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최현철.변선구] ‘문어는 파란색?’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옥토(Octo)’ 광고로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옥토는 8가지 기능을 가진 상품이다. 입출금에서 주식거래, 금융상품 투자, 담보대출, 결제 및 이체, 자동RP투자, 체크카드, 통합조회까지 한 계좌로 처리할 수 있다. ‘8’이라는 숫자에서 따온 문어(옥토)에 회사의 이미지 색깔을 입혀 ‘파란 문어’가 탄생했다.

하지만 옥토의 인기는 단순히 기발한 광고 때문만은 아니다. 옥토는 상품마다 계좌를 따로 열어야 했던 불편도 없앴고, 고객이 계좌에 맡긴 자금이 자동으로 투자돼 수익이 생기도록 만든 구조를 가졌다. 보통 증권사는 고객 계좌의 대기자금을 증권금융에 맡겨 수익을 얻는데, 이를 포기한 역발상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지난해 가입 고객만 16만 명에 고객의 자산은 20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 인기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역발상은 우리투자증권의 ‘미래 찾기’에서도 두드러진다. 판매망을 늘려 수수료 수입 극대화에 몰두하기보다는 3년 전부터 취약한 투자은행(IB) 영역에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아시아 최고 IB를 향해=우리투자금융의 모태는 1969년 설립된 한보증권이다. 이후 럭키증권과 LG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2005년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지주회사 계열사로서의 현재 모습을 갖췄다. 합병 후 재출범 때부터 외국계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증권업계 최초로 IB센터를 싱가포르에 설립했고, 자기자본 1억 달러를 투자해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IB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우수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사내 공모를 통한 전문인력 육성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는 동시에, 미국 등 현지에서 직접 면담을 통해 MBA 출신들을 채용하고 있다.

노력은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SK그룹과 웅진, 네오위즈의 자문서비스를 따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6년에만 이 부문에서 34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가장 수혜를 볼 증권사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지난해 말 연임된 박종수 사장은 “아직 다른 증권사와 뚜렷한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올해 IB에서만큼은 최고의 자리에 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IB 관련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운용 쪽 인력도 보강해 해외사업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 근무가 채용 첫 관문=우리투자증권은 풍부한 창의력과 개성·패기를 갖추고 미래에 도전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금융회사인 만큼 고객서비스와 이익창출에 솔선할 수 있는 자질도 중요시한다. 채용 방법은 좀 독특하다. 인턴 근무가 필수 코스다. 우선 수도권과 지방의 25~30개 대학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뒤 실무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면접을 통해 2배수를 뽑는다. 선발된 인원은 여름방학 한 달 동안 지점에서 인턴근무를 하면서 현장 업무실습 교육을 받는다. 이후 한두 차례 합숙을 통해 토론 면접과 인성검사를 거치며 다단계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 점수와 최종 임원 면접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정한다. 인사를 담당하는 HR기획팀 이성진 차장은 “인턴과 합숙 과정을 거치며 적성에 맞지 않아 본인이 그만두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종 면접까지 온 사람 중 떨어지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 특성상 투자상담사나 선물거래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FP) 같은 금융 관련 기본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한다”고 덧붙였다. 2600여 명에 이르는 직원 가운데 본사에서는 470명가량이 근무한다. 신입사원은 1년간 지점 근무를 해야 한다. 이후 본인의 희망과 적성에 따라 부서배치를 받는다.

대형 증권사인 만큼 회사 분위기는 깔끔하고 정제된 느낌이다. 점심 시간도 따로 없다. 얼마 전엔 복장 규정 매뉴얼까지 만들어 배포했을 정도로 매너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동료를 챙기고 배려해주는 풍토가 배어 있다. 혁신추진팀 최재희(30·여) 대리는 “회식 때 술을 강권하는 경우가 없을뿐더러 못 마시는 직원에게는 소주 대신 사이다를 권할 정도로 상대를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신입사원

