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손해용]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소유한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당 15만 달러(약 1억4000만원)를 돌파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크셔A 주식은 이날 오후 장중 주당 15만800달러에 거래됐다. 이 주식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본격화한 8월 이후 36%나 상승해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상승률(8.1%)을 크게 웃돌았다. 버크셔 관계자는 “투자한 페트로 차이나의 주가가 8배가량 급등해 3분기 수익이 64%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뉴욕 증시에서 버크셔에 이어 둘째로 비싼 시보드의 주가는 1520달러로 버크셔가 2위 주식에 비해 100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버크셔의 주당 가격이 이처럼 천문학적 액수로 뛰어오른 것은 버핏의 고유한 투자철학 때문이다. 버핏은 그간 버크셔 주식의 액면 분할을 거부하고 유통 물량을 극소화해 왔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 대신 장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버크셔 주식을 보유해 온 T2 파트너스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혼란할수록 버핏의 투자 수완이 빛을 발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버크셔A 주식은 113만 주(버크셔B 주식은 1240만 주)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인 엑손모빌의 주식 수(59억4000만 주)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손해용 기자



▶손해용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ysohn/

[감각있는 경제정보 조인스 구독신청 http://subscribe.joins.com]

[ⓒ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머니투데이 박영암기자][[박영암의 돈되는 펀드] 신영투신 '마라톤주식A형' 펀드]

"장기투자자들에게 인내력에 상응하는 양호한 수익률로 보답하고 싶다."

국내증시를 대표하는 '가치주 펀드'중 하나인 신영투신의 '마라톤주식(A형)펀드'(이하 마라톤펀드)의 이헌우 수석 펀드매니저는 13일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저평가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가치주펀드의 진가는 더욱 더 각광받을 것"이라며 "적어도 5년에 2배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향후 운용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마라톤이라는 펀드명처럼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의 장기성장성을 확신하는 투자자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주장했다.

'연 15%, 5년에 두배' 운용목표

이 수석의 주장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2002년4월25일 설정된 마라톤펀드의 장기운용성과는 투자자들을 흡족케 하고 있다. 설정이후 누적수익률은 272.30%이다. 이는 같은기간 벤치마크(코스피지수*90%+CD*10%)를 166.68%포인트 초과 달성하는 양호한 성적이다. 연초이후 수익률도 50.01%를 기록했다(모두 12일기준). 현재까지 나타난 운용성과만 놓고 본다면 '5년에 2배 수익률'이라는 운용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13일기준으로 코스피지수 대비 베타계수는 0.81로 나타났다. 국내증시가 10%하락할때 -8%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돋보였다는 게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펀드평가팀장의 설명이다. 베타계수는 코스피지수(베타계수=1)가 1% 움직일때 펀드수익률의 등락폭을 보여주는 지표로 클수록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수익률과 안정성이 모두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정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연초 2703억원에서 12일현재 5899억원으로 3196억원 증가했다. 펀드운용철학과 편입종목은 유사하지만 수수료 등이 다소 상이한 '범 마라톤 펀드'를 모두 합친 설정액은 1조600억원으로 가치주 펀드로서는 국내 최대규모다를 자랑한다.

'장기' 저평가''저가' 등이 운용전략의 핵심

마라톤펀드의 운용전략은 얼핏보면 매우 단순해 보인다. 이 수석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졌듯이 저평가 종목을 발굴, 서브프라임 이슈 등 시장충격으로 급락할 때 싸게 매수해서 시장이 적정가치를 인정해줄 때가지 보유하는 게 운용전략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설명한다.

먼저 마라톤펀드는 저평가 종목을 △ 경영진의 자질 △ 재무적 안정성 △ 시장지배력 등을 감안해서 선정한다.

이렇게 분류한 종목들을 대상으로 △ 과거가치(자산) △ 현재가치(수익) △ 미래가치(성장)라는 잣대로 분기당 300개를 추려낸다.

과거가치는 과거 영업활동의 산물로 기업이 보유중인 자산대비 현주가수준(PBR), 현재가치는 기업이 현재 벌어들이고 있는 이익대비 현주가수준(PER) 그리고 미래가치는 신규사업 등 향후 신규사업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현금흐름 대비 현주가수준 등을 의미한다.

이 수석은 "미래가치보다 과거와 현재가치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종목은 편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태양광 사업의 최대 수혜주인 동양제철화학을 한주도 편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증시 급등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 수석은 하소연한다. 그는 "워렌 버핏이 최근 '한국주식이 일방적인 저평가 상태에서는 벗어났다'고 언급한 것처럼 국내증시에서 두드러지게 저평가된 주식을 찾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국내증시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증대하고 있고 해당기업도 주가관리에 적극 나서는 등 저평가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다 자산운용시장이 급증하면서 펀드매니저들이 경쟁적으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다른 저평가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장변화를 반영해서 이 수석도 "PBR과 PER를 중시하면서도 미래성장성도 감안해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즉 코스피지수가 2000대에 접어들면서 일방적인 저평가 상태가 상당부분 해소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치투자의 잣대를 다소 확장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펀드안정성 제고위해 100 여개 종목 편입

마라톤펀드는 펀드운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100여개에 달하는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10월1일 현재 104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 같은날 기준으로 국내 성장형펀드의 대명사인 미래에셋자산의 '디스커버리펀드'가 48개를 편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편입상위 10개종목을 보면 삼성전자(6.16%) 한국전력(3.82%) POSCO(3.63%) KT(3.19%) 롯데쇼핑(2.59%) SK텔레콤(2.33%) 롯데제과(1.82%) SK(1.81%) 국민은행(1.56%) 우리금융(1.55%)의 순이다. 이들 상위 10개종목이 펀드내 비중은 28.46%에 달한다. 나머지는 중소형 가치주들로 채워져 있다.

