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갑부 김갑순’은 구한 말 땅부자였다. 서울 행차 때 자기 땅 절반, 남의 땅 절반을 밟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돈으로 벼슬을 얻었고, 그 벼슬로 다시 돈을 긁어 모아 땅을 샀다. 금력과 권력을 활용한 것이다. 친일파 연구가 정운영은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에서 “김갑순은 아산군수 시절 삭탈관직당할 뻔했으나 한일합방으로 유야무야됐다”고 기록했다. 그는 재임 시절 맺어둔 인맥을 총동원, 개발 정보를 빼내거나 일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 탐관오리에다 전형적 투기꾼이었던 셈이다.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일제시대 부자들의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MBC ‘거부실록’에서도 김갑순의 축재술이 다뤄졌다. 극중 주인공 김갑순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일갈했다. 일본말로 ‘모두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당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데 이·장 부부가 전두환 대통령과 먼 인척관계였던 것을 비꼰 말이라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이 말은 유행어가 됐고 사람들은 세상을 개탄할 때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SBS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 사채업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이야기다. 증권사 펀드매니저에서 사채업자로 변신한 극중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扮)는 피도 눈물도 없다. 돈 때문에 망한 인생, 돈으로 복수한다. 대검 김진숙 검사는 이 드라마를 범죄적 관점에서 분석한 뒤 ‘철창행’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야당 대권 예비후보와 연관된 땅투기 의혹도 어찌보면 ‘쩐의 전쟁’ 같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정황으로 보면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금력(金力)이 일부 개입됐을 개연성마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종종 금력과 권력은 결탁한다는 점이다. 김갑순이 다시 태어난다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개탄할지도 모르겠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을 살 순 없다. 존경이나 명예도 마찬가지. 돈으로 권력을 사고, 권력으로 돈을 모은 사람은 많을지라도 ‘존경’을 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조차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을까.
박현동 논설위원 hdpar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일제시대 부자들의 성공기를 풍자적으로 다룬 MBC ‘거부실록’에서도 김갑순의 축재술이 다뤄졌다. 극중 주인공 김갑순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일갈했다. 일본말로 ‘모두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당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빚었는데 이·장 부부가 전두환 대통령과 먼 인척관계였던 것을 비꼰 말이라는 것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이 말은 유행어가 됐고 사람들은 세상을 개탄할 때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SBS 수목 드라마 ‘쩐의 전쟁’. 사채업자들의 비정함을 다룬 이야기다. 증권사 펀드매니저에서 사채업자로 변신한 극중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扮)는 피도 눈물도 없다. 돈 때문에 망한 인생, 돈으로 복수한다. 대검 김진숙 검사는 이 드라마를 범죄적 관점에서 분석한 뒤 ‘철창행’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야당 대권 예비후보와 연관된 땅투기 의혹도 어찌보면 ‘쩐의 전쟁’ 같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정황으로 보면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금력(金力)이 일부 개입됐을 개연성마저 있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종종 금력과 권력은 결탁한다는 점이다. 김갑순이 다시 태어난다면 ‘민나 도로보데스’라고 개탄할지도 모르겠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을 살 순 없다. 존경이나 명예도 마찬가지. 돈으로 권력을 사고, 권력으로 돈을 모은 사람은 많을지라도 ‘존경’을 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조차 ‘약대(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을까.
박현동 논설위원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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