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아닌 다른 학문에서도 기대가 현실에 반영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심리학의 '피그말리온 효과'와 교육학의 '로젠탈 효과'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에서 유래했다.

그는 자신의 눈에 비친 여인들이 모두 결점 투성이라고 생각해 평생 독신을 고집했다.

어느 날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했는데 그 아름다움에 빠져 신들에게 '상아 여인'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고 그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줬다.

이후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로 부르게 됐다.

로젠탈 효과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로젠탈에서 유래했다.

그는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뒤 무작위로 20%를 뽑아 교사들에게 명단을 건네면서 이들을 '지적 능력과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으로 소개했다.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학생의 지능지수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긍정적 기대가 실제 학생들을 우수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김 영 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지난해 10월 전직 임원의 폭로로 이뤄진 삼성 특검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99일에 걸친 수사를 종결했다.

특검 이전의 검찰 수사 기간 35일을 포함하면 총 134일에 걸친 것이다.

삼성 특검의 직접적인 원인은 경영권 불법 승계,비자금 조성·관리,정관계 인사 로비 등 이른바 3대 의혹 사건에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 활동을 둘러싼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누차 강조하는 것이지만,이번 사건은 재산과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각종 규제와 이의 회피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유 재산의 처분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 정의롭지 못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책은 당사자인 삼성의 각성은 물론,기업가의 사유 재산 보호 등 기업 활동을 둘러싼 제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부 시민단체는 특검 수사가 미진하므로 재고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가 아니라고 여기는 고발 단체로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법 집행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검 이전에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일부 검찰 인사의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갔고,특검은 정상적인 법 절차를 거쳐 사건을 수사하고 혐의 관련자를 기소했다.

그리고 기소 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이 최종 판단할 것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는 물론,앞으로 있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이번 특검으로 삼성이 잃은 가치는 막대하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경우 악성 루머에 휩싸이거나 사법 처리될 경우 브랜드 가치가 9~19% 정도 하락한다는 추산에 비추어,10% 하락을 가정하면 약 15억달러 정도의 가치 하락을 어림할 수 있다.

또한 포천지가 발표하는 존경받는 세계 기업 명단에서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27위와 34위를 차지했으나,2008년 3월 발표에서는 50대 명단에서 탈락했다.

이 외에도 경영 차질로 인한 투자 지연 등에 따른 기회 손실을 감안하면 잃은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도 깨끗한 경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제반 기업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런 방법이 손쉬웠으리라는 점에서는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으나,이제부터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법적 제도나 사회 여론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여론에 주눅 들지 말고,가용(可用)한 자원이 있다면 그것을 어디에 사용해야 이 나라를 올바르게 떠받치는 교각을 세우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공격하는 세력의 심적 근저에는 흔히 반자본주의 심리가 짙게 깔려 있으며,앞으로도 이러한 세력의 집요한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주요 타깃은 성공한 기업이 될 것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근간(根幹)을 지키는 일에 자원 사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교각이 무너지면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를 걷잡을 수 없는 파탄으로 몰아간다.

이제 특검 수사는 끝났고 그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일이다.

삼성도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깨달았을 것이며,정·관계 로비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인사들도 반성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삼성 문제는 이제 그만 털고 가자.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잘 아는 미국인 어학강사 부부가 찾아왔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에 산 집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도 빌려주는 주택대부) 사태 때문에 경매로 나온 집을 헐값에 샀다고 했다. 그 부부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어렵게 장만했던 집을 뺏기듯이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냥 축하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서민들에게 좌절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금융위기, 주가폭락, 경기침체를 도미노처럼 일으키고 있다. 1차적인 원인은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이자율을 1%까지 낮추었던 미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있지만 더 본질적인 원인은 미국 국민들이 '올바른' 경제생활을 하지 않은 데 있다.

미국 정부가 이자율을 낮추니 빚을 얻어서 집을 바꾸거나,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은 실현되지도 않은 집값 상승을 담보로 해서 소비를 했고, 집 없는 사람은 집 되팔기를 몇 번 하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기대로 돈 없이 집을 샀다. 미국의 신규 주택담보 대출 중에 서브 프라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에 32%까지 상승했던 것을 보면 저축된 돈 없이 집을 사는 것이 일반화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신기루 현상은 지속될 수 없다. 쓰고 싶은 것을 쓰지 않는 소비의 희생을 통해 저축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저축과 투자 없이는 장래에 더 높은 소득과 소비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나는 경제원리는 성경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께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요12:24)고 하신 말씀은 나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여기엔 경제의 핵심원리도 내포하고 있다. 밀알 하나가 빵의 원료로 소비되면 밀알 하나의 가치를 가지지만 밀알 하나가 씨앗이 되어(저축되어) 심어지면(재투자되면) 열매를 많이 맺어 밀알 하나가 수십 배의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오늘 빵을 덜 먹는 희생을 통해 내일 더 높은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희생 없이 이 세상에 하늘나라의 확장이 불가능한 것이나 소비의 희생 없이 더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같은 이치이다. 지난 3∼4년 동안 집값 상승 원인과 1970년대 30%를 상회하던 가계저축률이 작년에 2.3%까지 떨어진 것을 보면 한국인들도 근로의 고통이나 소비의 희생 없이 과실만 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브 프라임 사태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경제생활에서도 예수의 '희생'을 본받을 때이다.

권명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ㆍ작년 ‘민주화 20년’ 시점 6개월 연재

ㆍ고백적 담론·실증적 분석 생생히 담아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최근 한국 지식인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룬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경향신문 특별취재팀·후마니타스)이 출간됐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연재한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을 바탕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지식인이 지식인으로서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가장 주목을 받은 집단은 아마 대학 교수일 것이다. 16명의 국무위원 후보 가운데 7명이 대학 교수 출신이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땅 부자’였다. 대학 교수는 4월9일 총선에서도 주목받았다. 지역구·전국구 포함, 42명이 출마해 19명이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학교로 돌아가려 했던 한 서울대 교수의 ‘폴리페서’ 논란이 벌어졌다. 급기야 서울대 교수 81명이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을 서울대 본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관련 규정이 지금까지 없었단 말이냐”며 놀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 와중에 들려온 소식 중 하나는 어느 시간강사의 죽음이었다. 시간강사들은 폴리페서들로 인한 강의 공백을 메우며 폴리페서 체제를 온존시켜주는 데 활용됐지만 정작 자신들은 사실상 영원히 불안정한 지위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산다.

