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때 국고채수익률이 6%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이는 2002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사실 금리상승은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고 이러한 금리상승의 밑바탕에는 경기회복이라는 재료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상승이 가계에 큰 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 경기회복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금리상승세는 경기회복으로 설명하기에는 분명 지나치리만큼 폭이 크고 속도가 빠릅니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와 펀드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펀드 열풍이 불면서 ‘묻지마’ 식의 투자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초 5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주식형 펀드 규모가 지금은 100조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소위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투자의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 시대의 대세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입니다. 지나침이 결국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들은 자금부족으로 비상이 걸렸고, 결국 모자라는 자금을 은행채나 CD를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금리가 경기회복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금리 급등현상은 당장에 6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상승의 충격을 바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금융시장 쏠림현상 때문에 지나치게 금리가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 동안 펀드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급격하게 이탈해 또 다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가 급등세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이 해소돼야 합니다. 먼저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은 은행채나 CD 발행을 통해 손쉽게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펀드판매에 열을 올리는 제 살 깎기 경쟁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적극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도 경직적인 유동성 죄기로 일관하기 보다는 자금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적 금리상승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하는 투자를 자제하고 쏠림현상이 해소될 때 발생할 위험을 생각하는 냉철한 투자 자세가 요구됩니다.

CBS 객원해설위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뉴스부활 20주년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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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들이 불법 비자금을 형성하여 정치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의 권력기관에 제공해 온 사실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너무나 오래되고 반복된 습관이다. 국민들은 이제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기에도 지쳤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끌고 있긴 하지만, 특검 실시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도마뱀 꼬리자르기’로 끝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부패와 비리를 발본색원하여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실에 이견이 있는 국민들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관련자들을 몸통까지 찾아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한다고 해서 그 뿌리가 완전히 뽑히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바로 기업지배구조 왜곡의 문제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그룹 계열사내 지분은 고작 0.31%, 이재용 전무 등 일가를 포함한 지분율은 0.81%로 전체 재벌그룹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율이 가장 낮은 경우다. 그리고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이건희 회장은 황제 경영, 제왕적 총수의 대표 사례다.

턱없이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지배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그 구조를 온존시키려고 하니 자연히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로비가 횡행하고 비자금 조성 등을 비롯한 부패와 비리가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황제경영, 족벌경영, 세습경영과 엇물린 부패와 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이처럼 왜곡된 소유지분 구조의 온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문제가 드러나면 ‘도마뱀 꼬리 자르기’만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패와 비리의 몸통은 한 번도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고, 왜곡된 소유지분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커녕 막강한 자본 권력의 힘 앞에 모두 머리를 조아리기 일쑤다.

유명무실한 기존의 경영권 견제 장치들

물론 사외이사제, 집단소송제, 주주대표소송제, 감사위원회 등 재벌의 전횡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다양한 경영권 견제 장치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 장치들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증명되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월 29일에 발표한 ‘상장법인의 사외이사제도 운영실태’(464개 상장법인 설문과 1403개사 사업보고서 분석) 조사결과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유명무실하게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의 최근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로 현행 사외이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제도적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는가.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가 제시하는 해법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를 통해 거대기업 주식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회사의 의사결정 모델 자체를 혁신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부패와 비리 근절은 물론이고 국민 경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업 혁신을 강제할 핵심 수단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확대와 관련해서는 지난 번 칼럼 <‘삼성제국’의 해체,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니다>(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67531)에서 그 내용을 소개하였으므로 여기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하도록 한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에선 연기금 투자에 사회책임 원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00년 7월에 발효된 영국의 ‘수정연금법’이다. 여기에는 “연금펀드를 운용하는 모든 주체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에서 사회, 환경, 윤리의 3개 요소를 함께 고려할 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권리를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문구가 공식화되어 있다. 이 밖에도 2002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의 Financial services Reform Act, 프랑스의 Fabius Act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에 사회책임투자로 향하는 길을 열어둔 사례는 많다.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가 제안하는 연기금 사회책임투자는 채권, 주식 등으로 적절한 비율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되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투자하자는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화 기여와 금융공공성 보장 △경제 전체 비중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여 환경, 사회, 윤리, 고용 측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제고 △장기적인 투자(연구개발, 고용확대, 설비투자)에 힘쓰는 기업에 우선 투자 △부실, 위험 자산과 부동산 투자 금지와 기금의 투기적 운용 방지.

