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적외선 방출, 포름알데히드 분해, 나노기술 적용…. 페인트도 진화한다. 단순히 소재를 보호하고 미관을 꾸미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신기술 페인트들이 선보이고 있다.

국내 페인트시장은 지난해 2조8000억원 정도. 건축·공업·선박·차량·전기전자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그중 건축용 페인트가 지난해 전체 92만㎘ 중 19만㎘로 가장 큰 비중(20%)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경기 침체와 고유가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자동차와 선박을 제외한 페인트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추세다. 특히 2005년 부동산 종합대책과 페인트 가격 담함 과징금 등의 악재로 전체 페인트 생산량이 8만㎘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페인트 업체들은 친환경 페인트와 기능성 페인트 등을 출시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인테리어용 시장도 형성 ■

“친환경 페인트요? 요즘 친환경 아닌 페인트가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에서 인증하는 환경마크를 획득한 페인트를 친환경 페인트라며 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일반 페인트도 대부분 환경마크 기준을 충족시켜 출시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친환경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환경마크와 5등급까지 매겨지는 HB마크의 최우수 등급까지 획득하고, 거기에 기능성까지 갖추고 있어야 친환경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다. 페인트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의 KCC는 포름알데히드 분해 효과가 있는 ‘숲으로 진품’을 출시해 유해한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올해 6월 출시된 100% 광물성 천연수지로 만든 천연페인트 ‘숲으로 미네랄’은 불연성 소재라 안전하고, 원적외선도 방출한다.

김은환 KCC 과장은 “2005년 7월부터 ‘친환경 상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과 ‘수도권 대기환경개선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 적용될 예정이라, 친환경 페인트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커레이션 페인트 역시 건축 자재가 고급화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단색만 내는 일반 페인트와는 달리 대리석 무늬, 목재 무늬 등 다양한 패턴과 요철을 넣을 수 있어 벽지 대용으로 인기가 높다. 국내 데커레이션 페인트시장은 2003년 260억원에서 2004년 287억원, 2005년 292억원, 지난해 29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가격은 벽지보다 높지만, 인테리어 효과가 크고 개성적인 패턴을 연출할 수 있어 대형 아파트나 고급 빌라, 호텔 등에 많이 사용된다. 데커레이션 페인트시장은 상품 사이클이 짧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테라코코리아, 오이코스코리아, 다진산업 등 중소업체와 외국 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등 주요 업체들도 뛰어들면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예 기존의 페인트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나노 스프레이 ‘핑고’를 출시하고, 이례적으로 롯데월드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길거리 제품 시현을 했다. 페인트라고 하면 전문가나 DIY 마니아만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일반인들도 손쉽게 채색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나노기술을 적용해 입자가 소재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옷이나 신발 등에 뿌려도 갈라지지 않으며, 원래 천이나 가죽 질감을 그대로 살린 채 색깔만 바꿀 수 있다. 뿌린 뒤 몇 초 안에 완전히 마르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고, 빨거나 문질러도 색이 바래거나 벗겨지지 않는다. 노루페인트는 생활 리폼, 튜닝, DIY, 미술 및 학습 시장을 핑고의 타깃으로 잡았다.

김봉제 노루페인트 신규사업팀 부장은 “일반인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노루페인트 대리점을 일체 통하지 않고, 이마트·알파문고·홈쇼핑 등 기존 페인트 유통망과는 차별화된 유통경로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8호(07.08.15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