각료후보 절반이 교수 출신 ‘땅부자 내각’으로 불렸던 이명박 정부 각료 후보들 16명 가운데 7명이 교수 출신이었다. 대학 교수가 권력과 명예, 돈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는 한국사회의 ‘상식 아닌 상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월18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 각료 후보들을 소개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런 풍경은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인 교수들이 정치권력과 맺는 잘못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지난해 ‘6월 민주화’ 20주년을 맞은 시점에 지식인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추상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는 곧 지식인들이 군사독재라는 거악(巨惡)이 사라졌다는 점에 안도하며 권력에 대한 긴장을 놓아버린 것이 아닌지, 사회주의 몰락에 이어 더욱 전사회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 자본에 대한 거리두기에 실패한 것은 아닌지 하는 등의 의문들이었다.

이러한 물음은 노무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많은 대학 교수들이 참여했던 정부라는 사실과 마침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 수백명의 대학 교수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아보이던 이명박 후보 진영에 기웃거렸던 사실, 자본 권력 삼성을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연성권력에 포섭돼 결과적으로 옹호하는 데 이용된 지식인들의 모습 등이 더해지며 구체성을 띠어갔다.

이 책은 지식인들 자신의 입으로 지식인의 죽음을 고백하게 하는 동시에 엑셀 프로그램 등을 통한 ‘문민·군사 정권을 넘나든 교수 출신 장·차관 분석’ ‘해외 박사 분석’ 등의 취재를 병행해 돈과 권력, 명예 모두를 가지려고 하는 한국 지식인의 자화상을 담론과 실증의 면에서 생생하게 그렸다.

책은 11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초 퇴임한 김수행 서울대 교수의 ‘현대마르크스경제학’ 수업 풍경을 20년 전과 비교한 프롤로그 ‘민주화 20년, 한국 지식인의 풍경’에서 시작한다. 주요 지식인 104명을 좌·우축과 민족·탈민족축으로 된 좌표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지식인 지도’와 진보·보수·중도 지식인 74명에게 ‘지식인의 위기’에 대한 생각,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지식인과 저술 등을 설문한 결과도 실었다.

지식인들이 권력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해서도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 ‘시민운동’ 등으로 나눠 살펴봤다. 미국 박사가 지배하는 한국 대학사회의 문제점과 공룡화한 학술진흥재단의 학문지원 시스템이 어떻게 지식인들의 활동을 압살하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 손제민기자 〉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경제·경영]CEO 시를 알면 성공한다 外
【서울=뉴시스】

◇알파 고객을 잡아라

영업·마케팅 전문가가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객만족, 고객중심 경영, 고객 로열티 등 마케팅 담당자가 알아야할 기본적인 내용과 함께 알파 고객의 의미, 알파 고객 창출을 위한 전략, 알파 고객 창출 인프라 5단계를 소개한다. 이성동 지음, 344쪽, 1만3000원, 호이테북스

◇토지보상 절세비법

토지보상 절차와 금액, 세금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상황분석, 토지보상금 재테크 노하우, 부동산 시장 전망, 정부 정책 변화와 효과, 부동산 공시가격, 새롭게 바뀐 세법 등을 담았다.

강대석·김강년·박상철·황재규 지음, 284쪽, 1만5000원, 흐름출판

◇쿨헌팅, 트렌드를 읽는 기술

‘쿨헌팅(coolhunting)’의 최신 기법과 전문 소프트웨어, 인터넷 기술을 소개한다.

마케팅 종사자들이 새로운 혹은 기존의 트렌드 변화에 대한 관찰과 예측을 하는 활동이 쿨헌팅이다. 피터 A 글루어·스코트 M 쿠퍼 지음, 안진환 옮김, 332쪽, 1만5000원, 비즈니스맵

◇부동산 경매로 재테크하라

종자돈으로 부동산 경매에 성공하는 ‘직장인 경매’의 실전 테크닉과 노하우를 담았다. 특히 부동산 경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임대수익을 추천한다.

경매물건을 찾는 과정, 임장(물건 보기)을 하고 명도(거주자 이사 보내기)를 해서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다. 이임복 지음, 304쪽, 1만3000원, 더난출판

◇서비스 꽃은 세일즈다

세일즈와 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서비스맨이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임한다면 고객의 지갑을 기분 좋게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구매 신호를 보낼 때 그것을 놓치지 않고 세일즈로 결과를 나타내는 양방향 작업이 되어야 한다.” 안미헌 지음, 188쪽, 1만원, 흐름출판

◇CEO 시를 알면 성공한다

시를 활용한 경영의 성공비법을 설명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수백억원대의 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CEO들의 실제 사례를 들었. CEO들의 성공요인을 아이디어와 상상력, 감동, 배려, 도전, 변화, 신뢰, 교육 등 8가지로 분류하고 이들 요소를 시에서 추출해 낸다.

