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중 우리나라 카드발급 수는 1억개가 넘었다. 갓난아기까지 포함, 전 국민이 2개 이상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현 금서비스한도 자율화, 카드사용액 소득공제 실시 등 장밋빛 정책이 이어졌고, 카드와 할부 금융사를 통한 가계대출이 1999년 16 조원에서 2002년 57조원으로 증가하면서 카드버블은 극에 달했다.

결국 2002년 4분기부터 정부의 긴축정책이 등장했고 채권회수가 강화되면서 카드연체율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 초 SK글로벌 사태까지 터지면서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400여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 카드버블이 꺼지는 과정 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길고 긴 가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고 경제 내에 양극화 현상이 깊숙 이 자리잡게 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우리 경제에 전 세계적 부동산 가격 상승의 물결이 전파되면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제 신용카드가 아닌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내에서 큰 문제화하고 있다. 2006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잔액은 약 670조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170조원 가량 늘었다.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 증가한 셈이다. 더구나 이 중에서 예금은행 부동산 대출 규모는 약 220조원이다.

그동안 각종 가격억제 정책과 유동성 규제를 통해 가격 상승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 비우량 고객에 대한 무리한 담보 대출 문제로 인해 미국의 베어스턴사 소속의 헤지펀드가 파산하 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앞선다.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아닌 가 하는 느낌이다.

그뿐인가.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 곧 신용융자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서자 이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시장이 과열돼 간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버블 논란 → 당국의 긴축적 규제 → 자산가격 조정 내지 하락 → 돈 빌려 투자한 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카드버블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건강치 못한 한탕주의적 카지노 자본주의 의 모습이 우리 경제 내에서 자꾸만 엿보이는 것이다.

‘72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원금의 2배가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에 금리를 곱한 숫자가 72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금리가 12%이면 원금이 2배가 될 때까지 6년여가 걸린다. 그러나 금리 가 4%이면 2배가 될 때까지 18년이나 걸린다. 저금리 아래서는 자본증식 속도가 너무나 느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 제에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금리는 매우 낮아졌고, 이제 은행 에 돈을 맡기면 만족할 만한 수익률이 나오지가 않는다. 게다가 경제의 변동성이 증가하고 특히 고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경제 주체들은 불안감에 싸여 있고 빨리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 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부동산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다 못해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고, 주식 가격이 오르면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산다. 어쩌면 이 불안감이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심리적 원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과 주식담보대출이 나란히 부실화된다면 이는 카드버블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물론 금융 당국이 과거와는 달리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제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쉽게 안심이 되지 않는다.

경제 주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이리저리 헤매며 고생하지 않고서 진득하게 저축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테크가 될 수 있 을 만큼 건실해진 경제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뿐일까.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환경문제도 경제원리로 풀어야 한다. 경제원리로 푼다는 말은 인센티브로 푼다는 말이다. 가장 좋은 인센티브는 환경보호와 환경투자를 사업화하는 것이다. 환경을 나타내는 색은 녹색이다. 녹색에는 두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나는 숲의 색이요, 다른 하나는 지폐의 색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환경의 색에는 이미 돈,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금융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업화하는 데 금융회사가 앞장서야 한다. 기부금 많이 내자는 말이 아니다. 환경문제를 제약으로 여기지 말고 창조적 시각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자는 말이다.

은행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은행업무 자체는 청정사업에 속한다. 은행상품 자체가 환경을 크게 오염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환경보호 예를 보자.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처럼 태양열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쉽게 썩고 환경에 무해한 신용카드 개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은행은 기업대출을 통해 환경보호에 공헌할 수 있다. 은행 자체보다 오히려 고객, 특히 기업고객이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 코퍼레이티브은행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분야, 자연자원을 남용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대체에너지 등 환경오염방지 기술을 가진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 은행사업에서 카드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기업이나 환경보호단체를 지원하는 신용카드 개발도 실천가능한 녹색 금융사업이다.

