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은미 기자]"요즘 제게 초능력이 생겼어요. 기사 제목만 봐도 어느 신문인지 알겠다니까요."

"386 컴퓨터였던 제 뇌가, 요즘은 펜티엄급이 됐어요."

네티즌들은 요즘 고백한다. 요즘 네티즌들을 가리키는 명언은 이게 아닐까? "나는 의심한다. 고로 찾아낸다."

명탕정 홈즈나 코난은 만화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네티즌 수사대는 무섭다. 날카롭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는, 재빨리 진위 파악에 나선다. 정부의 발표도 재빨리 수사에 나선다. 대책도 내놓는다. 걷는 정부 위에 뛰다 못해 제트기 타고 날아가는 네티즌이다. 한 네티즌은 비꼰다. "컴퓨터도 켤 줄 모르는 정부가 인터넷이 어떤지는 아나?"

네티즌 수사대가 밝혀낸 진실

"두 달간 계속되는 촛불시위 때문에 광화문 인근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 한 신문이 보도했다. 배성한 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촛불집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성토했다. 상인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촛불 집회를 비난했다.

과연 촛불집회 때문에 장사가 안 됐을까? 네티즌은 언론사 기자보다 빨랐다.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는 배성한 종로구 지회장은 하림각 혜화칼국수 대표였다. 네티즌은 하림각 남상해 대표가 쓴 책을 찾아냈다. 남상해 하림각 대표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으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이자, 18대 한나라당 전국구 신청자였다. 전 음식업중앙회 회장이었다. 또 고인식 현 음식업중앙회 중앙회장도 18대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 신청자였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 다음 이런 일은 또 있다. '농심'은 현재 조선일보 광고주라는 이유로 직격탄을 맞은 업체다. 조선일보 광고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불친절한 대응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에 연이은 광고로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더구나 재밌는 일은 또 벌어졌다. 요리에 관심 있는 여성들이 주로 모인 '82cook'에서였다. 농심 불매운동과 삼양 구매운동에 한 네티즌이 볼멘소리를 올렸다. '객관적 시각'이란 대화명을 단 네티즌은  82쿡에 "농심 불매운동, 타깃이 잘못 설정되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을 "아고라를 즐겨찾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라면을 무지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명"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조중동의 광고게재 여부로 인해 네티즌과 촛불시위 참가자들, 그리고 아고리언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농심의 경우를 보면 타깃 설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농심 불매운동을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타격(?)할 때는 무엇보다 진실에 기초하여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지금 삼양과 농심에 대한 이야기들중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진실은 곧 밝혀졌다. 이 네티즌은 '객관적 시각'이란 별명과 달리 전혀 '객관적 시각'을 가졌다고 볼 수 없는 '농심' 직원인 게 드러났다. 네티즌이 추적한 결과였다. 82쿡 회원이 이 글을 쓴 '객관적 시각'의 아이피를 추적했다. 추적 결과 놀랍게도 이 아이피는 주식회사 농심 아이피였다.

결국 이 글은 물 타려던 농심에게 되레 혹을 붙였다. 네티즌들은 더욱더 농심 불매운동에 올인했다. 네티즌들은 농심 식품에서 나온 이물질을 가리켜 농심 제품을 '바퀴라면' '나방짜파게티'라 불렀다. 농심이 만든 라면은 '파브르 라면'이란 오명까지 붙었다.

반면에 삼양라면은 승승장구했다. 조선일보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였다. 그 뒤 조선일보는 삼양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 뒤 되레 삼양의 모든 식품은 네티즌들의 사재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라면뿐만 아니라 과자·우유까지 주부들의 사재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삼양식품은 주가도 뛰었다. 지난 달 말 삼양식품 주가는 11일 연속 급등했다. 6월 말에 삼양식품은 2주 동안 주가가 1만4500원에서 4만1450원으로 186% 급등했다.  하루 1만주를 넘지 못하던 거래량도 50만주로 뛰어올랐다. 1989년 '공업용 우지 라면 파동'을 겪고, 8년만인 1997년에야 무죄로 판명난 삼양라면은 촛불의 최대 수혜자로 회생 중이다.

네티즌 수사대는 CSI를 능가하는 수사력과 행동력을 자랑했다.

걷는 정부 위에 제트기 타고 나르는 네티즌 28일 오후 청와대 인근 경복궁역에 모이자는 네티즌들의 제안에 '촛불'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자 경찰이 인도까지 올라와 이들의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 남소연 수사력만 자랑하냐? 네티즌은 거리에선 촛불을 들지만, 집에선 인터넷과 전화기를 동시에 들었다. 압력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빛을 발했다. 촛불집회를 왜곡 보도하는 언론이나 인터넷 포털에 네티즌이 대처하는 자세도 다양했다.

시작은 조선일보 절독 운동이었다. 이어서 조선일보에 광고하는 회사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날마다 조선일보에 광고한 광고주 리스트와 전화번호가 깔끔하게 정리됐다. 한 네티즌이 그 날의 조선일보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면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온 동네 인터넷 카페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전화기를 들어, 광고주에 항의했다. 광고주들은 뜨악했다. 이들 언론에 광고한 업체들 매출이 줄었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광고가 줄었다.

조선일보 요청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다음' 측에 일부 언론사 광고주 불매운동 게시글이 위법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삭제 시정 요구를 했다. '다음'은 삭제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움츠러들지도 않았다.

'다음'의 삭제를 대비해, 재빨리 '구글'에 대피소를 만들었다. 국내 포털이 삭제할지 모르는 동영상은 '유투브'에 올렸다.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는 구글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픈 오피스 프로그램"이라며 "서버 자체가 구글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그룹도 함부로 이 큰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삭제 공문을 보낼 수 없다"고 적었다. 또 "구시대적 법률과 사고방식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터넷의 변화무쌍함을 잡을 수 없다"며, "인터넷이 먼지도 모르는 것들아, 어디 이 사이트에도 협조공문 함 보내보시지"라고 비판했다.

그뿐 아니다. 다음 '아고라' 글이 대거 삭제될 때를 대비한 대비책도 만들었다. '아고리언(agorian.kr)' 사이트를 만들고, '구글아고라'도 만들었다.

인터넷은 무한한 바다, 네티즌은 얼마든지 숨바꼭질할 태세다. 걷는 정부가 제트기 타고 나르는 네티즌을 잡을 수 있을까? 따라잡기도 버거워 보인다.

네티즌이 조선일보, 네이버에 대처하는 방법

조선일보와 네이버에 대한 네티즌의 대응 방법은 나날이 진화 중이다. 날마다 새로운 방법이 출현했다. 네티즌들은 조선일보에 손해를 줄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해냈다. 그중 하나가 조선일보 스폰서링크 클릭하기다. 포털에서 검색할 때 '스폰서 링크'란 게 있다. 검색 뒤 '스폰서링크' 로 나온 사이트를 클릭하면 스폰서 링크에 등록된 업체는 포털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20여 개 인터넷 주소를 올렸다. 예를 들어 '다음'으로 조선일보를 검색하면 조선일보 모닝플러스 스폰서링크가 뜬다. 이걸 클릭하면? 조선일보는 '다음' 측에 '스폰서링크'비를 지불해야 한다.

한 네티즌이 7월 5일 제안한 플래시몹. 날짜를 정해 한 장소에 갑자기 모여 하는 깜짝 이벤트다. ⓒ 인터넷 또 있다. 네이버의 촛불집회 미디어 배치에 실망한 많은 네티즌들은 '다음'으로 시작 페이지를 바꾸었다. 이걸로 그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말했다. '네이버 지식인'을 삭제하자. 네이버가 큰 게 '지식인' 때문이니, 지식인에 올린 답을 모두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이 올린 '지식인' 답변을 삭제했다. 네이버의 주요 수입원이라며, '한게임'도 탈퇴했다.

현재 네이버에 가입한 '카페' 때문에 네이버에 갈 수밖에 없다면? "네이버 광고 안 보기 방법"이 있다. 네이버에 가되, 네이버가 자동으로 올리는 광고를 깨끗이 지워버리는 방법이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도구'에서 '인터넷 옵션'을 누른 뒤 '보안'을 눌러 '제한된 사이트'에 'ad.naver.com' 'adc.naver.com' 등을 추가하라고 제안했다. 이 네티즌이 제안한 네이버 광고 주소 10여 개를 '제한된 사이트'에 추가 등록하면, 네이버에 접속하더라도 네이버가 띄운 광고를 하나도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인터넷 시대, 인터넷 광고 불매 운동을 네티즌들은 그렇게 생각해냈다.

국경 없는 시민들, 세계로 세계로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네티즌들은 알았다. 대거 촛불집회가 잡힌 주말이면 유달리 틀리는 기상예보에 네티즌들은 놀라지 않았다. 촛불집회 무산을 위한 기상청의 '음모론'으로 그치지 않았다. 정보는 힘이다. 네티즌들은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존하지 않았다. 일본 뉴스 사이트들의 기상예보 사이트를 비교해 본다.