서정시를 창작하는 기본은 자아와 세계의 일치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시적 상상력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체화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황인원 지음, 255쪽, 1만2000원, 고요아침

◇경제학 콘서트2

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일상에서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10대들의 구강성교 비율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10대들이 예전에 비해 성적으로 문란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지만, 저자는 ‘10대들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합리적인 10대들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이나 원치 않는 임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강성교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좋은 이웃을 만나면 내 인생이 바뀌는지, 선거에서 비합리적인 후보가 당선되는 까닭은 무엇인지 등 상식과 통념을 깨는 다양한 사례들이 실려 있다.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340쪽, 1만3500원, 웅진지식하우스

<관련사진 있음>

유상우기자 swryu@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유시민 의원실   제 18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시민 의원은 차기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 “작년엔 되고 싶었는데 요새는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구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과의 인터뷰 중 유 의원은 ‘지금도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그래서 생각을 안 한다. 되고 싶다, 안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권 도전 여부는 그에게 아직 먼 얘기일 뿐, 유 의원에게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현실 문제인 듯 했다. 그는 “(17대 임기가 끝나는) 6월부터는 비서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운전해 주는 사람도 없다”며 “차도 없으니 대구에 사는 동안은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타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생계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경북대 총장님 찾아뵙고 강의할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며 “과목은 경제학 전공이니까 교양경제학이나 지역발전 등에 대해 (강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시민 의원은 “선거 빚도 갚아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한다. 당장 6월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출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떤 책을 쓸지는 모르겠다”면서 “좋은 책이 아니라 돈이 많이 벌리는 책을 써야 한다”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경기 고양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긴 이유와 관련해 그는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면 왜 여기에 왔겠는가”라며 “난 판단이 너무 빠른 게 문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먼저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유에 대해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한 사람이 지역주의에 굴복한 정당에 몸담을 수는 없다”며 “탈당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럼 고양에 출마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스스로 물었다는데 3선 의원이 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그렇다고 선거도 안하고 그냥 정계은퇴를 선언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싱거워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고민해 보니까 대구에 출마할 사람이 없었다”며 “그럼 대구를 저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무소속이라도 나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대구 출마 이유를 밝혔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 여부에 대해 그는 “낙선 인사 끝나면 인사를 한 번 가야할 텐데”라며 조만간 방문할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유 의원은 “원래 내가 노 전 대통령 평전을 쓰기로 돼 있었는데 지금 써볼까? 대통령 물러난 지 일년도 안 됐는데 몇년 더 지나서 써봐야지”라며 “그분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계속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은아 기자

조은아 (jjonna81@dailyseop.com) 기자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대구에서 강의하며 생활인으로 살겠다"

 [프레시안 이지윤/기자]

   4·9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 수성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유시민 의원이 19일 "대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생활인으로 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거 기간 중 내걸었던 '대구 남자'란 캐치프레이즈를 선거 이후에도 실천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정치색보다는 연고를 강조하는 유 의원의 선거운동은 나름의 효과를 발휘해 32.5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몇 년 지나서 盧 전 대통령 평전 써 봐야지"
  
  유 의원은 이날자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북대 총장님 찾아뵙고 강의할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며 "과목은 경제학 전공이니까 교양경제학이나 지역발전 등에 대해 (강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낙선한 이후에도 대구를 떠나지 않겠다'는 것은 유 의원의 공약 중 하나였다.
  
  유 의원은 "선거 빚도 갚아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한다.당장 6월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며 강의 외에도 저술 활동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유 의원은 "어떤 책을 쓸지는 모르겠다"며 농담조로 "좋은 책이 아니라 돈이 많이 벌리는 책을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17대 임기가 끝나는 6월부터는 "비서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운전해 주는 사람도 없다"며 "차도 없으니 대구에 사는 동안은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타고 다닐 것 같다"고 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 출신 후보에게는 '불모지'로 여겨지는 대구로 출마한 배경에 대해서는 "선거도 안 하고 그냥 정계은퇴를 선언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싱거워 보이지 않냐"며 "고민해 보니깐 대구에 출마할 사람이 없었고, 무소속이라고 나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통합민주당 탈당에 대해서는 "정당개혁,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한 사람이 지역주의에 굴복한 정당에 몸담을 수는 없다"며 "탈당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대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로 출마했었다. 유 의원은 '지금도 대통령 꿈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답하면서도 "작년엔 되고 싶었는데 요새는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그래서 생각을 안 한다"며 "되고 싶다, 안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낙선 인사 끝나면 인사를 한 번 가야할 텐데"라고 말해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할 뜻을 비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원래 내가 노 대통령 평전을 쓰기로 돼 있었다"며 "대통령 물러난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몇 년 더 지나서 써 보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노 전 대통령에게) 일절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할 것"이라며 "어떤 매체인가를 떠나서 적어도 몇 년 간은 그렇게 하시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이지윤/기자 (belleza@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운하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측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 ⓒ 남소연 그야말로 대격전이었다. 18일 오후 1시,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를 위해 서울대 문화관에 모인 10여명의 교수들은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거침없는 입심대결을 펼쳤다. 상대방을 겨냥한 직설적인 표현도 숨기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흥미진진했다. 단 한 사람의 조는 사람도 없었던 매우 이례적인 '학술대회'였다. 학자들의 점잖은 학술발표라기보단 험한 정치인들의 토론회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대운하 문제는 뜨거운 쟁점이었던 것.

이날 학술발표에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학) 등 10여명의 운하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부터 토론회까지 장장 5시간여 동안 벌어진 숨 막혔던 사투의 현장을 지면에 담아봤다.

[라운드1] 선제공격으로 한방 날린 반대 측 주제발표... "그동안 쌓인 거 많다"

뜨거운 현장의 첫 신호탄을 쏜 사람은 '한반도 대운하, 과연 경제적으로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발표에 임한 반대 측 홍종호 교수였다.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험한 말을 해서 깨우침을 줘야 한다."

홍 교수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을 인용하며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그 동안 운하 찬성 측의 '말 바꾸기', '해명 안하기', '일방적 토론 불참'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홍 교수였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침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날은 평소 차분하던 홍 교수의 모습과는 달랐다. 초반부터 강한 메시지로 상대측 교수들을 압박했다. "정부도 정책에 대한 실명 평가를 다 하고 있다"며 "이제는 운하에 대해 왜곡된 말을 한 사람들에 대해 실명을 거론해서 얘기할 때가 됐다"고 일갈한 것. 