증권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환경기술은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위험이 높은 투자에 적합한 증권을 설계하고 인수하는 것이 증권사 역할이다. 자산유동화증권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환경 관련기업에 대한 대출을 유동화할 수 있으면 은행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발행되는 후순위채권은 환경관리공단에서 인수하면 된다. 중소기업채권을 유동화할 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후순위채권을 인수한 것과 같은 논리다. 환경투자펀드를 조성해 청정기업, 태양열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 기업에 집중 투자할 수도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할도 중요하다. 환경 분야는 전문적 분야다. 일반투자자는 위험 평가는 차치하고 환경용어조차 생소하다. 기업의 환경위험, 환경기술을 보고서에 담아 시장에 전달하면 투자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다. 현재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국은 아니지만 곧 포함될 것이다. 앞으로는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온다. 기업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배출권에 대한 선물과 옵션이 거래되는 시장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배출권 파생상품 주거래자가 바로 투자은행들이다.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보험사는 환경위험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은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로 인해 500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겪으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6년 태풍 카트리나로 환경위험에 대한 심각성이 고조되었다.

미국 보험업계는 환경파괴가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믿는 가장 대표적 업계다. 보험회사들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래 노력하고 있으며 환경친화기업에 더 낮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환경보험의 대표적 형태는 재활용보험(recycling insurance)이다. 대표적 예는 보험사에서 정한 자원재활용 프로그램 조건을 만족하면 그 점수로 보험료 납부를 대체해 주는 상품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들도 기업지배구조기준과 같이 환경투자기준을 만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할 것이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시장이 녹색을 좋아하게끔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네덜란드 정부가 녹색투자 촉진을 위해 녹색펀드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금융회사가 녹색으로 바뀔 것이고 뒤이어 기업과 개인들도 녹색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녹색금융, 국민소득 3만달러시대와 청정시대를 함께 여는 실로 귀중한 열쇠다.

[김형태 /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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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기가 말한 이른바 '영구혁명'을 낳은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후 자본주의는 또 다른 혁명적 시기를 맞아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그것은 활기찬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유발한 검증되지 않은 체제다.

그러나 충직한 친구든, 사나운 적이든, 이 체제의 출현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고삐 풀린 금융자본이 휘젓는 세계경제를 심층 분석하고 이를 '신자본주의(new capitalism)'라고 명명했다.

▦ FT가 꼽은 신자본주의의 특징적 양태는 크게 5가지다. 140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자산의 급팽창, 금융의 거래지향성 확산, 파생상품 등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 헤지펀드ㆍ사모펀드의 급속한 성장, 금융의 세계화 심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등장을 가능케 한 배경은 자유화와 기술진보다.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금융부문의 규제완화 바람과 컴퓨터ㆍ통신 혁명이 신자본주의의 자양분이 됐다는 이야기다. 중앙은행을 통한 안정적 유동성 관리, 복잡한 파생상품 수익계산법 개발, 세계적 저금리와 유동자산 축적 등의 역할도 컸다.