정보뿐인가? 해외로 향하고, 해외에서 거주하는 네티즌들의 활약도 거셌다. <100분토론>에 출연한 재미교포 이선영 주부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뿐 아니다. 세계최대 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가 국내 촛불집회 관련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을 긴급 파견하기로 했다. 엠네스티의 국내 조사관 파견은 처음이다. 이것도 네티즌의 힘이었다. 먼저 엠네스티의 조사관 파견을 전한 것도 BBC보도를 인용한 네티즌이었다. '해외 한인 광우병 대책 임시연대회의' 였다.

엠네스티가 파견한 조사관은 그동안 해외 교포들이 집중적으로 고발한 12세 어린이 연행건과 유모차에 소화기 살포, 살수차 시위대 머리로 정면 발포 등에 대한 것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과 해외에 사는 네티즌들이 지속적으로 엠네스티 산하 단체에 끊임없이 이메일을 발송하고 전화를 걸며 요청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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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뉴스 후’는 5일 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 방해 사태를 다룬 ‘조중동 vs 네티즌’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근거가 없이 비난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주요 사실을 누락시키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면서 반론은 전혀 싣지 않는 등 짜깁기식 보도를 했다.

‘뉴스 후’는 이날 방송에서 광고 방해 사태 원인에 대해 “결정적인 건 조중동의 쇠고기 보도였다”면서 “네티즌들은 조중동이 1년전엔 지금과 전혀 다른 논조로 기사를 썼다는 데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과 함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과거 기사를 예시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없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예시하지 못한 채 ‘조중동’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1년 전 노무현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할 때도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죽는다’ 같은 선전전보다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논쟁이 이뤄질 때가 됐다”(2007년 7월 ‘태평로’)고 했었다.

‘뉴스 후’는 이날 2005년 ‘황우석 사태’ 때 MBC PD수첩에 대한 광고주 불매운동을 거론하면서, “불과 2년전 조중동은 마치 상황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자신들의 과거 기사를 조금만 뒤져본다면 요즘처럼 광고 압박운동을 테러로 규정하는 기사는 쓰기가 좀 머쓱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엔 ‘과거 보도 내용’이란 자막과 함께 조선일보 2005년 11월 28일자 기자수첩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당시 PD수첩에 대한 광고주 불매 운동의 ‘타당성’이나 ‘합법성’과는 별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PD 수첩에 대한 광고 취소는 너무 심했다”며 기업들을 나무라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오히려 이틀 전(11월 26일) 기자수첩에서 “지금 성난 네티즌들은 PD수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PD수첩에 광고하는 업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고, 광고주들에게는 광고중단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문제는 네티즌이 PD수첩을 비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내 생각과 다르면 적’이라며 융단 폭격을 퍼붓는 것은 넓게 보면, 언론 자유에 관한 중대한 압박”이라고 썼다. 네티즌의 광고주 압박운동 자체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조중동에서 광고압박 활동을 비판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며 “과거 기사를 조금만 더 뒤져보라”던 ‘뉴스 후’는 불과 이틀 전 같은 신문의 같은 코너에 같은 기자가 쓴 기사를 전혀 뒤져보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얘기다.

‘뉴스 후’는 이날 광고 방해 사태에 대해 “‘당신네 회사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것은 업무방해가 아니다”, “(광고주에게 전화로) 욕을 하고 협박을 했다면 죄는 성립할 수 있겠지만 내용을 녹음해 놓거나 전화 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해 두지 않는 한 처벌 근거가 없다”,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처벌하겠냐”는 식으로 오히려 광고 방해를 조장하는 듯한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관한 조선·중앙·동아일보측의 반론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뉴스 후’는 또 이날 방송에서 ‘다음 아고라’가 소수 네티즌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마케팅 리서치 전문업체 ‘메트릭스’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6월 27일자, ‘10명이 2만1810건 올려’제하)를 소개하면서, “조선일보가 자살골을 넣었다”고 했다. “네티즌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친 조선일보, 친 이명박, 보수 성향의 ‘알바’들”이라는 것이다. ‘뉴스 후’는 그러나 “상위 10명의 네티즌 중 친여(親與) 성향은 3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반정부 성향”이라는 조사기관(메트릭스)의 반박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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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뉴스 후’는 5일 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 방해 사태를 다룬 ‘조중동 vs 네티즌’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근거가 없이 비난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주요 사실을 누락시키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면서 반론은 전혀 싣지 않는 등 짜깁기식 보도를 했다.

‘뉴스 후’는 이날 방송에서 광고 방해 사태 원인에 대해 “결정적인 건 조중동의 쇠고기 보도였다”면서 “네티즌들은 조중동이 1년전엔 지금과 전혀 다른 논조로 기사를 썼다는 데 분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보도 내용’이라는 자막과 함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과거 기사를 예시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없었다. 조선일보 기사는 예시하지 못한 채 ‘조중동’으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1년 전 노무현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할 때도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죽는다’ 같은 선전전보다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논쟁이 이뤄질 때가 됐다”(2007년 7월 ‘태평로’)고 했었다.

‘뉴스 후’는 이날 2005년 ‘황우석 사태’ 때 MBC PD수첩에 대한 광고주 불매운동을 거론하면서, “불과 2년전 조중동은 마치 상황을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자신들의 과거 기사를 조금만 뒤져본다면 요즘처럼 광고 압박운동을 테러로 규정하는 기사는 쓰기가 좀 머쓱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엔 ‘과거 보도 내용’이란 자막과 함께 조선일보 2005년 11월 28일자 기자수첩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당시 PD수첩에 대한 광고주 불매 운동의 ‘타당성’이나 ‘합법성’과는 별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PD 수첩에 대한 광고 취소는 너무 심했다”며 기업들을 나무라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오히려 이틀 전(11월 26일) 기자수첩에서 “지금 성난 네티즌들은 PD수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PD수첩에 광고하는 업체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하고, 광고주들에게는 광고중단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문제는 네티즌이 PD수첩을 비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내 생각과 다르면 적’이라며 융단 폭격을 퍼붓는 것은 넓게 보면, 언론 자유에 관한 중대한 압박”이라고 썼다.

네티즌의 광고주 압박운동 자체는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조중동에서 광고압박 활동을 비판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며 “과거 기사를 조금만 더 뒤져보라”던 ‘뉴스 후’는 불과 이틀 전 같은 신문의 같은 코너에 같은 기자가 쓴 기사를 전혀 뒤져보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얘기다.

‘뉴스 후’는 이날 광고 방해 사태에 대해 “‘당신네 회사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것은 업무방해가 아니다”, “(광고주에게 전화로) 욕을 하고 협박을 했다면 죄는 성립할 수 있겠지만 내용을 녹음해 놓거나 전화 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해 두지 않는 한 처벌 근거가 없다”,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처벌하겠냐”는 식으로 오히려 광고 방해를 조장하는 듯한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관한 조선·중앙·동아일보측의 반론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뉴스 후’는 또 이날 방송에서 ‘다음 아고라’가 소수 네티즌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마케팅 리서치 전문업체 ‘메트릭스’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6월 27일자, ‘10명이 2만1810건 올려’제하)를 소개하면서, “조선일보가 자살골을 넣었다”고 했다. “네티즌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친 조선일보, 친 이명박, 보수 성향의 ‘알바’들”이라는 것이다. ‘뉴스 후’는 그러나 “상위 10명의 네티즌 중 친여(親與) 성향은 3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반정부 성향”이라는 조사기관(메트릭스)의 반박은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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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취재 : 전관석 박상규 이경태 임정훈 '오기만 25기' / 총괄 김병기 김미선