이중에서 눈길을 끄는 종목은 바로 한국전력과 KT. 정부의 가격통제 규제 등으로 올 상승장에서도 시세를 내지 못했던 두 종목을 대량 편입하고 있다.

이 수석은 "이들 종목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배당이나 향후 규제완화시 예상현금흐름 등을 감안할 경우 현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근 KTF와 합병설이 흘러나오는 KT의 경우 두 회사가 시가총액비중대로 합병할 경우 KT의 시가총액은 30%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합병으로 자사주와 KTF주식이 소각되면서 주당순이익과 주당자산가치가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실제 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를 묵묵히 인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전력은 정부의 전력요금 규제로 고전하고 있지만 배당이나 민영화 재료 등을 감안할 경우 충분히 보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와 찰떡 궁합

김휘곤 삼성증권 상품관리파트 과장은 "강세장에서 선전하는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펀드'와 마라톤펀드는 운용스타일이 상반되기 때문에 상호 단점을 보완해 주는 찰떡궁합"이라고 추천했다. 미래가치에 역점을 두고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미래에셋과 과거와 현재가치 대비 저평가 종목을 대량 편입하는 신영투신의 운용철학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이슈로 코스피지수가 1630대까지 추락했다가 2085까지 반등하는 동안 미래에셋 펀드는 수익률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마라톤펀드 등 신영투신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반면 11월중순이후 최근까지 중국관련주들의 약세로 미래에셋펀드가 부진한 반면 마라톤펀드는 KT와 한국전력 SK텔레콤 등의 선전으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마라톤펀드은 또한 비용이 저렴해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운용과 판매보수 등 전체 비용이 1.55%에 불과하다. 통상 2.30%대의 주식펀드 보수보다 0.75%포인트 적다. 1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연간 7만5000원의 보수가 절감된다는 얘기다. 신영투신측은 "적어도 5년이상 장기투자를 요구하는 만큼 펀드보수를 낮춰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마라톤펀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비롯해서 신영 삼성 우리투자 동양종금 하나대투증권 등에서 판매중이다.

박영암기자 pya840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4조623억원. 이달 초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삼성생명의 브랜드 가치다. 산업자원부 산하인 산업정책연구원은 지난 10일 ‘기업 브랜드 자산평가’에서 삼성생명이 금융회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은행권 1위와도 무려 1조5000억 원 차이가 났다. 삼성생명 총자산이 100조원으로 은행권 1위의 절반에 불과한 데도 브랜드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은 전사적인 ‘브랜드 경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삼성생명은 회사의 중요한 축이 되는 브랜드 두 가지를 선보였다. ‘브랜드 파워가 미래 경쟁력’이란 생각에서다. 그래서 첫 번째로 나온 결실이 바로 올 상반기 보험업계 흐름을 주도한 ‘Future 30+’(퓨처서티플러스)다. 하반기에는 연금상품 대표 브랜드로 ‘Freedom 50+’(프리덤피프티플러스)를 출시했다.
우선 ‘퓨처서티플러스’는 통상 가장이 되는 시점인 30세 전후부터 보장 자산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일반 사망 보험금을 높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프리덤피프티플러스’에는 고객이 은퇴 이후 자녀의 독립과 더불어 찾아오는 제 2의 인생 황금기를 미리 준비해서 자유로운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브랜드 철학이 깃들어 있다.

삼성생명 측은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은 강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성공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서티플러스

삼성생명이 올초 생보업계에서 처음으로 특정 상품에 붙인 마케팅 브랜드. 가족의 미래를 위해 가장이 되는 30세 전후부터 보장자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글로벌 PR컨설팅 기업 에델만의 CEO 리처드 에델만(Richard Edelman·50)은“한국 기업들은 해외 홍보에서 지나치게 광고에 의존하는 면이 있다”며“블로그처럼 현지의‘보통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PR에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번주에 중동 두바이에 다녀왔습니다. 뉴욕에서부터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리니까, 막상 뭘 배우고 가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실내 스키장과 아쿠아리움 식당 같은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더해, 무역과 관광에 기반한 성장 전략,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중략) 한 두바이 공무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두바이의 이미지는 완전히 파편화 돼 있다. 서로 연결되는 건 하나도 없다. 하나의 비전이 필요하다….’ 호화로운 빌딩과 경제 발전을 넘어선 무언가가 두바이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바이의 이미지와 현실. 2007년 9월 14일.