인턴 필수 … 선발 계획 꼼꼼히 챙겨야


지난해 11월 입사한 김종혁(27·사진)씨는 준비된 IB(투자금융)맨이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에 입학했지만 병역특례업체 근무 도중 생각이 바뀌었다.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복학한 뒤 졸업을 2년 미루며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특히 재무 관련 과목에 매력을 느껴 투자금융 쪽에서 일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김씨는 일찌감치 우리투자증권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해 왔다. 국내 모든 증권사의 발전계획을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그는 “이 회사가 투자금융 쪽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데다 해외 근무 기회도 많은 것 같아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주사인 우리금융의 지원이 충분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우선 공인재무분석사(CFA 1차) 자격증을 땄다. 또 인턴 선발계획을 꼼꼼히 체크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도 중요했다. 김씨는 “우리투자증권은 인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입사가 어려운데 1학기에 시작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철저히 준비한 덕분에 그는 사령장을 받자마자 IB사업부 내부인재육성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1년간 의무적으로 지점 근무를 거쳐야 하는 신입사원에게는 상당한 특혜다. 김씨는 “국내 증권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다른 금융업보다 전망도 밝다”며 “다만 자기 진로를 정하고 충실히 준비하는 사람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철 기자

Q&A

Q : 올해 채용 계획은?

A : 신입사원은 5~6월부터 선발과정을 시작한다. 학교 추천을 받아 실무자 면접을 통해 1차 선발을 한다. 여름방학 4주간 지점에서 현장 실무교육을 시키고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이후 집합연수와 임원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입사 시점은 12월이다.

Q : 입사 후 부서배치는 어떤 원칙에 의해 이뤄지나?

A : 1년간 지점에서 근무한 뒤 희망하는 부서를 본사 3개팀, 지점 세 곳씩 받아 최대한 본인 의사를 반영해 배치한다. 투자은행의 핵심인 운용사업부·파생상품·IB사업부의 경우 분야별 대상인원을 사내 공모한다.

Q : 해외 근무 기회는 있는가?

A : 뉴욕·런던·홍콩에 현지법인, 싱가포르에 동남아 IB센터, 상하이와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가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현지 사무소를, 베이징에 리서치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해외 근무는 사내 공고를 통해 공개 선발한다. 하지만 해당 업무에 열성이 있는 직원은 수시모집의 기회도 주어진다.

Q : 연봉과 복지 수준은 어떤가?

A : 대졸 초임은 3500만원이다. 입사 후 6개월 이후부터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본인 의료비 전액, 가족 의료비는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입사 후 2년이 지나면 전세자금 5000만원, 구입자금 7000만원까지 저리 대출도 받을 수 있다.

Q : 근무 시간과 복장 규정은 어떤가?

A :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정규 근무시간이다. 사내 표준 옷차림 규정이 있는데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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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교육업체가 참여정부 5년간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함께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양대 주범으로 사교육 열풍을 꼽고 억제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논리는 막지 못했다.

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디지털대성 상장에 이어 이듬해 대교, YBM시사닷컴, 메가스터디가 잇따라 기업을 공개하는 등 교육주가 부상하면서 이들 업체의 시가총액도 2002년말 2540억원에서 지난달말 3조6479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장과 투자금 유치를 통한 교육산업의 기업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논술교육업체인 엘림에듀는 지난해 7월 골드만삭스 투자펀드인 오즈매니지먼트로부터 12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선라이즈 오버시스와 리만브러더스 커머셜에서도 92억원씩 투자를 유치했다.

오크우드투자자문(사모기업 인수 증권투자회사 1호)은 엘림에듀 지분 16.7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은 특목고 입시학원인 토피아 아카데미에 184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신기한 한글나라'로 잘 알려진 한솔교육과 영어학원인 청담어학원으로 출발한 CDI홀딩스는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DI홀딩스는 상장 전 일명 '진대제 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에서 164억원의 지분투자를 받아 두둑한 자금을 확보했다.