사진 : 권우성 유성호 기자

동영상 : 김윤상 김호중 박정호 엄수용 / 총괄 : 이종호

편집 : 박순옥 최유진 기자

6일 아침 6시 30분경 백은종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수석 부대표가 동행거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전관석   [최종신 : 6일 오전 9시 20분]   40만 인파, '비폭력 초심'이 되살아 났다   촛불은 되살아났다. '비폭력' 초심도 되찾았다. 40만 개 이상의 촛불 파도가 서울 도심을 덮쳤다. 6·10 이후 최대 인파다. 흥겨운 기운도 되찾았다. 뿐만 아니다. 경찰도 시민을 자극하지 않았다.   정확히 1주일 전, 경찰과 대규모 충돌을 벌이고 경찰의 서울광장 봉쇄로 광장까지 빼앗겼던 것과 정반대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전경버스의 '차벽'을 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시민들은 토론을 통해 비폭력 평화를 선택했다.   5일부터 1박2일 동안 열린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은 천주교-개신교-불교로 이어진 종교계 시국기도회에 이어 열린 행사로, 한 주를 마감하는 일종의 거대한 퍼포먼스였다. 경찰의 강경 모드를 종교계가 무너뜨렸고, 40만 시민들은 되찾은 광장에서 자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 쪽의 태도도 확연하게 변했다. 그동안 새벽 5시면 '확성기녀'로 불리는 여성 경찰의 선무 방송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선무방송은 없었다. 당연히 "불법집회" "강제해산" "시민 불편" 등의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시민 해산을 위해 무장한 전투경찰 대신 교통 의경을 투입했다. 그리고 교통 의경은 시민들 곁에 앉아 "불법 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은 해산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피곤하실 텐데 집에서 쉬고 나중에 또 봅시다"라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확성기로 수차례 "해산하라"는 말을 해도, 수백 명의 무장한 전투경찰이 쏟아져 나와도 끝까지 거리에서 버티던 시민들은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 6월 10일 이후 최대 인파가 참여했지만, 거리 시위 시작 이후 가장 조용하게 끝난 행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노르웨이에서 귀국한 박노자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건 좋은 의미의 문화혁명"이라고 평가했다. 5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국민승리'를 선언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평가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노숙을 선택을 한 시민들은 "앞으로 계속 '국민노숙'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집을 꺾지 않는 한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들과 두 손녀와 함께, 즉 3대가 서울광장에서 노숙을 한 65세 김성애씨는 "이 나이에 아들 손녀와 함께 노숙을 한 뜻을 이 대통령은 알아달라"며 "이 늙은이가 계속 노숙하다가 죽으면 이 대통령은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길게, 그리고 질기게 갈 각오가 돼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이 싸움이 정리되길 소망하고 있다. 열쇠는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현재 경찰 체포영장을 거부한 백은종 수석부대표는 모처로 돌아갔고 서울광장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있다.     [17신 : 오전 7시 20분]   '체포영장' 들고 서울광장 들어온 경찰 백은종 수석부대표, 연행 거부... "내가 모든 것 선동한 걸로 몰아가"   조용하던 시청광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6일 새벽 6시경 백은종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수석 부대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 4명은 범국민운동본부 천막으로 찾아와 체포영장을 내밀었다.   백 부대표는 당초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생각이었다. 지난 5월 2일 개최한 촛불문화제 건으로 이미 4번이나 소환에 불응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백 부대표는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 새벽 경찰이 들고온 체포영장 내용엔 동의할 수 없다는 게 백 부대표의 입장이다. 체포영장에 명시된 범죄사실이 그동안 받은 소환장 내용과 달랐기 때문이다.   체포영장에는 5월 2일 집회뿐 아니라 20일, 26일 등의 촛불문화제까지 문제삼고 있었고, 광우병대책 국민회의를 결성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었다는 것. 확인 결과 체포영장에는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백 부대표가 분신한 과거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백 부대표는 이런 이유로 체포에 응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일단 새벽 6시 20분경 돌아간 상황이다. 양측간의 마찰은 없었다.   이어 백 부대표는 새벽 6시 30분경 천막 앞에 나와 즉석 회견을 열었다.   "체포영장 집행 연락이 와서 천막으로 와라, 순순히 응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경찰이 가져온 체포영장을 보니 동의할 수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분신했던 사실과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당시 밝혀졌던 각종 사건을 기반으로 탄핵을 주장했던 것까지 뒤집어 씌우고 있었다.   이는 약속과 다른 것이다. 동행에 거부했다. 이후 자진출두나 체포영장 집행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저것을 다 묶어 죄형을 무겁게 하려고 한다. 마치 내가 모든 것을 선동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6일 아침 백은종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수석 부대표가 회원들과 함께 경찰의 체포영장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고 있다. ⓒ 전관석 현재 백 부대표와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천막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곧 농성을 위한 공개적인 장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 사이에 격한 항의가 나오고 있다.   아침 7시10분 현재 서울광장에 남아있는 시민들은 1000여 명 정도 된다.   한편 새벽 6시40분께부터 안국동 방면의 차량은 소통되고 있다. 경찰이 의경 20여 명을 투입, 도로를 점거한 채 노숙을 하고 있던 200여 명의 시민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의경은 시위대에게 다가가 "아침이 밝아왔다" "경찰도 이 때쯤 되면 해산작업을 하는 것 다 알지 않는가" "오늘은 그만하고 다음 주에 다시 해라"라고 설득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우스개처럼 핸드 마이크를 들고 "전경 여러분들은 불법 주차하고 있으니 차를 빼시오"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몸싸움 등 거세게 저항하지 않고 해산했다.    

[16신 : 새벽 5시 30분]

태평로를 비추는 여명... 또다시 날이 밝았다

6일 새벽 광화문 풍경. 돗자리를 깔고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부터 아예 텐트를 가지고 나온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 전관석 7월 6일 새벽 길거리에서 잠든 시민들. ⓒ 전관석

여명이 서울시청 광장과 태평로를 비추며 빠른 속도로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새벽 5시 10분경 주위 가로등 불은 모두 꺼졌다.

시청광장과 태평로에는 구호소리와 노래소리가 잦아들었다. 치열한 논쟁도 모두 끝났다. 전경버스 엔진소리가 가장 크게 들린다. 차벽 근처 비폭력 행동 실천단도 거의 빠진 상태다. 대신 여기저기서 조잘거리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전히 남아있는 시민은 8000여 명 남짓.

시청광장에서 잠을 청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기상" 소리가 매섭게 들린다. 분홍색 티를 맞춰 입은 전북 지역 대학생들이다. "아침 일찍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 서둘러야" 한단다. 태평로 일대에서 잠시 눈을 붙이던 사람들도 동료와 가족들의 채근에 눈이 부비며 일어나 시청광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이 튼 시청광장에는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는 시민들이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새벽 5시가 넘자 시청역이나 을지로입구역으로 내려가는 시민들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밤을 새운 대다수의 시민들은 시청광장과 태평로를 지키고 있다. 시청광장과 태평로에서 밤을 꼴딱 새운 '밤샘족'들은 여전히 맥주캔을 부딪히기도 하고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고 있다. 태평로 취침족들은 많이 줄었지만 대신 모여앉은 '인간 동그라미'가 늘었다.

친구 사이라는 4명의 남녀들은 밤새 태평로에서 독서를 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근처 편의점이 다시 성황이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라면과 간식을 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다인아빠' 트럭에 선 줄도 다시 늘었다.

1박 2일 야영 두번째 날이 밝았다.

6일 새벽 광화문의 밥차 풍경. 밥차는 밤새 북적였다. ⓒ 전관석 한 예비군이 6일 새벽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뒤 밤샘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라면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시원한 바람을 부쳐주고 있다. ⓒ 권우성

[15신 : 6일 새벽 4시10분]

시민 대 시민, 의경 대 시민... 광장의 '대화록'

