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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우 케이리치자산운용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
김 과장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시 후 휴지통에 버린다. 1년 전에 가입한 변액보험과 적립식 펀드 등의 자산운용보고서들이다. 깔끔한 디자인에 꽤나 공들인 인쇄물이긴 한데 들여다봐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정작 본인 펀드의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데 별무소용이기 때문이다. 동료인 박 과장은 한두 달에 한번씩 담당 FP를 통해 정기적으로 본인 펀드의 운용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는다고 한다. 필요한 정보의 제공이나 분석을 담당 FP가 잘 해주고 있어 시간과 효율성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그가 오늘따라 얄미워 보인다.
최근 방카슈랑스 4단계 시행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 은행과 보험사간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CI보험 등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 보험의 은행창구 판매 허용여부가 중심이다. 시행해야한다는 입장은 고객에게 넓은 선택권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 쪽은 보장성 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창구판매는 위험하며 고객 입장에서도 이익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실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은 차치 하더라도 명분은 그럴싸하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실제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꺾기,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반면 불완전 판매는 정도차이는 있을지언정 방카슈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며 다양한 채널을 통한 고객의 선택권은 보장되어야한다는 은행 등의 주장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금융기관간의 갈등은 결국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며 한쪽 손을 쉽게 들어줄 만한 사안은 아니다.
그렇다면 관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소비자에게로 돌려보자. 소비자는 금융상품 특히 보험이나 펀드와 같은 특수성을 가진 상품을 선택할 때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고 이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설명시간과 담당직원(은행직원, 보험설계사 등)의 전문적인 지식이 보장돼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양측 다 목소리를 높일 상황이 못 되는 것 같다. 대기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은행의 입장과 간단한 교육과 시험 등만 거치면 별다른 진입장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보험설계사의 현황을 볼 때 말이다.
당국은 방카슈랑스 도입의 가장 큰 명분 중의 하나로 고객의 선택권 확대와 금융기관간의 서비스 경쟁을 내걸었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질 높은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불행히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쏟아지는 상품들과 정보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서류들에 눌려 우왕좌왕하고 있다. 만기적금 찾으러 갔다가 가입한 15년 만기(?) 적금(실은 방카슈랑스 어린이 보험 상품임). 보험설계사들의 집요한 권유로 유사한 내용의 보장성보험 갈아타기. 돌아서면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긴 이름의 펀드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권유와 판매. 현재 소비자들의 모습이다. 전문가를 통한 재무설계 상담 후에 금융상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이러한 부작용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소비자의 몫으로만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최근 각 금융기관마다 재무설계방식을 표방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안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온 독립FP제도이다. 이를 도입하게 되면 표준화와 인증작업 등을 거친 전문가들이 고객에게 전문성과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산층과 서민들도 진정한 재무주치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펀드 수 세계 3위, 자산운용규모 세계 14위, 보험시장 규모 세계 7위. 2007년 가을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하드웨어 규모이다. 이제는 이에 걸 맞는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진정 소비자 권리와 가계 재정의 충실화를 원한다면 말이다. coolmn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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