메리츠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는 "참여정부를 통해 본격적으로 대형화, 기업화를 시작한 교육산업은 새 정부가 자율권 부여를 통한 엘리트 교육과 함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짤 경우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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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부펀드들이 너나 없이 고위험·고수익 자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나랏돈으로 조성되다 보니 장기 투자가 가능해 개인투자자들의 돈으로 단기 고수익 자산을 노리는 헤지펀드보다 오히려 위험 노출을 꺼리지 않고 덤벼들고 있어서다. 우려됐던 투자 위험의 현실화로 원금을 까먹는 국부펀드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국부펀드 부실 우려=국부펀드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경계론이 부상한 것은 미국발 경제침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중동 오일머니로 무장한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경색을 이용한 투자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한 중국투자공사는 무더기 손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내 부동산과 채권 자산 등을 보유한 블랙스톤 주가가 신용경색 여파로 40% 폭락하면서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쑹궈칭 교수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투자공사가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처럼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 구조의 불균형을 타개한다는 전략에서 출발해야 하는데도 투자 수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개미처럼 단기 수익을 따라갔다"고 비판했다.

국부펀드에 대한 투자 신중론이 커지자 중국투자공사도 공격성을 접고 경기 둔화에 대비, 중국 내 은행들의 지분 매입 등으로 위험 분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투자 노하우가 축적되는 대로 다시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규모와 운용 능력의 불균형=미국계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현재 2조9000억달러 수준인 국부펀드가 2022년쯤 28조달러로 늘어나 외환보유액(13조달러)를 배 이상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 2.5% 수준에서 2022년 9.2%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규모의 성장세에 비해 운용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국부펀드의 주 투자 대상이던 미국의 국채와 달러화 자산이 수익률 하락과 약세 기조로 투자 매력을 잃게 되자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운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위원은 "수익성 위주의 자산 운용은 민간 자금 동요까지 일으킬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란 부작용으로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국가별로 국부펀드 운용 형태에도 잘 반영돼 있다. 금융 시스템이 잘 발달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간의 분명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 3200억달러인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GPFG)의 경우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다양한 분산 투자를 통해 1997년 이후 매년 평균 6.5%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부펀드들은 특정 외국 기업 지분을 인수, 경영권에 참여하거나 환율 움직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산유국 등 원자재 생산국이 국부펀드를 이용해 가격 흐름을 바꿀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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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로 부실화된 미국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팔려가고 있다. 매수 주체는 주로 중동과 아시아의 국부펀드다. 사모펀드(PEF)를 대신해 국부펀드가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 아메리카=미 기업 정보 제공 업체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자본이 사들인 미국 자산 가치는 전년보다 90% 증가한 4140억달러다. 5년 전인 2002년(800억달러)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아진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올 들어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의 미 금융사 투자액은 226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의 손길은 금융기관뿐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 회사, 거품이 빠지고 있는 부동산, 철강회사 등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채권 보증업체 부실로 전이될 조짐이 보이는 것도 국부펀드에는 악재라기보다 호재다. 채권 보증업체 부실이 개별 회사로 전이되면서 미국 기업 가격을 더 떨어뜨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기업 사냥에는 오일달러로 무장한 중동과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이 주체가 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이 아프리카 최대 은행 스탠다드뱅크를 56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중국 기업의 지난해 해외 M&A 규모는 242억달러로 전년보다 60% 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순철 부연구위원은 "세계 최대 해외 M&A 대상 국가는 미국이며 최근 가장 빠르게 해외 M&A에 나서는 국가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인도 전체 기업의 지난해 해외 M&A 규모도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350억달러에 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오일달러가 올해 M&A 시장에서 맹위를 떨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걸프만 지역 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기구 국가들은 지난해 830억달러 규모의 해외 기업 인수에 참여했고 올해에는 투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금융 지배세력 재편되나=국부펀드가 당장 선진 금융기관의 지분을 노리는 것은 경영권 확보 이유만은 아니란 분석이다.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것이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글로벌 M&A 시장 최대 규모인 호주 철광석 업체 리오 틴토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나선 것은 중국 기업이지만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가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투자수익보다 세계 3대 철강 생산 업체를 인수,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하려는 국가 전략적 차원의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국부펀드를 위시한 신흥국가의 적극적인 글로벌 M&A 시장 진출은 블랙스톤, 칼라일 등 미국과 유럽계 사모펀드의 위협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득권자였던 선진국 사모펀드들은 '벌처펀드(파산이나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을 싼값에 사들이기 위해 조성된 펀드)'를 잇따라 설립하며 서브프라임의 '바닥'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M&A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신용경색 사태로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 위기가 사라진 이후 다시 M&A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이 오면 M&A 시장에서 국부펀드와 기존 사모펀드의 실력 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LG경제연구원 전석용 책임연구원은 "최근 해외사업 확장에 골몰하는 신흥시장 기업, 현금을 충분히 확보한 국부펀드 등뿐 아니라 대형 투자은행(IB)들도 사모펀드 관련 부서를 보완하거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 적극적 투자자에게 지금은 또 다른 기회를 준비할 시간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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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시와 홍콩 H증시가 급락하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더구나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도 확연히 둘로 갈라져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발 신용위기가 예상보다 확대되고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이 증가해 추가 하락한다는 의견이 있는 가하면,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와 금융시장 안정 예상 등으로 2분기 이후에는 신흥시장 위주로 글로벌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펀드 해지 여부로 고민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경기 부천시 중동에서 미용실을 하는 P씨는 지난해 10월 은행직원의 권유로 국내펀드 및 중국펀드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가입했다.

