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가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한 뮤지컬의 작가로 데뷔해 화제다. 분당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양혜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못다 이룬 문학소녀의 꿈이 국악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에 녹아 있다.

국악, 뮤지컬과 만나다 지난 2006년 가을, “창극 대본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남편의 말이 시작이었다. 양혜란 교수(35)의 남편은 국립국악원 정악단 김창곤 부수석이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즐기는 아내를 유심히 본 남편의 제안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무슨 일인지 이야기가 술술 써지는 거예요. 평소에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그걸 이야기해보기로 했죠.”

대강의 줄거리를 잡고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금방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극본으로 태어나는 과정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소설 습작을 몇 번 한 적은 있지만 극본은 처음이었고 거기다 익숙하지 않은 창극 대본이라 더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편이 국악인이라 국악은 자주 들었는데 대본을 창극에 알맞은 형태로 만들다 보니 장단이라든지 운율이라든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더라구요. 대사는 제가 쓰고 운율과 장단은 국립창극단 이영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어요.”

남편과 여러 국악인들의 도움으로 글은 점점 창극 대본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갔다. 병원 진료에 강의, 학회까지 바쁜 스케줄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도 작품을 낳을 수 있었던 건 글 쓰는 즐거움 덕분이라고 한다.

“주로 집에서 글을 썼거든요. 한번 집중해서 쓰기 시작하면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어요. 바쁜 일정에 힘들었지만 정말 즐겁게 글을 썼던 시간이기도 해요.”

그렇게 태어난 ‘러브 인 아시아’는 2007년 초 경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공모’에 당선돼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공모전에서 받은 1천만원의 상금으로 각색을 한 번 더 하고, 여름 동안 준비해 가을에 경기도 안산에서 초연을 했다.

“남편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일단 글 쓰는 게 즐거웠고, 그래도 시작이 중요하니까 혹시나 무대에서 공연된다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러브 인 아시아’가 처음 공연됐을 때, 머릿속에서 꿈꾸던 이상의 인물들이 무대 위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 양혜란 교수는 그 누구보다 감동을 받았다. 극본을 쓴 작가로서의 감동도 있었지만 연극을 본 관객으로서도 신명나는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창극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즐거운 무대를 선보인 ‘러브 인 아시아’는 작년 안산 공연에 이어 올 4월 국립극장 무대에도 올려졌다.

“창극은 아직 대중화되기 어려운 장르예요. 영화나 뮤지컬이 있기 전만 해도 우리에게는 판소리가 대중문화였잖아요. 그게 어느 순간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하고 이제는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소수의 문화가 된 것이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창극의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국악과 뮤지컬을 합친 퓨전 창극이에요.”

작품 안에는 판소리와 뮤지컬뿐 아니라 베트남과 몽골 음악도 들어 있다. 각각의 음악들이 인물들의 상황과 심정에 맞게 표현됐는데 특히 시어머니의 한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판소리가 제 역할을 했다. 우리 정서를 살리는 데는 창만큼 좋은 것이 없다.

“판소리 작창은 이영태 선생님이 해주셨어요. 여러 인물들의 갈등과 긴장감을 국악이 정말 효과적으로 표현했죠. 작품 속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그렇듯 여러 국적의 음악들도 하나하나 조화롭게 섞였어요. 그냥 연극으로 풀었으면 정말 진지하고 어려웠을 텐데, 창극이 흥을 살렸죠.”

문학소녀에서 의학도, 다시 작가로 양혜란 교수는 학창 시절 문학소녀였다. 별명도 책벌레였다. 그래도 전문적으로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본 연극 한 편에 마음이 흔들렸다.

“작은 극단의 연극이었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작가로서의 유혹을 느꼈죠. 그때부터 조금씩 습작도 하고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이미 이과로 진학을 결정한 상태에서 문과로 바꿔볼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결국 의대에 입학을 했지만 공부와 시험에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실제로 인턴 끝나고 1년 정도 쉬었어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었죠. 1년 동안 쉬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글도 쓰고. 작가로 전향을 할지 고민도 했는데 욕심이 많은 성격이라 소설로는 만족을 못할 것 같더라구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하고 싶은 것 말고 잘하는 것도 하자’였다. 그렇게 의사가 되고 남편을 만나 행복을 느끼면서 글에 대한 욕심은 서서히 줄어드는 듯했다.