이러한 연기금 사회책임투자의 원칙은 법으로 명문화하여 사회책임투자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한 연기금에 대한 운영 및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여 연기금 운영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의 폐해

지난 2001년 엔론사 파산 사태의 주요 원인이 회계부정과 경영자에 대한 견제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의 실패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로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의 폐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 경영자와 회계법인의 담합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한 폐해의 누적이 엔론사 파산 사태를 불러온 주요 요인이었다는 것에 별다른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이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엔론과 거래관계가 있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경영진을 적절히 감독하는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가 공고히 자리 잡은 한국의 기업들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직후 불투명한 경영과 기업지배구조의 낙후성으로 기업부실이 초래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부분적인 제도개혁이나마 이루어졌다. 게다가 IMF, IBRD 등 국제금융기구들도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법률개정을 강하게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99년 이사회 내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되었다. 또한 2000년에는 증권거래법 제191조의 16이 신설되어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의무가 부과되었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주권상장법인 및 코스닥 등록법인은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 이상으로 선임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현행 미국식의 사외이사제도나 감사위원회 제도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시민단체들뿐 아니라 정부나 민간기관들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기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감독기관의 대주주의 독점적 경영권 제어 기능 강화, 내부 경영감시 기능 강화와 회계, 감사 및 공시기준 강화, 대주주 이기주의와 대주주나 경영진에 의한 형식적인 주주총회 진행 방지 방안 마련, 대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제도 마련, 이사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 확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감사기능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영자의 내부감사인 추천 및 선임방지, 외부감사인과 기업 사이의 비종속적 관계 유지를 위한 규제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책들이 모두 실현된다면 현행 제도를 보완한다는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으로 현재의 문제점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들 대책의 대부분은 근본적인 틀은 손대지 않은 채 부분적인 기능 강화나 구호를 외치는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사회 중심 일원적 의사결정 모델을 혁신해야

앞서 말한 연기금 사회책임투자를 통한 영향력 있는 지분 획득, 그리고 주주총회에서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한 압력 수단 확보가 이러한 구조적 해법의 첫 번째 단계라면, 주식회사에 관한 법규에 따른 현행 기업지배구조 혹은 의사결정 모델 자체를 혁신하는 것은 두 번째 단계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기업지배구조를 이사회와 감사회 중심의 이원적 의사결정 모델로 바꾸고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한국사회당 금민 후보가 제안하는 이원적 의사결정 모델은 기존 이사회 중심의 일원적 의사결정 구조를 경영을 주로 담당하는 '이사회'와 이를 감독하는 '감사회'로 이원화하고, 감사회는 주주총회와 노동자가 절반씩 그 구성원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원적 의사결정 모델은 현재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택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서 감사회는 이사들을 지명하고 해임하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이사회의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에 동의권을 갖도록 한다. 이사회가 행정부라면 감사회는 의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 주식회사법 제84조 1항과 3항, 제111조 4항도 이러한 감사회의 권한을 명문화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자에 의해 선출되는 감사의 일정 수는 반드시 사외감사로 한다. 이것의 취지는 노동자에 의해 선출되는 감사가 협소한 종업원 의식만을 반영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주총회에서 선출되는 감사가 수익성만을 고려하는 투자자 이해관계를 전일적으로 반영할 경우를 예방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는 연기금 사회책임투자가 전제된다면 일정하게 문제가 해결된다. 연기금 운용위원회가 주주의 자격으로 사회책임투자의 관점에서 감사 선출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사회는 그 구성 원리상 지배주주의 비합리적인 투자와 고용 관행을 저지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국민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이사회는 감사회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경영자의 전횡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렇게 이원화된 모델이 도입되면 이사회 자체의 구성도 총수나 경영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외이사의 독립성도 철저히 보장될 수 있다. 즉, 감사회는 국민 경제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연기금이 주주 및 경영자와 노동자의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의 관점에서 거시적 이해 조정을 행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한편, 여기서 노사공동결정제도란 산별교섭, 작업장평의회, 감사회라는 세 개의 각각 다른 분권화된 의사결정 체제가 기업의 전반적인 의제들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독일식 모델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산별교섭에서 사회적 기준을 정하고, 작업장에서 노사가 세세한 사안들을 결정하며, 감사회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이때 감사회 전체의 절반은 노동자가 구성하는 것으로 한다.