또한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찬성 측의 논리는 과장과 축소, 오류와 거짓으로 포장돼 있음을 스스로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학자적 양식을 저버린 행위로서 비판바다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강의 도중,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과 박석순 교수 등 여러 찬성 측 학자들이 '실명공개'의 희생양이 되었다.

대운하 반대측의 이상훈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왼쪽)와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남소연

이제는 지구 온난화 운하까지?... "말이 안 되는 말 바꾸기"

홍 교수는 경부운하가 '2無 2非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운하사업은 '무개념·무계획·비전문성·비투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운하 추진 관계자들의 잦은 '말 바꾸기'와 정부 부처와 여당간의 앞뒤가 맞지 않는 '동상이몽' 현상을 예를 들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홍 교수는 "(운하의) 물류전환 효과에 대해 비판에 직면하자 최근에는 '관광운하', '지역개발운하', 심지어는 '지구온난화 해결 운하'로 사업계획이 계속 바뀌고 있다"며 찬성 측의 '말 바꾸기' 사례를 수차례 언급했다. 

이어 "배의 운행속도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1주일이 걸릴 것이라던 사람들이 1년 반 후에는  40시간, 급기야는 이론적으로 24시간까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느리다는 비판이 나오니까 속도를 줄여가는 것 같은데 우리의 기술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 같다"고 비꼬았다.

경제적 타당성의 준거인 비용 대비 편익비율(B/C비율)도 곽승준 비서관의 2.3이라는 분석과 이상호 세종대 교수의 1.145라는 계산이 2배 이상이 차이난다는 점을 지적한 홍 교수는 "같은 찬성 측 학자들이 이런 큰 차이를 보이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홍 교수는 "어떤 부분이 과장됐고 혹세무민하는 수치인지 토론 시간 때 분명히 말해  달라"면서 "내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실제로 0.3이하가 나오는데 이것도 굉장히 관대한 수치"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반대측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뒤 "대선은 끝났다, 공약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경부운하를 왜 만드나?... "회장님 방침이니까!"

이상훈 수원대 교수(환경공학)도 '경부운하와 수자원 관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재치 있는 말투로 찬성 측 논리들을 압박했다.

이 교수는 "'홍수폭탄'을 막으려면 높아지는 홍수위만큼 주운댐의 높이를 높이고 양안의 강둑을 높여야 하는데 경부운하 전체를 보면 최소 100km의 구간에서 강둑을 높여야 한다"며 "찬성측은 경부운하가 홍수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서 자연하천인 낙동강과 남한강의 물길을 간단히 조령터널로 잇기만 하면 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강물이 저수지가 되면 유속은 느려지고 수심은 깊어져 자정능력이 작아 진다"며 "이 사실을 7글자로 줄이면 '고인 물은 썩는다'가 된다"고 표현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교수는 '도대체 경부운하를 왜 만드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나로서는 '회장님 방침이니까'라는 답변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님 방침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보자"며 "운하는 운하라는 있는 그대로를 보자. 부차적으로 따지고 하는데 운하의 본질은 운송수단"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경부운하는 100명 학자가 10년 동안 준비했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보기엔 길어야 2~3년 정도 선거 대비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인이나 행정관료가 운하 반대 학자들을 '정치적이다'고 비판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비판했다.

[라운드2] 방어에 나선 찬성 측 학자들 "우리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반도 대운하와 환경'이란 주제로 강단에 선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는 반대 측 교수들의 강한 공세를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조용히 팩트만 얘기하고 가려 했는데 홍 교수가 잔뜩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다."

또한 박 교수는 "홍 교수가 마음 아파하실 줄 모르겠지만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운하 계획이) 계속 바꿀 수도 있다"며 홍 교수를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박 교수 발표의 핵심은 '운하는 가장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라는 것이었다. "수로운송은 도로운송에 비해 연료 소모량이 1/3, 이산화 탄소 배출량이 1/5에 불과"하며 "도로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교통체증에 의한 연료낭비와 대기오염 등을 고려하면 수로운송이 갖는 환경 장점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대운하 찬성측의 박재광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왼쪽)와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남소연

'마르코 폴로 계획'이 운하 추진 계획으로 둔갑?

반대 측 의견과는 정반대로 "유럽에서는 운하를 친환경적인 사업으로 장려하고 있다"고 주장한 박 교수는 "유럽운하가 사양길이라는 것은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유럽연합에서 지난 2003년 발표한 '마르코 폴로 계획'을 운하 추진을 정당화하는 핵심적인 사례로 제시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마르코 폴로 계획'이 수로운송을 장려하는 계획인 것처럼 발표했으나 실상은 운하·수로 건설 그 자체보다는, 친환경에 걸맞은 다양한 대체 수단을 개발하는 데 계획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

'열등 학생 전학론'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유럽의 운하 사용율이 3%로 떨어진 것은 왜곡된 사실"이라며 "1993년 조사는 서유럽 12개국을 조사한 수치고 2005년에는 동유럽 국가가 다수 포함돼 조사한 것이 EU통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운하를 사용 안하는 나라를 집어 넣어서 사용률이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공부 잘하고 있는데 공부 못 하는 애들이 전학 와서 평균 점수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파괴 방지', '수질개선', '수돗물 문제 해결' 등 강의 내내 운하의 장점을 설명하던 박 교수는 심지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지구 온난화 대책'이라는 주장으로 '운하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스크류 박'은 내가 아니야!"

한편 강의 도중 박 교수는 '운하에 배가 다니면 배 뒤의 스크류가 돌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는 찬성 측의 주장이 자신이 한 것처럼 잘못 오인되고 있다며 "나는 일각에서 말하는 '스크류 박'이 아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박 교수는 "홍보 동영상에 스크류로 수질개선이 된다는 얘기를 내가 제안한 걸로 아는데 이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며 "근데 이걸 잘못 추적해서 '스크류 박'이니 이런 식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통해 운하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건설환경공학)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운하 찬성 측 논리에 힘을 보탰다.