일이 바빠 펀드에 신경을 못쓰던 P씨가 최근 은행을 찾아 수익률을 확인해 보니 7,000만원으로 줄어 있었다. 3개월여만에 3,000만원이 사라진 것이다. 환매를 해야 할지, 손실을 보더라도 기다려야 하는지 P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 국내 증시는 장기 상승추세가 위협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큰 흐름에서 중국의 성장, 인플레이션 하에서 주식 선호도 증가, 성장선호도 심화, 신성장산업의 부각 등으로 장기적 흐름은 고 주가수익률(PER) 주식 중심의 장세가 예상된다. 주식형펀드는 대형성장주의 주도적인 흐름 속에 장세변화에 따라 내재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가치ㆍ배당주 펀드들이 일시적인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역시 위기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1조4,000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중국 정부는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위기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증시에 대한 중국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증시에는 긍정적 요소다.

기업공개 규모, 금리수준, 외국적격기관(QDII) 투자한도, 유통주 규모 등 중국 증시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도 통제 가능하다.

중국정부가 바라고 있는 2008년 중국증시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런 예측 하에 적어도 8월 베이징(北京)올림픽 이전까지 경착륙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기 상황을 모두 감안한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한 내 펀드의 운용방향 및 진로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형태 신한은행 부천중동VIP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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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체 시가총액… 5년동안 14배 뛰어

‘증시에서도 치맛 바람은 못말리나’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다. 그나마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자원을 꼽으라면 인적 자원이다. 때문에 훌룡한 인적 자원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열은 당연한 현상이다. 우리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하는 것도 이런 매커니즘이 작용한 탓이다.

사교육 시장의 성장세는 증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단 디지털대성, 대교, YBM시사닷컴, 메가스터디 등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동네 학원 수준에 머물렀던 교육업체는 명실상부한 주식회사로 거듭났다.

또 2002년 말 2,540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무려 3조6,479억원으로 불어났다. 5년간 14배 이상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이 258조6,807억원에서 817조4,162억원으로 215.99%로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교육업이 ‘노다지’ 사업으로 부각되다 보니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교육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넘쳐나고 있다. 일단 통신 공룡인 KT와 SKT는 자회사인 올리브나인과 SK컴즈를 통해 학원사업에 진출했고, 대일학원을 인수한 DVD유통업체 엔터원은 여러 학원을 한 데 모아 운영하는 학원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정상어학원과 이그잼, 싸이더스에스엘이처럼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문을 두드리는 등 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이 밖에도 웅진패스원, 페르마에듀, 월스트리트인스티튜트, 타임교육홀딩스, 사이버엠비에이, 윈글리쉬닷컴 등 10여 개에 달하는 교육업체는 2010년까지 상장을 추진중이다.

