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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번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기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특히 돈 버는 과정이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비친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미국계 사모(私募) 펀드(private equity fund) 론스타가 한국에서 조(兆) 단위의 돈을 벌고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에서도 사모 펀드에 대한 세금 논란이 불붙고 있다.
영국에선 사모 펀드가 떼돈을 벌면서도 세금은 쥐꼬리만큼 낸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의회 청문회가 열려 국회의원들이 가시 돋친 비판을 쏟아냈다. 사모 펀드들이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조세 감면 혜택을 적용받아 불과 10%의 세금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영국에서 가장 부자인 몇몇 사람(사모 펀드 경영자)이 매년 60억파운드(약 11조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고, 한 노조 간부는 “영국의 조세 감면 혜택은 몇몇 아프리카 국가의 GDP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모 펀드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따졌다.
미국에선 민주당의 유력 국회의원 10여 명이 사모 펀드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을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모 펀드 세율이 15%에서 35%로 오르게 돼 미국 사모 펀드업계는 벌집을 쑤신 듯한 분위기다.
사모 펀드란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비싼 가격에 되팔아 이익을 얻는 투자회사를 말한다. 사모 펀드가 장사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닌데도 최근 세금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글로벌기업 인수·합병(M&A)의 절반을 사모 펀드가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데 기인한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모 펀드에 대한 포퓰리즘(populism)적 공격은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자금을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곳에 배분해 비효율을 없애는 사모 펀드의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사모 펀드가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세제 등 공평한 게임의 룰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경력의 영국 사모 펀드 경영자(니콜라스 퍼거슨 SVG캐피탈 회장)조차 “사모 펀드가 청소부보다 세율이 낮은데 이는 오히려 사모 펀드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가 25일자 사설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사모 펀드 세제 정비를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최근 한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 진출한 사모 펀드들은 한국이 외국과 맺은 조세조약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해 왔는데, 이것을 국제 공조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경우 준(準)조세 회피지역으로 꼽히는 벨기에에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이를 통해 한국에 우회 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론스타는 한국과 벨기에 양쪽 모두에서 세금을 안 내거나 아주 적게 낼 수 있다. 합법이라고는 하지만 한국과 벨기에 양쪽에서 세금을 내는 ‘이중 과세’를 막기 위한 취지의 조세조약을 양국 모두에서 세금을 안 내는 ‘이중적 비과세’로 이용한 셈이니 떳떳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모 펀드가 구멍가게 시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글로벌 경제의 주축이 된 지금은 좀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스스로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담보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이지훈·경제부 차장대우 jh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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