아직도 1만여 명, 곳곳서 노숙·대화·뒤풀이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6일 새벽 서울시청앞 광장과 태평로 거리에서 두 팔을 높이 들고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무대는 떠났지만 사람들은 남았다. 서울광장과 태평로 일대에는 여전히 1만여 명의 시민들이 귀가를 포기한 채 남아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뒤풀이파와 밤샘파, 수면파로 나뉜다.   뒤풀이파는 프레스센터 앞과 서울광장, 태평로 곳곳에서 간단한 맥주를 곁들인 뒤풀이를 하고 있다. 민주동문회, 카페, 클럽, 여러 단체의 깃발 밑에서 그동안 못다 나눈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간이 포장마차도 여전히 불야성이다.   밤샘파는 버스 차벽 앞에 꼿꼿이 앉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1000여 명 정도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시작하라"는 구호와 '광야에서' 등의 노래가 그들의 주 무기. 녹색 조끼를 입은 '비폭력 행동단'도 줄곧 차벽 앞을 지키고 있다.   수면파들은 태평로 일대와 서울광장을 거대한 야영장으로 만들었다. 1회용 돗자리 혹은 신문지를 깔고 단잠에 빠져 있다. 가족 단위 참가자 수면파도 꽤 눈에 띈다. 프레스센터 안이나 건물 계단에 피곤한 몸을 그냥 누인 사람들도 있다.   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했던 수만명의 시민들이 다음날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밤샘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촛불의 승리를 위한 비폭력 평화행동단' 회원들이 6일 새벽 코리아나 호텔앞에 설치된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앞에 누워 박수를 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대화록 1] 시민 대 시민... "아저씨 <조중동>을 믿어요?"   논쟁을 벌이고 있는 소수파들도 있다. 논쟁 주제는 역시나 비폭력이다. 일부 시민들이 주먹으로 전경버스를 퉁퉁 치는 퍼포먼스를 벌이자 시민들이 만류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붙고, 번졌다. 이런 얘기들이 오간다.   시민1 : "시민들이 당한 거, 경찰이 그동안 했던 것을 생각해 보세요. 항의의 표시로 전경버스 옆을 퉁퉁 치는 것도 폭력입니까?"   시민2 : "결국 버스를 넘어가거나 버스 위에 올라가는 건데, 그러면 충돌이 불가피하고 <조중동>은 또 그것만 딱 찍어서 폭력으로 밀어붙일 것 아닙니까?"   시민3 : "아저씨는 <조중동>을 믿어요?"   시민2 : "많은 사람들이, 국민의 80% 가까이 그 신문들을 보고 있습니다."   시민4 : "청와대로 밀고 가자는 것도 아니고 불을 지르자는 것도 아닌데 뭐만 하면 비폭력 운운해서 될 일도 안 됩니다. 여기 놀러왔어요, 야유회 왔습니까?"   시민2 :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 비슷한 거 아닙니까. 경찰 폭력에 열 받고 이명박 대통령에 화난 사람들 아니에요? 그런데도 모두들 아저씨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 예비군들이 버스 차벽에 일렬로 섰다)   시민1 : "예비군분들, 제가 한가지 묻겠습니다. 또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셨는데, 그동안 경찰한테 시민들이 그렇게 많이 맞을 때마다 어디 계셨습니까? 그 때마다 예비군들은 피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촬영한 카메라를 보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왜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막습니까. 누가 그런 권리를 줬습니까?"   예비군 1 : "저희는 프로가 아닙니다. 가정 있는 사람들도 있고 다 직장도 있습니다. 저희가 맨 앞에서 경찰 방패를 막는다고 얼마나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막는 겁니다."   시민5: "저도 여러번 봤습니다. 결정적일 때 예비군이 피하거나 다른 곳에 집결해 있는 거요. 그리고 예비군은 늘 시민들을 향해 있습니다. 전 그것도 맘에 안 들어요. 저쪽을 보고 있어야지 왜 시민들을 보고 있습니까.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요."   일부 시민들 사이에 험한 다툼도 일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거나 아예 무심한 듯 구호를 외치는 일에 집중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연정화' 시키고 있다.   [대화록 2] 시민 대 의경 "형님! 이명박 부르면 뭐가 달라집니까?"   시민과 대화하는 의경 ⓒ 박상규   한편 새벽 3시께부터 서대문과 교보문고를 잇는 도로의 차량 소통은 원활하다. 일부 차벽을 제거했고, 계속 제거 중이기 때문이다. 차벽 앞에는 교통을 정리하는 의경 20여 명과 시민 100여 명이 모여 있는데 시민과 의경이 길거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시민 6 : "난 누워 잠을 자려고 하니까, 나를 옮기려면 이명박 나오라고 해라."   의경 1 : "(도로에 철퍼덕 주저앉으면서) 형님, 왜그러십니까. 이명박 부르면 뭐가 달라집니까. 나하고 얘기합시다."   의경 2 : "(도로에 철퍼덕 주저앉으면서) 전의경 수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이 엄청 많이 모이면 우리도 괜히 겁나고 위협을 느낍니다. 그래서 차벽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오면 되지 청와대를 왜 가려고 합니까?"   시민 7 : "전의경은 수가 적지만 무장을 하고 있지 않냐?"   의경 3 : "우리는 무장을 했지만 안 때립니다. 우리 마음도 여러분과 같습니다. 솔직히 군대에 쇠고기 들어오면 여러분이 말하는 것처럼 군인과 아이들이 제일 먼저 먹지 않습니까? 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두 달 동안 너무 피곤합니다. 여러분들은 집에 가서 잠을 자지만 우리는 부대이기 때문에 너무 피곤합니다. 그래서 우리 중에는 시민들에게 짜증내는 전의경도 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전 의경은 계속해서 "형님들, 비켜주십시오"라고 말하고 있다. 시민들은 전경들에게 물을 사다주기도 했다.   [14신 : 6일 새벽 3시10분]   "촛불은 승리했다, 국민은 승리했다" 대형 공연 끝났지만, 2만여 명은 남아... 진보신당 천막 '인기 짱'   초콜릿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노회찬(좌)·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 박상규   "촛불이 승리했다. 국민이 승리했다. 이명박은 항복하라."   새벽 2시25분께 대한문 앞에서 울려퍼진 구호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무대차에 올라 "아쉬움이 있지만 공식행사를 진행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행사는 이 자리에서 정리하겠다"면서 "무대차를 운영하면서 운전면허를 정지당하신 분도 있는 데 이 행사를 도와주신 분들께 박수를 보내자, 동의해 준다면 구호를 외치면서 이 자리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난 뒤 대한문앞에 설치된 무대차의 '울림'은 멈췄다. 하지만 2만여 명의 시민들은 여전히 태평로와 시청 앞에 남아있다.   서울광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진보신당 천막이다. 심상정, 노회찬 대표는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시민들은 줄지어 두 인사의 어깨를 부여잡고 기념찰영을 하고 악수를 하거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 여성은 노 대표에게 커다란 초콜릿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노 의원은 "태어나서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기는 처음"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집시법 개정 서명운동 부스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 곳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 수배'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는데, 그것도 인기다. 또 프레스센터 앞쪽의 '시민악단'은 남아있는 시민들을 불러모아 태평로를 오가면서 즐거운 새벽 도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13신 : 6일 새벽 2시20분]   새벽 공연에 '촛불 일렁'... 비폭력 저항의 진수?   학생, 시민, 종교인, 정치인들이 5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대한문 앞 무대차 근처는 공연으로 달아올랐다. 가수 안치환 외에도 노동가수 박준, 노찾사 초기 멤버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무대 앞쪽에만 2만여 명의 시민들이 꼼짝 않고 분위기에 따라 촛불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다.   방금 전 사회자는 시민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대책회의에서 음향장비, 방송장비를 빌리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경찰들의 방해가 너무 심합니다. 웬만한 장비 업체에는 모두 대책회의에 협조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벌써 며칠째 방송차와 음향장비들을 빌려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가 돈도 많이 못 드립니다. 이 분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의 박수가 쏟아졌다.   시청광장 여러 천막에서 '삼양라면' 퍼포먼스가 계속 펼쳐지고 있다. '바른언론지키기 시민모임'은 삼양 컵라면으로 작은 탑을 쌓아두고 시민들에게 공짜로 온수와 컵라면을 나눠주고 있다.   줄이 꽤 길다. 여의도와 시청에서 무료로 라면과 커피 서비스를 해 온 다인아빠와 촛불다방은 오늘도 프레지던트 호텔 방면에 차를 세우고 봉사를 시작했다. 철도노조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도시락 1000여 개를 나눠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산 소를 합성해 만든 인형을 들고 다니는 한 시민은 가는 곳마다 인기다. ⓒ 전관석 프레스센터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악기 젬베 시연장에는 사람이 더 많이 몰렸다. 수십 명의 시민들이 젬베를 치고 수백 명의 시민들이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이 마당을 이끄는 예술가가 사람을 끄는 특이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일부 시민은 이미 꽤 실력을 갖춘 젬베 연주가가 되어 추임새도 넣고 리듬도 탈 정도다. 예술가의 유도에 따라 "구속자를 석방하라" "조중동은 폐간하라" 등의 구호가 젬베 연주와 함께 나온다. 자연스럽다.   이명박 대통령과 미국산 소를 합성해 만든 인형을 들고 다니는 한 시민은 가는 곳마다 인기다.   새벽이 깊었지만 시청 앞에 모여있는 시민들에게 시간 관념은 아예 없어진 듯하다. 수만 명의 시민들은, 비폭력 시민저항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촛불? 자랑스럽다. 촛불집회 계속? 그건..."