▦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자산과 갖가지 첨단 금융기법이 지배하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의식과 행동양태를 바꿔놓은 자본주의의 변이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낙관론자들은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체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전례 없는 수준까지 높였다며 2000년 세계 주식시장의 붕괴, 2001년 9ㆍ11 테러 등의 위기를 잘 이겨낸 것을 예로 든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금융여건이 지나치게 좋았던 까닭에 정체불명의 통제되지 않는 위험이 커졌고, 비인간적 이윤추구 기계에 희생된 임금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 이런 논란과 주장은 우리에게도 무겁게 다가온다. 신자유주의로 채색된 글로벌 경제체제가 인간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는 미지수이지만, 추세를 거스르는 대응으로는 '공평한 빈곤' 이외에 달리 얻을 게 없다. 국가의 전략과 지도자의 비전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좀 다른 얘기이나, 얼마 전 응우옌 민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이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조야를 휩쓸고 다니며 국익과 미래를 위한 활발한 경제외교를 펼쳐 세계적 뉴스가 됐다. 탐욕스런 자본도 동반자와 친구로 삼아야 살아 남는 세상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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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뜨거운 화제다. 일부 언론이 초등학생까지 증시에 뛰어들었다고 흥분하더니, 곧이어 정부가 급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기대 주가 지수 1500까지 거론하며 과열을 거론한 후, 총리까지 나서 냉각수를 끼얹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증권회사 창구에서 신용 융자를 금지시키고 돈 줄을 조이는 호들갑 조치를 보면 한국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멀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샐러리맨들마저 위험을 무릅쓴 채 주식-부동산 펀드에 가입하고 해외 투자에 뛰어드는 판에, 오로지 대통령과 공무원들만 5공(共)-6공 군부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글로벌 머니 마켓(Money market)의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대통령의 만용과, “대통령이 주가나 환율, 금리에 관해 언급하면 곤란합니다”는 한마디 못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공무원들의 무지(無知)다. 바로 이것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Globalization)의 상징적인 증상을 몇 가지 꼽는다. 어떤 전문가는 국가 간 빈부 격차가 커지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하고, 미국의 룰이 모든 나라에 강요되는 미국화(化) 현상을 비판하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세계화 증상 중 하나는 돈의 흐름, 투자 자금의 방향에 따라 나라 경제의 승패가 갈리는 세상이 됐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시중 언어로 말하자면 글로벌 규모로 펼쳐지는 ‘쩐의 전쟁’이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를 갈라놓고 있다는 얘기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업은 언제나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한 나라 경제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폭탄급 산업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10여 년 사이다. 세계화 추세와 정보기술(IT)의 발전 덕분에 미국-영국 같은 금융 제국(帝國)이 등장했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몇 가지 사례를 생각해보자. 2년여 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의 버냉키 의장이 버지니아 경제학자 모임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무역수자 적자는 ‘개 꼬리(Dog’s tail)’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중국-인도에서 엄청난 소비재를 수입하면서 수출 실적은 올라가지 않는데도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럼 개의 머리와 몸통에 해당하는 알짜는 무엇일까. 바로 금융업이다. 해외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펀드나 투자회사, 은행들이 미국에는 많기 때문에 미국의 호황 국면은 지속되고 있다. 머니 게임에서 무역 적자를 메우고도 남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확실히 세계는 변해버렸다. 전 세계 상품의 무역 거래가 연간 9조3000억 달러(2004년 기준)라면 금융 거래 액수는 그보다 83배에 달하는 지경이다. 런던의 집값을 점치려면 주택 수요-공급 전망만으로는 판단이 안 선다. 그보다는 중동의 오일 달러가 얼마큼 더 들어올지 들여다보는 작업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한다.

서울 증시도 상장 회사의 실적 전망치보다는 뉴욕 증시의 흐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실물 경제가 머리이고 금융은 실물의 흐름을 따라가는 꼬리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은 금융이 머리이자 몸통이고 실물은 꼬리로 뒤바뀌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선진국일수록 금융업에 온 정성을 쏟고, 머리 좋은 수재들이 그곳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 호황을 누리는 국내의 어느 조선회사 임원은 한탄했다. “1억 달러짜리 대형 선박을 수주해 3년간 수천 명의 기술자들이 땀 흘려 수출하면 500만 달러나 600만 달러 정도 남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금융기관은 선박 건조 자금을 1억 달러 빌려주고 단번에 엇비슷한 금액을 벌어갑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촌티를 벗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돈이 어디서 어디로 굴러다니는지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증시에 헌 칼을 휘두른다고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초등학생의 주식 투자까지 걱정해줄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주식 모의 투자를 하고, 지역 학교끼리 벌이는 투자 수익률 경쟁 순위가 매주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되기도 한다.

우리는 세계 11위 무역대국이라고 뽐내며 언제까지 강아지 꼬리나 붙잡고 있을 것인가. 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글로벌 머니 게임의 검투사(劍鬪士)들을 키워야 한다.