물론 한국에서의 노사관계 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에 산별 차원의 노사공동결정제도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산별 체제의 형성을 촉진하는 법과 제도의 도입을 통해 노사관계 발전의 틀을 마련하는 역발상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는 노동자 내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균열을 극복할 수 있는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조직적 역량의 부족함이다. 그럼에도 노사공동결정제도 도입은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산별 체제를 촉진하면서, 기업 차원의 노동자 경영 참가를 확대하고, 감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노사관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기업 혁신을 통해 경제 혁신을 도모하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주인은 소수 재벌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다.

고용 없는 성장, 단기 수익에 매몰되어 설비투자와 고용 창출보다 금융 투기에 열을 올리는 경영, 정리해고와 저임금 불안정 단순노동의 도입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개선해 온 기업들의 행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거대기업 중 그 어떤 기업도 이 같은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삼성의 예에서 보았듯이 거대기업들은 오히려 불법 비자금을 마련하여 권력층을 매수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방법으로 가족 경영권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경제 정책마저 좌우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제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위에서 거대기업을 통제하고 국민 경제 전체의 발전을 위한 두 가지 핵심적인 구조개혁 대안을 제시했다. 이사회와 감사회의 이원적 구조를 갖도록 주식회사 제도를 혁신하는 것과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와 결합되어 거대기업을 국민들이 통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뼈대 외에도 재벌중심 경제구조 자체를 혁신하기 위한 보완적 대책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부당 내부거래 금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엄격한 분리, 그리고 부와 경영권의 편법상속 방지를 위한 조세제도 개혁, 경영자 배상책임제도의 도입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점화된 삼성 사태, 이제 더 이상 김 변호사와 몇몇 시민단체들만의 외로운 싸움일 수 없다. 또한 그것은 부패-반부패 프레임의 틀을 넘어서서 한국 경제 전체의 혁신, 재벌 경제를 국민 경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경제 대안 논의로 발전해야 하고, 국민 모두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이번 삼성 사태의 본질적 해법이고, 우리가 끌어내야 할 교훈이자 실천지침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변인

BBK 문제가 일단락되고 나니 삼성 특검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삼성이라는 굴지의 그룹이 개입된 첨예한 사안인 데다 자칫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이 사건은 미국 일본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 것 같다. 뉴스위크지(誌)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가(家ㆍruling family)는 3000억달러 가치에 달하는 제국의 지배를 둘러싼 생존 투쟁에 휩싸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임되고, 여수가 엑스포를 따낸 것을 은근히 배아파하는 일본은 또 다른 엉큼한 속내를 드러낸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이 기회에 삼성을 따라잡자"고 쾌재(?)를 부르는 모양이다.

김용철이란 사람이 삼성 특검의 뇌관에 불을 댕겼으며 거기엔 자존심이 개입돼 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김용철 관련 기사에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란 표현이 꼭 따라다니고 '삼성에 자존심을 다친 사람'으로 묘사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자존심이란 단어는 사뭇 심각한 측면이 있다. 사전에는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으로 풀이돼 있다. 좋은 말이다.

자존심은 과연 무엇이며 반드시 부(富)와 정면 결투를 벌이는 존재일까. 인간 심리에 제법 통달한 것으로 보이는 로버트 그린은 대뜸 "자존심 강한 사람은 가급적 피하라"고 주문한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조금만 모욕을 당해도 복수하겠다고 달려든다. 고로 위험한 존재라는 것이다. 뭐, 술김에 말한 걸 가지고….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필자는 그린이 자존심을 한 가지로만 풀이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양한 자존심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남을 어깨 위로 올려주고 자신은 밑에서 받쳐주는 아량의 자존심, 아무리 돈이 많이 벌려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富)는 절대 피하겠다는 당당함을 가진 사업가.

