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적으로 특정 회사를 감싸게 되는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잊히기 전에 한번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기록적인 판매실적으로 화제를 뿌리던 지난달 중순 금융감독원이 속내가 의심스러운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나는 연내에 펀드 ‘불완전 판매’ 실태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11월15일), 다른 하나는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에 대한 검사 계획(11월16일)이 그것이다. 이들 발표가 있기 직전인 14일 ‘사건’이 있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외부 강연에서 해외펀드 열풍과 투자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같은 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해외펀드나 미래에셋으로의 쏠림에 대해 ‘문제 없다’는 해명에 열중했다. 이 보다 며칠 전 투자 대상을 특정 자산에 한정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새 개념의 인사이트 펀드에 무려 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과열·쏠림 경고냐 괘씸죄냐-

불완전 판매(mis-selling)는 투자의 위험성 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금융상품을 파는 행위다. 그동안 펀드 열풍이 거세지는 한편으로 불완전 판매의 심각성은 계속 커져왔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감원의 우려가 인사이트 펀드를 계기로 증폭됐다고 생각하면 실태점검 계획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미래에셋 싱가포르 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자산운용사 해외법인 첫 현장검사’ 계획까지 공표한 것은 고려하면 일련의 상황 전개를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 정기검사 성격이라는 금감원 해명보다는 미래에셋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업계의 시각이 훨씬 자연스럽다.

굳이 따지자면 김위원장과 박회장의 발언은 둘 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단기간의 해외펀드 과열과 쏠림 현상을 경고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다. 해외진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박회장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펀드 투자를 시작단계로 판단하고 투자 리스크의 국내외 분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태든 괘씸죄가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많이 컸구나. 손 좀 봐줘야겠다’는 식의 구시대 관료적 시각에서 괘씸죄가 비롯됐다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위다. 괘씸죄 차원을 넘는 좀더 근본적인 견제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것은 더 걱정스런 대목이다.

사실 경쟁이 치열한 업계 내에서 미래에셋을 곱게 봐주기 어려운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위상, 개인은 물론 일부 기관투자가까지 가세한 ‘미래에셋 따라 하기’ 현상,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독보적인 평판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인사이트 펀드가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모은 힘도 투자자들의 무모함이 아니라 수익률 상위 펀드를 휩쓸어온 운용능력에 대한 평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나 금감원 일각의 견제 분위기가 부자연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쏠림은 ‘1등’을 뒤로 잡아당겨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2, 3, 4등을 더 키워 균형을 찾도록 할 일이다. 1등이 반칙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이같은 견제 때문에 미래에셋의 해외진출에 제동이 걸리거나 기가 꺾이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 할 것 없이 국내 금융회사들이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 몰두하고, 국내 고객에게서 받는 이자와 수수료에 목매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해외진출 노력 브레이크 우려-

내수를 기반으로 실력을 키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금감원도 국내시장 관리 못지 않게 이런 해외진출 노력을 뒷받침하는 쪽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보호와 규제’ 속에 안주해온 금융회사들은 새 도전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데 너무 익숙해 있다. 미래에셋이 이미 3~4년 전부터 해외법인을 세우고 해외펀드를 직접 운용하면서 시장을 키워가는 모습이 한층 돋보이는 것은 이런 답답한 국내 실정과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슈로더나 피델리티 같은 외국회사 펀드를 수입해다 수수료 챙기고, 해외펀드 만들어 외국회사에 운용해달라고 맡기는 식으로 돈을 벌 것인가.

〈서배원/논설위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