[송희영·논설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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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기술금융으로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주 열린 `기술혁신을 위한 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정책 포럼을 통해 시중은행의 자금을 기술금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시중은행의 자금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등 기술혁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어 바람직하다. 잘만 활용된다면 상당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술력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적극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한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는 2004년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술가치평가제도를 활용한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1조원 상당의 `기술금융모태펀드'를 만들어 기술력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안정적인 투자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과기부가 기술성과 활용성을 평가하고, 산자부는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고, 재경부는 민간 금융권에 관련 제도를 보급하는 협력 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일선 산업현장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기술금융 지원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등 물적 담보없이 기술력만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영실적이 좋지 못한 중소 벤처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기가 과연 쉬울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커 대출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첨단 업종은 특성상 변화무쌍해 현재 보유한 기술이 한순간에 사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시중은행의 자금을 기술금융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방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술가치보험제도'는 고려해 볼만하다. 이 제도는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가 책임과 위험을 나눠 가지는 것이다.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기술력에 대한 소유권을 기업이 갖게 함으로써 기술력이 사장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기술평가기관 육성도 필요하다. 그래야 기술력과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기술이 사장되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벤처 자금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방식 대신 금융시장을 이용한 간접지원 방식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정부의 직접 지원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은 주인없는 돈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게 현실이다. 반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은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형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앞으로 신바젤 협약이 도입되면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 양극화가 심화돼 기술금융은 위축될 가능성 높다. 첨단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업체들이 자금에 대한 어려움없이 연구개발 성과를 거둬, 산업화로 연결되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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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저축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그 중심에 선 펀드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분산투자도 이제는 익숙한 개념이 됐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상징하듯, 분산투자는 크게 공간을 분산하는 방법과 투자시점을 분산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은 공간을 분산해 지역별 고유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함이고, 일정 금액을 기간마다 적립해 나가는 적립형 투자는 투자시간의 분산시켜 주가변동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주가 등락에 관계없이 시간이 흐르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돈으로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많이 사고 오르면 적게 사기 때문에 현 주가가 가입시점보다 낮더라도 평균매입단가보다 높기만 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단 결혼자금이나 학자금과 같이 1년 안에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라면 주식형 펀드보다는 확정 수익형 상품이 유리하다. 아무리 적립식 투자라고 하더라도 1년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손실을 본 채 환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이상 장기투자를 권하는 이유도 손실을 만회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다.

적립식펀드라고 무조건 장기투자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작은 돈이라도 장기투자하면 목돈투자가 되기 때문에 주가등락에 수익률이 민감히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적립식 투자는 지속하되 목돈으로 불어난 펀드는 환매 후 확정 수익을 주는 상품에 가입하거나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간접투자방식인 적립식 펀드는 그야말로 열풍이라는 말이 적합할 만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펀드를 비롯해 국내 펀드 상품들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가입자들은 펀드를 선택할 때 수익률 외에도 수수료, 환매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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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수 / 한국은행 아주경제팀장]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122엔대까지 떨어졌고 엔ㆍ유로 환율도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까닭은 미국의 경기둔화 염려가 약화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졌고 세계 증시 호황으로 주식투자를 위한 엔케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들의 외화자산투자가 6월 상여금 수령과 함께 늘어난 것도 엔화 약세를 심화케한 요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당초 외국 투자가 또는 헤지펀드 등이 저금리의 엔을 고금리 통화로 전환하여 운용하는 수법을 지칭했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투자가들의 해외 예금, 증권 투자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까닭은 금융, 자본시장, 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금리 차이가 자금 이동의 주된 인센티브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엔캐리 자금의 가장 큰 원천은 일본 금융기관의 대외 증권투자로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약 1조9000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신흥시장국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산운용사의 대외 증권투자도 최근 수년간 3배 이상 늘어났다.