“시카고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 ‘이스트뱅크클럽’ 탈의실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우리는 30분 동안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잭슨은 이번 금융 위기로 집을 처음 장만한 이민 2세대 젊은이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우연한 만남. 2007년 11월 26일.



■중년의 스타 블로거 CEO

리처드 에델만(Richard Edelman·50) 회장 블로그에는 자기 회사나 고객기업들의 자랑이 넘쳐날 줄 알았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중년 신사 사진이 내걸린 화면은 사회 문제에 대한 단상과 통찰, 풋풋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보도자료만 가득하다면 누가 들어와 보려고 하겠습니까? 블로그는 CEO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글로벌 PR컨설팅 기업 에델만(Edelman)의 리처드 에델만 회장은 ‘스타 블로거’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6 A.M.’(http://www.edelman.com/speak_up/blog/ )에는 매주 1만~1만5000명의 네티즌이 들러 그의 철학을 읽고, 댓글을 달고, 에델만의 팬이 된다. 최근 국내 대기업의 해외홍보 전략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인터뷰 중에도 근질거리는 손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미국 PR전문 주간지 ‘PR Week US’는 리처드 에델만을 ‘2007년 PR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았다. 매년 초 그가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하는 ‘에델만 신뢰도 조사(Trust Barometer)’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그 해 홍보전략을 세운다.

그는 “‘보통 사람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홍보 매체는 자기 회사 직원”이라며 “매체가 변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신뢰도의 지형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자기와 같은 보통 사람의 말을 믿습니다. 권위 있는 미디어나 홍보회사 직원들의 메시지보다 가족이, 친구가, 블로거가 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 지를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와이프로거’(와이프+블로거)들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또 그들을 상대한 홍보 경험을 글로벌 무대에서도 활용하려 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살림 노하우를 갖고 ‘입소문 전도사’로 나선 30~40대 주부들의 역할은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된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졌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홍보 전략은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게 “해외 홍보에서 광고의 비중을 줄이고 현지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한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또 “한국 CEO들은 조금 더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시대

―오늘날 소비자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어떤 정보를 가장 신뢰하고 있나요.

“커뮤니케이션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소비자들은 1, 2개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었지만, 오늘날은 최소 7개의 미디어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하나의 미디어에 투자하는 상대적인 시간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제 광고 몇 개로는 별 효과가 없겠군요.

“몇 년 전에 광고 3개를 통해 해결됐던 일을 하려면, 이제는 50개의 광고가 필요합니다. 또 똑같이 1000명에 메시지가 도달한다 해도, 같은 효과를 보장할 수 없게 됐어요.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말이죠. 현재 미국 저녁뉴스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61세고, 시청자 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데 광고료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요. 다양한 채널을 통한 효율적인 PR전략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누구의 말을 믿나요?

“바로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입니다. 신뢰도의 지형이 변하고 있습니다.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a person like me)을 더 많이 믿고 있습니다. 더 이상 광고나 기업 CEO의 말을 믿지 않죠.”

―그러면 기업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에서 밖으로(inside-out)’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면 직원들이 그걸 보고 자기 회사의 명성을 확인하는 식의, ‘밖에서 안으로(outside-in)’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 방식으로 일하는 겁니다.”




■“최고의 홍보맨은 자사 직원들”

―좀 더 구체적인 예가 있나요?

“좋은 예로, 스타벅스 CEO는 자사의 바리스타(커피 전문가)들에게 커피 제조과정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가치와 미래 전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죠.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모든 것과 브랜드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더 중요한 건 다음인데요, 직원들이 고객들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스타벅스의 가치를 전하기 시작한 겁니다. 심지어 커피를 만들거나 카운터에 서있을 때에도 무의식 중에 고객을 설득하는 거죠. 이게 바로 ‘안에서 밖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입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 블로그를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홍보맨이 따로 필요 없어지는 건가요.

“가장 좋은 홍보맨은 그 회사의 모든 직원들입니다. 직원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자사의 정보에 대해 수평적인 관계 선상에서 대화를 많이 합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자기 회사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정보나 업계 소식을 전달하기도 하죠. 직원들은 누구를 만나든 끊임없이 ‘동시대’의 테두리 안에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각자가 걸어 다니는 매체입니다.”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 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왔는데, 그런 맥락인가요?

“네. 이제 기업은 대중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는 미디어로서의 기능도 수행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직원들과 제품 개발 및 판매, 관리, 통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직원들과 함께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한다는 사고 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대중이 만난다

―블로그 이야기를 좀 해 보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귀찮지는 않나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아요. 일을 하는 데도 많은 영감을 줍니다. 최근에 여행기를 올렸는데, 한 방문자가 ‘나도 거기에 있었다’는 댓글을 남겼더군요. 세상이 정말 좁다, 세상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죠. 블로그는 CEO가 대중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블로그를 홍보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많죠.

“MS는 1000여 명의 직원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기 회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있죠.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블로그를 이용하려고만 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믿지 않을 텐데요.