박 교수는 "학자적 자료로 검토한 결과 상당수의 반대 측 주장이 사실과과 다르고, 이론이 아닌 환경적인 신념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안 해본거라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옛날 얘기만 하지 말자. 지금이 조선 왕국인가"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입김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해서 수자원을 이용하려 해도 저항 때문에 국력만 낭비하고 있다"며 "일단 결정이 되면 모두가 단합하여 신속하게 움직여서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경제적인 운하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운하 반대측의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가 18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찬성측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와 만나 얘기한 뒤 어깨를 치고 있다. ⓒ 남소연

[라운드3] 찬반 측 교수들 함께한 난상토론... "개그보다 흥미진진"

"박석순 교수... 아니 '스크류 박' 교수님!" (서울대 김정욱 교수)

"나이도 있으신데 너무 열을 올리셔서 혈압 오를까 걱정 됩니다" (이대 박석순 교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난상토론이었다. 토론에 참석한 윤재석 국민일보 논설위원은 "개그 프로그램을 이제 안 봐야 겠다"며 "심각하고 진지한 운하담론이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개그야 프로그램 폐지해야 할 듯"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제발표가 끝난 후 있었던 토론은 예상시간 5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앞서 소개한 4명의 교수 외에도 김정욱 서울대 교수, 김계현 인하대 교수 등 총 10명의 토론자가 물러섬 없는 맞대결을 펼쳤다. 

[선제공격] 김정욱 교수 "찬성 측, 오류와 왜곡 심지어 말이 다른 경우까지 많다"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찬성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 남소연

토론 분위기에 불을 지핀 건 운하 반대 측의 김정욱 서울대 교수였다. 박재광, 박석순 두 교수의 발제 내용에 대해 '오류와 왜곡이 많았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찬성 측 주장) 운하로 수자원 부족 해결한다?

(김정욱 교수 반론) "운하의 물은 수심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다고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찬) 10년 뒤 물동량 3배로 늘어난다?

(반) "현재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2020년까지 3만 달러 정도 기대하는데 소득이 1.5배 늘어나는데 물동량이 3배가 될 수 없다."

(찬) 굴포 운하 통해 크레인선 지나갔다면 서해안 기름 유출사고 피할 수 있었다?

(반) "도무지 논리를 유추할 수 없는 주장"

(찬) RMD운하가 인기 있는 크루즈로 전 세계 관광객 모인다?

(반) "방문 결과 유람선 한척에 1주일동안 관광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찬성측 박재광 박석순 두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도 따지고 들었다.

-상수원은 어떻게?

박재광- 우리 수돗물이 미국 수돗물보다 좋다. 운하 만들더라도 상수원 그냥 써도 된다.

박석순- 우리의 수돗물이 나빠서 운하 건설과 관계없이 취수원 이전해야.

-유해물질 수송은 어떻게?

박재광- 매우 안전한 교통수단.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물질의 운반에 가장 적합

박석순- 유해물질은 운하를 통해 운반해서는 안 된다.

[반박] 박재광 교수 "미 운하, 환경파괴 됐지만 후손들 편하게 이익 창출 중"

반대 측 주장에 대해 반론에 나선 박재광 교수는 수질 문제에 대한 언급부터 말을 이었다.

박 교수는 "너무 '건강, 건강' 하는데 수돗물 그냥 편하게 마셔도 된다"며 "너무 겁을 먹고 쓸데없이 취수장 이전하자며 국민들 겁주는데 수돗물 여과에 사용되는 일반처리공정은 20세기의 4대 발명품"이라고 주장했다.

"수돗물은 더럽다"며 상반된 주장을 한 박석순 교수는 딱히 반론을 하지 않아 참석자들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유해 물질 운송에 대한 상반된 입장도 정리되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플로리다 대운하 사업의 대표적인 강인 키시미강은 운하로 만드는 데 3000억 달러가 들었지만 복원공사에는 그 10배가 달하는 3조 달러의 예산이 들었다"는 김정욱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5600억 달러 정도가 들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한 "키시미강 운하 개발로 인해 환경파괴가 됐지만은 그 후손들은 거기서 편하게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키시미강 부근은 디즈니월드를 건설하여 연 8300만 명 관광객들이 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며 운하와 디즈니랜드를 엮는 모호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운하를 통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 교수는 "미네소타 주 같은 경우에 교통사고가 65% 정도 줄었다"며 "일 년에 8000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죽어 가는데 내륙 운하를 만들면 안전한 도로가 되기 때문에 절반 정도인 4000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 대운하 찬반측 교수들이 나란히 앉아 토론자료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훈 수원대, 박석순 이화여대, 홍종호 한양대,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 남소연

[공방] 비용편익비율 "과학적 아니다"- "비전공자가 이런 얘기 우습다"

박 교수는 홍종호 교수의 비용편익비율(B/C비율) 분석 결과에 대한 반론도 이어갔다.

박 교수는 "비용편익비율 분석은 조작도 할 수 있고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다"며 "너무 이것에 매달리면 국가적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교수 분석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한 고려가 없으므로 문제가 많으며 누구도 자신 있게 자신의 계산이 맞다고 주장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비용편익비율 분석 방법을 평가 절하했다.

바로 답변에 나선 홍 교수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 교수는 "내 논문을 정확히 봤나 모르겠다"면서 "비전공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비용편익비율은 경제적 효과에 포함 시킨 것 중에 그래도 수치화할 수 있는 확실한 것들만 넣었고 환경 쪽 비용 등은 하나도 안 넣은 결과가 이렇다"며 "물동량 전환효과 등에 대한 편익을 잡은 것이고 골재편익은 없다고 보지만 그래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사실 현재의 사업비 항목에 누락되어 있는 유지관리비, 간접취수비 등을 모두 합치면 15조원을 훌쩍 넘어 40~50조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이런 추가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찬성 측이 주장하는 15조 정도 공사비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며 "투입비용을 최소로 잡은 조건 하에서도 분석 결과가 0.05 수준까지 나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방청객 질문] 두 박 교수에 날카로운 질문공세...진땀 뺀 두 교수

'한반도대운하와 영향평가'를 주제로 한국환경영양평가학회가 18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춘계 학술발표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찬반측 주장을 경청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방청객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함께 이어졌다. 대부분의 질문은 찬성 측의 박재광, 박석순 두 교수에게 들어와 답변하는 데 진땀을 빼는 모습이었다.