“그래도 가끔 제가 글 쓰는 걸 그리워하니까 남편이 잘 알아줬던 것 같아요.” ‘러브 인 아시아’도 남편의 외조가 없었으면 태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양 교수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부부는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의사와 국악인, 언뜻 생각하면 쉽게 연결되지 않는 직업이지만 두 사람 모두 첫눈에 반해서 세 번째 만난 날 남편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결혼에 골인한 건 100일 만이었다.

“결혼식을 국악원에서 했어요. 남편이 ‘춘향전’의 사랑가에 제 이름을 넣어서 불러줬는데 너무 행복했죠. 편지도 써서 읽어주고, 그렇게 결혼식 때부터 지금까지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요즘엔 초등학교 1, 2학년 두 딸과 함께 ‘러브 인 아시아’ 연습실도 가고 리허설도 본다. 바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데,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가 최고’라며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들어준다. 우리 가족이 행복한 것처럼 다문화 가정도 행복했으면 하는 게 바람, ‘러브 인 아시아’가 태어나게 된 계기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 ‘러브 인 아시아’는 한국에 시집온 아시아 지역의 며느리들과 전통을 고수하는 시어머니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글이라는 것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어나는 것인 만큼 ‘러브 인 아시아’에도 양혜란 교수가 겪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경험이 녹아 있다.

“어렸을 때 옆집이 다문화 가정이었어요. 아버지는 중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이셨죠. 그 집 딸들이랑 친했거든요. 그때 처음 중국어나 중국 문화를 접했어요.”

두 딸도 어렸을 때 조선족 아주머니가 돌봐주셨다.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일을 그만두셨지만 그분과도 이런저런 추억이 많다.

“조선족분들은 대부분 한국에 올 때 가족이나 친지들이랑 같이 들어오시더라구요. 아주머니도 조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는데 시골로 시집간 조카가 남편 폭력 때문에 도망 나와 한동안 우리 집에서 같이 지냈어요. 한국으로 시집와 남편 폭력에 고통받은 조선족, 동남아 신부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제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대병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의 특성상 병원에서 진료를 할 때도 다문화 가족을 많이 만난다. 영어권이 아닌 제3세계 국가에서 온 가족들은 병원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아이가 아파 병원에 온 경우는 아이의 상태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더 애가 탄다. 언어의 벽에서 오는 소통의 단절은 양 교수가 가장 많이 느끼는 안타까움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은 병원에 오게 되면 많이 답답해하세요. 우리도 아이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니까 안타깝구요. 아직 병원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에 대한 통역은 쉽지 않거든요. 제3세계 언어를 쓰는 분들도 신속하게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다문화 가정이라면 여전히 선을 긋고 벽 너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 사람들이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문제’로 느꼈으면 하는 것이 양 교수의 바람이다. ‘러브 인 아시아’도 그런 바람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어둡고 우울한 내용일 거라고 오해하세요. 신문이나 뉴스에 그런 부분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눈높이를 다문화 가정에 맞췄을 뿐이지 ‘러브 인 아시아’는 우리와 같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예요.”

작품에는 싸우는 장면이 없다. 갈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 갈등을 해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곳곳에 숨겨져 있긴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정도다. 편견을 버리고 공연을 즐기다 보면 마지막에는 신명나게 어깨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은 선입견 없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보시는 분들이 즐겁다, 재밌다고 느끼면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만큼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함께 나누는 행복, 소통과 이해의 의미.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진정으로 그 가치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 더 밝게 좀 더 따뜻하게 우리 이웃의 모습을 바라보면 행복한 우리의 모습도 한 발짝 가까워질 것이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아이디어의 보물섬! 한국아이디어클럽(www.idea-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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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상 3팀 : 상금 50만원 및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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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건설이 연구한 샴하우스 모형. 최근 각 시ㆍ도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 미관을 이유로 '성냥갑' 아파트를 심의에서 무더기 탈락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디자인 재수를 피하기 위해 디자인 개발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반면 일부 건설사는 확실한 브랜드 차별화 기회라며 디자인 연구를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가 코오롱건설이다. 코오롱건설은 미 코넬대 시로 나질(Ciro Najle) 교수와 건국대 건축대학원 하태석 교수의 공동 책임 아래 6개 한ㆍ미 건축대학 연합팀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주거공간과 복리시설, 조경을 연결한 '네트워크 하우징'을 개발했다. 또한 2005년부터는 20여 명의 사내 태스크포스(TF) '디테일 커뮤니티'를 구성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GS건설은 건축ㆍ디자인학과 대학(원)생, 교수, 임직원으로 구성된 디자인 워크숍 '자이 디자인 피에스타(Fiesta)'를 통해 미래 주택문화를 연구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학생과 주부를 상대로 매년 '래미안 디자인페어'를 열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ㆍ홍콩ㆍ호주ㆍ이탈리아 등 해외 디자인 업체와 손잡고 새로운 아파트 모델을 개발 중이다. '욕실ㆍ주방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하고 있다.

