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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오·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웹 2.0을 둘러싼 버블 논쟁이 뜨겁다. 지난 2000~2001년 실속 없이 과대 포장된 인터넷 기업들이 대거 몰락한 것처럼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메시지가 잇달아 나온다.
웹 2.0이란 양방향 미디어인 인터넷의 속성을 잘 파악해 네티즌이 자유롭게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도록 만든 서비스다. 버블 붕괴를 딛고 일어나 성공을 거둔 아마존, 이베이, 구글 등의 공통점이 바로 웹 2.0 개념을 적극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웹 2.0서비스로는 인맥관리, 블로그, 사진 공유, 동영상 UCC(사용자제작 콘텐트) 등이 있다. 지금도 웹 2.0을 표방하는 많은 회사가 생겨나고 있고,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활기를 띠는 등 웹 2.0은 인터넷 산업의 중흥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은 웹 2.0이 제2의 닷컴 버블이 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 일부 이름있는 웹 2.0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과거 닷컴 버블이 붕괴한 것은 수익모델의 부재(不在)가 제일 큰 원인이었다. 수익모델은 뒷전이고, 일단 가입자와 인터넷 접속량(트래픽)을 늘려 투자를 받고 인지도를 높여 고가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이 경영 목표였다. 자체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구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버블은 금방 꺼졌다. 장밋빛 전망만 보고 투자한 기관이나 일반 투자자들도 낭패를 겪었다.
버블 붕괴 이후 새롭게 등장한 웹 2.0 기업의 과제는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모델이다. 웹 2.0 관련 콘퍼런스의 주요 주제도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다. 최근에 핫 이슈로 떠오른 동영상 UCC분야에서 지배적 사업자인 유튜브도 아직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 유튜브를 흉내 내 생겨난 많은 후발 주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승자 독식 구조가 지배적인 인터넷 분야에서 엇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투(me-too)기업이 설 자리는 매우 협소하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지난 2000년과는 많이 달라졌다. 웹 2.0 기업은 과거의 인터넷 기업과는 다른 조건을 갖고 있다. 우선 저비용 구조를 들 수 있다. 웹 2.0 기업은 값비싼 상업용 제품 대신 리눅스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와 표준화된 기술을 사용해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을 줄이고, 구전(口傳) 마케팅에 의지해 비용을 절감한다.
또한 성공 가능성과 미래가 불투명한 주식시장보다 대기업에 M&A(인수합병)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많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한 벤처 창업자는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고, 구체적인 상품화와 회사 운영은 그 분야 전문가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다.
만약 버블이 꺼진다고 해도 그 피해는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벤처캐피털과 일부 사모펀드로 제한된다. 2000년에는 너도 나도 인터넷 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했으나, 웹 2.0 기업은 주로 투자 전문가들을 상대한다.
버블의 붕괴엔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런데 한편으론 새로운 산업은 늘 붐과 버블의 순환을 통해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붐과 버블 이후의 척박한 환경에서 부흥의 싹을 틔운 것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일구어 낸 혁신적 기업가들이었다.
그 싹을 웹 2.0이라는 붐으로 발전시킨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갖고 있는 저력이다. 실리콘밸리는 혁신적 기업과 벤처캐피털, 미디어 회사들로 구성된 혁신의 생태계다. 웹 2.0은 진정한 강자와 약자를 구분해 내고, 새로운 혁신을 위한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도 실리콘밸리처럼 건강한 혁신의 생태계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유현오·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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