“만약 블로그가 또 다른 형태의 광고 수단으로 비춰진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블로그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려 하지 않을 겁니다. 네티즌들은 블로그 운영자와의 신뢰 관계가 깨지면 대화를 중단하고 즉각 떠나버릴 수 있습니다.”

―직원 블로그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요.

“블로그 운영자에게서 기업의 대변인과 같은 태도가 엿보이거나, 글에서 보도자료와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면 실패한 블로그입니다. 인위적인 냄새가 나는 형식적인 글들을 읽으려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개인의 경험담과 거기서 우러나오는 통찰력를 진솔하게 쓴 글은 가장 영향력이 큽니다.”



■“수퍼 스타 CEO는 가라”

―당신은 블로그 뿐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하는 CEO입니다. 일반 기업 CEO들은 홍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기업 외부에서 내는 CEO의 목소리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CEO들은 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경영진, 중간 관리층, 직원, 연구개발자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렇게 안에서 전달된 CEO의 목소리는 직원들을 통해 각기 차별화된 색깔을 지니고 밖으로 전달됩니다. 그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결국 직원들이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것이군요.

“맞아요. 기업 임원들은 고객을 설득하기 전에 자기 직원들부터 설득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먼저 회사 직원들에게 기업의 비전과 계획, 비즈니스 전략 등을 정확히 알리고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해요. 직원들은 기업에 대해 가장 신뢰도 높은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에서 밖으로’ 전하기 때문이죠.”

―홍보에 적합한 CEO 형이 있나요?

“CEO는 업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메시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는 역할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잭 웰치 같은 ‘수퍼스타 CEO’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늘날 CEO들은 ‘수퍼스타 CEO’와 ‘은둔형 CEO’의 중간쯤에서 전략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비즈니스뿐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동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잭 웰치가 지금 경영에 복귀한다면요?

“잭 웰치는 GE의 새로운 장을 연 주인공이고, 그 시기의 GE가 가장 필요로 한 리더였음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잭 웰치가 지금 시대에 돌아온다면, 이번에는 회사를 변화시키기 이전에 자기 자신부터 바꾸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비즈니스맨들은 예전 잭 웰치의 모습이 아닌, 잭 웰치가 변화할 모습을 배워야겠죠.”

―한국 CEO들은 대체로 언론이나 대중에 노출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더 높이려면 한국 CEO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필요가 있어요.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의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은, CEO에게 기업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전달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 CEO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정치적 이슈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환경과 에너지, 교육, 인권…. 전세계의 미래와 기업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슈들은 정말 많습니다.”

―기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에델만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 대부분에서 사람들은 정부보다 기업을 더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EO와 비즈니스맨들은 이 점을 기억하고 좋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크죠.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 해외 PR, “지나치게 광고에 의존”

―한국기업들의 해외 홍보는 어떤 수준인가요.

“한국 기업들의 해외 PR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을 고려하는 데는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TV나 신문이 아닌 블로그 같은 ‘사회적 미디어’에서 글로벌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스타나 유명인을 내세우는 대신, 보통 사람들에게 직접 듣고 그들을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늘려야 합니다.”

―한국은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입니다. 여기서 어떤 비전을 보시나요?

“한국의 IT 인프라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최고의 강점입니다. 싸이월드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가 활성화돼 있어서 낮은 비용으로 여러 전략들을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빠른 입소문 효과와, 재미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성향도 도움이 됩니다. 한국은 IT기반을 잘 활용하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세계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방문에 대해서도 블로그에 글을 쓸 계획인가요?

“한국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쓸 생각입니다. 경제력을 가진 전문직 30대 미혼 여성, ‘골드 미스’에 대해 쓰겠습니다. 낮은 출산율, 높은 사교육비로 대변되는 어머니들의 열정 같은 한국 여성들에 대한 정보들은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여성의 파워가 예전보다 월등하게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이와 같은 이야기들은,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에델만 회장은 인터뷰 다음날 블로그에 ‘미스 골드(Miss Gold)’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30대 미혼여성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 시스템, FTA, 대선 등 실로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즈니스맨이었다. 가끔씩 글 중간에 자신이 홍보하는 한국 기업의 이름을 살짝 집어넣는 일도 잊지 않았다.




[선정민 산업부 기자 sunny@chosun.com]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하기]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묻지마 대출' 나섰던 은행 돈줄 마르자 표변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유동성위기를 맞고 있는 은행들이 신규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느 때보다 "돈줄이 꽉 막혔다"며 극심한 돈가뭄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들의 '돈맥(脈) 경화현상'은 국민은행이 지난달 13일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에 대한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국민은행에서 시작된 중소기업 대출 중단 사태는 다른 은행들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극소수의 우량 기업 외에는 자금줄을 찾을 수조차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정책은 어떠한 철학이나 기준 없이, 단기 수익에 몰두해 밀물처럼 몰렸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을 보이면서 중소기업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올해 초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얼어붙자 은행들은 너도나도 중기대출 경쟁에 나섰고, 금융감독당국이 건전성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올 3분기 중기대출 연체율이 신한은행의 경우 전분기보다 0.27%포인트 상승한 1.24%, 하나은행은 0.32%포인트 상승한 1.32%, 우리은행은 0.1%포인트 상승한 1.11%를 나타냈다.