대림건설 역시 경원대 마영범 교수를 영입해 한국적 정서를 강조한 '생태학적 인테리어 디자인 구현'을 목표로 새로운 아파트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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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최 잠실종합운동장서


서울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세계디자인올림픽이 10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서울을 세계 디자인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디자인 문화 종합축제인 `세계디자인올림픽(World Design Olympiad SEOUL 2008)'을 10월10일부터 30일까지 21일 동안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디자인올림픽은 세계디자인의 미래 청사진과 서울의 전략을 논의하는 `서울디자인 콘퍼런스', 다양한 창작품 및 국내외 디자인 작품이 전시되는 `서울디자인 전시회', 시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하는 디자인 축제 한마당인 `서울디자인 축제', 국내외 작품 경연을 통해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서울디자인 공모전', 서울의 창의성, 역동성, 기술력을 상징하는 `서울 빛축제' 등의 행사로 구성된다.

시는 공모를 통해 미국 휴스턴 대학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권은숙 교수를 세계디자인올림픽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권 감독은 앞으로 디자인올림픽의 주제, 행사 기획 및 추진, 평가를 총괄하게 되면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디자이너와 작품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는 앞으로 매년 한 차례씩 서울에서 세계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디자인 행사들이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인계의 행사였다면 세계디자인올림픽은 시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지향한다"며 "88올림픽이 열렸던 잠실운동장에서 세계디자인올림픽을 개최해 서울이 디자인으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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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오늘을 사는 한국 남성과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직장에서 남자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당찬 여성이 최근 늘고 있다. 또 외모를 잘 가꾸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성이 인기다.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 전통적인 남성·여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요즘 남성·여성의 모습이다.

# 요즘 여자 ‘알파걸과 골드미스’

대학 3학년생인 A(23·신문방송)씨는 과에서 항상 1등이다. 그렇다고 도서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키 동아리 회장인는 A씨는 영어 실력도 뛰어나 영어말하기 동아리 대표 제의까지 받았다. 주말에는 복지관으로 봉사활동도 다닌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절약 UCC(손수제작물) 공모전, 기업체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3월에는 휴학하고 6개월 동안 기업체에서 인턴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치과의사인 B(34·여)씨는 사회생활 10년차로 연봉이 8000만∼1억원이다. 미혼인 그는 강남의 3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피부·몸매 관리는 기본, 주말마다 골프를 치고 1년에 한두 차례 길게는 보름가량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쉬는 날에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다. 마음이 맞는 남성이 나타날 때까지 여유로운 삶을 즐길 계획이다.

A씨는 요즘 말하는 ‘알파걸’, B씨는 ‘골드미스’다. 알파걸은 학업과 운동, 리더십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여성, 골드미스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미혼여성을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를 보면 골드미스는 2001년 2152명에서 2006년 2만7233명으로 5년새 12배나 급증했다.

