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업종은 과거와 달리 순이자마진 희생이 없는 고성장이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은 비은행으로의 다각화와 해외 진출 뿐"이라고 덧붙였다.
백 애널리스트는 올해 국내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전략적 변화를 시작할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은행주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해외 영향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머니 무브 현상과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은행업종은 지난해와 올해 주가수익배율(PER)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 주당순이익(EPS) 증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금 증가분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주식형펀드와 CMA계좌잔액은 크게 증가했다. 머니부브는 은행의 조달 구조를 악화시킬 수 밖에 없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줄고 5%에 달하는 시장성 예금과 금융채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백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머니무브 현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라며 "은행업종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신한지주와 국민은행 주가는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신한지주가 국민은행과 달리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는 2000년이후 굿모닝신한증권, 조흥은행, LG카드 등과 M&A에 성공하면서 꾸준히 변했으나 국민은행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차별화 요인으로 M&A를 통한 다각화를 꼽았다.
해외 진출 역시 저성장 국면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백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이 카자흐스탄의 센터크레디트은행을 인수한 것에 대해 "자산의 성장률과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필요한 행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과 펀드 열풍에 힘입어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은행의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대비 10.6% 늘어난 15조17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LG카드 등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할 경우 당기순이익과 수익성 모두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조4439억원 증가한 15조1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LG카드와 SK네트웍스 등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이 3조4000억원(세후 기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할 경우 당기순이익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도 12조원에 비해 3000억원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주식시장 호황과 펀드 열풍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해 벌어들인 유가증권 이익은 6조3854억원으로 전년대비 72.3% 급증했다. 또한 펀드와 방카쉬랑스 판매에 따른 대리사무취급수수료 역시 2조8222억원으로 39.9%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0조7901억원으로 45.1% 증가했다.
반면 송금과 현금자동지급기(ATM) 이용수수료 등 개인고객에게서 받은 수수료는 7019억원으로 9.6% 감소했다.
또한 은행의 이자이익은 31조2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5.8%) 증가했으며, 은행의 수익성(ROA) 역시 1.10%로 지난해 1.13%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한 수익성은 0.85%로 전년대비 0.15%포인트 감소했다. 또 본질적인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구조적이익률 역시 1.37%로 0.13%포인트 하락했다.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고 저원가성 예금비중이 낮아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했다”며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핵심지표들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부유보 확충 등을 통해 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안정적 성장기반을 다져나갈 수 있도록 경영다각화를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관련기사] ☞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돌아 오나 ☞ 설 앞두고 은행·증권 "펀드고객님아~" ☞ 국민은행장 "순이자마진↓ 어느정도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