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files.naver.net/20091205_135/neobundy_1259999646534sk0BC_jpg/apple_neobundy.jpg)
내가 애플 컴퓨터를 처음 본 건 대학교 3학년 때 컴퓨터 번역 알바를 하던 사무실에서였다.
사장님이 미국에서 쓰던 IBM PC와 매킨토시를 전시용(?)으로 널어 놓았더란다.
IBM PC야 새로울 게 없었다. PC Clone들과 다른 점이라면 남다른 뽀대와 운영체제가 PC-DOS라는 사실 뿐이었다. (당시에는 거의 모두 MS-DOS를 쓰던 시절이다. 요즘 잘나가는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도 구경할 수 있는 운영체제라는 게 씁쓸하다ㅡ.ㅡ COMMAND.COM. CONFIG.SYS, AUTOEXEC.BAT 도스 시스템 파일들이 DIR 명령으로 생생하게 지나가는 화면을 최첨단 시스템인양 노트북으로 두들기고 있는 장면에선 '이걸 수출한다는 거냐…ㅡ.ㅡ'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기분이었다…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 쌍팔년도 시절의 눈 가리고 아웅이 요즘 통할 것 같으냐ㅡ.ㅡ)
근데 애플은 달랐다.
MS-DOS라는 텍스트 운영체제가 주름잡고 있어 윈도우라는 건 구경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이미 애플은 그래픽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우스도 특이했다. 버튼이 달랑 하나였다. 기본으로 깔려 있는 테니스 게임을 사장님이 시연 해 줄 때는 더 놀랐다. 스피커로 명쾌한 공 소리가 흘러나오는 거다.
탕~ 탕~
사운드카드라고는 애드립 카드도 비싸서 달기 힘들던 시절이라 컴퓨터에서 그런 고품격 소리가 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내가 애플에 대해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건 결정적으로 뚜껑을 까볼 수가 없다는 치명적 단점 때문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지금껏 뚜껑 까보지 못하는 전자 기기를 거의 본적이 없다.
오픈 아키텍처를 당연시 여기는 넘이다 보니 클로즈드 아키텍처에 목숨을 거는 애플이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고집 때문에 PC 시장을 IBM 클론과 마이크로스프트에 빼았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원 때 외국인 교수가 컴퓨터 부팅이 안 된다고 조언을 요청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당시 통역대학원 동기생 중에 컴퓨터로 과제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글타. 리포트를 다 손으로 써서 냈다ㅡ.ㅡ 집에 아예 컴퓨터가 없었다는 거다. 가난해서? 오우 노우~ 대부분 강남권 출신이었다는 게 날 더 놀랍게 했다. 하긴... 내가 괜히 얼리 어답터인건 아니다...쿨럭~ 그러니 통신망에서 '검색'을 통해 시사 용어 정리 과제를 '프린트' 해서 내는 난 일약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매주 그런 과제를 내 주던 최모 교수님은 아예 '숙제의 왕자'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셨더란다ㅡ.ㅡ 그래서 환경적인 이유로 난 굉장한 컴쟁이 대우를 받고 있었던 터다.)
그 교수가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 턱이 없는 난 당연하다는 듯이 뚜껑 까보고 확장 슬롯에서 카드를 하나씩 제거하면서 부팅을 해보라고 했다. PC 부팅 안 되면 으레 하는 짓이었다. 이 말을 들은 여교수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아직도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놀라던 그 여교수의 벙찐 표정이 눈에 선하다.
놀랍긴 해도 애플은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런 닫힌 세계였다.
그러던 내가…
애플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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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이폰이다.