요즘 여성들은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난해 사시 합격생의 35%, 외무고시 합격자 10명 가운데 7명, 행정고시 합격자 절반이 여성이다.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지난해 실시한 한 의식조사에서 미혼여성의 62%가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아직 일부 영역에서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성들보다 훨씬 독해져야 하고, 10배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알파걸의 등장은 이런 우리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요즘 남자 ‘베타남과 애완남’

회사원 C(30)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으로 연간 수입이 억대에 달하는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도맡기로 했다. 아내가 사무실에 나가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식사를 챙기며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그는 요즘 인터넷에서 뜬 조리법을 찾아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개인 사업을 하는 D(36)씨는 여성보다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넥타이핀이나 커프스버튼, 목걸이는 물론이고 착용하지도 않는 반지나 팔찌까지 사 모을 정도다. 머리 스타일이나 옷에도 유독 신경을 많이 쓴다. 벌써 2년째 피부·손톱관리를 받고 있다. D씨는 외모에 신경 쓰면서 사업 파트너들에게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다며 만족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브레드 위너(Bread Winner)’, 즉 밥벌이 역할이 강조돼 왔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아내가 능력이 뛰어나면 과감히 ‘전업주부(主夫)’를 선택하는 남편이 많다. 통계청 조사에서 일하지 않고 육아·가사만 하는 남성들은 2006년 15만명으로 3년 새 42.5%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을 ‘트로피 남편’이라고 부르며,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알파걸을 내조하는 남성을 ‘베타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예쁜 남성의 모습도 대세다. 꽃미남으로 시작해 ‘훈남(친절하고 부드러우며 자상한 미남)’, ‘애완남(여성들이 애완동물처럼 귀여워해 줄 수 있는 남성)’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실제 한 케이블TV에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출연을 신청한 30대 싱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20대 남성을 ‘애완견’ 키우듯 보살피며 생활하는 내용이다.

서강대 정유성 교수(교육문화학)는 “남성들이 잃어버렸던 정서적 측면을 되찾고 있다”며 “남성들도 보살핌이나 돌봄 등 그동안 서툴렀던 역할들을 점차 배워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남녀 다양성 존중 문화 정착돼야

전문가들은 알파걸 등이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발전 과정에서 어디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서울대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가 성역할의 해체를 겪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도 더 이상 남성이 자신을 평생 보장해줄 수 있는 존재로 기대하지 않게 되면서 자기 생을 개척하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교육 기회를 갖게 된 것과 수평적인 가정 내 부부 관계의 모습을 보며 남녀 상을 배운 것도 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남성학연구회 정채기 회장(강원관광대 교수)은 “남자들은 항상 남자다워야 하고,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혼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남녀 관련 신조어의 변천

●1998년=▲남존여비(男存女悲):IMF 때 남자는 회사에서 살아남고, 여성은 해고의 슬픔을 겪는 시대상을 반영한 유행어 ▲IMF 처녀:해고될까 봐 결혼한 사실을 회사에 감추거나 결혼을 미루는 여성

●2000년=▲사이버 마초 테러:사이버 공간에서 댓글을 달며 여성을 적대하는 모든 행위

●2001년=▲보보스:사치와 낭비를 꺼리고 직업상 또는 문화·실용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구매에 나서는 30대 안팎의 전문직 종사자들. ▲꽃미남:부드럽지만 때로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외유내강형 미남

●2002년=▲취집:취업대신 결혼

●2003년=▲알파어너(Alpha Earner):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부인

●2004년=▲트로피 남편: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

●2005년=▲줌마렐라: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적극적 성향을 지닌 30, 40대 기혼 여성

●2006년=▲크로스섹슈얼:의상,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 치장을 즐기는 남성 ▲키티족:인터넷 1세대인 X세대라 불렸던 현재의 20대 중후반∼30대 초중반 미혼여성 ▲된장녀:능력이 없으면서 허영에 차 명품만을 찾는 여성 ▲고추장남:멋 부릴 줄 모르며 사소한 것에 아까워하고 궁상 떠는 남자. 자기관리는 못하고 짠돌이처럼 구는 남성. ▲훈남:훈훈한 남자.