특히 ‘신기한 한글나라’ 등 신기한 나라 시리즈로 유명한 한솔교육과 강남 유명 영어학원인 청담어학원으로 출발한 CDI홀딩스는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는 “교육산업은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 벤처캐피털, 사모펀드(PEF)를 통해 투자자 지속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자율권 부여를 통한 엘리트 교육과 함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짤 경우 오히려 사교육시장은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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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지난해 직장인들이 환급받은 연말정산 금액은 얼마일까.

연봉전문사이트 오픈샐러리는 4일 직장인 6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3%가 세금을 돌려받았고 환급액은 평균 45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성별로는 남성이 57만원, 여성이 24만원을 환급받았다. 남성의 환급액이 여성에 비해 두 배 많은 셈이다.

연령대에 따라서도 환급액은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는 20만원, 30대 47만원, 40대 65만원, 50대 이상 53만원이었다. 특히 자녀 교육비나 부양가족 등 굵직한 공제항목이 많은 40대 남성의 경우 연말정산 환급액은 77만원으로 1위였다.

반면 10명 중 1명(12.7%)은 세금을 추가로 내야 했다. 대개는 ‘20만원 미만’(7.0%)을 냈지만 ‘100만원 이상’(1.2%)을 더 내야 했던 ‘속 끓는’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환급액을 생활비(42.8%)에 쓰거나 저축·펀드 등(20.6%) 재테크에 투자한다고 대답했다. 20대와 30대에서는 ‘재테크에 쓴다’는 응답(각각 21.5%, 29.1%)이 많았던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생활비에 보탠다’(각각 44.8%, 51.7%)는 응답이 높았다.

차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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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여러 운용사에 분산해야 '안전'
운용사마다 투자 철학·스타일·장단점 달라

회사원 최호준(33)씨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만 3개를 갖고 있다. 모두 대형 성장주를 주로 편입한 펀드다.

업무로 짬을 낼 시간이 없어 회사와 가까운 판매처(미래에셋증권)를 찾다 보니 생긴 우연찮은 결과였다. 주변에서 “한 자산운용사 펀드만 왜 그렇게 많이 들었냐”는 핀잔을 듣긴 했지만 수익률이 좋아 별로 괘의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시 급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20%를 넘나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최씨는 “각 자산운용사별로 고유의 투자스타일이 있는 만큼 올인은 피해야 할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가치 투자를 하는 자산운용사 펀드를 들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펀드 투자 화두는 분산투자다. 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 대외 변수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이 지역별, 스타일별로 분산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자산운용사를 분산하는 것도 빼 놓을 수 투자원칙 중의 하나다. 펀드시장이 팽창하면서 자산운용사별로 고유의 투자철학과 스타일이 생기고 있는 터라 특정 자산운용사에 ‘올 인’하는 것은 분산투자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투자철학과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미래에셋자산운용. 박현주 회장이 “우리의 벤치마크는 미래”라고 말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때문에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향후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과감하게 투자 종목으로 편입한다.

선호하는 종목들은 동양제철화학, 두산중공업 등 PER(주가수익비율ㆍ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 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 현 상황에서는 기업이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지만 향후 고성장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종목이다.

미래에셋과 상반된 투자스타일로 승부하는 대표적 자산운용사로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투신을 들 수 있다. 두 자산운용사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주로 투자하는 대상은 PBR(주가순자산가치ㆍ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 지를 나타내는 수치)이 1이하이거나 PER이 업종 평균보다 낮은 종목들이다. 저평가된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와 부합될 때까지 기다려 수익을 실현하는 셈이다.

