년 말 5.9%에서 2007년 상반기 말 28.8%로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 감소에 따른 자금부족분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채와 CD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높여 발행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채권금리 상승은 다시 은행채와 CD 금리를 높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이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둘째는 선물환 시장 내 달러 부족이다. 그동안 조선업체들은 지속적으로 달러표시 수출대금을 헤지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선물환을 매도해 왔다. 이에 따라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크게 하락하는 왜곡현상이 있어왔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도 환헤지를 위해 똑같이 선물환을 매도하는 수요가 늘었다. 왜곡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왜곡을 자율적으로 해결해 주었던 차익거래 역시 올해 7월부터 시작된 당국의 외환차입 규제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통화스와프 시장과 연계되어 있는 금리스와프(IRS) 시장을 비롯하여 채권시장과 국채선물시장까지 가격이 동시에 크게 출렁이게 된다.

이러한 변동성을 활용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다양한 차익거래가 동시에 집중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7월 말 4.7% 수준이던 1년 통화스와프 금리가 11월 21일 2.3%까지 폭락하는 등 가격 왜곡은 점점 더 심화됐다.

급기야 차익거래 투자자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손절매가 손절매를 또 부르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이것이 최근 금리가 급등한 직접적 원인이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외화차입 규제 이전부터 거래되던 정상적인 차익거래와 헤지 포지션에서도 극도의 가격 왜곡과 시장기능 마비로 손절이 출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사건의 발단이었던 통화스와프 시장보다 채권 현ㆍ선물 시장과 금리스와프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채권금리가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에 있었던 만큼 내년 초 이후에나 시장 메커니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나 통제될 수 없는 외부 악재에 의해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그동안 당국은 과도한 외화 차입을 규제하는 등 달러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그러나 잔뜩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 결과가 원화 강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는 그동안 정책 방향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고통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은 생명체와 같다. 규제를 통한 시장 메커니즘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것이다.

[김의진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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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몰라도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두 가지를 느낀다. 하나는 그들의 한국인에 대한 신선한 논평이 한국에서만 자란 나를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사람 눈에는 생기가 넘친다'고 말할 때는 '누구나 한국에 동화되면 진가를 알아보는구나'라는 뿌듯함과 자신감도 느낀다.

외국에서 왔지만 이제는 한국에 동화돼 가고 있는 펀드들도 늘고 있다. 맥쿼리는 2000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한국인 채용을 늘려왔다. 존 워커 맥쿼리한국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호주 은행이 아니라 한국 최고 은행으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펀드회사 피델리티는 오래 전부터 외국투자자들을 위한 한국펀드를 만들었다. 외국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의 투자매력을 알리겠다는 취지다. 영국계 슈로더운용은 한국법인 직원 중 외국인이 한 명도 없다. '한국 슈로더는 한국인의 것'이라는 마인드다.

그런 그들이 한국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듣노라면 펀드판 '미녀들의 수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수다' 중 마음 아픈 것이 하나 있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한국인의 따가운 시선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외국계에 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론스타, 칼라일, 소버린 등. 그들은 세금도 안 냈다. 하지만 그게 그들만의 잘못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또 한 가지 따져볼 게 있다. 그들을 차별한다고 해서 우리가 보호받을 거란 예상은 과연 옳을까.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도 없다. 한국계든 외국계든 잘못은 처벌하면 그만이니까.

이제 우리도 그들을 포용할 때가 됐다. 신선한 관점을 활기차게 받아들이고 경쟁한다면 돈 벌 기회는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한국계 펀드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들의 외침 속에서 오히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느낀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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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를 못 잡겠네. 큰손들도 왔다갔다 하고.”

“역시 중국쪽으로 움직여야 하나?”

서울 여의도의 비즈니스 타워에서, 압구정동의 백화점 카페에서 소란스런 대화들이 들려온다. 도대체 무슨 이야긴가. 주식, 부동산, 모두 맞다. 그러나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관심 속에 활황의 기치를 올리다가 최악의 충격타를 연이어 맞으며 비틀대고 있는 미술시장이다.

몇 년 전 만해도 미술품의 수집과 투자는 일반인들에게는 생경했던 세계다. 그러나 뉴욕 소더비, 홍콩 크리스티, 일본 신와 옥션 등 세계 시장의 동시 활황 속에 국내에서도 미술 경매시장이 2000억원대로 커졌다. 미술 투자 역시 전문 미술인이나 기업의 차원을 넘어 개미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여성 잡지들은 미술 투자 관련 특집을 게재하고, 케이블TV 채널은 인기 미술인의 강연과 더불어 아트 펀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제야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지표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연초부터 줄줄이 터져나온 미술계의 갖가지 사건들은 시장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술대전 비리, 대작가의 위작 시비, 대필과 학력위조 등 사안 하나 하나가 미술계 전반에 불신을 불러올 만큼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실제 미술시장은 하반기로 오면서 급속히 경색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K옥션의 경우 7월에는 90%를 넘어서던 낙찰률이 11월 들어 70%로 떨어졌다. 미술시장 역시 주식, 부동산처럼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그 가치의 대상이 다분히 주관성을 띠는 ‘예술품’이라는 면에서 더 복잡한 게임이 된다.

미술 창작자들 역시 미술계에 몰려오는 돈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 작품의 가격이 뛰어오르는 현실은 당연히 창작의 의욕을 고취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작가, 특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작가만 부각되는 부익부빈익빈의 시장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때 설치 미술이 주를 이루었던 미대에서 최근 붓을 드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회화’에 시장이 집중되면서 생겨난 움직임이다.

‘돈이 되는 작업’에 매달리는 모습이 예술가답지 않다고 여길지 몰라도 큰 덩어리의 예술세계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술 창작자들은 운동선수들처럼 특정한 재능에 올인해야 한다. 지망생 모두에게 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작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 오히려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처럼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 미술인이 얻어내는 ‘잭팟’이 더 큰 동기를 부여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미술 창작자들과 투자자들은 세계 시장의 흐름 속에 들어가고 있다. 김아타, 배병우 등의 작품은 뉴욕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고, 국내 미술 자본은 세계 미술계의 블루칩이 된 중국의 현대 작가들에게 달려간다. 분명한 대세 속에서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장애들은 적지 않다. 몇몇 큰손, 혹은 작전세력이 미술시장의 가격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신감이 가장 크다. 소수가 만들어내는 널뛰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수의 작은 투자자들이 진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붙잡고 무게를 늘려가야 한다. 저변의 확대와 미술품 평가의 투명화는 함께 굴러가야 할 두 바퀴다.

이명석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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