홍콩 최대 갑부 리카싱의 사업 좌우명은 '의롭지 못한 채 부귀를 누림은 뜬구름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자존심이 아닌가. 그는 재산 3분의 1(약 63억달러)을 사회에 내놓음으로써 아무리 돈을 벌어도 시샘하는 이가 없다. 사실 요즘 TV가 설정한 광고 장면을 보면 '자존심'과 '돈'의 관계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여대생이 '5000원짜리 돈가스냐 500원짜리 떡볶이냐'의 갈림길에서 '돈이냐 자존심이냐'라고 철학적으로 묻고선 '자존심이 결국 밥 먹여주냐'한테 져서 떡볶이가 승리하는 애교스런 모습이다. 문제는 나의 품위는 곧 다른 사람의 불행을 촉발한다는 대립 각도에서 보려는 자세다. '네가 내 맘에 안 드는 짓을 했으므로 이제 네가 당할 차례'와 같은 좀스러운 생각 때문에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내 이익만 챙길테니 너는 손해를 봐라'라는 식은 진정한 자존심이 못 된다. 그것은 해코지이며 앙갚음일 뿐이다. 앞으로 남들이 당신을 일컬어 "자존심이 참 센 분"이라고 치켜세운다면(?) 나의 자존심은 어떤 모습인지 한번 되돌아보라.

로버트 그린이 파악한 자존심의 범위는 지나치게 좁았지만 아무리 상대가 약해 보여도 절대로 모욕을 주지 말라는 충고는 참으로 기억해 둘 경구이다. 그린은 인간의 자존심과 관련해 두 가지를 더 말했다.

하나는 상대를 파악할 때 절대 본능에 의존하지 말고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할 것. 나머지 하나는 겉모습으로 인간을 평가하지 말 것이며, 특히 사람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은 절대로 믿지 말 것!

보너스로 그린이 말한 인간 종류와 대처 방안에 대해 좀 더 설명하겠다. 두 번째 부류인 불안정한 사람은 속거나 공격을 당하면 야금야금 복수를 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은 복수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를 채게 되는데 역시 이런 인간도 피하는 게 좋다는 것.

셋째 부류인 의심이 많은 사람. 스탈린 같은 사람이다. 모두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착각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악의 것만을 보는 습관이 있다. 이런 사람은 이용하기도 쉽지만 그 의심이 당신을 향하면 아주 재미없어진다.

넷째, 잘 잊지 않는 부류의 인간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계산하면서 기다린다. 그러다가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서면 냉정하게 복수를 시작한다. 평소엔 차갑고 무심하다. 이런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면 완전 박살을 내는 게 낫다.

다섯째, 평범하고 무식한 사람은 모두가 봉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머리가 나빠 속아주지 않으므로 정말 속이기 어렵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괜히 시간과 자원만 낭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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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김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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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연금의 기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1998년 국민연금, 1994년 개인연금, 2005년에는 퇴직연금이 도입되어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같은 3층 사회보장체계를 갖추었다. 하지만 태어난 지 2년밖에 안 되는 퇴직연금제도는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와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정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퇴직연금 도입 당시에 163억원에 불과했던 적립금 규모는 2007년 10월 현재 1조8361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퇴직보험이 향후 퇴직연금제도로 전환되고,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이해가 제고된다면 적립금 규모는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제도 확대의 어려움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 기존 퇴직금 제도의 퇴직연금 전환에 대한 유인 부족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의 지나친 규제도 치명적인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회사가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에도 운용 규제가 있지만, 근로자 스스로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은 더욱 엄격한 규제로 인해 자유로운 적립금 운용이 매우 어렵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확산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운용 규제로는 위험 자산과 국외 자산 투자 제한을 들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 제도는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를 전체 적립금 중 40%까지만 허용하고 있으며, 국외 자산은 채권에만 30%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펀드 투자만을 허용하는 주식 투자는 적당한 투자 대안 부재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행위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퇴직연금 재원의 수익률 제고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거의 규제를 하지 않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하겠다. 2000년 12월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홍콩도 운용에 대한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적립금 운용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 집단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또한 퇴직연금 적립금의 과도한 손실 발생이나 근로자 단체의 반발을 걱정하는 노동부나 금융당국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현 상황에서 매우 후진적인 운용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제도 정착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까다로운 운용 규제 없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홍콩 사례를 보자. 2001년 말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홍콩은 도입 후 2년간 주식시장 침체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였다. 하지만 이미 선진 금융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던 근로자들은 적립금 손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03년 이후 주식시장이 회복되자 적립금 손실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홍콩 감독당국은 2005년 말에 작성한 5년간 평가 보고서를 통해 홍콩 퇴직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였으며 수익성도 만족스러웠다고 하였다.