[토막인터뷰] 촛불집회 참석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6일 새벽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여한 뒤 밤샘시위를 벌이는 시민들과 태평로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힘내십시오. 고생많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손학교 통합민주당 대표는 새벽까지 서울광장 주변에 남아 분주하게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6일 새벽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손학규 대표는 '국민보호', '재협상 실시'라는 글귀가 앞뒤로 적힌 초록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과 몇 명의 수행원이 그를 동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손 대표를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똑바로 해"라는 한 여성의 외침도 들어야 했다. 쓰레기 줍는 미국인으로 언론에 소개된 바가 있는 핌버드송씨가 손 대표에게 대화를 시도 했으나 여의치 않자 "Not easy"라고 말하며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 대표는 "현장에 나와 보니 국민들의 진정성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며 "이렇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또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국민의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민주당은 가축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며 가축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촛불집회가 계속되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이슬기 기자

  [12신 : 6일 새벽 2시]   광장은 해방구, 삼삼오오 '대화족' '노숙가족' '촛불 연인' 아직도 5만여 명, 새벽의 음악회 즐기고..."주말마다 국민노숙하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를 필두로, 개신교의 시국기도회, 불교의 '시국법회'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태평로와 서울광장, 청계광장은 다시 시민들의 해방구가 됐다.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이 있고, 가족끼리 나와 돗자리를 펴고 잠을 청하는 '노숙가족'이 있으며, 촛불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있다. 새벽 2시인데도 무려 5만여 명이 진을 치고 있다.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은 대책회의 무대차량 앞에 모여 촛불을 흔들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서울광장 쪽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가득찼다. 반면, 태평로 조선일보사 근처에는 가족단위로 노숙하는 사람이 많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하지만 이들은 무대차량에서 "촛불"이라고 외치면 너나 할 것 없이 "승리한다"라고 답하고, "국민"이라고 외치면 노숙하던 사람들도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승리한다"고 외치고 있다.   "여름도 왔는데... 주말마다 노숙할 것"    4558님이 6일 새벽 0시30분경 엄지뉴스로 보내온 '라면산성'의 모습. ⓒ 4558 청계광장 쪽에도 촛불을 가운데 두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또 노점상들의 센스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시청 광장 주변에 노점상들이 많은 데 이들은 대부분 '삼양라면'만 팔고 있다.   한 노점상은 "요즘 먹고살려면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두루 살피기 위해 우리도 인터넷을 섭렵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렇게 시민들의 욕구를 맞추는 센스를 발휘하는데 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그런 센스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살 난 딸과 3살 난 아들과 함께 '돗자리 노숙'을 하고 있는 박해성씨는 "어차피 길게 갈 것같다"면서 "이젠 여름도 왔는데 주말마다 이곳에 나와 노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사람들도 많이 나와 '국민 노숙'을 진행하면 어떨까 한다"면서 "오늘은 아이들이 잠에서 깨는 새벽 5~6시께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김수한(26), 이수정(24)씨는 연인 사이다. 김씨는 "사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밤을 지새울 수도 있지만 여기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같다"면서 "7월 중에 대책회의가 한여름밤의 데이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의 커플들을 불러모으는 이벤트를 벌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결국엔 누가 질기게 가느냐의 싸움인데 정말 끝을 보자"면서 "누가 이기나 보자"고 말했다.  

"쥐의 이름으로 뇌송송 구멍탁!"

새버전 최신판 '쥐기도문' 등장

▲ 최신판 쥐기도문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 5일 최신판 '쥐기도문'이 등장했다. ⓒ 임정훈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 5일 '최신판 '쥐기도문'이 등장했다. 촛불정국 이후 인터넷 누리꾼들 사이에서 패러디 문화의 하나로 유행하던 '쥐기도문(혹은 '쥐도신경')의 새버전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행렬을 뒤에서 막고 있던 전경차에 한 시민이 붙여 놓은 '쥐기도문'이 바로 그것이다.

최신판 '쥐기도문'은 이전의 것들보다 주기도문의 원래 형식에 훨씬 가깝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검역주권 포기와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두려움과 경고를 해학적으로 묘사한 최신 '쥐기도문'은 현장에서 이를 읽어본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청와대에 계신 우리 쥐님이여

시위 피켓에 쓰인 이름 석 자가 빛나시며

캠프데이비드에서와 같이 영원히 부시와 함께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값싸고 질좋은 광우병 소고기를 주옵시며

미친소가 사료가 되어 미친소를 만들듯이

우리 역시 그 소들을 먹어 미치광이가 되게 하옵시고

우리의 검역주권을 말끔히 포기하게 하사

미국이 위험한 것은 깨끗이 먹어 없애는 열렬한 속국이 되게 하소서

강부자와 고소영의 실용정부를 믿사오며

우리의 뇌가 스폰지됨을 굳게 믿나이다~

쥐의 이름으로~ 뇌송송 구멍~탁~ /임정훈 기자

[11신 : 6일 새벽 0시10분]   다시 되찾은 '6·10'... 촛불은 시들지 않는다 종로와 광화문, 시청 일대는 '거대한 촛불'의 문화공연장   5일 밤 종로거리에서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한 아빠가 아들에게 촛에 불을 붙여 건네고 있다. ⓒ 권우성 구호가 있던 자리에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 종각과 광화문, 시청 일대는 거대한 문화공연장으로 바뀌었다. 규모도 6·10과 비슷하고, 집회 양상도 흡사하다.   일부 대학생들은 종각 근처에서 자체 문화제를 열고 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환호와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우고 있다. 한 50대 여성은 이들 대학생을 위해 생수 1박스를 사다 주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꺄악-" 소리 지르면서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촛불을 들고 을지로를 누빈 수십만 시민들은 서서히 대한문 앞 무대로 다시 모여들고 있다.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한국YMCA 전국연맹 회원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곳에도 수백 명의 시민이 관람객으로 자리하고 있다.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아프리카 악기 '젬베'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한 예술가가 수십 대의 젬베를 가져다 놨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이면 누구나 두드릴 수 있다. 스님 두 분이 흥미로운 듯 다른 시민들과 함께 젬베를 두드리고 있다.   무대에서는 '헌법제1조 율동 배우기'에 이어 가수 안치환의 공연이 시작됐다. 안치환은 "승리할 때까지 힘내자"며 시민들을 독려했고, 김남주의 시에 곡을 입힌 '자유' '광야에서' 등을 계속 부르고 있다. 하모니카 열연에 시민들이 큰 함성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 틈에서도 시민들 일부는 대형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태평로와 시청광장을 말끔히 치우고 있다. 말없이 자원봉사하는 '촛불 청소부'들이다.   태평로에 40대 아주머니 두 분이 무대를 응시하고 앉아있다. 앞에는 촛불 두 개가 아스팔트에 나란히 서있다. 일산에서 왔다는 김만영(46)씨와 구연자(42 가명)씨다. 두 사람만 왔단다. 안치환의 '광야에서'를 따라하는데 가사가 계속 틀린다.   "유명한 노래라며요? 사실 우린 잘 몰라요. 이명박 대통령이 정신 못차리는 것 같아서 오늘 나왔어. 지난 10일에도 우리 둘이 나왔고 이번이 두번째예요. 이제 (대통령이) 항복해야지. 항복(김만영씨)"   "교육, 먹는 거... 애들하고 관련있는 것들이잖아요. 대통령 왜 뽑아? 이런 거 잘하라고 뽑아주는 건데 멋대로 하고 있어요. 절대로 조심해서 해야 하는 것들인데... 일산 엄마들도 걱정이 많아요(구연자씨)"   천주교 신자라는 구씨는 "저 앞에 계신 수녀님들만 보면 눈물이 확 쏟아진다"며 "우리 신부님 수녀님 고생 안 하시게 대통령이 이제 좀 져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무대에는 상황극이 올라 있다.  

힘들면 쉬어가고~ 심심하면 낙서하지~

[행진 이모저모] 지친 분들은 '종각 휴게소'에서 쉬어가세요

  5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청소년들이 종로거리에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뜻이 담긴 글을 분필로 써 놓았다. ⓒ 권우성

밤 10시 30분 종각 앞 도로는 '휴게소'가 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방송차량을 따라 행진을 마쳤지만 거리행진에 지친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종각 앞 도로 곳곳에 앉아 에너지를 충전했다.

'아대련(아고라 대학생 연합)', '자양구에서 온 주민들' 등은 직접 가져온 깃발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음료를 나눠먹으며 쉬고 있다. 또 10대 청소년 등 시민 50여 명은 도로 바닥에 분필이나 락카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를 하고 있다.

"이명박! 너도 몰입교육 받고 재협상이나 똑바로 해라."

"조중동이 신문이면 똥파리도 독수리다."

"명박아 너 때매 집안 꼴이 엉망! 청소 빨래 다 밀렸다."

도로 위에 적힌 문구에서는 유머가 넘쳐난다.

노란색 분필을 들고 있던 정아무개군은 "낙서 내용이 딱 우리 마음"이라며 "나도 한 자 보태야 할 것 같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여기 적힌 내용처럼 거리가 학교고, 정부는 청소년보다 못하다"며 "지난 두 달간 나와 내 친구들이 본 것들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들도 종각역 앞에서 멈췄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미리 준비해 온 과일 등을 먹이며 도로 위 낙서를 구경하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분필로 도로에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다.

