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중국 방문은 미국과 중국의 각종 국가이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양국의 대화가 갈수록 엇박자를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의 이란 지원을 양국 현안으로 논의하기 위해 애썼다. 중국이 이란 핵계획 제재조치에 반대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이란에 재래식무기를 제공하며, 그 중 일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레바논의 반군이나 민병대의 손에 들어간다.

게이츠를 만난 중국 당국자들은 이란의 야심에 대처하기 위해 오직 ‘평화적 수단’만을 촉구할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게이츠는 중국의 인공위성 요격실험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 반응은 더욱 미온적이었다.

한편 게이츠의 방문 기간 중국의 우주선이 달을 향해 항진 중이었고, 여러 공장들은 핵미사일과 전투기, 잠수함과 구축함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중국의 속셈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중국의 의도에 관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이해 부족은 국방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재무부 역시 벙어리 놀음을 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미중 전략경제회담 준비작업을 위해 앨런 호머 특별대사가 11월14일 중국을 방문했다. 호머 대사는 칭화대학교 연설에서 “미중 경제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은 180억달러에서 520억달러로 완만하게 증가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1020억달러에서 2870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840억달러에서 2350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이 중국에 더 많은 빚을 지는 가운데 양국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1조4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막대한 보유 달러를 이용하여 미국의 기업과 주요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의 각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의 자원과 기술 및 생산적인 자산을 조달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현재까지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더 큰 성공을 노리고 있어 미국 정부 관리가 중국의 국익에 유리한 현재의 진로를 바꾸라고 설득하는 것은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호머 대사는 중국 측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중공업과 다량의 에너지 사용, 자본 집중, 수출의존 경제에서 국내 수요와 서비스 생산, 소득의 공정 분배 확대로 돌리기 위한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10월 대미 상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늘어난 1077억달러였고 같은 달 무역흑자는 270억달러였다. 국제유가와 다른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중국은 확장되는 자국의 산업기반에 공급하기 위한 원자재를 수입하고, 이 같은 수입대금 결제에 필요한 액수를 훨씬 웃도는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이 국내 경제를 보호하고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데 사용하는 다수의 중상주의 정책 가운데 하나가 저평가된 위안화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로 팽창하는 가운데 미국의 수출과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설치하는 조치 또한 미국을 실망시키고 있다. 무역과 국가안보, 기후변화와 같은 현안과 북한·이란·수단 등의 지역에서 미중의 국익이 점점 중복되고 있다고 호머 대사는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중복이라기보다 ‘상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중국에 편향된 경제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중국의 세계적 야심 추구에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관점에서 문제 있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중국은 자국의 성공적인 무역정책을 자발적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무역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협력이 이루어지는 가상 세계에 관해 말하는 것은 전략적 경쟁이 치열한 현실 세계에서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윌리엄 호킨스 美 칼럼니스트

워싱턴 타임스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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