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0%미만 나눌 땐 금감위 승인 필요없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로 구석에 몰린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10% 미만으로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미만으로 분할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져 값이 떨어질 수 있지만, 대신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절차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위가“헐값매각 사건의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론스타는 현재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2~3년간은 꼼짝도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보통은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론스타로서는 장기간 돈이 묶이는 셈. 단기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로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론스타는 영국계 은행 HSBC과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올 4월을 넘겨서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일방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상황으로는 금감위가 4월 이전에 승인을 해줄 리가 없기 때문에 계약파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HSBC와 계약이 파기되고 2~3년 안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확신이 설 경우, 론스타는 지분 분할 매각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법상 은행이 타 금융회사에 지분을 넘길 때는 10%이상 지분을 팔 때만 금감위 승인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10% 미만씩 쪼개서 매각하면 그런 번거러움이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빨리 털고 한국을 떠날 수 있어 론스타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미 일부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배당을 통해 투자 원금의 85.4% 수준인 1조8,398억원을 회수 했고, 현 51.02% 지분의 시가총액만 따지더라도 원금을 제외하고 총 4조원 가량의 차익이 남는다.

물론 일단은 헐값 매각 사건의 1심 판결까지는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1심 판결에서 헐값매각이 아니었다고 혐의를 벗을 경우,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 까지 기다리지 않고 정부가 매각 승인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법원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실체를 인정할 경우, 론스타는 하루 속히 한국을 떠나기 위해 분할매각 방안을 적극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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