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서 탈퇴해 사학연금으로 옮겨타려던 KDI 측 노력은 끝내 좌절될 것 같다. 언론과 정부, 시민단체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교육부가 KDI의 사학연금 가입 문제를 원상 복귀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결국 여론의 집중포화라는 거센 돌팔매질 끝에 KDI를 국민연금에 주저앉히는 데 성공한 셈이다.

돌팔매질을 한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우리만 남겨놓고 어떻게 KDI 자기네들끼리만 국민연금에서 몰래 빠져나갈 수 있나'는 분노가 컸을 것이다.

이제는 돌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각종 연금제도를 향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학연금가 공무원연금 가입자가 누리는 혜택에 비해 1770만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는 혜택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하루에 800억원씩 적자가 나고 40년 뒤면 재정이 고갈된다는 국민연금에서 탈퇴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 관료들 모두가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은 계속 밀린다.

국민 세금을 매년 1조원씩 써가면서 자기들끼리 호의호식하는 공무원연금도 정치논리와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개혁이 지지부진하다.

도망가는 KDI 뒷덜미를 잡아챘다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캐나다 연금운용위원회나 캘퍼스 등 외국 연기금 펀드 운용수익률은 연 10%대인데 국민연금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존재 이유는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국민들에게 노후 보장을 해주기 위해 정부가 강제로 저축을 들어줘야 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는 국민들에겐 운용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가 저축을 강제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이유는 없다.

개인연금이나 저축을 통해 노후 준비를 스스로 한다는 증빙만 들이대면 국민연금 가입 의무에서 빼주는 칠레의 실험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당장 연금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나무 밑동이 뿌리째 썩어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든 이파리 몇 개 뜯어냈다고 안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제부 = 이근우 기자 penboy@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