5살 난 아들과 함께 온 김예진(34)씨는 "아이들이 오래 못 걸으니까 보신각 앞까지 왔을 때 일부러 안 따라갔다"며 "좀 있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거리행진을 끝까지 하진 못했지만 촛불 집회할 때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머릿수라도 보탠 보람이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둘이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이종훈(42)씨는 "나이가 있는지 더 이상은 못 걷겠다"며 "목부터 좀 축이고 다시 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그래도 마음은 아직 30대"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김아무개(42)씨는 "아까 조계사 앞에서 돌아가자고 떼 쓰던 게 이 친구"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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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 응원 서명해 9시간 6000명 돌파…시민"바른 언론 살려야"

한 네티즌이 6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PD수첩>을 응원하는 서명을 받아 9시간 만에 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시민들은 올바른 언론사를 응원한다며 서명에 동참했고 자원봉사에도 나섰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 중인 '나른한 오후'씨는 이날 오후 "어제부터 시청광장에 왔는데 어제는 400명이 서명을 했고 오늘은 오후 3시부터 9시간 동안 6000명 가량이 참여했다"며 "신기한게 계속적으로 PD수첩 응원이 늘고 있네요"라고 밝혔다.

'나른한 오후'씨는 지난 주부터 MBC 앞에서 오전 11시 반부터 1시 반까지, 5시 반부터 7시 반까지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PD수첩>응원 서명까지 시작한 것은 최근 검찰 수사가 주요했다.

▲ '나른한 오후'씨(맨왼쪽)가 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을 응원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나른한 오후'씨가 들고 있는 봉투에는 6000여 명의 서명이 담겨 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그는 "검찰이 MBC PD수첩에 대해 유례 없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MBC 내부에서도 PD수첩을 없앤다는 소문이 있다"며 "언론이 강압에 굴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무너져 버린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서명에 적극 동참하며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나른한 오후'씨는 "시민들이 '이런 서명은 정말 해줘야 한다', '최시중 아웃 돼야 한다', '바른 언론을 살려야 한다', 'PD 수첩 사랑한다'는 말을 주로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서명 용지에도 '국민이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 '국민이 지지합니다', 'MBC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참된 언론이 되어 주세요'라고 쓰기도 했다.

'나른한 오후'씨는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여기 혼자 서 있으면 여러 시민이 와서 피켓을 들어주며 같이 'PD수첩 서명해 달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훈길 기자 chamnamu@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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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장의 박노자 교수
`인간방패' 출현..경찰도 시위대 자극 자제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6.10 100만 촛불 대행진' 이후 최대 인파가 몰린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 사이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촛불문화제'는 평화롭고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려는 주최측과 참여단체, 시민들의 노력이 돋보인 가운데 경찰도 청와대로 통하는 주요 진입로를 차단했을 뿐 시위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철저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정치·종교·시민단체 대표들의 `인간방패' = 주최 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번주 들어 종교단체가 전면에 나선 것을 계기로 어렵게 되찾은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다분히 전략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날 밤 집회에 동참한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4개 종단을 대표하는 성직자, 시민단체 대표ㆍ활동가와 YMCAㆍ한국청년연합회(KYC) 활동가 그룹에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을 막는 `인간방패'의 역할을 당부한 것.

실제로 시청광장∼남대문∼명동∼종로∼안국역∼종로3가∼세종로 등으로 이어진 거리시위에서 이들은 시위대 전후좌우에 배치돼 시위대-경찰 간의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민주당 등 야당의원 40여명은 종각역에서 세종로 방향으로 행진하던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가 교보문고 앞에서 전경버스로 이뤄진 경찰 차벽에 다가서려 하자 차벽 앞쪽으로 나아가 `인간띠'를 형성, 저지하기도 했다.

또 `비폭력평화협동단'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녹색 조끼를 입은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 내내 서울시의회 앞에 설치된 차벽 앞에서 열을 지어 앉아 차벽과 시위대 사이에 `완충지대'를 형성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nonviolence2008' 카페 회원들이라고 밝힌 이들은 "촛불집회가 과격해지다 보니 처음 취지가 잊혀진 측면이 있다"며 "촛불집회는 철저히 비폭력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가 전경버스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거나 전경버스 바퀴 바람을 빼려 하자 이를 강하게 만류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전경 버스 배경 삼아 문화 행사 즐기는 시민들
◇ 비폭력 속에 진행된 `촛불축제' = 비폭력 기조 덕분에 이날 집회에서는 이색적인 퍼포먼스와 문화행사가 밤새도록 이어지는 등 축제라고 부를 정도로 즐겁고 흥겨운 장면이 연출됐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기 위해 관광버스 2대에 나눠타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합회 회원 80여명은 1t 트럭 3대 분량의 수박과 토마토, 오이를 가져와 프라자 호텔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줘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 아고라 회원들은 시청 본관 앞에서 '보수 언론에 광고를 내지 않는 삼양라면을 돕자'는 취지로 `삼양산성 쌓기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광화문과 태평로, 시청 주변 슈퍼마켓의 모든 삼양라면이 동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검은 망토와 모자,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인터넷 DVD동호회 소속 회원 100여명은 시위 행렬이 한국은행 분수대 앞을 지날 때 분수대 위에 일렬로 도열, 수백 발의 폭죽을 쏘아 올려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행진 이후에는 촛불문화제 2부 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물놀이, 악기 퍼포먼스 등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장면들도 연출됐다.

주말인 탓인지 1∼2살짜리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온 주부, 초등학생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 등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 박노자 교수 "너무 평화롭다" = 귀화 한국인인 박노자(35)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이런 아름다운 집회는 처음 본다"며 감탄했다.

노르웨이에서 3일 일시 귀국한 그는 "평화로워서 너무나 좋고 기쁘다"며 "정치적 문제를 이런 분위기로 다룰 수 있다는 건 매우 선진적이며 국민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한다고 하고 있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도 결국은 외교력의 문제"라며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에 너무 저자세로 임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등 저서를 통해 한국 사회를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유명세를 탄 인물로 올해 초 진보신당의 창당발기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촛불집회와 관련한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하러 방한한 노마 강 무이코(41.여) 국제앰네스티 조사관은 전날에 이어 5일 저녁에도 서울광장 일대에서 촛불집회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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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행진을 마친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근처에 다시모여 촛불문화제2부를 시작했다. /이태경 기자
400여명, 촛불시위 반대 집회로 맞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5일 서울광장에서만 5만 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50만명)이 참석하는 등 지난달 10일 8만 여명이 모인 이후 최대인파가 참여한 가운데 전국에서 열렸다. 이날 우려했던 촛불집회 측과 경찰 측, 반대집회 측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국민 승리의 선언을 위한 문화제’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고 정부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집회에는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개 종단 종교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했다. 또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6000여명도 서울역 집회를 마친 뒤 서울광장에 합류했다.

오후 6시30분부터 본격 시작된 촛불집회는 영화배우 권해효와 방송인 최광기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집회에는 박원석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한용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등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무대 위에 올라와 공개 연설을 했다. 




5일 오후부터 진행된 촛불집회가 비폭력으로 마무리 했다. 6일 새벽녁의 태평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민봉기 기자

한용진 위원장은 “재협상을 할 때까지 절대 촛불을 놓지 말자”고 말했다. 박원석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는 생명과 건강을 지키자는 국민들에게 몽둥이 찜질을 했다”며 “이 정부는 이성으로 국민을 설득할 능력을 상실했다. 국민 앞에 항복하고, 재협상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대책회의 측은 집회 도중 촛불 등 집회 용품 구입과 부상자 치료 등을 위한 모금함 80여 개를 마련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후 8시50분쯤 촛불집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4개 종단 대표자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를 겸허히 받아들이시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두에 서서 행진을 이끌었다. 시위대는 남대문-명동-종로 구간의 차로를 완전 점거하고 “국민에게 항복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어청수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행진 도중 일부 시위대는 안국동 로터리에서 좌회전해 청와대 방향으로 향했으나 동십자각 앞 도로에 설치된 전경버스 차벽에 막혀 행진을 멈췄다. 또 시위대 중 일부는 종로경찰서로 이동해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거리행진을 마친 뒤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문화제에 참석했다. 문화제 형식의 집회는 하루를 넘긴 6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시위대 일부는 근처에서 술을 마시거나 돗자리 등을 깔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대책회의 측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5대 요구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대표단이 청와대 책임있는 사람에게 국민 5대 요구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청와대 측은 책임 있는 사람이 전달 받기 어렵다며 대표단과 만남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책회의 측에서 건의문을 전달한다고 해 기다리고 있었으나 대책회의 내부에서 입장정리가 잘 안 됐는지 오지 않아 건의문을 받지 못했다”고 밝혀 면담 무산 배경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대표단은 면담이 무산되자 5대 요구사항이 담긴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국민 요구사항’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표단의 5가지 요구사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재협상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전면 회수 및 유통 중단 ▲어청수 경찰청장·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파면 및 구속자 석방과 수배 해제 ▲의료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고환율 정책 등 중단 ▲대통령 면담과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 등이다.