●2007년=▲골드미스: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독신 생활을 즐기는 30대 여성 ▲알파걸:모든 면에서 또래의 남자들보다 월등한 여성. ▲엠니스족(M-ness):‘맨(man)’과 여성적인 특성을 의미하는 ‘니스(ness)’를 결합한 신조어. 양육과 미용 등 여성적 특징을 두루 갖춘 남성. ▲스완족(SWANS·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강하고 진취적인 미혼여성 ▲알파보이:뛰어나고 지도력을 갖춘 남성. ▲베타남:알파걸을 잘 내조하는 남성 ▲애완남:애완동물처럼 귀엽고 여성 말을 잘 듣는 남성 ▲나오미족(not old image):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30, 40대 여성 ▲하하족(HAHA족·Happy Aging Healthy&Attractive):즐겁게 나이 들며 건강하고 매력적인 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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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 전의경이다"

경찰청은 전의경으로서 보람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해 개최한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30편을 '우리는 대한민국 전의경이다"란 수기집으로 만들어 발간하였다.

수기집에는 각종 집회 시위 관리 및 미아 가출인 수색과 오케스트라 연주 인라인스케이트 순찰 시골학생 일일교사 해안경계 근무 공항경비 상황 등 전의경들의 다양한 활약상이 삽화와 함께 생동감 있게 담겨있으며 이 책을 통해 전의경들의 역동적인 생활상과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의 애틋한 자식 사랑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치안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의경들의 보람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건전하고 활기찬 부대분위기를 도모하기 위하여 시행된 전의경 체험수기 공모전에서는 집회시위 및 선거경비 근무와 훈련일정으로 하루하루가 빠듯한 가운데에서도 전국에서 총 886명이 응모하는 등 많은 전의경 및 가족들이 뜨거운 참여 열기를 보였으며 심사결과 부산 사상경찰서 112타격대 일경 유정민(23세 중앙대 영문학과 휴학)의 '노인과 수레'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고 서울 기동단 11중대 수경 류혁(23세 대신대 영문학과 휴학)의 '용기있는 남자, 포기를 모르는 남자'가 최우수상을 받는 등 30명이 입상을 하였다.

'유' 일경은 '노인과 수레'라는 작품을 통해 군생활은 결코 사회와 단절된 시간이 아니라 이전의 세계와 계속 이어진 가치있는 삶의 소중한 시간으로서 군생활의 참된 의미 즉 전의경의 존재이유를 진솔하게 표현하여 큰 호응을 받았다.

경찰청에서는 이번 수기집을 전의경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내 시중서점에서도 구독할 수 있게 할 예정이며 올해도 수기 공모전을 개최하여 수기집을 지속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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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포털아트(www.porart.com) 2층 전시실에서 ‘2007년 대한민국 구상대전(제36회 구상전 공모전) 수상작가 43인 초대전’이 열린다.

2월 1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두 달 전 제36회 구상전 공모전에 출품되어 대상을 받은 대상 수상작품과 최우수상 및 우수상을 받은 수상작품, 특선 작품 등, 수상작가 43인의 작품 247점이 대규모로 전시된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포털아트(www.porart.com)에서 경매를 통하여 판매된다. 경매 시작가는 10만 원~300만 원 정도로, 전시 작품 중 50% 이상이 10만 원에 경매가 시작되고, 30% 이상이 20만 원에 시작되는 파격적인 경매다.

포털아트 김범훈 대표는 “2007년 대한민국 구상대전에서 특선 작품 이상의 시상금은 포털아트에서 전액 지원하였기 때문에 경매 시작가 10만 원~300만 원의 파격적인 경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해도 여간 해서는 전시회 열기가 쉽지 않다. 소규모 개인전이라도 갖는 경우에는 비용이 많이 든 탓에 비싸게 팔지 않으면 안 되고, 비싸게 팔다 보니 일 년에 열 점도 판매를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다”며 “이러한 악순환을 개선하여, 미술품 애호가들은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화가에게는 판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하여 시상금 지원과 경매를 결합한 판매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제36회 구상전을 주최한 사단법인 구상전의 하태홍 이사장은 “이번 출품작들과 수상작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작품의 수준이 뛰어나다”며 “모처럼 한국 구상회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한국 구상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아트는 이번 설 연휴에도 전시실을 개방하여 누구나 언제든지 방문하여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전시실을 방문한 포털아트 회원에게는 ‘대한민국 구상대전 수상작가 43인 초대전’의 도록을 무료로 증정한다.

이번 대한민국 구상대전(제36회 구상전 공모전) 수상작가 43인 초대전의 참여 작가는 다음과 같다.