중소기업들의 돈가뭄 대란은 은행들의 자금난에서 비롯되고 있다. 예금이 펀드 등 증시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돈줄이 마른 은행들은 대출증가율이 예금 증가율을 앞서는 내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자금조달 여력이 떨어진 은행들은 중기 대출 이자를 높이고, 사실상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충북지역의 모 중소기업 사장은"물량이 몰려 신규 설비투자 자금을 대출 받으려고 해도 은행에서 싸늘한 반응만 돌아왔다"고 한탄했다.

문제는 이러한 돈가뭄 현상이 내년에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바젤Ⅱ(국제결제은행이 새로 마련한 자기자본제도)가 도입되면서 은행들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을 더욱 차등화해야 한다. 즉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오상훈 전문위원은"지금 중소기업 자금난은 추세적으로 시작 단계에 있으며, 내년에 은행들이 자금을 급격히 회수할 경우 최악의 돈가뭄 대란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로인해 중기대출의 경우 정부의 정책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책자금 투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 지원하는 은행 본연의 기능을 복구시키지 못한다면 금융권과 산업권 모두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아이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동아일보]

현 정권 말기를 맞아 요즘 경제부처는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데다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경제부처 통폐합으로 각 부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들은 현 정권의 ‘통치철학’ 기조에 맞춰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무리하게 도입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바꿀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경제 관료들은 새 대통령의 뜻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고, 때로는 지금까지 해 온 말을 뒤집어야 하는 ‘민망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인 재경부는 차기 대통령이 국민적 반발이 큰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稅制)를 바꿀 가능성이 높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갖가지 논리를 동원해 종부세 완화 등에 반대해 왔는데, 대선이 끝나면 ‘안면을 바꿔’ 종부세 완화 논리를 펴야 할 처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경부와 예산처를 합치는 방안,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떼어 주는 방안 등 다양한 정부조직 개편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어 이에 대한 논리 개발에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복지 및 분배 위주의 예산 편성을 합리화해 왔던 예산처와 부동산 거래 위축을 초래한 부동산정책을 펴 온 건교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인 공정위 등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겉으론 가급적 표시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속으로는 정부조직 개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과 새로운 정책기조에 맞는 논리를 개발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 정권의 무리한 언론정책으로 언론과의 의사소통이 거의 단절된 현실을 우려하는 관료도 적지 않습니다. 언론은 국민과 대화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창구인데 아무리 그럴듯한 논리를 찾아내도 국민과 새 정권 핵심부에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지요.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최근 사석(私席)에서 “어쩔 수 없이 권력 핵심부의 언론정책을 따르다 보니 언론과의 채널이 사실상 끊겨 정책 집행에 어려움이 많아졌다”며 “이같은 현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최근 들어 부처 내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내 손안의 뉴스 동아 모바일 401 + 네이트, 매직n, ez-i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해춘 우리은행장 '최우수CEO' 이어 '은탑산업훈장' 수상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다. 한해를 돌이켜보면 누군들 숱한 악재와 구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조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잘못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잘한걸 내세워 보상 받고 싶은 맘은 인지상정, '불도저'란 별명에 걸맞게 1년 동안 쉬지않고 진군했지만 최근 삼성 비자금 의혹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리는 우리은행 박해춘(사진) 행장의 맘이 그렇다.

3월말 취임한 박 행장은 취임 첫해를 자축해도 될 만큼 연말 상복(賞福)이 터졌다. 그는 18일 중소기업 주관 12회 중소기업금융지원상 시상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지원해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기여한 점과 중소기업지원 전용상품 개발, 중소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금융지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담보 위주의 대출보다 우수 기술력 보유 중소기업에 대해 기업지분투자(CEI) 등을 포함한 신용대출 지원을 꾸준히 확대했고, 일관지원 특화상품 '우리 V론'을 개발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14회 기업혁신대상에서 '최우수 CEO 상'을 받았다.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론으로 밀어붙인 '포스업'(FORCE-UPㆍ4S-UP) 혁신운동이 빛을 발한 셈이다. 포스업은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자체성장을 통한 총자산 200조원 돌파, 5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의 영광을 우리은행에 안겼다.

특히 '우리V카드' 출시 6개월 반 만에 150만좌 달성, 국내은행 최초로 중국 현지법인 개점으로 해외영업 가속화 등의 성과는 박 행장 특유의 저돌적인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박 행장 개인뿐 아니라 우리은행도 <더 뱅커>(The Banker)지가 선정한 '2007 한국 최우수은행'(12.3), 제2회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정통부장관상(11.14), 글로벌 베스트 콜 센터(10.23) 등의 상을 받았다.

그러나 상은 양날의 검이다. 축복과 기쁨 이면엔 수상에 걸맞은 기대와 책임이 따른다. "(각종 수상을 통해) 사랑 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은 내년 박 행장이 짊어지고 가야 할 묵직한 짐이기도 하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아이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머니투데이 대담=김성희 기자·사진=임성균 기자기자][[머투초대석]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보험회사에게 고객은 가장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다보면 해답이 보입니다. 고객의 권리는 기업이 먼저 지켜줘야 합니다."



