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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정치민주화를 거론하자 어느 중국 지식인이 내놓은 답변이다.
인구 13억명에 달하는 중국이 직접선거로 국가주석을 뽑으려면 선거인명부 작성, 투표관리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선거비용도 천문학적 수준일 것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핑계가 걸작이군" 하며 넘어갔는데, 중국에선 지금도 체육관 선거로 국가지도자를 선출한다.
15일 개막한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전대)는 그 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5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로 다시 선출되고 핵심권력자 당 서열이 정해진다.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국가주석과 총리를 선출하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권력구도만 놓고 보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공산당 전대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당 서열 1위는 국가주석, 2위는 전인대 상무위원장, 3위는 국무원 총리를 맡는 식이다.
공산당 전대가 열리는 요즘 중국 권력재편에 온통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 주가 폭등, 펀드 열풍, 경기 과열, 인플레이션 등 난마처럼 얽힌 중국 경제 문제의 배경과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의외로 "이런 경제 문제도 일정 부분 공산당 전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선출하던 한국 70~80년대를 상기해 보자.
국민들과 가뜩이나 동떨어진 선거인데 경제마저 위축된다면 민초들의 관심은 얼마나 멀어질까. 그러니 선거를 앞두고 경제 위축을 가져올 정책은 엄두도 못낼 일이 아니었던가.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방정부를 맹비난해 왔다. "공산당 전대에 앞서 진행되는 지방정부 권력개편 과정에서 지방 영도자들이 실적 과시를 위해 경기 과열을 부추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중앙정부는 어떤가. 중국이 2004년 금리인하 정책을 금리인상 정책으로 전환했을 때 전 세계 금융시장은 '차이나 쇼크'라며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중국이 5차례 금리를 인상할 때는 그때마다 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누구나 생각할 때 0.27%포인트씩 찔끔찔끔 올리는 '솜방망이 뒷북정책'을 썼으니 금융시장이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중국은 96년 연 12%대였던 1년 만기 대출금리를 2002년 5.31%까지 낮출 때는 한 번에 1~2%포인트씩 덤벙덤벙 내렸다. 그때와 비교하면 참으로 조심스러운 몸짓이다.
물론 10년 전과 경제 규모와 개방 정도가 달라졌고 원자재ㆍ환율 문제도 복합돼 있으니 금리 조정폭만 직접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중국 긴축정책을 △공산당 전대와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기 △공산당 전대가 끝난 시기 △올림픽도 끝난 시기 등 3단계로 나눠서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음은 유념해 봄직하다. "공산당 전대를 의식한 몸사리기가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의혹의 표출이다. 결과는 어떤가.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통화팽창률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급기야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고 인정할 정도에 이르렀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인플레이션은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수출품에 인플레이션을 실어 전 세계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은 가진 자를 더 잘 살게 하고, 못 가진 자는 더 어렵게 하는 부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부르짖는 중국이 서방세계보다 더 심각한 빈부격차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사회주의 정치체제'가 빌미로 작용해 전 세계에 빈부격차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베이징 = 최경선 특파원choik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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