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세계 자동차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자동차를 서버러스라는 펀드에서 인수한 것. 서버러스는 이미 자동차 관련 금융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자체로도 자동차 그룹을 형성한 상황이다. 사모(私募)펀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론스타’ ‘칼라일’ 등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진출, 기업과 부동산, 금융기관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 모두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인수한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높은 가격으로 되팔면서 ‘먹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수의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할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거액을 챙긴다는 비판이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대형 산업자본과 투자은행 등이 향유하던 ‘자본주의의 제왕’ 자리를 사모펀드가 차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블랙스톤과 KKR의 운용자산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와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피인수기업 임직원과의 마찰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모펀드가 자본주의의 제왕으로까지 주목받는 배경에는 연기금과 재단, 부유한 개인 등이 맡긴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찬반 논란을 떠나 사모펀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잘 살린다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안방을 내준 우리 입장에선 이들에 대한 대항마로 토종 펀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대형 기업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국부유출’ 논란이다. 국내에도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 돈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들어가는 물꼬는 막혀 있다. 토종 사모펀드들은 규모나 운용 노하우 등에서 밀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줄줄이 나올 기업 인수전에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판이다.
물론 사모펀드의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형 사모펀드들은 정재계 실력자를 끌어 모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투명한 경영관행으로 소수의 투자자만이 이익을 본다는 비판도 면키는 어렵다.
토종 사모펀드들이 ‘금융시장의 제왕’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혹은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2호(07.07.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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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자동차를 서버러스라는 펀드에서 인수한 것. 서버러스는 이미 자동차 관련 금융 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자체로도 자동차 그룹을 형성한 상황이다. 사모(私募)펀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론스타’ ‘칼라일’ 등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진출, 기업과 부동산, 금융기관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이름을 떨친 이들이 모두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외국계 사모펀드들은 인수한 기업이나 부동산 등을 높은 가격으로 되팔면서 ‘먹튀’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수의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할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거액을 챙긴다는 비판이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대형 산업자본과 투자은행 등이 향유하던 ‘자본주의의 제왕’ 자리를 사모펀드가 차지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블랙스톤과 KKR의 운용자산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와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피인수기업 임직원과의 마찰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모펀드가 자본주의의 제왕으로까지 주목받는 배경에는 연기금과 재단, 부유한 개인 등이 맡긴 막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찬반 논란을 떠나 사모펀드의 역할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잘 살린다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안방을 내준 우리 입장에선 이들에 대한 대항마로 토종 펀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대형 기업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국부유출’ 논란이다. 국내에도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 돈들이 인수합병시장에 들어가는 물꼬는 막혀 있다. 토종 사모펀드들은 규모나 운용 노하우 등에서 밀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등 줄줄이 나올 기업 인수전에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판이다.
물론 사모펀드의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형 사모펀드들은 정재계 실력자를 끌어 모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정부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불투명한 경영관행으로 소수의 투자자만이 이익을 본다는 비판도 면키는 어렵다.
토종 사모펀드들이 ‘금융시장의 제왕’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투자성과를 바탕으로 한 신뢰구축이 필요하다. 금융 당국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는 없는지, 혹은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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