-(방청객) 프랑스에서 운하를 만드는 게 3개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설명과 만들고 있는 운하가 어떤 목적인지 말해 달라.

(박석순) "프랑스에는 안 가봤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에 가봤는데 프랑스에서 그런 것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지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키시미 강과 디즈니랜드 발언에 대해)박재광 교수는 발표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사람들은 운하를 통해 배타고 디즈니랜드 안 간다. 근방에 운하가 있는지 모른다.

"디즈니랜드 운하는 100km 정도 구간이며 이 운하는 배를 타는 운하가 아니라 배수를 위한 운하다."

-호수 물도 정체되어 있는데 안 썩으니 운하 물도 괜찮다? 산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오는 호수 물하고, 하천의 물을 똑같이 비교하면 안 된다.

"……."

질문이 찬성 측 교수에게만 쏟아지자 반대 입장의 이상훈 교수는 "질문이 나에게 없다. 다음부터는 이런 토론회 안 나오겠다"고 농을 치기도 했다.


<엄지뉴스 - 휴대폰 메시지(문자·사진·동영상)를 보내주세요. #5505>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정기화

전남대 교수·경제학

☞한국경제신문 4월15일자 A39면

지난주에 끝난 총선 이후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당선을 자축하면서 18대 국회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에 대한 제출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국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법안 제출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법안제출 건수가 의정활동 평가의 주요 지표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정당은 현역 국회의원이 국회의 각종 회의에 얼마나 출석했는지,그리고 몇 건의 법률을 제출했는지를 점수화해 공천 여부에 반영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이와 유사한 지표를 가지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에 따르면 부정한 정치자금을 받지 않고,국민들의 민원을 잘 해결해주며 많은 법률안을 제출하면 '좋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국회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이라고 해서 좋은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법률이란 국민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줄일 수 있고,누구나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성과 일반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법 제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좋은 법률이 된다.

이러한 원칙에 벗어난 나쁜 법률의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17대 국회에서 제정 또는 개정된 성매매금지법,비정규직보호법,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규정한 법조항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법률들은 좋은 입법 의도에도 불구하고 원래 의도했던 결과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법 적용을 회피하도록 하거나 비생산적 로비를 부추겨 국민들을 부도덕하게 만들었다.

나쁜 법률들은 잦은 법 개정을 가져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국민생활 개선을 더디게 한다.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보더라도 2000년 이후 현행 법 조항 중에서 70%가 넘게 개정됐다.

변덕스러운 법률의 재개정으로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어렵게 만들고,국민 생활 수준의 개선도 더뎌진 것이 현실이다.

좋은 법률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국회의원들에게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수 세대에 걸쳐 자유무역이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다고 논증해 왔지만 아직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쉽게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지식이나 정보 부족 때문에 나쁜 법률이 제정되는 측면도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국가적 사업의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익과 비용의 추산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누구도 이들 사업이 환경이나 물류,관광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알 수 없고,이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완벽하게 제공될 수 없다.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점차 '좋은' 국회의원들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나쁜' 법 제정을 막기에는 부족하며,법 제정의 일반적인 원칙이 충실히 지켜져야 가능하다.

특히 특정 집단 및 지역을 보호하거나 규제하는 법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법안을 제출할 때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를 첨부하도록 하는 것도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줄여 나쁜 법 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투표자 정치인 관료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펴야

해설

정부가 발의한 모든 법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시행된다.

정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법은 국회의원들이 모여 직접 만들어 전체 동의를 얻는다.

전자를 정부입법,후자를 의원입법이라고 한다.

정부입법이든 의원입법이든 모두 국회의원의 손을 거쳐 만들어 진다.

좋은 법이냐 나쁜 법이냐는 사실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 판단 기준 역시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치인에 대한 투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고,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지역주민의 관심사에 몰두하며, 정부 관료들은 국가보다 자기부처 덩치 키우기에 더 관심이 있어, 따지고 보면 국회에서 제정되는 모든 법이 항상 국민을 위한 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자들은 공공선택이론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정기화 교수는 다산칼럼에서 일부 국민을 위한 법은 잘못된 법이며 이를 제정하는 국회의원도 나쁜 국회의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는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수 약자를 위한 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역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공공선택이론은 투표자 정치인 관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항상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우선 투표자는 국회의원을 고를 때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않는다.

선거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시장의 상품 구입 정보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훨씬 적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다.

투표자들의 이러한 정치적 무지로 인해 국회의원들은 정책을 선택할 때 효과가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거나 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안보다 단기적이고 뚜렷하게 나타나는 안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 역시 표를 얻기 위해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특정집단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정책이 다수에게 작은 손실을 주고 소수에게 큰 혜택을 줄 경우 손실을 입은 다수는 강하게 반대하지 않은 반면, 혜택을 받는 소수 집단은 적극 지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후보자는 소수 집단에 큰 혜택을 주는 갖가지 정책을 모두 찬성하는 경향이 생긴다.

정부 관료는 비영리기관이고 독점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편다고 보기 힘들다.

관료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확대에 관심이 있다.

예산을 확보하려고 경쟁하고 자신들의 권한과 권위를 증대시키려고 노력한다.

정책도 눈에 잘 띄고 쉽게 계량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다수결투표제는 이러한 불가피한 단점이 있다.

