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확산된 '촛불정국'을 계기로 포털에 대한 색깔 논쟁이 기승을 부리는 한편 뉴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종이신문과 포털의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조·중·동은 닷컴 자회사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든지 오래됐습니다. 2008년 6월 코리안클릭의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뉴스/미디어' 분야에서 중앙일보의 조인스닷컴이 1위, 조선일보의 조선닷컴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오프라인의 영향력을 통해 그 힘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려는 조·중·동과 포털의 갈등 관계는 다층적으로 따져보고 분석해봐야 할 일입니다.
우선 촛불집회로 불거진 색깔 논쟁과 뉴스의 진실성 여부가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지난 4월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터넷 포털에는 이와 관련된 뉴스와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그 와중에 국내 포털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다음의 색깔이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네이버는 조·중·동 기사만 내보낸다"며 "네이버가 보수적 색깔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다음에 대해서는 아고라 등을 통해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고 제대로 된 민심(民心)을 반영했다는 네티즌 평가가 우세한 편이었습니다. 다음을 네티즌 편으로 위치짓고 네이버를 보수 성향이 강한 신문들인 조·중·동과 같은 미디어로 평가하며 '조·중·동·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음과 네이버를 바라보는 네티즌의 평가 대상으로 삼은 것은 조금 달라보입니다. 다음의 경우는 미디어다음을 보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다음의 토론광장인 '아고라'가 그 평가 대상인 것 같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토론광장이 없습니다.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평가하는 대상은 네이버 뉴스홈인 것 같습니다. 뉴스홈은 말그대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공급받아 네이버 자체 편집을 통해 보여지는 것을 말합니다.
'아고라'는 생생한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말해지는 곳'이었고, 네이버는 뉴스홈은 기성 언론이 만든 뉴스가 '보여지는 곳'인데, 이 '말해지는 곳'과 '보여지는 곳'에 대한 평가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네이버가 주요하게 노출하는 기사를 두고 한쪽으로만 편향된 뉴스를 내보냈다는 네티즌의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로인해 네이버가 적잖은 네티즌들로부터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볼 때 '토론광장'과 '뉴스'라는 서로 다른 대상에 대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며 논란을 벌였던 것입니다.
토론광장은 말그대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네티즌, 즉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도 있죠. 인터넷 공간의 큰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사실과 다를 때 토론광장은 흙탕물로 일그러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의 광장은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불거진 문제는 네이버를 '조·중·동·네'로 싸잡아 비판하게 되는 것과 연결되는 편집권에 있습니다. 이는 또 다음과 조·중·동이 뉴스 공급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선일보 TCN미디어 박창신 대표는 "그동안 뉴스저작권과 편집권을 두고 다음 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며 "그 부분에 대한 진척이 없기 때문에 뉴스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론사로서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뉴스에 대해 저작권과 편집권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포털과 연간 계약을 통해 일정정도 비용을 받고 포털에 뉴스를 공급했습니다.
예컨대 A매체가 다음과 연간 뉴스공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합니다. A사는 다음에 뉴스를 제공하고 다음으로부터 일정정도 뉴스제공에 대한 비용을 받습니다. 그 댓가는 신문사와 방송사 등 매체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처음 언론사들은 포털에 뉴스 공급하는 것을 두고 이익을 얻는다고 봤습니다. 즉 어치피 생성되는 뉴스를 포털에 제공함으로써 부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러나 포털이 뉴스콘텐츠를 통해 클릭수를 높이고 광고수익이 증가하면서 문제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오프라인 언론시장이 좁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죠. 조선·동아·중앙일보가 조선닷컴, 동아닷컴, 조인스닷컴 등 닷컴 회사를 설립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포털과 관계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조·중·동 닷컴회사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포털과 협력하는 시장이기 보다는 경쟁하는 상황으로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매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죠.
매체사들이 포털을 대상으로 적정한 뉴스 제공에 대한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중·동이 중심이 된 새로운 뉴스포털 서비스인 '뉴스뱅크'가 시작되는 등 뉴미디어 환경은 복잡하게 변화해 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편집권입니다.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뉴스에 대한 편집권은 언론사에 있기 때문에 포털이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포털의 색깔 논쟁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포털의 주요뉴스에 어떤 기사가 나가느냐에 따라 포털의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한 포털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문제 전혀 없어'라는 B매체의 기사와 '미국산 쇠고기, 검역 체계 허점 드러나' 등의 C매체의 기사가 있는데, 포털이 이 둘 중 어느기사를 주요기사, 혹은 홈톱기사로 올리느냐에 따라 네티즌들이 포털을 바라보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죠. 주요기사로 올리는 역할은 포털의 편집자들이 합니다.
네티즌들이 해당기사를 읽고 이 기사는 B매체의 기사, 저 기사는 C매체의 기사구나 생각하기 이전에 특정 포털이 보여주는 기사라고 판단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촛불정국속에서 네이버가 네티즌들로부터 비판받은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조·중·동 기사만 주요 기사로 취급했다는 것이죠. 네이버로서는 진퇴양난입니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 왔던 네이버가 네티즌들로부터 정치적 중립이 아닌 핫이슈를 피해가려 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죠.
네이버가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일 NHN 최휘영 사장은 "앞으로 네이버 초기화면의 뉴스박스를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사들이 자체 편집한 내용을 이용자가 선택해 뉴스박스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최 사장은 "네이버 초기화면의 콘텐츠 구성을 이용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오픈캐스트(OpenCast)' 서비스를 하반기에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는 뉴스와 관련해 어떤 자체 편집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TCN미디어의 박창신 대표는 다른 포털에 대한 뉴스공급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네이버는 최근 편집권을 언론사에게 위임하는 등 언론사의 입장을 받아주고 있다"며 다른 포털에 대한 뉴스공급 중단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조·중·동과 정보유통자인 포털의 싸움은 쉽게 결론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 공급 중단은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을 쓸 공간을 제공한 다음에 조·중·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조·중·동이 인터넷 뉴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포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체 역량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죠.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미디어 시장은 조·중·동이 이끌겠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 논란의 중심에 가장 중요한 독자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입니다.
조·중·동이 다음에 뉴스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아무 이유없이 해당 언론사 뉴스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조·중·동과 다음의 갈등속에서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 "조·중·동 뉴스를 다음에서 볼 수 없으면 오히려 더 잘 된 일"이라며 반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뉴스공급이 중단된다면 이용자들로서는 황당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석종훈 사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속에서 다음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뉴스공급업자가 뉴스를 중단하겠다고 한다는데 다음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그동안 많은 네티즌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됐고 그 바로미터를 통해 토론과 이슈 등이 벌어졌습니다.
세상을 보는 창의 주인은 독자입니다.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도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뉴미디어의 변화속에서 그 중심에는 이용자, 즉 독자들의 편의성이 강조돼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기득권만을 생각한다면 그 방향성은 아무래도 잘못된 곳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여론독점의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모습입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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