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장]불교계 시청광장 시국법회
[5신 : 11시30분]
“두 눈으로 촛불영혼 보라” 외눈 대통령 질타
신부님들 스님들에 꽃 격려…스님 단식 동참
지금껏 스님들은 불교 자체적인 승려대회나 법회, 연등행렬이 아니면 좀처럼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1987년 6.10항쟁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 법회는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불교계 시국법회 생방송 주요장면
도문 스님(조계사)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어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해 스님들이 나왔다”며 “정부가 국민의 바람을 귀담아 듣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시국법회 취지를 설명했다.
스님 20여명은 또 이날부터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릴레이 단식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앞서 9시께부터 시작된 촛불행렬에서는 촛불소녀 연등이 대열의 맨앞 가운데 섰고, 그 주변을 사천왕상이 지켰다. 한 스님은 “사천왕상은 불자를 보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정부가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폭력을 일삼고 있는데, 바로 사천왕상이 촛불을 수호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에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입니다’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을 든 1천여명의 스님들이 섰고, 이어 3만여 시민들이 뒤를 따랐다. 2명의 스님이 ‘묵언’이라는 팻말을 들었고, 뒤를 따르는 스님들은 침묵을 지켰다. 적막감이 느껴질 정도여서, 거리를 지나던 버스도 경적을 멈췄고 버스 안에 있던 시민들도 경건한 마음으로 스님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거리행진은 중앙선을 넘지 않은 채 태평로 4차선에서만 진행됐다. 시국법회에 참석한 김지연(28)씨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종교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며 “종교인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전법의 서원을 실천하는 포교사단’ 소속 불자들이 시민들이 중앙선을 넘지 않도록 인도했다. 포교사단 소속 이차환(64)씨는 “스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인도하기 위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스님과 시민들의 거리행진을 지켜보던 김선정(41·고양시 정발산동)씨는 “중생들의 사회 문제를 스님이 함께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일부 사람들은 스님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나쁘다고 하지만, 그런 시각은 너무 편협적이다”고 말했다.
밤 10시께 침묵 거리행진을 마친 스님들과 시민들이 속속 서울광장으로 되돌아왔다. 이때 박기호 신부 등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광장으로 들어오는 스님 한명 한명에게 꽃을 나눠주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했다.
10시15분께 수경 스님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정부와 여당은 진심으로 사과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추가협상에 안주하지 말고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 촛불 국면을 돌파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시민들은 이 촛불이 절대 꺼지는 일이 없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며 “내일은 지금껏 들어온 촛불을 승화해 국민승리를 선언하는 중요한 날이니, 끝까지 평화로운 시위로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10시30분께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58번째 촛불문화제의 끝을 알렸다. 시민들은 별다른 동요나 아쉬움 없이 5일 열릴 ‘100만 촛불 대행진’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스님과 시민들은 귀가에 앞서 오른손을 들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정부는 헌법을 지켜라” “주권을 수호하라” “국민이 주인이다” “촛불은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시민들은 <광야에서>를 부르며, 스스로에게 격려하는 박수를 나눴다.
시국법회 집행위원장인 가섭 스님은 “훈련된 폭력 앞에 훈련된 평화를 누릴 마음의 자세가 된 듯 보였다”며 “시민들이 많이 왔지만 큰 충돌이 없었던 건, 평화집회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오윤택(41·경기 산본)씨는 “평화적으로 집회가 마무리 돼 기분이 좋다”며 만족해 했다.
오늘 촛불문화제에는 이광재·박선숙·안민석·이미경·김상희·김재윤 의원을 비롯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4신 : 10시30분] ‘108 참회문’에 맞춰 1천명 스님들 ‘108배 촛불’
연꽃촛불 물결…108배 올리고 회심곡 바꿔 불러
전종훈 신부님 무대 올라 “성불 하십시오” 합장
저녁 8시께. 청룡유치원 소속 아이들 20여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난 이 말이 참 좋아요 사랑해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 <참 좋은 말>과 <앞으로 앞으로>를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선물했다.
사회자인 진명스님이 “국민들이 촛불을 끄지 않고 앞으로 나가면 언젠가 승리하리라는 염원을 담은 것 같다”고 말하자, 시민들이 크게 박수를 쳤다. 그 사이 시청앞 광장에는 시민들이 3만여명(주최쪽 추산)으로 늘어났다.