국민 개개인의 선진화된 시민의식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처음 유시민 의원(아직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그는 현시점에서 현역 국회의원이다)과의 인터뷰를 추진한 것은 한달 전이었다.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지만 사실 대구사람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던 그 사람이 대구에서 출마한다는 자체가 이슈였다. 그래서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측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답해서 결국 총선이 끝난 뒤로 미뤄졌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가급적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생활인' 유시민을 조명하려고 했다. 만나기 앞서 간략하게 조사한 자료만 A4 용지로 200장이 넘었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말하는 기록들이 인터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행적을 따져 묻고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까. 그는 솔직담백했고, 많이 고분고분해졌다. 그 역시 "권력의 중심에도 있어봤고, 나이도 먹었으니 변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느냐"며 웃어보였다. 그를 만나보자.

◆1조원이 있다면? 복지법인을 만들겠다

-(다소 허황되지만 그의 꿈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돈에 관한 이야기로 질문을 열었다) 당신에게 1조원, 100억원, 1억원이 주어진다면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쓰고 싶은가?

"1조원이 있다면 복지법인을 만들겠다. 몇 개 테마를 잡을 수 있는데, 미혼모 문제와 장애인 재활 등이 좋겠다. 그런 쪽에서 우리나라가 약하다. 1조원의 경우, 연간 이율을 6, 7%로 본다면 연간 600억~700억원인데 할 수 있는 사업이 그리 많지 않다. 청각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회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회사와 생산성에 별 차이가 없을 걸로 본다. 100억원이 있다면 정책연구소를 만들고 싶다. 정치나 경제를 연구하는. 지금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나 시각에 큰 차이가 없다.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연구소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1억원이 있다면 선거 빚을 갚아야 한다.(웃음) 재산을 마이너스 2억7천 정도로 신고했다. 작년 대선 경선때 후원회 차입도 개인 빚으로 포함됐다. 이번 총선 후원회 정산하고 나면 1억원 정도가 남을 텐데 빚 갚아야 한다. 5년 정치하고 그 정도 빚이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닭'이라고 한다. 왜 일부러 적을 만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한다.

"싸움 많이 했다. 하지만 날만 하니까 싸웠고 그러다보니까 '동네'에서 찍혔다. 일만 있으면 싸운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안 싸우기 시작한 게 벌써 2년 6개월 정도 됐다. 2005년 9월 이후로는 누구와 싸운 적이 없다. 2006년 1월 입각(보건복지부 장관) 후에 싸운 것을 본 적이 있나? 내가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공격한 적은 없다. 내 인격에 대한 공격은 무수히 받았지만, 정동영씨도 기간당원제 후퇴를 비판했지만 인격적으로 비난한 적은 없다."

-싸움을 안 했다는 것은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는 뜻인가?

"고달프니까 안 했다. 당초 정당제도를 바꿔보려고 했는데 소수의 생각이다 보니 당내에서도 많은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2005년 9월 이후 제도나 상황이 많이 좁혀졌다. 상황이 끝나버렸다. 논쟁하거나 노선 투쟁을 할 근거가 없어졌다."

-말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나?

"말을 명료하게 하는 게 좋지 않나? 하지만 이제는 명료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싫어하고 상처를 입더라. 그렇게 명료하게 말한다고 받아주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잘 되지도 않을 걸 굳이 얼굴 붉힐 필요가 없어졌다."



※ ▶ 버튼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골프는 안 친다. 너무 빠져들까봐

-이번 질문엔 부가적 설명 없이 '예, 아니요'로만 답해달라.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웃음) 그런 질문이 어렵더라.(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답했다. 이번 질문은 그의 답을 그대로 옮긴다.) 예, 작년엔 되고 싶었는데 요새는 안될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을 안하죠. 되고 싶다, 안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술은 좋아하는가?(유 의원은 인터뷰 전날, 지인들과 막창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소주를 마셨다)

"어제도 제법 많이 마셨다. 이 업계(정치권)에 와서 술이 많이 늘었다. 대학때는 원래 못마셨는데. 술을 왜 그렇게 마시는지 모르겠다. 술하고 원수진 것 같다. 술도 (삶의) 윤활유니까 좋게 마시면 될텐데. 많이 먹을 때엔 양주 폭탄주 7잔까지 먹었다. 기자들 접대하느라. 제주도에서 국민연금법 때문에 기자들과 모인 적이 있었는데, 7잔 먹고 곯아떨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캐치프레이즈로 '주호영을 청와대로, 유시민을 국회로'를 내걸었다. 누가 제안했나?

"모르겠다. (함께 자리한 공보특보에게) 누가 제안한 거지?"(공보특보는 한 유권자가 제안한 것이라고 답해줬다.)

-골프를 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은 없나?

"왜 없겠는가? 유시민을 필드에 데려가면 포상금이 걸려있다는 말도 들었다. 한 사업가가 그렇게 말했단다. 골프 안 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치면 몰두할 것 같고 다른 일을 못할 것 같다. 같이 치는 사람 중에 국세청, 공정위, 검찰 조사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자칫 로비 의혹 받으면 평생 골로 가는 거다. 공직에 있는 동안은 안 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국회의원도 떨어지고 먹고살기 바쁘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무슨 골프를 치겠는가?"

-최근 울어본 적이 있나?

"영화 보면서 울었는데 무슨 영화인지 기억이 안난다.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도 나는데 집에선 창피해서 안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운동화 잃어버려서 달리기에서 2등 하려고 했던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다. '우생순'도 좋았다. 배우는 송윤아씨를 좋아했다. 편하게 느껴진다.(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노래 이야기를 꺼냈다)

"가수는 이선희씨를 제일 좋아한다. 마산교도소 첫 수감 때였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밀폐된 독방에 있다가 점심 먹고 나서는데 방송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 옛날이여.' 혁명이었다. 내가 감옥에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한 들판 위로 훨훨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감정에 몰입했다.)