국내 출시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애플 및 아이폰빠들은 진작에 예약으로 질렀다지만 난 이틀 정도 여유를 부린 덕에 예약자들이 20,000원의 쇼캐시를 대가로 받고 느꼈던 고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주문하고 이틀만에 떡하니 개통이 된 상태로 도착했다. (예약자들은 기기를 받고 직접 주변 KT 대리점에서 두어 시간 줄을 서서 개통을 했다고 한다ㅡ.ㅡ)
아담한 박스 안에 아이폰 패키지와 정 떨어지는 경고문이 몇 장 동봉돼 왔다. 경고문 별 거 아니다. 박스 까면 반품 죽어도 못한다, 개조하지 마라… 뭐 그딴 기본적인 내용들이다. (XBOX360처럼 아이폰도 해킹하면 어플 공짜로 쓴다고 한다. 공짜로 즐기는 대신 A/S는 물건너 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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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애플의 디자인은 기기뿐 아니라 박스 하나에서도 걍 뻑이 간다.
애플빠들이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를 너나 할 것 없이 덕지 덕지 자진해서 붙이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패키지 안에도 그런 애플빠들에 대한 배려로 사과 로고 스티커가 자그만치... 두 장~ 이나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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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패키지에도 박스 까면 반품/취소 안 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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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 눈에 들러온 '난 전화'의 용좌… 그래 넌 전화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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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은 이게 다다.
난 전화, 충전용 어답터, USB 케이블, 번들이어폰, 있으나 마나 매뉴얼…
덤 안 주는 거로 유명한 애플이나 뭘 더 바라랴ㅡ.ㅡ
사실, 아이폰 3GS로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애니콜 옴니아2 사이에서 참으로 많은 갈등을 때렸더란다. 아마도 KT의 쇼옴니아2가 아이폰보다 먼저 나왔거나 동시에만 나왔어도 난 짤없이 옴니아2를 질렀을지 모른다. 그만큼 스펙면에서 먹어주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옴니아2의 스펙 비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검색 때려 보시라. 수도 없이 나오니까…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그 딴 비교는 하지 않으련다.
아이폰과 옴니아2 사이에 고민한다는 건 결국 '콘텐츠 vs. 하드웨어 스펙'을 고민하는 거다.
솔직히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CE 기반의 모바일 기기는 iPAQ에서부터 시작해 숱하게 써 봤다. 쓸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사는 기기마다 번번히 중고장터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던 악몽이 되살아나 결국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리고 달랑 2-3일 사용해 본 결과만으로도 쇼옴니아2를 지르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감히 선언하건데…
기기에 관한한 남부럽지 않은 신상남 된장남 얼리 어답터인 내가 지금까지 써 본 최고의 명기 중 하나… 아니 조심 떨 것도 없다. '걍 최고의 명기 너 짱먹어라'다.
글타.
그만큼 아이폰은 울트라캡숑나이스 짱이다.
옴니아2의 하드웨어 스펙이 좋다한들 윈도우 모바일 OS로는 아이폰의 부드러움을 따라갈 수 없을 게 뻔하다. (실제로 사진, 동영상, 웹브라우져 등의 비교 영상만 봐도 예전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의 악몽은 여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ㅡ.ㅡ)
(한때) 동급최강 데스크톱을 제외하면 내가 가진 컴퓨터들(또 다른 데스크톱 2대 + 노트북 4대… 컴이 좀 심하게 많다ㅡ.ㅡ) 중에서 아이폰의 웹서핑 속도가 가장 빠르니 말 다했다.
오늘도 아이폰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찌라시들이 이거 못 쓰네 저거 못 쓰네 딴죽을 걸지만 사용자가 조금만 짱구 굴리면 무한 콘텐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기기가 바로 아이폰이다.
응용 프로그램?
