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은 한 인간에게 선견지명과 행운을 동시에 주지 않는 듯하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80~90년대 세계 경영을 외치며 동유럽, 구소련, 동남아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을 누볐다. 대우그룹이 망한 지 8년째지만 아직도 이들 나라에서는 ‘대우’와 ‘김우중’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우연의 일치인지 요즘 이런 나라들이 뜨고 있다. 하나같이 자원이 풍부하고 잠재력이 무한한 미래의 강국들이다. 김우중씨의 안목은 탁월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다. 독불장군식 황제경영이 파멸을 재촉했다. 아마 대우가 지금까지 활약했다면 한국은 신흥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대접받을지 모른다.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외환위기 여진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4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강당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한국 경제를 살리면서 돈도 많이 버는 방법은 바이코리아 펀드투자”라며 “2005년엔 지수가 6000까지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추락한 주가가 1000을 다시 넘는 데 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주장한 지 8년이 지난 2007년에 와서야 철강, 조선, 건설 등이 증시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잠재력 있는 한국 제조업에 투자하란 그의 주장은 백번 옳은 얘기였다. 다만 총명한 그의 두뇌를 도덕성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뒤끝이 좋지 않았다.
넘치는 돈으로 전 세계 증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주식 값을 띄우기에 충분하다. 지난 10년 새 넓은 의미의 유동성은 700조원에서 1800조원으로 늘어났다. 주식형펀드가 60조원을 넘어섰고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업이 2003년 3월 이후 투자를 하지 않고 대신 사들인 자사주가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니 기업공개나 유·무상증자로 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수요는 느는데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경기상승 속도보다 주가 오름세가 너무 빠르다”는 재경부 차관의 걱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내수 경기회복이라기보다 세계경제 호조와 국내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수급은 모든 재료보다 앞선다. 재건축을 틀어막는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강남 아파트 값을 부채질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씨는 지금 증시는 무릎이 아닌 발목이라며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보다 투자해서 부닥치는 위험이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이제 겨우 3부 능선에 왔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과거 증시는 산업화를 반영했다면 지금은 민주화와 정보통신의 발전에 남북 화해 분위기가 겹쳐진 복합적인 상승장이란 설명이다.
증시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잘하면 10년에 한 번 오는 대운(大運)을 잡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무서운 쓰나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거친 바다는 튼튼한 배(우량주)로 항해해야지 쪽배를 타고 건널 순 없는 일이다. 모두가 환호할 때 함정이 숨어있다.
위험관리가 최우선이다. 블랙먼데이 같은 돌발사태가 와도 피해가 덜할 저평가 우량주를 사서 ‘마르고 닳도록’ 보유해야 한다.
‘유(有)주식 상(上)팔자’ 시대다. 주식 없는 노후대비는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왔다. 전 세계에서 재산 1조원이 넘는 946명 중 63%가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금전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Financial Freedom)를 누리려면 위험자산인 주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예금 비중을 낮추고 주식 보유를 높일 때다. 하늘은 과학적 투자를 하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
[윤영걸 /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2호(07.07.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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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80~90년대 세계 경영을 외치며 동유럽, 구소련, 동남아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을 누볐다. 대우그룹이 망한 지 8년째지만 아직도 이들 나라에서는 ‘대우’와 ‘김우중’ 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우연의 일치인지 요즘 이런 나라들이 뜨고 있다. 하나같이 자원이 풍부하고 잠재력이 무한한 미래의 강국들이다. 김우중씨의 안목은 탁월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다. 독불장군식 황제경영이 파멸을 재촉했다. 아마 대우가 지금까지 활약했다면 한국은 신흥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로 대접받을지 모른다. 너무 아쉬운 대목이다.
외환위기 여진이 채 가시지 않았던 1999년 4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강당을 가득 메운 투자자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한국 경제를 살리면서 돈도 많이 버는 방법은 바이코리아 펀드투자”라며 “2005년엔 지수가 6000까지 오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추락한 주가가 1000을 다시 넘는 데 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주장한 지 8년이 지난 2007년에 와서야 철강, 조선, 건설 등이 증시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잠재력 있는 한국 제조업에 투자하란 그의 주장은 백번 옳은 얘기였다. 다만 총명한 그의 두뇌를 도덕성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뒤끝이 좋지 않았다.
넘치는 돈으로 전 세계 증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은 주식 값을 띄우기에 충분하다. 지난 10년 새 넓은 의미의 유동성은 700조원에서 1800조원으로 늘어났다. 주식형펀드가 60조원을 넘어섰고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업이 2003년 3월 이후 투자를 하지 않고 대신 사들인 자사주가 22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니 기업공개나 유·무상증자로 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수요는 느는데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하다.
“경기상승 속도보다 주가 오름세가 너무 빠르다”는 재경부 차관의 걱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내수 경기회복이라기보다 세계경제 호조와 국내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수급은 모든 재료보다 앞선다. 재건축을 틀어막는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강남 아파트 값을 부채질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씨는 지금 증시는 무릎이 아닌 발목이라며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보다 투자해서 부닥치는 위험이 훨씬 적다고 강조한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이제 겨우 3부 능선에 왔을 뿐이라고 단언한다. 과거 증시는 산업화를 반영했다면 지금은 민주화와 정보통신의 발전에 남북 화해 분위기가 겹쳐진 복합적인 상승장이란 설명이다.
증시에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잘하면 10년에 한 번 오는 대운(大運)을 잡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무서운 쓰나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거친 바다는 튼튼한 배(우량주)로 항해해야지 쪽배를 타고 건널 순 없는 일이다. 모두가 환호할 때 함정이 숨어있다.
위험관리가 최우선이다. 블랙먼데이 같은 돌발사태가 와도 피해가 덜할 저평가 우량주를 사서 ‘마르고 닳도록’ 보유해야 한다.
‘유(有)주식 상(上)팔자’ 시대다. 주식 없는 노후대비는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왔다. 전 세계에서 재산 1조원이 넘는 946명 중 63%가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금전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Financial Freedom)를 누리려면 위험자산인 주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예금 비중을 낮추고 주식 보유를 높일 때다. 하늘은 과학적 투자를 하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
[윤영걸 /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2호(07.07.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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