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레이싱 모델’은 이미 빼어난 몸매와 과감한 노출, 넘치는 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지 오래다. 레이싱걸들에게 연예계의 러브 콜이 끊이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
많은 레이싱 모델들이 연예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윤아 이후로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든 것이 현 실정이다.
화려한 연예계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인가, 아니면 성장과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인가. 레이싱 모델들의 연예계 진출 현상을 집중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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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연예계 ‘고고씽'…성공 여부는 ‘글쎄’
“‘김시향’이 도대체 누구야?”
지난 2월 초 케이블 코미디 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시즌3>의 첫 방송이 나간 직후, 그녀의 이름은 인터넷 검색에 상위권에 바로 랭크됐다. 완벽에 가까운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함께 도도하면서도 까칠한 매력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것.
특히 김시향이 5년 경력의 유명 레이싱 모델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를 뿌렸다.
그녀는 <나는 펫 시즌3> 출연을 시작으로 연기자, MC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엔 케이블 채널 ETN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은밀한 유혹-불법과외>에서 MC를 맡아 진행자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S대 ‘연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과외 선생님(김시향)이 연애불량학생들을 연애선수로 단련시키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또 지난 3일 방송된 수퍼액션의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의 첫 에피소드인 ‘가짜 남편’을 통해 연기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오윤아 이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레이싱 모델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그녀는 “섹시 배역은 맡고 싶지 않다”며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선 만큼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시향의 거침없는 활약상 때문일까. 최근 다시금 레이싱 모델 출신 연예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도 레이싱걸들의 연예 활동 스펙트럼은 모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연기자, 가수, 리포터 등으로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레이싱걸 출신 박정은의 경우, 현재 DMB 연예 프로그램인 ‘노컷연예’에서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다. 가수 이예린과 JK김동욱의 뮤직비디오 출연해 얼굴을 알렸던 박정은은 “앞으로 배우와 MC로서 나만의 끼와 재능을 맘껏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방은영은 올 초 매주 토요일 오후에 방송되는 OBS의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에서 리포터로 변신했다. 당시 레이싱 모델의 공중파 진출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낳기도.
지난해 케이블 tvN의 에 출연했던 김유연은 지난 2월부터 방송된 채널 CGV의 <파이브걸즈 란제리>에서 속옷회사 디자이너로 변신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레이싱모델 이선영은 지난 2006년 SBS ‘스포츠 중계석’ MC와 SBS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에 출연했고, 김유림은 영화 ‘연애소설’을 통해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홍연실은 영화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과 SBS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했다.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다. ‘베이비복스 리브’의 멤버인 양은지와 안진경은 가수로 데뷔하기 전인 2005년 오민진과 함께 3인조 여성그룹 ‘지니스(ZINIS)’를 결성해 일본 레이싱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여기에 김하니는 지난 2004년 누드 시사회를 개최하며 댄스곡 ‘사랑이죠’를 발표했으며, 추미정과 강하나는 여성그룹 ‘키스파이브’를 결성, 지난 2005년 2월 싱글앨범 ‘Show Time’을 발매했다.
뒤이어 지난해에는 ‘최연소 레이싱걸’로 잘 알려진 허윤미가 여성 4인조 그룹 ‘스완’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박수경, 조세희, 서진아 등 레이싱모델 출신이 모여 결성한 여성댄스그룹 ‘티아라(Tiara)’도 4월 초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지난해 ‘숨은그림찾기’란 곡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티아라는 트랜스 댄스곡인 ‘나이트메어’로 본격적인 가수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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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향, 연기자·MC로 종횡무진…최근 가장 두드러진 활약
댄스그룹 ‘티아라’, 김유연, 최윤경도 연예계 공략 본격화
티아라는 “1년간 꾸준히 보컬과 안무연습에 매달려 왔다”며 엄정화, 채연, 쥬얼리 등 대표적인 가요계 섹시 여가수의 계보를 잇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레이싱 모델 출신들이 쭉쭉빵빵한 몸매와 화려한 마스크를 내세워 연예계에 잇달아 연예계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실제 크게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경우는 드물다. 오윤아에 버금가는 ‘대어’(?)는 아직 없다는 게 연예계 안팎의 평가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연예 관계자들은 레이싱 모델들이 ‘섹시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데서 그 한계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레이싱 모델 출신이 연예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의 노출과 선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는 것은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시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케이블 채널에서 레이싱 모델 출신들에게 어느 정도 노출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 놓은 바 있다.
레이싱걸들의 다소 과한 노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러나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혀지는 것은 연기자로 활동하는 데 있어 분명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초기 인기 레이싱 모델들이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했다가 곧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도 ‘섹시’만을 강조한 나머지 자신만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극성과 선정성을 강조하는 케이블 방송에서 레이싱모델들은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하지만 공중파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대담하고 적극적인 모습의 레이싱 모델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 모든 세대가 즐겨 보는 공중파에서는 이들의 ‘과감한 노출’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선영, 김유림 등이 공중파에 출연했지만 잇달아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김하니·강하나·추미정·허윤미 등이 가수에 도전했지만 역시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저조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레이싱 모델들이 당장 돈이 되는 섹시화보 촬영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도 이들의 롱런을 기대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나 기존 레이싱 모델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섹시화보를 촬영한 한 인기 레이싱걸은 “공짜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고, 돈도 많이 준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찍었다”고 말하기도.
또한 연예인이 되겠다는 열정과 노력 없이 무작정 연예계 진출 시류에 편승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 한 레이싱 모델은 가수를 하겠다며 자신의 팬카페를 없애고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은근슬쩍 레이싱 모델로 복귀해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연예계 일부에서는 많은 레이싱 모델들이 연예인 변신에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주얼만 훌륭할 뿐, 실력이 없다’고 분석한다.
오윤아가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 중 연기자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게 된 것은 바로 ‘실력’ 때문이다.
그녀는 데뷔 초부터 ‘레이싱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 ‘레이싱걸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즉, 섹시한 몸매만을 강조하지 않고 세련되고 도회적이며 지적인 이미지로 승부한 것.
끊임없는 캐릭터 변신도 연기자로서 인정받게 된 원동력이 됐다. 지난 2004년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는 노처녀 ‘인테리어 디자이너’ 역할을 무난히 소화, 연기자로서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최근엔 SBS 새 금요드라마 <우리집에 왜왔니>에서는 요가선생 ‘복희’로 분해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 ‘복희’는 자신이 고아라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 밝고 생활력 강한 캐릭터이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알부라리 ch.27>에서 리포터 ‘루이’로 출연중인 최윤경도 똑부러진 진행솜씨로 레이싱걸 출신 연예인의 새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윤경은 레이싱걸 출신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지 못할 정도로 아나운서 못지 않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 시청자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예쁜 외모와 빼어난 몸매, 높은 인지도 등으로 무장한 레이싱 모델들은 연예인 캐스팅 관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충분히 제 2의 ‘오윤아’를 넘어서는 엔터테이너의 등장은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빵빵한(?) 비주얼만을 내세워 손쉽게 연예계 문을 두드리는 레이싱 모델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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