![](http://cafefiles.naver.net/20091205_22/neobundy_1259999830035TOnXc_jpg/itunes0_neobundy.jpg)
앱 스토어를 통해 무한 공급이 가능하다. 무료 어플들만으로도 배가 터진다. (앱스토어의 단점이라면 마구 손이 나가는 통에 국부 유출이 심하다는…ㅠ.ㅠ)
(XBOX360도 그 모양이지만 한국 계정이 동네 연못이라면 미국 계정은 태평양 앞바다라고 할 정도로 콘텐츠가 널려 있다. 미국 주소지 신용카드가 없으면 계정을 만들지 못하지만 신용카드를 None으로 선택하고 등록을 하면 무료 어플 등 무료 콘텐츠는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 미국 계정 만들 때 iTunes에서 유료 어플을 클릭하지 말고 꼭 무료 어플을 클릭해 계정 신청 화면을 띄워야 한다. 유료 어플을 클릭해 띄우면 신용카드 고르는 화면에서 None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 나도 이것 때문에 무쟈게 삽질했더란다ㅡ.ㅡ)
![](http://cafefiles.naver.net/20091205_81/neobundy_1259999843447fU4Pf_jpg/googleearth_neobundy.jpg)
아이폰 들고 나가서 구글 어스로 내가 있는 현재 위치의 위성 사진을 보며 주변 음식점 정보를 불러올 때의 감격 (또는 enemy of the state의 공포ㅡ.ㅡ)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 (24 초반 시즌에서 잭 바우어가 쓰는 PDA는 윈도우 모바일로 돌아가는 iPAQ이었다. 솔직히, 그 넘으로 그런 짓 할 수 있다고 생각 안했더란다ㅡ.ㅡ 근데 아이폰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http://cafefiles.naver.net/20091205_17/neobundy_1259999940363ySP56_jpg/itunes0_neobundy.jpg)
아이폰 어플의 위력은 직접 온몸으로 느껴보지 않으면 삘 받기 힘들다.
KT도 쇼 앱스토어를 열었다고 한다만… 애플 앱 스토어를 따라갈 가능성은 내가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 워렌 버핏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보다도 희박해 보인다ㅡ.ㅡ
이유는 간단하다.
어플을 개발할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나라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아이폰용을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잠시나마 스쳐가는 생각으로 아이폰 개발을 취미로 삼아볼까 했더란다. 아니, 결국 취미 삼을지도 모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매킨토시를 사는 날이 온다면...쿨럭~)
그래도… 또 모른다… 는 식의 희망을 거는 사람이 있다면… 이 한마디로 정리한다.
"굳이…왜?"
콘텐츠만 해도 그렇다.
![](http://cafefiles.naver.net/20091205_252/neobundy_1259999856867BP4i2_jpg/itunes1_neobundy.jpg)
오늘 신나게 구독 신청한 포드캐스트 화면이다.
ABC, CNN, CNBC, BBC 등 웬만한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코미디 등 오락 프로그램이 그야말로 배터지게 쏟아진다. PC에 아이폰 끼워두면 알아서 동기화되고 외출할 때 들고 나가면 심심할 겨를이 없다. (물론, 그거 다 영어 아니냐고 돌 던질 수도 있다. 돌 던지면 걍 맞는다니깐ㅡ.ㅡ)
아이폰을 들고 돌아다니면 윈도우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닐 때와 사뭇 다른 뿌듯함을 느낀다. 콘텐츠 텅빈 윈도우 모바일 기기로 느끼던 "이걸로 뭘하지?"의 의무감이 아닌 "할 게 너무 많아서" 정작 외출의 목적을 망각하게 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제도 잠자리에 들기전에 잠시만 가지고 놀겠다고 생각했다 밤 샐 뻔 했다ㅡ.ㅡ