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고객만족경영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김으로써 고객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또 한번 보험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보험금과 관련한 민원을 없애기 위해 고객과 일반인이 포함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민원심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다.

또 영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지급했던 보험금 내역을 다시 조사해 고객에게 덜 지급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돌려주고, 실효나 계약해지 후 찾아가지 않은 휴면보험금도 행정자치부에 의뢰, 소재를 파악한 후 모두 찾아주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고객이 외면하는 보험사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황우진 사장. 그를 만나 그의 남다른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보험금민원심사위원회를 설치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푸르덴셜생명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중심에 두고 보험금 지급을 판단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것이 민원이나 소송 등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최대한 객관성을 갖는 처리절차를 추가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로써 고객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기 위해 보험금 민원 심사위원회를 설치한 것입니다. 이 심사위원회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보험금민원심사위원회는 내년초 발족을 목표로 변호사 2인, 의사 2인, 푸르덴셜생명 고객 1인, 일반인 1인 등 총 6인의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임기는 1년, 2회 중임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보험금 지급에 불만이 있는 고객이 이의를 제기한 후 재심사에서도 고객이 의혹을 제기할 경우 해당건에 대해 이 심사위원회에서 재검토하게 됩니다.

민원심사위원회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로 따를 생각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면 안되는 건이더라도 심사위원회에서 지급하라고 결정을 내리면 즉시 지급할 계획입니다.

-과거 보험금에 대해 재검토해서 잘못 지급된 만큼 돌려주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푸르덴셜생명이 영업을 시작한 날부터 최근까지 고객에게 지급된 보험금 중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빠뜨리고 지급한 부분이 있는지 조사중입니다. 만일 그런 부분이 있다면 철저하게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참 꼼꼼하게 챙기려고 노력하는데도 간혹 그런 건이 있더군요. 그런 건을 찾기 위해 직원들이 날밤 새워가며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휴면보험금을 찾아주는 캠페인도 전개하는 걸로 아는데요.

▶우선 1차로 2001년 이후 계약건에 대해 휴면보험금을 조사한 결과 2만여건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중 은행 통장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통장이거나 주소를 이전해 연락하기 힘든 경우에는 금감원의 허락을 받고 행자부에 의뢰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거쳐 되돌려주고 있지요. 휴면보험금이 13원인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다 돌려주도록 지시했습니다. 저의 신념은 회사돈 100만원보다 고객돈 10만원이 더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1만6000여건에 대해 19억원을 돌려준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캠페인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푸르덴셜생명은 항상 '보험은 청약이 아니라 지급으로써 끝이 난다'는 신념아래 고객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그날까지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는 것을 기치로 삼아왔습니다. 사실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 등의 지급금은 수익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금융업계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푸르덴셜은 그동안 보험금 지급에 조금의 오차도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객과 회사 둘 다 놓친 경우가 추호라도 발생한다면 이런 지급건들을 스스로 찾아내어 주도적으로 고객에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고객이 알지 못해 미처 요구하지 못한 부분까지 회사가 먼저 돌려주겠다는 자세는 진정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푸르덴셜생명의 의지의 표현입니다.

-푸르덴셜생명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푸르덴셜생명의 강점은 윤리적인 생명보험 전문가인 라이프플래너(LP)와 정도의 길을 가고자 하는 회사의 철학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푸르덴셜의 LP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되고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 뿐 아니라 올바른 보험철학을 갖도록 교육이 이뤄집니다. 지식적으로나 고객을 위하는 철학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보험전문가라고 자부합니다. 또 하나의 강점은 회사의 철학입니다. 제대로 된 보험만이 고객을 도울 수 있다는 보험에 대한 철학과 항상 고객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고객에 대한 철학, 그리고 고객에게 신뢰받는 보험회사가 되고자 하는 경영철학이 강점입니다.

-한국 보험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현재 한국 보험시장의 취약점은 바로 보험 가입초기라고 할 수 있는 청약단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입니다. 보험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상품과 보험회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상품을 설계해 줄 수 있는 라이프플래너입니다. 또 단순히 청약만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보험금 지급까지 고객을 케어할 수 있는 장기간에 걸친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우리 푸르덴셜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평균 2번이상의 면담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설계하며 고객에게 추천해주는 상품을 고객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보험가입과정에서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 푸르덴셜생명, 골수기증시 보험금 지급
☞ 푸르덴셜생명 "최초가 아니면 안한다"
☞ 푸르덴셜 금융3사 공동 사회공헌재단 설립



대담=김성희 기자·사진=임성균 기자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인권오름]소유권과 인권의 관계는?

 [프레시안 홍기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인권'이라는 개념은 복잡한 여러 사상적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로 운위되는 것이 '인신의 자유'(habeas corpus)라는 것이다. 이 라틴어의 원 뜻은 "내 몸은 내 것이다"(I have my body)라는 말이라 하는데, 13세기 영국에서 생겨난 소위 대헌장(Magna Carta)에서 처음으로 하나의 헌법적 위치를 가진 구절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생겨난 구체적 맥락은 '인신의 자유와 영혼의 자율성'과 같은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이었다기보다 아주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형이하학적인 것에 가까웠다.
  