엔캐리 자금이 엔화 약세의 원인임과 동시에 세계 유동성 과잉의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일본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일본의 저금리 해소 여부와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에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각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본의 실물경기 상황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일본 경제는 수출이 미국 경기 속도 둔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가계소비와 설비투자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나타내 주요 선진국 증 최고 수준인 전기 대비 3.3%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과 소비 호조는 4월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4월 실업률이 9년 만에 3%대에 진입하는 등 고용사정 개선이 뚜렷하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후쿠이 총재의 발언과 향후 주요 통계 등 발표 일정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 시기는 8월 또는 9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월중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는 7월 말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7월 24일과 8월 13일에 각각 발표되는 미국과 일본의 2분기 GDP를 본 뒤 8월 23일에 열리는 일본은행 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7월부터 주민세 등 가계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므로 8월중 이를 반영한 소비 관련 통계를 확인한 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또한 소수이긴 하나 7, 8월 중 소비자물가 하락 전망 등을 근거로 당초 예상대로 4분기에나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정책금리가 8월 또는 9월에 인상된다 하더라도 엔캐리 트레이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인상이 일러야 내년 3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본의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주요국의 금리도 계속 상승함에 따라 내외 금리차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은 3분기중 다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2분기 성장률이 2%로 회복되는 등 경기가 다시 좋아질 것으로 전망돼 그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약화되고 오히려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 속도를 감안할 때 엔캐리 자금의 환류는 일본의 정책금리 인상보다는 세계 증시의 조정과정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더 높다.

최근 일본의 외화자산 투자 중 주식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세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여기에 투자되었던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열 우려가 제기되었던 중국 증시가 당국의 증권거래세 인상 이후 안정을 되찾고 있는 등 세계 증시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의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엔화도 일시적인 등락은 있겠으나 일본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내년 3월께까지는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수 한국은행 아주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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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갑부 김갑순’은 구한 말 땅부자였다. 서울 행차 때 자기 땅 절반, 남의 땅 절반을 밟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돈으로 벼슬을 얻었고, 그 벼슬로 다시 돈을 긁어 모아 땅을 샀다. 금력과 권력을 활용한 것이다. 친일파 연구가 정운영은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에서 “김갑순은 아산군수 시절 삭탈관직당할 뻔했으나 한일합방으로 유야무야됐다”고 기록했다. 그는 재임 시절 맺어둔 인맥을 총동원, 개발 정보를 빼내거나 일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 탐관오리에다 전형적 투기꾼이었던 셈이다.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일제시대 부자들의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MBC ‘거부실록’에서도 김갑순의 축재술이 다뤄졌다. 극중 주인공 김갑순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일갈했다. 일본말로 ‘모두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당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데 이·장 부부가 전두환 대통령과 먼 인척관계였던 것을 비꼰 말이라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이 말은 유행어가 됐고 사람들은 세상을 개탄할 때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SBS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 사채업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이야기다. 증권사 펀드매니저에서 사채업자로 변신한 극중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扮)는 피도 눈물도 없다. 돈 때문에 망한 인생, 돈으로 복수한다. 대검 김진숙 검사는 이 드라마를 범죄적 관점에서 분석한 뒤 ‘철창행’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야당 대권 예비후보와 연관된 땅투기 의혹도 어찌보면 ‘쩐의 전쟁’ 같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정황으로 보면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금력(金力)이 일부 개입됐을 개연성마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종종 금력과 권력은 결탁한다는 점이다. 김갑순이 다시 태어난다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개탄할지도 모르겠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을 살 순 없다. 존경이나 명예도 마찬가지. 돈으로 권력을 사고, 권력으로 돈을 모은 사람은 많을지라도 ‘존경’을 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조차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을까.