8시10분께. 노래패 ‘우리나라’의 우렁찬 노래소리가 다시 서울광장을 뒤흔들었다. <헌법 제1조>와 <광야에서>를 부른 ‘우리나라’는 공연을 마친 뒤 “스님과 신부님들께 감사드린다. 요즘만큼 종교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 없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3만여 시민들은 일제히 촛불을 흔들었다. 서울 광장이 온통 촛불바다로 변했다.
이어 성묵 스님이 1천여 스님과 불자들의 뜻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그는 “쇠고기 협상은 국가 자존심을 버린 무능한 협상의 표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국민을 폭력으로 다스려 성공한 사례가 없듯 공안정국 조성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고시 철회 △ 공안정국에 대한 진실한 참회 △ 평화시위 보장 및 어청수 경찰청장 처벌 △구속자 연행과 연행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8시30분께 명진 스님의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에 맞춰 스님들의 108배가 이어졌다. 무대 앞쪽에 선 스님들이 목탁소리와 참회문에 맞춰 108배를 시작했다. 불자들과 시민들은 108배를 하거나 합장을 한 채 이 모습을 경건하게 지켜봤다. 108배는 30분 남짓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08배가 끝난 9시부터 곧바로 시청앞 광장을 출발해 남대문-한국은행 앞- 을지로입구-시청 앞 광장으로 이어지는 침묵 거리행진에 들어갔다.
허재현 기자
[3신 : 9시30분] “두 눈으로 촛불영혼 보라” 외눈박이 대통령 질타
연꽃촛불 물결…108배 올리고 회심곡 바꿔 불러
전종훈 신부님 무대 올라 “성불 하십시오” 합장
“벼랑 끝에 몰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수호를 위해 ‘온 생명의 무리가 보살의 정토’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 자리에 모였다. 국가 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향해 국가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 근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시국법회 추진위원인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불교환경연대 대표)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이번 법회의 취지와 의의를 설명했다.
수경 스님은 “국민의 정당한 주권 행사가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한 공포 때문에 주저앉고 말면, 앞으로 우리 국민의 삶은 생존자체가 굴욕이요, 인간적 자존이 무너져버리는 일”이라며 “2008년 100만 촛불은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뜨겁게 확인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와 보수언론은 집시법을 들먹이며 촛불 대중을 ‘폭도’로 몰고 범죄의 낙인을 찍으려 했다. 또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비롯된 정당한 국민저항을 난국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했다”며 “앞으로도 집시법을 들먹인다면 정부를 떠받치는 민주주의의 기둥인 3·1운동과 4·19, 그리고 6·10 항쟁을 허물어버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법어는 조계종 교육원장인 청화 스님이 맡았다. 그는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과 이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위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면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외눈박이’로 규정했다. 또 “이 대통령은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선물보따리에 파안대소하는 미국 대통령은 보면서 국민의 눈물은 보지 못한다”며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 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뼈아픈 반성까지는 보지만 고쳐야 할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청화 스님은 “최근의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이에 좌시할 수 없어 종교계의 성직자들까지 거리에 서게 됐다”며 현실을 통탄했다.
그는 끝으로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선언하고 그로 인해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든 고정관념이 해소되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며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인다”면서 법어를 마쳤다.
청중들은 사회자인 진명 스님의 제안에 따라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라는 구절을 큰 소리로 함께 외쳤다.
이어 촛불정국을 꼬집는 가사로 바꾼 ‘회심곡’이 울렸다. 원래 서산대사가 지은 이 곡은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살겠다’는 의미의 곡이다. 봉환 스님이 노래를 부르고, 성마 스님이 북을 잡았다.
“광우병소 문제 되어도 어른들이 관심 없고 촛불소녀 나왔을 때 부끄러워 촛불문화제 꽃피울 때 평화롭다 평화로워/ 촛불문화제 50일을 넘기고 또 넘기어도 풀려날 길 전혀없네 촛불문화 흔들리고 평화문화 깨질 듯해/ 신부들이 길을 트고 다른 종교 힘을 합쳐 시민광장 나섰으니 시민들도 귀가하고 경찰간부 퇴근하고 촛불문화 평화 찾고 새로운 길 열었다네/ 삼일운동 무엇인가 종교인들 앞장서서 기미독립 선언하고 만세운동 불렀으니/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초 놓아 오늘 왔네 우리나라 헌법에는 종교자유 정교분리 엄연하게 분리되어/ 공직자는 자기 종교 티 안내어 모든 국민 평등하게 모든 종교 평등하게 국민들을 섬기고 또 섬기어 녹을 먹고 사는 것을/ 헌법정신 명심하여 모든 종교 모든 국민 대화합을 이끌어서/ 부처님께 예수님께 은총받고 공자님께 자해받고 하늘님께 은혜받고 부모님께 칭찬듣고 이웃에게 사랑받고 국민들게 믿음 얻고 후세들에 찬양받는 지도자가 되옵소서.”