  당시 인신의 자유가 요구되었던 것은 '소유권'의 확립을 위한 한 장치로서 제기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당시 영국의 존 왕(King John)은 전쟁 등을 명분으로 하여 무척 무거운 세금을 물렸고 여기에 대해 반발한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뭉쳐서 왕이 함부로 신민들의 재산을 침탈하지 못하도록 왕권을 제한하는 것이 그 대헌장이라는 것의 역사적 맥락이었다.
  
  어째서 인신의 자유가 여기에서 관련이 되는가? 서구에서나 동양에서나 권력자가 인민에게서 재물을 뜯어내는 방법이 가렴주구(苛斂誅求) 혹은 글자 그대로 끌어다놓고 주리를 틀어버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재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렴주구와 같은 잔혹 행위를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했고, 여기에서 '인신의 자유'라는 생각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인권과 소유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는, 바로 이러한 대헌장의 정신을 고도의 정치 철학으로 발전 승화시켰던 존 로크(John Locke)의 자유(liberty) 개념에서 보인다. 그는 자유란 다시 세 가지 즉 '자유, 생명, 재산'(liberty, life, property)의 권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소유권이 '인신의 자유'와 동일한 정도로 인간 권리의 핵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즉 나의 인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해도 나의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소유가 없다면 그것이 아무 의미도 없게 된다는 생각이다.
  
  반대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산 속에서 노상 강도를 만날 경우의 상황이란 나의 인신의 자유의 위협과 나의 소유의 위협이라는 것은 두 개로 분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결국 내 인신을 건드리는 것은 내 소유를 건드리기 위함이요 내 소유를 건드리는 것은 곧 내 인신을 건드리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영미권 국가들에서는 다른 이의 사유지에 무단으로 침입할 경우 엄벌을 받을 수 있으며 때때로 그 땅주인의 총알 세례(!)를 감수해야 할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소유권을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 부여받는 가장 중요한 천부 인권으로 보는 관념은 영미 세계의 정치 사회 사상에서 지배적 전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뭔가 논리적 맹점이 있다. 대헌장이나 존 로크의 저작이 상정하고 있는 사회 상태는 군주가 신민을, 또 인민들 각자가 서로서로 인신과 재산을 마구 노리는 늑대와 같은 상태이다. 이렇게 정글과 같은 사회 상황에서는 소유권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하나의 '인권'의 차원으로 올라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질서가 정돈되고 고도로 발전된 법과 제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과연 소유권은 '인권'인 것일까?
  
  실제로 루소나 칸트와 같은 대륙의 사상가들은 소유권이란 공동체 전체의 권위에 의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법적 인정을 받을 때 완결되는 권리라고 보고 있다.
  
  즉 개인이 아기로 태어날 때 옥황상제에게서 받아오는 '천부 인권'이라기보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사회 그리고 국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나마 공공의 이익과 권리가 우선할 경우 그 개인에게 주어졌던 소유권은 사회로 회수될 수도 있는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소유의 가장 중요한 형태가 토지였던 농경 사회와 달리 고도로 발전한 산업 사회에서는 어떤 것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그다지 투명하게 보일 때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올해에 예상을 뛰어넘는 순이익을 올렸다고 해보자. 이것이 주식 배당금으로 주주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직원들의 임금 상승이나 상여금으로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장비에 투자하는 쪽으로 써야 하는가 아니면 회사의 금고에 그대로 쟁여 두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각각의 경우에 따라 국가는 어느 만큼씩 세금을 거두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는 결코 "모든 이들은 인신의 자유를 갖는다"와 같은 간단명료한 문장의 원칙 하나로 풀어내기에는 턱없이 복잡한 것들이다.
  
  만약 소유권이 '천부 인권'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법적 제도적 질서에서 만들어지는 인공의(artificial) 권리라는 것이 분명하게 된다면 이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엄청난 논쟁과 논의의 장으로 들어가는 판도라의 상자 열기와 같은 일이 된다.
  
  개인은 어떤 근거에서 또 어느 정도까지 또 어떤 방식으로 소유권을 보유하게 되는가. 그가 사회에 지는 책임은 무엇인가. 프루동이 갈파했던 것처럼 어느 개인의 소유권이 타인의 '인권'까지 침해하는 정도로 확장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
  
  실제 20세기 선진 자본주의 각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발전사가 파란만장하게 펼쳐져왔고 그 결과 나타났던 20세기 자본주의의 모습도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21세기 들어와 이러한 추세가 역전되고 영미의 소위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소유권을 초법적인 위치의 '인권'의 차원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유권을 놓고 복잡하게 발전했던 각종 제도와 규제 장치들이 모두 사라지고 단일의 주권으로서 그것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들은 판도라의 상자 맨 밑의 '희망'까지 튀어나와 모든 민중들의 머리를 사로잡기 전에 재빨리 상자를 닫아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홍기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mendrami@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머니투데이 오상헌기자][이명박 대통령만들기 1등공신들...중진·소장·정책·실무그룹]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누굴까. 정치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한 이 당선자가 제 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데는 지근거리에서 뒷받침한 측근들의 역할이 컸다.