한편, ‘구국! 과격불법 촛불집회 반대 시민연대(http://cafe.naver.com/nonodemo)’는 이날 오후 5시부터 7시 40분까지 청계광장에서 카페 회원과 외국 유학생, 탈북자단체 소속 회원 등 경찰추산 400여 명(집회측 추산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촛불시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에서 “(오늘은) 거짓의 촛불이 아니라 어둠의 땅 북한을 위해 각계 시민들과 애국 젊은이들, 외국인들까지 함께 정의의 횃불을 든 밝은 날”이라며 “이제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말할 때이며, 더욱이 촛불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5일 밤 11시경 서울 조계사 앞에서 한 정보과 형사가 아고라 행진 상황을 전화로 보고하다 시민들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이 형사는 시민들이 '프락치다'라고 소리치자 도주하다 넘어져 얼굴과 팔 등에 찰과상을 입은 채 시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시민들은 경찰 프락치라고 주장했지만 본인은 극구 부인하며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민변 김광중 변호사의 중재로 '정보과 형사'임이 간접적으로 확인됐으며 의료봉사대의 치료를 받고 응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유다혜 기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원들이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을 상대로 부상당한 시민들을 위해 쓴다며 모금함을 들고 돈을 걷고있다. /정경열 기자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원정환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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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0만 시민 촛불 함성…중앙일보 기자, 취재 도중 시민 항의 받기도

50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촛불이 승리한다! 국민이 승리한다!'는 59차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5일 밤 9시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 숭례문-명동-을지로를 거쳐 밤 10시20분께 종각 네거리에 도착한 시민들은 조계사를 지나 안국동 삼거리로 향하는 행렬과 다시 광화문 또는 시청으로 흩어져 자율적인 시위 또는 문화행사를 벌이고 있다.

50만 시민 행렬 숭례문-명동-을지로-종로 행진

10시50분께 안국동 삼거리에선 한 정보과 형사가 아고라 행진 상황을 전화로 보고하다가 시민에 덜미를 잡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1000여 명의 시민(유동인구 포함)들이 안국동 삼거리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차단된 차벽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고 있는 사이 조계사 맞은편 삼거리 방향에서 '프락치다'라는 소리에 한 시민이 도망치다가 넘어졌다. 황급히 취재진과 시민들이 쓰러진 사람의 주변을 에워쌌다. 시민들은 "신분증을 보자"며 요구했고, 의료봉사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가 상황 파악을 위해 달려왔다. 재빨리 예비군 시민들이 주위를 둘러싸 시민들의 폭행이나 불필요한 몸싸움은 없었다.


민변 김광중 변호사의 중재로 그 시민은 '정보과 형사'임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주변의 목격자와 시민들에 따르면 그 형사는 안국동 삼거리의 길목에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휴대폰으로 '아고라 회원 몇 명이 가고 있다'며 형사 말투로 보고를 하던 걸 시민이 포착하면서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 그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전화하는 것을 보고 '얘기좀 하자'고 했더니 그 형사가 재빨리 도망쳤다"며 "넘어진 것은 자신이 도망치다가 쓰러진 것이지 시민들이 밀거나 때린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광중 변호사는 그 형사의 신분이 경찰임을 확인해주면서 "정보계에서 전화온 것은 분명하고, 경찰이 인계를 받으면서 형사라는 걸 인정했다"며 "그 이상의 확인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형사는 시민들이 호위해 종로경찰서 부근까지 데려가 경찰에 의해 119 엠뷸런스로 인계됐다.

안국동 삼거리선 정보과형사 아고라 행진 보고하다 시민에 덜미 '곤혹'

상황을 보고 취재하러 가까이 접근한 중앙일보 김모 기자는 '왜 시민들이 이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하느냐' '많이 다쳤느냐'고 묻다가 시민들에게 제지를 받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어디 기자냐'고 물었고, 김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라고 답했다. 일순간 시민들은 "중앙일보 기자는 취재하지 마라" "찌라시가 왜 기자라고 하느냐" "우리가 시위한 것을 중앙일보가 제대로 보도한 적 있느냐" 격한 항의를 하면서도, "일단 상황을 봤다고 하니 얘기를 들어보자"고 했다. 김 기자는 "이 사람이 넘어졌는데 시민들이 때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때렸다니, 우리가 때리는 걸 봤단 말이냐. 때린 사람이 없는데 왜 때렸다고 하느냐. 그러니 우린 취재에 응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의 시민폭행 논란도 발생했다. 김화미(46)씨는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 간부에게 허벅지에 발길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형사 프락치 사건' 때문에 종로경찰서 앞까지 모여든 기자들에게 김씨는 "오늘 저녁 8시10분께 내가 한 경찰을 쫓고 있었는데, 그 경찰을 호위하던 한 경찰 간부(40∼50대)가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 부근에서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발로 오른쪽 허벅지 위를 찼다"고 말했다.


중앙 기자 "시민이 때리는 것 봤다" 시민들 "왜 때렸다고 하느냐…취재거부" 항의

11시40분께 종로에서 광화문 방향의 대로 한 복판에선 10여 명의 시민들이 "YTN 지켜줄게" "최시중은 사퇴하라" "구본홍은 오지마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던 방승환(47·의상업)씨는 "전부다 한 통속이다. 방송 언론 장악을 통한 대중의 우민화 정책 최전선이 바로 YTN"이라며 "비록 오는 14일 주주총회에서 구본홍 임명을 강행하겠지만 우리가 힘을 보태 노조가 더 힘있게 싸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종모(38·대안학교 교사)씨는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에 대해 "현재 언론이 싸움의 최전선에 있다. 여론 장악을 위한 정부의 시도 자체가 주도면밀히 이뤄지고 있다"며 "언론장악을 차단한다는 게 우리 시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저녁 YTN 사옥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YTN 지켜줄게" 대로 한복판서 구호 외치기도

앞서 50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숭례문을 거쳐 명동으로 돌아 행진하는 과정에서 "조중동은 폐간하라" "조중동은 쓰레기다" "PD수첩 탄압중지" "쥐새끼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행진 내내 반복해서 외쳐댔다.


밤 9시40분께 한국은행 앞에선 저승사자 복장에 흰 가면(영화 브이포벤데타 주인공이 쓰던 가면)을 쓴 30여 명이 일렬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 뒤로 폭죽 수십방이 터졌다.

시위대 호위하는 자동차부대

5일 본대회가 끝난 뒤, 밤 8시30분부터 남대문 쪽으로 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됐다. 촛불을 손에 든 시민들은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함께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 내린 비로 눅눅한 공기가 시위대를 감싼 가운데, 구호에 맞춘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경쾌하게 박자를 맞춰주기도 했다. 소리의 발원은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의 카페 ‘촛불자동차연합(http://cafe.daum.net/TuningOfKorea)’ 회원들.

이 동호회에서 이날 40~50대에 이르는 차가 광화문으로 몰려 나와 시위대를 ‘호위’했다. 이들은 ‘촛불자동차연합’이란 이름이 쓰인 작은 깃발을 차 앞에 달고, 경적소리와 ‘깜빡이’로 시위대의 흥을 돋웠다.

삼성생명 건물 인근 도로에서 만난 김균영(34·성남 분당구 서현동)씨는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하며, “시위대의 맨 뒤에서 서행하며 여기 나온 사람들을 보호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뒷자석에 앉은 여성 두 명도 역시 같은 목적으로 나온 카페 회원이라고 설명하며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을 카풀로 데려오고, 또 귀갓길에 카풀해서 데려가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동차 4∼5대로 열을 지어 시위대의 후미에서 행진에 동참했다. 시청광장에서 가두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남대문에서 명동을 거쳐 안국동을 향해 갔다.

한편 스피커를 든 한 여성이 안국동사거리에서 “지금은 비폭력 무저항을 얘기할 때가 아닙니다. 비폭력 강력저항을 해야 합니다. 청와대로 갑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이날 두 시간여 걸린 행진에서 시민들과 전경들이 대치하는 상황은 빚어지지 않았다.

조현호·김원정 기자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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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광주 금남로 촛불집회에 앞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촛불을 끄겠다며 촛불시위 온상지인 인터넷을 탄압하는 현 정부를 물총을 마우스에 쏘는 희극적 상황으로 묘사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 이주빈 5일 열린 광주 촛불집회에는 스님, 목사, 원불교 교무 등 종교인들이 약 2만 명의 시민과 함께 했다. ⓒ 이주빈

약 2만 명의 시민이 또다시 광주 금남로를 촛불로 가득 채웠다.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 이한열 학생의 어머니도, 시국법회를 마치고 온 스님도, 기독교 목사님도, 원불교 교무님도 시민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을 높이 들었다.

5일 저녁 7시 30분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국민승리의 날'로 이름 지어진 촛불집회가 다시 열렸다.