뒤이어 닷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가 무대에 올라 “성불하십시오”라고 합장하며 “스님께서 시켰다”며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그는 연대사에서 “스스로 국민 섬기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주인의 호소를 외면해 국민이 괴로워하고 있다. 촛불이 정말 이렇게 끝나야 하느냐”며 “불법폭력·반미·좌파·경제파탄 세력이란 비난만 돌아왔지만, 우리의 호소는 주권자로서 권리이기 때문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님과 하느님이 우리의 염원을) 꼭 이뤄주실 것”이라며 “더 크게 외치고, 더 높이 (촛불을) 들어 부처님과 하느님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2신 : 8시]
“부시 웃음은 보면서 국민 눈물 못봐” 질타
스님 700여명 등 조계사~광장 거리행진 입장
대형 촛불소녀 연등 앞장, 법고로 분위기 돋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시국법회’는 6시께 중창단 ‘천공’이 무대에 올라 <아침이슬>과 <광야에서> <희망의 나라로> 등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5살의 김윤성 어린이가 “성불하십시오.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달아서…”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렀고, 노래패 ‘우리나라’도 무대에 올라 <지금 당장 재협상> 등의 사전 공연이 이어졌다.
그사이 참가 시민이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평일에 비해 많이 늘었다. 무대 위엔 ‘국민주권 수호 권력참회 발원 시국법회’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무대 왼쪽엔 하얀색 옷을 맞춰 있은 30여명의 ‘조계사 합창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6시30분께. 사회자인 진명 스님이 시국법회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법고’(큰 북) 소리가 광장 안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쿵 쿵 쿵….” 송광사와 화계사 등에서 온 스님들이 법고를 잡고 있다.
6시 45분께. 대형 촛불 소녀 인형으로 만든 연등을 앞세운 700여명의 스님과 3천여명의 불자들이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5시45분 조계사를 출발해 1시간 남짓 종로 등지에서 거리행진을 했다. 앞에선 스님들 뒤에는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시민들이 섰다. 이들은 곧 무대 가운데 시민들 사이로 들어와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열 맨앞 법안 스님 옆에는 문규현 신부가 함께 앉았다.
행진에 참여한 법진 스님(해인사)은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우리의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게 불교도들의 생각이며,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며 “행진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민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 기운이 났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손에는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 어딨어’ ‘촛불이 지킨다 촛불이 길이다’ 등의 손팻말이 들려 있다.
6시55분. 삼귀의가 진행됐다. 스님과 시민들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가사의 노래를 일어나 합장해 불렀다.
곧바로 예불이 이어졌다.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며, 수 차례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면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장내도 숙연해졌다. 시청앞 광장이 불당 같다. 시민들도 이 장면을 차분히 지켜봤다. 문규현 신부도 스님들과 함께 절을 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데 종교는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수경 스님에 이어 무대에 오른 청화 스님은 “한쪽 눈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는 보면서도 광우병은 보지 못하고, 부시의 웃음은 보면서도 국민들의 눈물은 보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뒤이어 사회자인 진명 스님의 선창으로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이 보인다”를 스님들과 시민들이 함께 외쳤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1신 : 5시30분]
이번엔 목탁촛불, 스님 600여명 ‘권력 참회’ 촉구
윤남진 대변인 “3.1운동 때도 각 종교 힘 합쳐”
신자 8천명 동참…민교협 교수들도 촛불 들어
천주교와 기독교에 이어 4일 불교계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든다. 불교 시국법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와 58번째 촛불문화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다.