홍콩 사례에서 볼 때 적립금 손실이 두려워서 운용 규제를 심하게 하는 것은 퇴직연금제도 정착에 대한 의도가 없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근로자의 윤택한 노후생활을 위해 퇴직연금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할 때가 되었다. 누구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오로지 근로자의 안정된 노후생활만을 목적으로 과도한 운용 규제를 철폐하여야 한다.

퇴직연금제도 정착에 방해가 되는 운용 규제를 철폐하고, 다양한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하이브리드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근로자 노후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 교육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ㆍ개인연금제도와 함께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 노후생활 보장책으로 충실히 활용될 수 있다면 고령화에 따른 국가 부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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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앞서 두 차례 대통령 선거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가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받다가 추락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 2002년 내리 청와대 입성 문턱에서 네거티브 공격에 무너졌다. 네거티브에 한이 맺혔을 그가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에 동참하고 있다. 배역이 달라진 연기자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두 차례 전례(前例)의 ‘학습 효과’ 때문인지,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대안부재(代案不在)’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아서인지, 1등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의 약발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런 뜻에서 한국 대선의 양상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1등 죽이기’는 여러 형태로 벌어진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이다.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이르며, 지난해 수출은 나라 전체 3255억 달러의 5분의 1을 기여했다. 그런데 ‘삼성공화국’ ‘공룡 삼성’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다리를 거는 세력도 만만찮다. 마침내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및 떡값 폭로를 계기로 한 기업 집단만을 겨냥한 특검법이 발동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재단법인 ‘행복세상’을 발족한 김성호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 시절 “과거의 분식회계를 스스로 바로잡는 기업에는 형사처벌을 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식회계가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1등 기업이 대표로 당하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의 투자와 경영이 위축되면 협력기업과 관련 산업, 그리고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삼성 특검이 1등 기업 죽이기가 아니라 투명성을 높여 건전한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둬야 하는 이유다.

삼성, 미래에셋, 김&장 때리기

최근 증시에서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앞서 나가는 미래에셋 금융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 난다. 미래에셋은 간부급 펀드매니저의 선행매매 가담 루머가 느닷없이 돌면서 금융감독원 감사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총자산은 45조9000억 원으로 동종업계에서 2등을 두 배 이상 앞서는 독보적 1등이다. 미래에셋은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금융의 해외수출에도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 리딩 컴퍼니에 대한 두려움과 질시가 지나쳐 역동적인 금융수출 기업을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미래에셋의 대내외 경쟁력은 우리나라 금융 및 자산운용 비즈니스의 소중한 핵심 역량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재판에서 변론을 맡았던 김&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거론했다. 김&장은 ‘로펌 업계의 삼성’으로 불린다. 로펌 중에서는 김&장이 압도적인 1등이고 3, 4개 로펌이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래서 김&장을 견제하고 질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김&장이 전직 관료 등을 광범위하게 영입하는 것을 두고 ‘로비스트 회사’라는 비난도 나온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기업에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1등 로펌에 대한 시샘이 아니라 한국 로펌이 세계적인 로펌과 경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1등 죽이기’ 게임의 코드는 평등이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말썽을 일으킨 등급제 수능이나 내신 위주의 입시도 알고 보면 과학고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같은 일류 고교와 SKY(서울-고려-연세대) 같은 일류 대학을 끌어내리자는 정책 의도에서 나왔다.

일등 격려해야 일류 국가 된다

1등이 주는 긍정적 외부효과(externality)를 생각해 보면 잘나가는 1등 끌어내리기는 어리석은 사고방식이다. 외부효과란 과수원 주인이 과일 나무를 심으면 이웃이 덕을 보는 현상을 말한다. 과수원에 꽃이 활짝 피면 양봉업자의 벌꿀 생산량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나 이웃에도 과실이 돌아간다. 과수원 길을 걸으며 경치를 감상하고 꽃향기에 취해 볼 수도 있다. 삼성, 미래에셋, 김&장, 일류 대학이라는 과수원에 풍년이 들면 그 집 식구들만 좋은 것은 아니다.