특화된 상품으로 승부하는 곳도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인덱스 펀드로 정평이 난 곳. 인덱스 펀드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하다. 또 종합주가지수 등 대표적인 지표를 추종하다 보니 장기 투자를 하면 웬만한 주식형 펀드 뺨치는 수익률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투신은 대형성장주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 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전체 ETF시장(2조5,135억원)의 62%(1조5,583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ETF상품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홍콩 H 증시를 투자대상으로 삼는 ‘코덱스차이나 H’를 출시한 데 이어 코덱스200을 일본증시에 상장했다. 이밖에 중소형주 펀드로 유명한 곳은 동양투신과 유리자산운용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잘나가는 운용사라 해도 특화돼 있는 운용사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며 “매니저 교체 등 내부 문제가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가급적이면 운용사도 분산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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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입춘을 맞아 국내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55.60(3.40%) 오른 1690.13으로 마감하면서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해 11월26일에 기록한 4.65% 이후 최고치다. 미국 증시의 연속 반등에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의 동반 급등세도 호재였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각각 2.4%, 2.03% 상승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8.13%나 폭등했다. 홍콩 H지수 역시 6.29%나 올랐다.

이날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지난달에만 모두 8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급락세를 주도했지만, 이날은 2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틀째 순매수세를 유지한 것이다. 기관도 9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4000억원 가까이 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급반등한 이유에 대해 △과도한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 △미국 증시의 안정세 등을 꼽았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1600선 아래는 저가 매수 구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미국 증시의 안정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 폭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1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지만, 앞으로 경제 전망과 관련해 가늠자로 평가하는 전미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넘어섰다.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공조가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 증시의 급등도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지난 2일 중국 정부가 5개월간의 신규 펀드 설립 규제를 풀고 뮤추얼펀드 신설을 허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로 주춤했던 중국 시장이 4일 급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 급등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 쌓였던 악재들이 완화되면서 ‘안도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신용경색 위기와 경기침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조정 장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 위기의 추가 확산 여부가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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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부펀드들이 너나 없이 고위험·고수익 자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나랏돈으로 조성되다 보니 장기 투자가 가능해 개인투자자들의 돈으로 단기 고수익 자산을 노리는 헤지펀드보다 오히려 위험 노출을 꺼리지 않고 덤벼들고 있어서다. 우려됐던 투자 위험의 현실화로 원금을 까먹는 국부펀드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국부펀드 부실 우려=국부펀드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경계론이 부상한 것은 미국발 경제침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중동 오일머니로 무장한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경색을 이용한 투자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자한 중국투자공사는 무더기 손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내 부동산과 채권 자산 등을 보유한 블랙스톤 주가가 신용경색 여파로 40% 폭락하면서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쑹궈칭 교수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투자공사가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처럼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 구조의 불균형을 타개한다는 전략에서 출발해야 하는데도 투자 수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개미처럼 단기 수익을 따라갔다"고 비판했다.

국부펀드에 대한 투자 신중론이 커지자 중국투자공사도 공격성을 접고 경기 둔화에 대비, 중국 내 은행들의 지분 매입 등으로 위험 분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투자 노하우가 축적되는 대로 다시 공격적인 해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규모와 운용 능력의 불균형=미국계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현재 2조9000억달러 수준인 국부펀드가 2022년쯤 28조달러로 늘어나 외환보유액(13조달러)을 배 이상 능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 2.5% 수준에서 2022년 9.2%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규모의 성장세에 비해 운용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국부펀드의 주 투자 대상이던 미국의 국채와 달러화 자산이 수익률 하락과 약세 기조로 투자 매력을 잃게 되자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운용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위원은 "수익성 위주의 자산 운용은 민간 자금 동요까지 일으킬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란 부작용으로 나타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국가별로 국부펀드 운용 형태에도 잘 반영돼 있다. 금융 시스템이 잘 발달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간의 분명한 괴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 3200억달러인 노르웨이 정부연금펀드(GPFG)의 경우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다양한 분산 투자를 통해 1997년 이후 매년 평균 6.5%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반면 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부펀드들은 특정 외국 기업 지분을 인수, 경영권에 참여하거나 환율 움직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산유국 등 원자재 생산국이 국부펀드를 이용해 가격 흐름을 바꿀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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