난 지금껏 요 쬐끄만 화면발로 인터넷 서핑이 가능할 거라 생각지 못했다. 화면이 훨씬 큰 UMPC까지 써봤지만 결국 중고장터에 내놓고 역시 안 되는 일로 여겼더란다. 근데 아이폰 써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가 못하는 것일 뿐이었다ㅠ.ㅠ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였다 폈다할 수 있는 아이폰의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서핑해보면 알게 될끄야... 아... 이래서들 아이폰, 아이폰 하는구나~ 이따시만한 네이버 카페를 들락거리는 것도 불편함이 없다면 말 다한거 아닌가. 눈물 난다 정말ㅠ.ㅠ)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마지막까지 고민 때리게 했던 쇼옴니아2의 와이브로 안 된다. 무선공유기가 잡히는 곳이라면 무한 자유로 인터넷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3G로 요금 내야 한다. 근데, 내 활동 반경에는 공유기 천지라 불편함을 모르겠다^^
또, 카메라 (쇼옴니아2 500만, 아이폰 300만), 동영상 (쇼옴니아2 무인코딩 DivX 동영상 재생, 아이폰은 MP4로 변환 필요) 등의 기능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근데, 그간 써온 500만 화소 짜리 애니콜 거의 쓸 일이 없었더란다ㅡ.ㅡ 그만큼 스펙만 높고 애플리케이션이 달리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영상도 인코더 돌리면 순간이니 버튼 한번 누르는 불편함일 뿐이다. (동급 최강 데스크톱 뒀다 뭐하겠는가ㅡ.ㅡ 코어가 4개나 된다. 20개 인코딩 돌려도 한 번에 4개씩 뒤집어대기 때문에 화장실 다녀오면 땡이다. 또, 돌 던질 분 있는 거 안다. 걍 맞는다니깐^^) 스펙 이외의 실질적인 성능은 오히려 대부분의 다른 고사양 기기들이 닥치고 버로우 타야 할 정도로 월등하다.
마지막으로, 음장 들먹이며 하도 아이폰 MP3 재생 능력을 까는 글이 많아서 살짝 걱정도 했다만 역시 근거 없는 딴죽 걸기였다. 음장으로 뻥튀기 하지 않았는데도 도대체 이 정도 음질이 후진 거면 니덜 귀의 달팽이관은 뭐가 다른 거냐ㅡ.ㅡ
딴 거 없다.
난 톡 한 번 건드렸는데 펑~ 하고 원하는 기능이 작동하는 모바일 기기를 본적이 없다. '버벅~'이라는 표현을 쓸 일이 없는 기기다.
컴쟁이라면 걍 삘 온다. 애플 넘들이 얼마나 최적화를 잘 해 놓은 OS이고 하드웨어인지^^
(예부터 최적화 안 한 소프트웨어는 컴쟁이들이 걸레 코드라고 불렀더란다ㅡ.ㅡ 윈도우 모바일 OS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다...쿨럭~)
한글로만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콘텐츠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다른 모바일 기기와 상대비교를 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고, 영어쟁이들의 아이폰 사용환경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따라서, 최소한 영어쟁이라면 이 보다 좋은 모바일 기기는 존재하기 힘들다.
삼성의 저력을 믿지… 아니 애국적인 관점에서 의무적으로ㅡ.ㅡ 믿고 싶지만 컴쟁이의 심정으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이폰을 따라가는 건 좀 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일 듯 싶다. (가능하기나 하다면….쿨럭~)
서두에도 밝혔듯이 난 애플빠 아니다.
근데 아무래도 아이폰빠는 될 듯 하다.
이 정도 기기라면 개짓 보이(gadget boy: ㅡ.ㅡ) 로서 좋아해줄 수밖에 없다. 아니, 사랑해 줄 수밖에 없다. 아니, 엉뚱한 상대를 만나 천상지애를 나누지 못한 그간의 세월이 한스러울 수밖에 없다ㅠ.ㅠ
마이크로소프트야 미안하다.
삼전아 미안하다.
최소한 모바일에서는 이젠 니덜이랑 작별하련다.
나도 이제 당당한 아이폰빠이기 때문이다.
옴니아2와 아이폰을 두고 고민하는 수많은 개짓 보이들에게 누군가 이런 조언을 했더란다.
"아이폰 만져나 보고 고민하시라…."
만져보고서야 뭔 소린지 알았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같은 조언을 해드리고 싶다.
아이폰 만져나 보고 고민하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