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때 국고채수익률이 6%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이는 2002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사실 금리상승은 연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고 이러한 금리상승의 밑바탕에는 경기회복이라는 재료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상승이 가계에 큰 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도 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 경기회복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금리상승세는 경기회복으로 설명하기에는 분명 지나치리만큼 폭이 크고 속도가 빠릅니다.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와 펀드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펀드 열풍이 불면서 ‘묻지마’ 식의 투자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초 5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주식형 펀드 규모가 지금은 100조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소위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투자의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 시대의 대세이기는 하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입니다. 지나침이 결국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들은 자금부족으로 비상이 걸렸고, 결국 모자라는 자금을 은행채나 CD를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금리가 경기회복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금리 급등현상은 당장에 6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금리상승의 충격을 바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반길 일입니다. 하지만 금융시장 쏠림현상 때문에 지나치게 금리가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그 동안 펀드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급격하게 이탈해 또 다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금리가 급등세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자금 쏠림 현상이 해소돼야 합니다. 먼저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은 은행채나 CD 발행을 통해 손쉽게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펀드판매에 열을 올리는 제 살 깎기 경쟁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적극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도 경직적인 유동성 죄기로 일관하기 보다는 자금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적 금리상승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시류에 편승하는 투자를 자제하고 쏠림현상이 해소될 때 발생할 위험을 생각하는 냉철한 투자 자세가 요구됩니다.

CBS 객원해설위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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