선거전 주요 고비마다 자문하고 조언한 중진그룹, 전면에서 대선전을 이끌어 온 소장그룹, 각종 공약을 빚어 낸 정책그룹, 수면 밑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발로 뛴 실무그룹 멤버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6인회의' 중진들 막후실세= 우선 막후에서 든든히 이 당선자의 후원자 역할을 한 중진들이 눈에 띈다. 선거전 중반 공식 해체된 이른바 '6인회의' 멤버가 대표적이다. 이 당선자와 함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고문, 이재오 최고위원, 박희태, 김덕룡 전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구성된 막후 실세 그룹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모든 의사결정에는 이들의 자문과 조언이 녹아 있었다. 멀게는 선대위 인선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 해소 과정이 그랬다. 가까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명박 특검법' 수용에도 이들 6인회의 멤버들이 관여했다.

이 국회부의장과 박, 김 전 선대위원장은 당의 외연 확대와 외부 인사 영입을, 최 고문과 이 최고위원은 전략 부문을 맡아 선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갤럽회장 출신인 최 고문은 막후에서 이 당선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선대위원장의 경우 곧 구성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유력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와의 당내 갈등 과정에서 '토의종군(土衣從軍)'을 선언하고 2선 후퇴한 이 최고위원은 대선 이후 전면에 다시 서 이명박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을 지켜라' 소장그룹= 중진 그룹이 장막 뒤에서 이 당선자를 도왔다면 소장그룹은 '전위대' 역할을 했다. 선대위 전략기획팀을 총괄한 정두언 의원, 이 당선자의 '입'으로 활동한 박형준 대변인, 나경원 대변인, 24시간 이 당선자를 보좌한 임태희 비서실장, 주호영 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이 소장 그룹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이 후보의 '복심'으로 통하는 정 의원은 최고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부지사를 맡은 이래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의 또 다른 '복심'이다. 섬세한 논리와 언변으로 이 당선자를 충실히 대변해 경쟁 후보들의 공세를 막아냈다. 전략 수립에도 관여하는 등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임 비서실장과 주 비서실 부실장 역시 이 당선자가 대권을 얻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소장 그룹은 아니지만 선대위 살림을 책임 진 이방호 사무총장과 당내 BBK 대응을 총괄한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도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이다.

◇'정책 아이디어 번뜩' 정책그룹= 이 당선자의 모든 공약은 정책 파트의 '브레인'들로부터 나왔다. 대표적인 '싱크탱크'는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과 곽승준 고려대 교수.

강 전 차관은 이 당선자의 대표 공약인 '대한민국 747(7% 성장, 4만불 소득, 10년내 7대강국)'과 '한반도 대운하'를 손질했다.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책조정실장을 맡았다.

곽 교수는 정책기획팀장을 맡아 이 당선자가 정책 공약을 갈무리하는 데 '코디네이터(조정자)' 역할을 담당했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 정책실장 1순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당선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당 선대위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도 대표적인 '정책 브레인'이다. 황 전 회장의 경우 이 당선자와 경제철학이 가장 잘 맞는다는 게 당 안팎의 전언.

이밖에 학계에서는 강명헌 단국대 교수(금산분리, 출총제), 박진근 연세대 교수(거시, 외환정책),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국제경제), 채희율 경기대 교수(금융),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조세), 이만우 고려대 교수(재정)가 돕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윤영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예산20조 절감), 신동규 전 수출입은행장(금융)이 공약 가다듬기에 손을 보탰다.

현역 의원으로는 정책상황실장인 이주영 의원, 윤건영, 최경환 의원, 이주호(교육), 고경화(복지) 의원 등이 정책 파트에서 역할을 담당했다.

◇"화려한 조명은 없지만" 실무그룹= 중진그룹, 소장그룹, 정책그룹과 달리 화려한 조명도, 스폿라이트도 없는 무대 뒤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실무진들이다. 밤낮을 지새워가며 이 당선자의 손과 발이 된 실무그룹이 이 당선자의 대권 획득에 최대 공신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태근 수행단장, 김춘식 특보부단장, 강승규 커뮤티케이션팀장, 박영준 네트워크단장, 김희중 일정담당 비서관 등은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때부터 호흡을 맞춰 온 멤버다. 이태규 전략기획팀장, 은진수 법률지원팀장 등의 비중도 크다.

홍보 실무 라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경선이 끝날 무렵 뒤늦게 합류한 언론인 출신 이동관 공보실장, 박흥신 공보 부실장이 대언론 창구를 맡았다.

국회 도서관장을 지낸 배용수 공보특보와 서울시장 정무 보좌관을 지내 이 당선자의 '복심'으로 불리는 조해진 공보기획팀장, 송태영 팀장은 경선 캠프에서부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오상헌기자 bborira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