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002년 4분기부터 정부의 긴축정책이 등장했고 채권회수가 강화되면서 카드연체율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 초 SK글로벌 사태까지 터지면서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400여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 카드버블이 꺼지는 과정 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길고 긴 가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고 경제 내에 양극화 현상이 깊숙 이 자리잡게 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우리 경제에 전 세계적 부동산 가격 상승의 물결이 전파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제 신용카드가 아닌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내에서 큰 문제화하고 있다. 2006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잔액은 약 670조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170조원 가량 늘었다.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셈이다. 더구나 이 중에서 예금은행 부동산 대출 규모는 약 220조원이다.
그동안 각종 가격억제 정책과 유동성 규제를 통해 가격 상승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 비우량 고객에 대한 무리한 담보 대출 문제로 인해 미국의 베어스턴사 소속의 헤지펀드가 파산하 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앞선다.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아닌 가 하는 느낌이다.
그뿐인가.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 곧 신용융자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서자 이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시장이 과열돼 간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버블 논란 → 당국의 긴축적 규제 → 자산가격 조정 내지 하락 → 돈 빌려 투자한 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카드버블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건강치 못한 한탕주의적 카지노 자본주의 의 모습이 우리 경제 내에서 자꾸만 엿보이는 것이다.
‘72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원금의 2배가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에 금리를 곱한 숫자가 72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금리가 12%이면 원금이 2배가 될 때까지 6년여가 걸린다. 그러나 금리 가 4%이면 2배가 될 때까지 18년이나 걸린다. 저금리 아래서는 자본증식 속도가 너무나 느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 제에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금리는 매우 낮아졌고, 이제 은행 에 돈을 맡기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나오지가 않는다. 게다가 경제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특히 고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제 주체들은 불안감에 싸여 있고 빨리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 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부동산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다 못해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고, 주식 가격이 오르면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산다. 어쩌면 이 불안감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심리적 원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이 나란히 부실화된다면 이는 카드버블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물론 금융 당국이 과거와는 달리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제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쉽게 안심이 되지 않는다.
경제 주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이리저리 헤매며 고생하지 않고서 진득하게 저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테크가 될 수 있 을 만큼 건실해진 경제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뿐일까.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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