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문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우리 금융시장의 빅뱅을 예고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새로운 법체계하에서는 포괄주의에 의거 금융투자상품의 정의가 대폭 확대되고 자본시장이 주무대인 금융투자업의 업무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또한 글로벌스탠더드에 입각한 선진화된 규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투자자 보호가 더욱 강화돼 전반적인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발전에 큰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회사들의 대형화ㆍ전문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와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제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쫓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적 근거는 마련됐으나 이것이 국제 경쟁력 확보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은 돈, 사람 등 갖춰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현실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의 존재의 이유인 리스크의 인식에 관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시장에서는 모든 비즈니스가 리스크에 연결되어 있다. 현재 국내 증권회사들의 영업용 순자본비율은 적정시정조치 규정의 4~5배, 선진국 수준의 2~3배를 상회해 위험투자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또한 가계자금도 매우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2006년말 현재 약 47%가 예금에 집중돼 있고 주식과 펀드는 약 25%에 불과, 미국의 예금비중 15%, 주식 및 펀드비중 40%와 비교할 때 대조적이다.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보수성향의 자금을 흡수해 위험분산 상품을 개발하고 수익성을 제고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자주 지적돼 왔듯이 지금까지 우리 증권회사들은 주식 위탁수수료 중심의 비차별적인 수익구조를 보여 왔다. 참고로 FY2006년 국내 증권산업에서 위탁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익의 56%에 달해 미국의 22%와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금융기관들이 국내주식 중심의 단순중개업무만 고집해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다양한 투자은행 업무를 개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맞게 됐다. 곧 특정분야에의 확실한 특화 또는 전략적인 외형성장에 성공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문적인 고급두뇌로 구성된 팀을 확보해야 하는 투자은행 업무의 특성상 좁은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만으로는 도저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다. 세계적 투자은행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창출비율을 보면, UBS 71%, HSBC 70%, 여기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맥쿼리도 48%나 된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수치조차 인용하기 힘들 정도이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아직은 범세계적인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우선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호주 맥쿼리가 인프라 투자에 특화해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성장한 것처럼, 국내 금융기관도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골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머징 마켓에는 위험은 비교적 높지만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가 아주 많다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와 문화 정서적인 격차가 크지 않은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진출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진출 지역에 대한 충분한 전문지식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국적을 초월해 체계적인 전문인력의 양성과 채용이 필요하다. 증권협회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 이머징마켓 자본시장 인력에 대한 한국자본시장 교육을 실시할 계획으로서 현지 인적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증권업계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다음은 해외사업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이머징마켓의 프로젝트는 국내사업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기회가 큰 반대급부가 있다. 선진 투자은행들의 이머징마켓에서의 고수익은 바로 이 철저한 리스크관리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IMF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금융기관들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우리가 그동안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머징마켓 진출에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성공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머징마켓을 방문할 때 우리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우리 제조업체들의 상품광고를 많이 접한다. 우리 금융산업도 내로라 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해외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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