남의 자식 1등 한다고 박수는 치지 못하더라도 배 아파할 일은 못 된다. 우수한 인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학교 교육에 따른 사회적 이득은 개인적 이득보다 크다. 우리 사회가 1등 죽이기 게임에 탐닉하다 보면 세계시장에서 1등 하는 품목이 사라져 하류(下流)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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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年연 8%를 넘어섰다. 작년 말보다 1%포인트 정도 올랐다.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물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아파트 담보대출로 1억5000만원을 빌렸을 때는 한 달 이자가 77만원이었지만 지금은 94만원을 물어야 한다.

현재 주택대출 잔액 220조원 가운데 94%가량이 이런 변동금리 대출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家計가계 이자부담이 한 해 2조원 넘게 늘어난다. 미리 정해진 고정금리로 돈을 빌릴 수도 있지만 그 금리도 최근 연 9%로 뛰어 올랐다. 그래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도 없고 꼼짝없이 먹을 것 입을 것 줄여가며 이자를 더 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시중금리가 이렇게 뛴 데는 은행 책임이 크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은행 예금에서 要求拂요구불 예금과 저축성 예금을 합쳐 13조원이 빠져나갔다.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와 주식형 펀드 등으로 돈이 흘러갔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려나갔다. 국내은행들이 ‘금리 따먹기’ 장사만 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전체 수익에서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인데 비해 국내은행들은 80%가 넘는다. 그래서 중소기업 대출이 60조원이나 불어나는 등 전체 대출이 91조원이나 늘었다.

은행들은 예금이 줄어 금고가 비는데도 대출을 늘리려고 CD와 은행債채 등 채권을 발행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은행이 발행한 CD는 27조8000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2조4000억원의 11배를 넘는다. 이렇게 채권 물량이 늘어나면 채권 값이 내려가고 반대로 금리는 오르게 된다. 여기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非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의 波長파장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마르고 금리가 오르는 사태가 겹쳤다.

결국 은행들이 몸집 키우는 데만 급급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다 禍화를 부른 것이다. 자금 需給수급관리,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방만한 자세를 미리 제어하지 않은 감독당국 책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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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샤토 무통로칠드. 지난해 10월 미국 LA에서 펼쳐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새로운 기록이 수립됐습니다. 프랑스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1945년 빈티지가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지요. 12병짜리 케이스는 경매가로 29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한 병으로 따지면 2만4166달러(약 2000만원)니까 중형차 한 대 값인 셈이지요.

샤토 무통 로칠드가 속해 있는 메독와인협회의 필립 당브린 협회장은 최근 방한해 “와인 가격지수, 펀드, 경매 등이 유럽은 물론 미국 등지에서도 각광받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전통이 깃든 프랑스 와인을 병에 담기 전부터 입도선매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하는 와인들이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는 모습입니다. 무통 로칠드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세계 와인 경매시장의 규모는 25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답니다. 2005년과 비교하면 45%나 성장한 수치지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2004년 3월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와인 경매에서 1961년산 샤토 라투르가 560만원에 낙찰돼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팔 사람은 물론, 가치를 알고 살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와인펀드도 생겨났습니다. 사실 이런 개념은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발달한 개념인데요. 특히 유럽의 경우 와인 가격지수로 널리 쓰이는 ‘Liv-ex100(잠깐용어 참조)’가 있을 정도입니다. 와인펀드는 이 지수에 포함된 와인들, 혹은 미국의 컬트와인처럼 독특한 와인을 보유한 회사, 좋은 브랜드를 지닌 포도원 등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요.

굿모닝신한증권이 국내 최초로 내놓은 ‘유리글로벌와인신의물방울펀드’도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컨스텔레이션 등 세계적인 와인 관련 업체 35곳에 주로 투자하도록 설정돼 있는데요. 3개월 만에 142억원어치가 팔렸다니까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직접투자용으로 와인을 사서 보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일단 그러려면 와인의 가치를 매길 수 있어야 합니다. 해외에 나갔다온 지인들에게 종종 와인 선물을 받아 보관해뒀는데 어느 날 그 와인이 500만원짜리로 돌변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는 크게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지를 따져보라고 전합니다. 첫째로 숙성력이 있어야 한다네요. 와인이 오랜 시간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려면 숙성력이 매우 중요한데요. 타닌이 풍부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와인이나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레드와인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희소성입니다. 우표 수집하는 분을 보면 특정 해에 한정 생산된 우표를 선호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같은 이치랍니다. 대량생산하는 와인보다 한 해에 7000~8000병 생산하는 프랑스 브루고뉴 지방의 로마네콩티가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명도도 있어야겠지요. 최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중국 와인이라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와인스펙테이터, 디캔터 등의 잡지, 로버트 파커 등 와인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와인들이 이름값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렸던 샤토 라투르 61년산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았었죠.