박현동 논설위원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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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은 한 인간에게 선견지명과 행운을 동시에 주지 않는 듯하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80~90년대 세계 경영을 외치며 동유럽, 구소련, 동남아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을 누볐다. 대우그룹이 망한 지 8년째지만 아직도 이들 나라에서는 ‘대우’와 ‘김우중’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우연의 일치인지 요즘 이런 나라들이 뜨고 있다. 하나같이 자원이 풍부하고 잠재력이 무한한 미래의 강국들이다. 김우중씨의 안목은 탁월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다. 독불장군식 황제경영이 파멸을 재촉했다. 아마 대우가 지금까지 활약했다면 한국은 신흥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대접받을지 모른다.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외환위기 여진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4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강당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한국 경제를 살리면서 돈도 많이 버는 방법은 바이코리아 펀드투자”라며 “2005년엔 지수가 6000까지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추락한 주가가 1000을 다시 넘는 데 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주장한 지 8년이 지난 2007년에 와서야 철강, 조선, 건설 등이 증시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잠재력 있는 한국 제조업에 투자하란 그의 주장은 백번 옳은 얘기였다. 다만 총명한 그의 두뇌를 도덕성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뒤끝이 좋지 않았다.

넘치는 돈으로 전 세계 증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주식 값을 띄우기에 충분하다. 지난 10년 새 넓은 의미의 유동성은 700조원에서 1800조원으로 늘어났다. 주식형펀드가 60조원을 넘어섰고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업이 2003년 3월 이후 투자를 하지 않고 대신 사들인 자사주가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니 기업공개나 유·무상증자로 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수요는 느는데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경기상승 속도보다 주가 오름세가 너무 빠르다”는 재경부 차관의 걱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내수 경기회복이라기보다 세계경제 호조와 국내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수급은 모든 재료보다 앞선다. 재건축을 틀어막는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강남 아파트 값을 부채질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씨는 지금 증시는 무릎이 아닌 발목이라며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보다 투자해서 부닥치는 위험이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이제 겨우 3부 능선에 왔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과거 증시는 산업화를 반영했다면 지금은 민주화와 정보통신의 발전에 남북 화해 분위기가 겹쳐진 복합적인 상승장이란 설명이다.

증시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잘하면 10년에 한 번 오는 대운(大運)을 잡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무서운 쓰나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거친 바다는 튼튼한 배(우량주)로 항해해야지 쪽배를 타고 건널 순 없는 일이다. 모두가 환호할 때 함정이 숨어있다.

위험관리가 최우선이다. 블랙먼데이 같은 돌발사태가 와도 피해가 덜할 저평가 우량주를 사서 ‘마르고 닳도록’ 보유해야 한다.

‘유(有)주식 상(上)팔자’ 시대다. 주식 없는 노후대비는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왔다. 전 세계에서 재산 1조원이 넘는 946명 중 63%가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금전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Financial Freedom)를 누리려면 위험자산인 주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예금 비중을 낮추고 주식 보유를 높일 때다. 하늘은 과학적 투자를 하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

[윤영걸 /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2호(07.07.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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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세계 자동차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자동차를 서버러스라는 펀드에서 인수한 것. 서버러스는 이미 자동차 관련 금융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자체로도 자동차 그룹을 형성한 상황이다. 사모(私募)펀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론스타’ ‘칼라일’ 등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진출, 기업과 부동산, 금융기관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 모두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인수한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높은 가격으로 되팔면서 ‘먹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수의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할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거액을 챙긴다는 비판이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대형 산업자본과 투자은행 등이 향유하던 ‘자본주의의 제왕’ 자리를 사모펀드가 차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블랙스톤과 KKR의 운용자산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와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피인수기업 임직원과의 마찰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모펀드가 자본주의의 제왕으로까지 주목받는 배경에는 연기금과 재단, 부유한 개인 등이 맡긴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찬반 논란을 떠나 사모펀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잘 살린다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안방을 내준 우리 입장에선 이들에 대한 대항마로 토종 펀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대형 기업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국부유출’ 논란이다. 국내에도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 돈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들어가는 물꼬는 막혀 있다. 토종 사모펀드들은 규모나 운용 노하우 등에서 밀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줄줄이 나올 기업 인수전에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판이다.

물론 사모펀드의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형 사모펀드들은 정재계 실력자를 끌어 모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투명한 경영관행으로 소수의 투자자만이 이익을 본다는 비판도 면키는 어렵다.

토종 사모펀드들이 ‘금융시장의 제왕’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혹은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2호(07.07.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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