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gnews.naver.com/image/023/2008/04/12/2008041100761_0.jpg)
![](http://health.chosun.com/wdata/photo/news/200510/20051024000007_01.gif)
폴 새뮤얼슨·윌리엄 바넷 엮음|함정호·진태홍 옮김|지식산업사|712쪽|3만2000원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장 선출에 관여했고, 우리들은 시카고 대학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던 아니 웨버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정은 대학 입장에서나 저 자신의 입장에서 재앙으로 판명됐습니다. 아니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저를 자기 연구실로 불러 함께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그는 제가 사치스러운 사람이고, 사업 경험이 없으며, 경영대학이 지원하기 어려운 이론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아주 거칠게 이야기했는데, 저는 매우 화가 나서 '엿 먹어라,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온통 수식과 암호 같은 전문용어로 도배돼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손도 대지 못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 이런 인터뷰가 실렸다면 매우 파격적인 일일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은 그래서 이색적인 책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출판사가 발행하고 있는 〈거시경제동학〉(Macroeconomics Dynamics)이라는 저널에 실린 경제학 대가들과의 인터뷰를 모았다. 위 인용문처럼 전문학술지에 처음으로 욕설을 남긴 인물은 데이비드 카스. 학부 과정의 경제학 강좌에서는 듣기 어려운 이름이다. 198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코 모딜리아니도 비슷한 체험담을 말했다.
"(일리노이 대학) 총장이 하워드 보윈이라는 신식의 매우 훌륭한 분을 상과대학 학장으로 모셔왔지요. 그러나 구식이고 무능한 교수들은 보윈 학장이 몇몇 일급 인사를 데려온 것을 참을 수 없었답니다. 구식 교수들은 악명 높은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지휘 아래 진행된 마녀사냥의 일환으로 보윈 학장을 축출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몹시 화가 나서 지역신문에 '마침내 상과대학에 평화가 왔도다. 그러나 죽음의 평화가 왔도다!'라는 글을 쓰고는 일리노이 대학을 떠나버렸지요. 구식 교수들은 제가 떠난 것을 환호하고 좋아했습니다."
![](http://imgnews.naver.com/image/023/2008/04/12/2008041100761_1.jpg)
이 책에는 모두 16명의 경제학자 이야기가 실려 있다.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학창 시절 영향을 받은 스승·동료, 자신의 이론 정립 과정과 연구 업적, 경제학의 주요 이슈·논란에 대한 입장 등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자서전이자 현대 경제학의 발달 과정에 대한 구술 기록이고, 경제 사상사이기도 하다.
저명한 학자들이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다 보니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는 대목도 적지 않다. 투입산출분석으로 유명한 바실리 레온티에프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려고 애쓰는 경제학자들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아주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합리적 기대 이론을 개척한 로버트 루커스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이 게임 이론의 동의어가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고 했다. "닉슨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보다 IQ가 높았지만 원칙은 훨씬 없었던 사람"(밀튼 프리드먼)이라는 식으로 정치인이나 정부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는 아니다. 아기자기한 재미와 이야깃거리를 찾으려 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현대 경제학 이론에 상당히 정통한 독자가 아니라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 책의 공동편집자이자 그 자신 인터뷰 대상이기도 한 폴 새뮤얼슨은 "제 글이 가장 박학다식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뮤얼슨은 서문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자신의 허영심과 자만심을 아주 잘 채워준다는 이유로 케인스의 1936년 일반이론의 마지막 몇 줄을 인용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케인스의 말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 정도는 알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이야기다. 케인스의 말은 '자신이 어떠한 지적 영향으로부터도 아주 자유롭다고 믿는 실용적인 사람들은 보통 어떤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들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학자들이 지적 허영심에 가득 차 있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이 세상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1980년대 초반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은 "국가안보 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국가안보는 공공재이지만 경제학적으로는 텅 빈 백지상태인 연구주제"라며 "경제학자는 이런 중요한 과제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에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순수한 열정이다.
원제 Inside The Economist's Mind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 [☞ 스크린신문 다운로드]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아이디어 레벨업 > 아이디어발상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낚시터ㆍ등산로도 척척 만능도우미 내비게이션제니카페<cafe.naver.com/writergeni> (0) | 2008.04.28 |
---|---|
잘할수 있다고 믿는 아이가 앞서간다제니카페<cafe.naver.com/writergeni> (0) | 2008.04.28 |
[BOOK책갈피] 실전경험은 성공을 위한 ‘포복’제니카페<cafe.naver.com/writergeni> (0) | 2008.04.28 |
[IQ업! 두뇌 스트레칭]4월 12일제니카페<cafe.naver.com/writergeni> (0) | 2008.04.28 |
박풍에 날아간 '이명박의 입' 박형준제니카페<cafe.naver.com/writergeni> (0) | 2008.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