빈티지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그해 포도가 잘 영글면 그만큼 높은 품질의 와인이 생산됐다는 말인데요. 1945, 1961, 1982, 1989, 1990, 2000, 2003, 2005년에 생산된 유럽, 미국 지역 와인들이 그레이트빈티지(Great Vintage) 즉, 포도의 결실이 아주 좋았던 해인 만큼 와인 품질도 좋다고 보시면 된답니다.

▶ 잠깐용어

·Liv-ex100 : 런던 국제빈티지거래소가 산정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100가지 와인의 가격을 평균 내 만든 지수.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4호(07.12.1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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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인해 국제금리가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서브프라임 쇼크 이후 금리 인하에 주력하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상 정책을 보류했으며, 일본은행도 당분간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보이는 등 선진국 정책금리는 일제히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에 지표가 되는 리보금리(런던 은행 간 금리)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월 서브프라임 문제가 확산되면서 리보금리는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나타낸 후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이나 금리 인하 정책에 힘입어 하락했지만 11월 말 이후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표가 되는 달러 베이스의 3개월 리보금리는 지난 7월 초 5.36%에서 9월 7일 5.72%로 상승한 후 11월 초에는 4.86%까지 하락했으나 11월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12월 6일 5.15%를 기록했다.

국제금리의 불안한 움직임은 서브프라임 문제로 촉발된 신용경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문제는 미국 부동산 대출 부실이라는 전통적인 거품 붕괴 영향과 함께 부동산 대출채권을 활용한 증권화 상품이 글로벌하게 확산돼 국제적인 금융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해 어디서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증권화 관련 상품 전체에 대한 불신이 고조돼 구미 각국 대형 금융기관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부실화와 함께 미국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액이 급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우량등급 부동산대출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도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미계 금융기관들은 금융자회사 격인 SIV(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등 부실을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시장의 불신이 남아 있어서 글로벌 금융기관끼리 서로 불신하여 자금 공급을 꺼리기 때문에 은행 간 단기금융시장이 경색돼 금리가 급등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금리의 불안정성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글로벌 금융 불안의 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불황은 실물경기 하락과 맞물려 향후 3~5년 정도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대출의 부실과 함께 주택 압류 건수가 확대되는 한편 신규 및 중고 주택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 조정으로 인한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판매 월간 호수에 대한 재고 주택 비율은 10배 정도로 상승한 상태며, 이것이 4~5배 정도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채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최악에는 공적자금 투입정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손실 확대 추세는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이어져 예상 외로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으나 점차 회복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버블 붕괴 과정에서는 투기 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할 때까지 경제적인 혼란을 겪을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금융시장 도덕적 해이 억제 등이 고려돼 금리 인하 속도나 폭은 과거 그린스펀이 IT 거품 붕괴 이후 단행한 금리 인하 정책보다도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이나 일본도 당분간 금리 인상 정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세계 경기 급락을 억제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는 중국 등 개도국은 내년에는 선진국과 달리 정책금리가 뚜렷한 상승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금리 방향과 미국 정부의 서브프라임 대책 강화를 전제로 할 때 글로벌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 심리도 내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은행 간 단기금융시장에서 돌발적인 금리 상승 압력이 발생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달러 베이스의 리보금리는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많은 투자가들이 과거와 같이 신용평가등급을 믿고 복잡한 증권화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될 정도로 국제금융시장 신뢰성이 회복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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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내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개편안을 의결한다. 하지만 개편안은 너무나 실망스럽다. 운용위의 상설화를 통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라는 개편 취지에 비춰보면 개악에 가깝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돼 있는 기금운용위를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독립적 민간기구로 한다고 지난 9월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안에서 정부는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바꿨다. 또 기금운용위원 7명 중 2명을 상임위원으로 두려던 계획도 변경해 7명 모두를 비상임 위원으로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정부 책임을 명확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기금운용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바꾸는 등 독립성 훼손은 전혀 없는 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전혀 맞지 않다. 상임위원 한 명 없이 기금운용에 대한 책임있는 의사결정이나 상시적 평가·관리를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한다면 행정부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가입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안대로라면 기금운용위는 매우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무국에 많은 것을 일임하거나 정치권과 정부의 간섭에 제대로 버텨낼 수 없어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기금운용위 개편은 가입자 단체와의 조율 등 사회적 합의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한 사항이다. 정부 개편안은 이런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못했다. 공청회를 했다고 하나 의례적 의견 청취이지 실질적 조율은 아니었다. 앞으로 가입자 단체의 반발은 물론 국회에서의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 얘기했듯이 연금기금은 사설 펀드가 아니라 공공기금이다. 사회적 유용성과 거시경제와의 조화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독립성이란 미명 아래 몇몇 민간 투자전문가의 손에 연금의 운명을 맡겨서도 안 되며, 정부가 제멋대로 가져다 사용하도록 내버려둬서도 안 된다. 연금급여 지급의 책임성을 지니는 정부, 연금기금의 주인인 가입자와 사용자, 그리고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적절한 균형과 견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내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원칙 아래 개편안을 전면적으로 다시 살피길 바란다. 근본적 재검토만이 기금운용위 개편 취지를 되살리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논란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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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3.1%, 4.7%, 4.2%, 5.0%. 이 네 개의 숫자는 현 정부 들어와서 2003년에서 2006년까지의 우리나라 경제의 경제성장률이다. 4.0%, 5.3%, 4.9%, 5.4%의 네 숫자는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평균치이다. 특징적인 것은 우리나라 성장률이 4년 연속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치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어떠했나. 1980년대 우리나라 평균 성장률은 7.7%로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 평균치 3.1%의 두 배 이상이었고, 1990년대에는 6.3%로서 세계 평균 2.2%의 세 배 가까운 성적을 보였다.