◆유시민과 대구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시위 때문에 합수부에 끌려갔다. 이틀 동안 마구 패고 나더니 진술서를 쓰라고 했다.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빼놓지 말고 쓰란다. 쓰는 동안은 안 맞으니까 계속 썼다. 하루에 편지지 100장을 썼다. 그때 경감 ○○○가 그 글을 사람들 앞에서 읽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생생하게 썼어. 그림이 막 그려지잖아.' 그때 내가 처음 글을 잘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다 쓸데없는 것이었다. 지하조직은 다 숨기고 학생회 이야기만 잔뜩 썼으니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내 인생의 스승을 딱 한명만 꼽으라면 리영희 선생이다. 계속 변화해나가고 어느 시점 변화의 한계가 왔을 때 펜을 놓고 일절 사회적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인생을 정리하는 모습이(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 그 분의 삶을 보면 지식인이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하고 바랐다."

-대구에는 왜 왔나?(사실 그는 경기 고양에 출마했더라면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았을 텐데 대구를 택했다.)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면 왜 여기에 왔겠는가? 난 판단이 너무 빠른 게 문제다. 여름 경선(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정권이 100% 넘어간다고 판단했다. 그럼 다음엔 뭐하지? 정당개혁,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한 사람이 지역주의에 굴복한 정당(통합민주당)에 몸담을 수는 없다. 스스로 부끄러우니까. 탈당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고양에 출마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스스로 물었다. 3선 의원이 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선거도 안하고 그냥 정계은퇴를 선언하기에는 사람이 너무 싱거워보이지 않는가? 고민해 보니까 대구에 출마할 사람이 없었다. 그럼 대구를 저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무소속이라도 나가 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터뷰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구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초상집 가면 그렇지 않은가? 평소 감정이 안 좋더라도 위로말도 하고 조의금도 주고 평소 생각은 아니지만 인품도 고매했다고 덕담도 주고받는다. 그게 인심이다. 낙선했으니까 대구시민들이 넉넉하게 봐줄 수도 있고. 석달 동안 선거를 치르면서 언젠가 대구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 매체와는 인터뷰를 하고 중앙매체와는 정책적 인터뷰 외에는 하지 말자고 결정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서 좀더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것도 인생이지.(잠시 침묵) 힘들기는 장관직이 진짜 정말 힘들더라. 연봉 1억 받고 할 일은 아니다. 일이 너무 많아. 특히 보건복지부라 그런지 몰라도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그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노 전 대통령 평전 써야 되는데…

-아버지는?

"경주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아버지가 시험 감독을 들어오면 학생들이 환호성을 불렀다. 인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시험 내내 창밖을 보거나 책만 봤다. 마음대로 커닝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아했던 거다. 한번은 커닝을 적발했는데, 불러내서는 아버지가 다리를 걷어보이며 '잘못 가르친 탓이니까 나를 때리라'고 했단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이후로 커닝은 없었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6남매 중 2명은 국립대, 나머지는 사립대를 보냈다. 어머니는 30년 장사를 했다. 19번 버스를 타고 칠성시장에서 물건을 떼왔는데, 고등학생시절 방학 때 정류장에 짐 받으러 나가면 너무 무거워서 내가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19번 버스 기사들이 어머니를 다 알았다. 저 집 아들이 공부를 잘한다더라 하며. 그렇게 어렵게 사시면서도 정부를 원망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요즘은 남의 탓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닌가?(이 질문에 대해 그는 상당히 길게 답했다. 간략하게 추려본다.)

"내가 요새 입을 많이 다물고 산다. 말할 힘을 잃었다. 말이 의미를 잃은 시대다. 지식인들이 입을 다물었다. 다시 칼럼을 쓰게 되면, 이런 내용을 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 탓은 아니다.'"(유의원은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찾고, 문제점이 있다면 서로 노력하고 합의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단순히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심정을 파괴한다고도 했다. 그는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낙선 인사 끝나면 인사를 한번 가야할 텐데.(인터뷰 섭외를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인터뷰 안 할 거야.(그래도 한번 말은 해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난 안 될 일은 아예 이야기 안 한다. 그리고 내가 인터뷰하지 말라고 말할 거다. 일절 하지 마시라고. 어떤 매체인가를 떠나서 적어도 몇년간은 그렇게 하시라고 말할 거야. 원래 내가 노 전 대통령 평전을 쓰기로 돼 있었는데. 지금 써볼까? 대통령 물러난 지 일년도 안 됐는데 몇년 더 지나서 써봐야지. 그분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계속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대구에 전입한 시민으로 살 테다

-이번 선거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큰소리 뻥뻥 치는 말은 안 했다. 책임지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하면서 선거를 치렀다. 자기 내면의 확신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자기 마음 속에 희망으로 가득차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길을 가다가 주호영 의원이 내건 커다란 플래카드를 봤다. '희망을 드리겠다'는 글귀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과연 희망을 주겠다는 주 의원의 내면에는 확신이 있을까? 나는 줄 수 있는 희망이 없는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저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이 있어야 좋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고향도 여깁니다라는 소박한 이야기밖에 없는데. 소줏집에서 만났으면 물어봤을 거야. '지난 5년 동안 난 확신을 잃었는데, 귀하의 구호는 확신에 차있다. 정말 내면으로 확신하는가?'라고."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 5월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 할 수 있으면 대정부 질문도 하고 싶은데, 무소속이라 잘 모르겠다. 경북대 총장님 찾아뵙고 강의할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 과목은 경제학 전공이니까 교양경제학이나 지역발전 등에 대해 하고 싶다. 6월부터는 혼자 살아가야 한다. 비서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운전해주는 사람도 없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선거 빚도 갚아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인세는 월 100만원쯤 나온다. 집사람 시간강사로 버는 돈 외에는 소득이 전혀 없으니까, 당장 6월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 글 쓰는 재주밖에는 없으니까 어느 출판사에 공갈을 쳐서 선인세를 잔뜩 받을지 고민해야 하고, 그 돈으로 책 쓸 때까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강의도 다음 학기나 돼야 할 수 있을 테니. 어떤 책을 쓸지는 아직 모르겠다. 좋은 책이 아니라 돈이 많이 벌리는 책을 써야 한다.(웃음) 이제 생활인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차도 없으니 대구에 사는 동안은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타고 나닐 것 같다. 이제 대구에 새로 전입온 시민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