노동자들은 거리행진 후 촛불집회에 합류했고, 농민들 역시 차량시위를 벌인 뒤 합류했다. 원각사에서 시국법회를 마친 스님들도 촛불을 들고 함께 했다. 조선대와 전남대를 비롯한 대학교수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간 아들의 추모제를 마치고 온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다. ⓒ 이주빈 한 촛불집회 참가자가,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형원씨가 '아침이슬'을 시민들과 함께 부르자 따라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수 강씨 역시 '등대지기'를 부르기에 앞서 "50여일 동안 촛불집회를 계속하며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울컥해 하기도 했다. ⓒ 이주빈

특히 '고 이한열 열사 추모제'를 마치고 온 배은심(고 이한열 학생 어머니)씨를 비롯한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소속 회원 약 30명도 자리를 함께 해 주위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살렘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고오주 목사는 자유발언을 통해 쇠고기 수입업체들의 이름을 열거하면서 "동네마다 미국 쇠고기 판매금지운동을 벌이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비상시국기독교대책위 소속 목사 5명도 자유발언에 나서 "1919년에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종교인이 하나가 됐었는데 2008년엔 모든 종교인이 이명박 폭력정권을 향해 하나가 됐다"며 "촛불을 끄지 말고 제2의 자주독립을 이룰 때까지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행법 스님은 "귀한 생명을 경제 뒤로 세우려는 이명박 정권이 온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검사비 2만 원이 아까워서 온갖 쓰레기를 다 모아 대한민국에 수출하려는 이 망령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법 스님은 또 "촛불을 따라가다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면서 "촛불을 살리는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조선대·광주대·목포대·전남대 등 교수들과 함께 나온 나간채 전남대 교수는 "이 촛불의 행렬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면서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형제자매들과 제자들이 싸워온 이 길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자신을 "부산에서 온 아고리안"이라고 소개한 이는 "부산에서 38년을 살아왔다"며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은 너무 멀고 우리 국민이 나누는(것은) 이렇게 제가 친구 만나러 광주 온 것처럼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두 명도 연단에 올라가 "시험이 끝나서 왔다"며 "많이 놀아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힘들다, 이명박 아저씨가 0교시 자습 빼고 수업한다고 하는데 죽고 싶다"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금남로에 운집한 시민들은 박수와 함성의 세기로 '광주시민이 뽑은 촛불집회 유행어'를 뽑았다. 시민들이 박수로 선정한 최고의 유행어는 "조중동이 신문이면 우리 집 두루마리 화장지가 팔만대장경이다"였다.

스님과 목사를 비롯한 시민 3000여명이 광주지방 검찰청을 항의방문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이주빈 광주지방검찰청에 도착한 시민 3000여명이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고 있다. 평화집회를 계속 이어온 광주에서 느닷없이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 이주빈

한편 밤 9시 30분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 3000여명은 촛불을 들고 광주지방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촛불로 청사를 에워싸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 5월 29일 장난감 먹물총을 쏘았다는 이유로 '집시법 위반' 소환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시민들은 들고 간 촛불을 광주지방 검찰청사 앞과 벽 등에 나란히 놓은 뒤 밤 11시 무렵 지산동 네거리에서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정복 경찰관 30여명만 현장에 배치해 시민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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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희윤 기자] 거리 행진을 하고 있는 대구 시민들 ⓒ 최희윤

[2신: 6일 새벽 5시 20분]

분노한 대구시민들, 2곳에서 철야농성

과연 이게 꿈일까 생시일까?

가장 보수적 색채가 강하며, 한나라당의 절대 표밭이라 여겨지던, 대구에서 철야농성이 한군데도 아니고 무려 두 군데서 벌어지고 있다.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선 시민단체와 시민들 100여 명, 수성구 범어동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선 다음 아고라 대구경북 회원 10여 명이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 이외에선 철야로 농성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가장 의외의 곳에서 일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국채보상공원에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가두농성 이후, 신명나는 놀이를 펼쳤다. 강강수월래와 기차놀이 등을 펼쳤고, 행사 후 시민들은 달구벌 대종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토론을 펼치고 있다. 단체와 시민들이 한데 어울려 모여있는 모습니다. 진보신당 대구시당(준) 위원장 조명래씨는 "서울만이 아닌 지방의 촛불도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라며 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국민이 이미 반 이상은 승리했다고 현 시국을 진단하고 있었다.

"국민의 촛불은 이미 반 이상 승리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다. 오늘 촛불 대행진과 철야농성은 그런 이명박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다. 우리 당은 앞으로 이어질 촛불에 대한 고민이 깊고, 그에 관해 당원들과 토론중이다."

일반 시민들도 시국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분위기는 대학교 엠티와 다름이 없었지만, 다들 토론에 열중해 있었다. 하만호씨는 "대구는 한나라당 도시라고 했지만, 철야농성은 자주 했다. 대규모로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밝혔다.

"이명박 정권, 그들에겐 이념은 없다. 오직 돈독만 올랐을 뿐이다. 먹는 문제에 좌우가 어딨나? 그들은 초등학생보다 못한 집단이다."

시민들은 많이 피곤한 모습이었다. 대구는 5월 3일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집회를 이어왔던 터라, 열성적 참여자들은 많이 피곤해 하는 모습이었다. 김용호씨는 "곧 휴가철인데 빨리 정부에서 항복해서 이명박 정부도 쉬고 시민들도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구시민들도 '한나라당의 도시'란 별명에 많이 신경쓰는 모습들이었다. 시민들은 한나라당의 절대 지지지역인 대구경북이 일어서야 나라가 바뀐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했다. 이름을 X맨이라고 밝힌 한 참여자는 "현재 이명박이 항복하지 않는 것은 지지층인 대구경북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서 투쟁하는 것이 서울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고 "대구도 열심히 한다. 너무 대구만 비난하지 말라"라며 인터넷에서 대구경북에 대한 비판여론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했다.

수성구 범어동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선, 대경아고라 카페 소속 10여 명이 모여서 철야농성 중이다. 경찰도 100여 명 배치되었지만, 자정 이후 5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대경아고라 회원들은 음식을 나눠먹으며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닉네임 '빨간비니'는 철야농성을 하게 된 이유를 "평일엔 밤새기 힘들지만, 주말에 가능하다"며 그동안 많이 철야농성을 했다고 밝혔다. 닉네임 '심리수사1인자'는 "대구가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하며, 대구경북 촛불집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시국에 대해 그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듯했다. 그들은 시민들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빨간비니는 "사제단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 분위기로 계속 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권퇴진 주제로 옮겨가는 데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심리수사 1인자의 마지막 한마디는 명쾌했다.

"이제 쇠고기 문제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 신뢰를 못 주기 때문에 국민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그게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인 거 같다."

[1신: 5일 밤 11시 10분]

대구 최초 인터넷 생중계

'한나라당의 도시' 대구에서도 촛불은 타올랐다.

5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 광장에선 시민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시민들은 촛불과 풍선, 피켓을 들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고 문화공연 등 행사를 즐겼다.

친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컸다. 특히 중장년층들의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촛불집회 현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명의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택시기사의 민심 또한 좋지 않았다.

법인택시를 모는 김아무개씨는 현재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기름값도 올랐는데 손님들도 줄었다. 하루 14시간을 일해도 사납금을 채우기 빠듯하다. 그래도 노무현 때는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먹고 사는 데 힘든 건 없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아니다. 강부자, 고소영 이게 뭐냐? 쇠고기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잘못됐다."

동성로 집회 현장 부근 노점에서 과일을 파는,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할아버지는 침을 튀길 정도로 열변을 토하며 현정부를 비판했다.

"난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촛불집회는 잘하는 거 같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뭐라하는데, 부유층이나 있는 사람들은 쇠고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겠지만, 서민은 힘들다. 라면 값도 올라 끼니 때우기도 힘든데, 집권층은 관심도 없다. 정부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다."

"미친소 들어오면 어차피 죽을 건데, 공부가 뭔 소용?"

집회 현장에서는 시험을 마친 고등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현장을 찾은 '촛불소녀'들은 거침 없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학생들은 4·15 조치 이후, 압박이 심해진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한 여고생은 "요즘 어떤가"라는 질문에 "올해 들어 자습시간이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다음부터 확실히 부담이 심해진 느낌이다"라며 "어차피 미친소 들어오면 죽을 텐데 공부가 무슨 소용인가, 죽기 싫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쁘다"고 주변에 있는 친구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날 촛불집회는 자유발언과 문화행사로 이루어졌다. 문화행사에선 노래패들이 나와서 공연했고, 시인 김윤곤씨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각종 퍼포먼스도 펼쳐졌는데, 특히 몇몇 시민은 쇠고기를 굽는 사람들이 갑자기 죽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퍼포먼스에 많이 놀란 듯했다.

이날 집회에선 대구 최초로 아프리카 방송 생중계가 시도됐다. 최초 생중계에 시민들은 상당히 고무되었고, 많은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대구시내를 가두행진했다. 가두행진 후 대책위는 종각네거리에서 철야농성을, 아고라 회원들은 수성구 범어동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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