결국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우리 경제는 평균 수준 이하의 기록을 나타내면서 뒤처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3700억 달러, 수입이 3500억 달러 정도라고 볼 때 두 숫자를 합친 교역규모는 7200억 달러 정도이다. 이 둘을 합친 후 1조 달러 조금 안 되는 GDP 수준으로 나누면 소위 ‘대외 의존도’가 나온다. 70%를 훌쩍 넘는 숫자이다. 대외 의존도가 이처럼 높다 보니 세계 경제가 잘되면 그나마 수출로 먹고살 수는 있다는 얘기인데, 내년에는 세계 경제마저 안 좋아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면 수출에도 타격이 올 것이고, 세계 평균보다 낮은 우리 경제성장률도 더 감소한다는 얘기다.

그뿐 아니다. 고유가에다가 중국발 인플레가 겹치면서 물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러다가 저성장 속의 고물가 현상, 곧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씨티은행은 표면금리 11%짜리 전환사채(CB)를 발행하였다. 무려 75억 달러 규모인데, 전액 중동 오일머니 국부(國富) 펀드의 대명사인 아부다비 투자청이 인수하였다. 금리가 11%이면 거의 정크본드(신용등급이 아주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준인데, 여기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여주었다.

이처럼 씨티은행이 굴욕에 가까운 긴급 ‘바겐세일’을 한 것은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은행이 이 정도면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자금 경색 현상이 꽤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국내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사태와 지방 건설사 도산 문제가 큰 걱정이다.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수도권까지 그 태풍이 몰려올 기세이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쌓여가는 미분양 아파트를 견디다 못해 도산하는 지방 건설회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분양을 하는 업체들, 그리고 이 제도를 기다리며 주택구입을 미루는 소비자들 간에 괴리가 생기면서 공급 과잉에다가 수요 부족까지 겹쳐지는 바람에 미분양 아파트가 10만 채를 넘어서고 있다.

지방 건설사의 줄도산이 이어지면 이 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한 지방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하면서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며 정부가 정상적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에 대해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적이 있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모두 악화되어가는 지금, 바람 가득한 풍선의 입구를 조심스레 열어 바람을 살짝 빼듯이 민감한 우리 경제 상황을 솜씨 있게 요리해갈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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