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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미친 소'… '뇌송송 구멍탁'… '명박산성'…
광우병 위험 부풀린 '선전 구호' 쏟아졌지만
정부는 "안먹으면 될것" 단순대응으로 일관
지난해 7월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을 때만 해도 미국 쇠고기 논란은 ▲한우 농가의 생존권 보장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파의 반발에 대해 ▲질 좋은 쇠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먹을 권리가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고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4월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왜곡논란을 빚고 있는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4월 29일)이 분위기 반전을 주도했으나, 분노심과 광우병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일부의 '선전 구호'가 제대로 대중에게 먹힌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단체나 정치적 성향의 인터넷매체와 포털 커뮤니티의 선정적인 '말 짓기', 정치적 '프로파간다(선전)'는 차분한 논리적 분석보다는 감성에 먼저 호소했다. 이런 구호에 대해 정부와 지도층은 "안 먹으면 될 것 아니냐" "문제 없다" "사탄의 행동이다" 식의 단순하거나 어리석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말(言)의 전쟁'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일부 단체가 공포심을 부풀리는 수사(修辭)로 사용한 것 중 하나가 '미친 소가 몰려온다'. 지난해부터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만들어 사용한 말로, '미친소, 미친정부, 국민들은 미치겠다'(지난 4월29일 유인물) 등의 용어로 발전하면서, '미국 소=미친 소=광우병 소'라는 단순도식을 만들어냈다.
'미국 내 치매환자가 약 500만명 가량인데, 이 중 25만~65만명(5~13%)이 인간광우병으로 추정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뇌송송 구멍탁'은 중장년층의 치매 공포증과 광우병을 연결시키며 이들 세대를 흥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고기 0.01g만 먹어도 죽는다', '채식주의자라도 화장품 하나 잘못 바르면 죽는다', '라면 스프만 먹어도 죽는다' 같은 말은 특히 감성에 민감한 청소년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이런 주장들 역시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려를 단순하게 포장해 대중을 자극한 말이다.
'미국 FDA가 소의 특정 위험부위를 모든 동물의 사료로 쓰는 것을 금지했고, 이 조치에 따라 한국이 쇠고기 수입을 확대했다'는 로이터 통신 기사를 데일리 서프라이즈가 '애완견보다 못한 한국인?'이라는 제목으로 올리고, 이어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토론 게시판 등으로 전파되면서 '미국에선 (쇠고기를) 개도 안 먹는다'로 변형됐다. 이 논리로라면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인도 '개도 안 먹는 것'을 먹는 셈이지만, 이런 주장은 쇠고기와 반미감정을 엮는데 '제대로' 성공했다. '우리 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같은 반론이 있을 수 없는 정언명제는 '우리는 살인에 반대한다'는 문구처럼 당연한 것이었지만, '가정 건강을 책임진 주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호였다.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중의 하나인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역공격한 '광우병 프렌들리 정부', 공권력을 조롱하는 '명박산성', "정부 청사 구내 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를 올리겠다"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말에 기획재정부 공무원 노조가 내건 피켓의 문구인 "공무원이 마루타냐", 공무원 노조가 낸 반대 성명서에 나온 "공무원이 임상실험대상이냐" 같은 말 역시 정권의 무능을 한껏 강조하는 수사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심재철 교수는 "'검역주권 포기', '미친소 수입하는 정부' 같은 과장된 구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걸 보면 정부 내에 과연 위기관리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성희 교수는 "효과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정책을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정의(define)하는 어휘를 정부가 선점해야 한다"며 "그러나 '강부자, 고소영 내각' 같은 어휘가 이명박 내각을 먼저 정의해버렸듯이, 촛불 정국에서도 줄곧 어휘와 문구들을 대중에게 선점당했다"고 말했다.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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