시국법회를 앞둔 5시30분. 잠시 뒤라도 비가 쏟아질 듯 우중충한 날씨지만, 시청앞 광장은 활기에 넘친다. 스님들은 법회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고, 프레지던트 호텔 앞쪽에 세워진 무대차량 14.5톤 트럭 주변에서는 음향 설치 등으로 분주하다. 무대 위에선 청룡유치원에 다니는 20여명의 아이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성불하십시요.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달아서…”로 시작되는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시민 200여명이 무대 주변에 모여 이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잘한다”고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서울 광장에는 시민 3천여명이 모였다.
윤남진 시국법회 추진위원회 재가대변인은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국법회를 준비했다”며 “3.1운동 당시에도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힘을 합쳐 독립을 외쳤다. 시국법회가 국민 화합과 정교 분리 정신을 위배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국법회 추진위원회는 오늘 시국법회에 스님 1천여 명, 불교신자 8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국법회를 앞둔 광장엔 불교신자뿐 아니라 시민들, 다음 아고라 깃발을 들고 나온 누리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소속 10여명의 교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종교계의 시국선언과 촛불문화제 동참을 환영했다. 변희경(37·서울 용산2가동)씨는 “그동안 국가가 위기에 빠지거나 민주주의가 훼손됐을 때마다 종교계가 참여해 왔다”며 “정치와 결탁하는 종교는 문제지만,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종교계가 나서는 것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찬(69·서울 중곡동)씨는 “정치와 거리를 뒀던 종교계가 오죽하면 시국선언에 나섰겠냐”며 “종교계까지 나섰으니,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6월30일 사제단의 시국미사 이후 ‘비폭력·평화’ 원칙의 촛불문화제가 닷새째 계속되는 가운데, 오늘도 경찰버스의 모습은 시청앞 광장에서 사라졌다. 광장 한켠에 촛불교회, 사제단 단식천막, 진보신당 천막 등이 세워져 있지만, 평화로운 기운만이 넘쳐 흐르고 있다. 사제단 천막 앞에는 “신부님 힘내세요”라는 손팻말이 꽂혀 있고, 시민들이 격려차 갖다 놓은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청화 스님의 시국법어 전문
‘대통령’ 콩깍지 씌어 한 쪽 눈 시력 잃어
두 뿔로 들이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고 하나
현 시국을 두 눈으로 봅시다
우리는 80년대의 험한 산을 힘겹게 넘어 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넘을 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돌연히 또 하나의 높은 산이 나타나 국민의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무슨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른바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국민과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정부와의 강경 대결이 이런 예측 불허의 긴장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차와 기차가 맞보고 달리면 그 결과는 공멸뿐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대결 상황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건 진다는 것은 명예의식이 용납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쇠고기 문제는 잘잘못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물론 그 성찰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위대합니다. 바로 그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과 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간다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로인해 한 가지만 보거나 한 쪽만 보는 잘못이 있습니다.
예컨대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보지 못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 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뼈아픈 반성까지는 보지만 고쳐야 할 것은 보지 못합니다.
이런 눈 때문에 중고등 학생들도 아는 생명의 가치를 대통령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쇠고기 협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를 그것도 아주 쉽게 수입하기로 결정한 대통령의 태도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광우병쯤은 감수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 학생이나 국민들은 경제만 살아난다면 광우병에 걸려도 좋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대로 한국 경제가 연간 7%씩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되고, 그리고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한들 광우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라는 것은 사람이 폼 나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으로서 요구되는 것이지 죽은 다음에야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인간의 생명 위에 존재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뭉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권력의 폭력을 합법화해서 촛불시위를 제압하려는 의도를 굳히고 있습니다. 최근의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왜냐면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좌시할 수 없어 종교계의 성직자들까지 거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이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깨달아야 합니다.
캄캄한 방에 촛불을 밝히면 일시에 어둠이 사라지듯, 잘못을 깨달으면 그 잘못의 허물도 금방 일소됩니다. 양쪽을 다 보지 못하고 한 쪽만 본 것 때문에 쇠고기 협상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막을 것을 막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한 점, 그러면서 반대급부도 없이 오히려 주기만 하고 물러서기만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력은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두 눈으로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도 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협상의 당위성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선언하고 그로인해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든 고정관념이 해소되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
씽씽 바람이 되는 이여
알아야 합니다
영혼이 있는 촛불은
폭풍도 끄지 못한다는 것을.
이 촛불 앞에서
두 눈으로 보면
안 보이던 종달새의
노래 소리도 다 보이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한 눈을 감고
두 뿔로 들이 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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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잔디 교체?…이번에도 빛난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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