이영준(대상 서양화), 강명순(최우수상 서양화), 김지영(최우수상 한국화), 강주영(우수상 서양화), 권미혜(우수상 한국화), 김대현(우수상 판화), 성덕순(우수상 문인화), 손현숙(우수상 수채화), 강은주, 강은진, 고길현, 김득, 김만희, 김미희, 김홍직, 류인희, 박경숙, 박기훈, 박병권, 박영수, 박종미, 박철용, 배수진, 백지회, 변혜숙, 송현미, 안은경, 오승희, 오현숙, 이용준, 이현정, 이홍제, 전성수, 전성환, 전지우, 조영표, 조재인, 최정애, 한영남, 허지윤, 홍성은, 황선화, 황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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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광섭기자]공모전전문미디어 '씽굿'(www.thinkcontest.com)은 월간 공모전가이드북 2월호를 발간했다. 국내 각종 분야별 공모전 정보와 각종 공모전 당선전략 테마기획을 담았다.

월간 공모전가이드북은 전국 300여 대학의 취업정보실과 학과사무실, 총학생회(여학생회), 동아리, 도서관 열람실 등에 다양하게 비치되며, 서울 수도권 주요 대형학원,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 대형 카페, 문화행사 단체 등과 정부행정 부처,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 국공립 사회문화단체, 청소년 학술 사회단체 및 기업체 문화홍보실에도 배부된다.

공모전포털사이트 씽굿공모전 홈페이지의 공모전가이드북 구매안내 코너나 인터넷서점, 대형서점을 이용하면 된다.



송광섭기자 song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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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습지 보호를 위해 세계 각국이 체결한 람사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 7회 세계습지의 날' 기념행사가 1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문예의 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 은 해양수산부 차관, 제종길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환경운동연합 등 습지관련 NGO 대표와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오전 10시 30분 개회사를 시작으로 해양소년단의 바다헌장 낭독, 유공자 포상, 서천선언문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서천선언문을 통해 연안습지의 파괴를 가져오는 대규모 매립을 원칙적으로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훼손된 습지를 적극 복원하고 서천지역을 국제 갯벌연구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부대행사로는 ▲습지 인식 증진 전람회 ▲습지의 날 기념 토론회 ▲람사총회를 위한 한국 NGO 네트워크 발족식 ▲습지학회의 국제심포지엄 ▲청소년 습지연구 공모전 등이 열렸다.

이날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서천군 비인면 선도.장포.다사리 앞 갯벌과 마서면 철새 탐조대,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 등 두 코스로 나뉘어 생태탐방에 나선다.

습지의 날 행사는 장항산업단지 조성 관련 습지매립에서 습지보호 정책으로 전환한 서천군의 희망에 따라 습지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천에서 열렸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날 동아시아 검은머리물떼새의 30% 이상이 월동하는 서천군 장항읍 송림리에서 서면 다사리까지 이어지는 서천갯벌(면적 16.5㎢)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세계 습지의 날' 기념행사는 1971년에 체결된 람사협약에 따라 세계 157개국에서 해마다 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해수부와 환경부가 공동 개최하고 있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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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럽에는 베르사유 궁전, 피사의 사탑, 에펠탑 등 고전과 근대를 상징하는 건축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유럽의 건축미학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파리를 시작으로 프라하, 노이스, 빈을 통해 건축의 미래를 내다보는 21세기 유럽 건축기행을 네 차례 연재합니다.

17세기 말 루이14세는 앵발리드를 건설하라 명했다. “짐이 그것을 원하노라.” 19세기 말 구스타브 에펠은 자신의 이름을 딴 탑을 세웠다. 역시 내심 ‘누가 뭐라든 내가 원해’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20세기 말, 프랑스 제5공화정 최초로 좌파인 사회당이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세계적인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념비적인 건축 사업, 즉 그랑 프로제(Grand Projet)에 착수한 미테랑 정부는 대대적인 사업을 다음과 같이 수식했다. “대중을 향해 열린, 엘리트주의 타파, 귀족문화에서 시민문화로의 전환.”

물, 공업적 수단에서 공공의 요소로

묵직하고 풍요롭게 흐르는 물가, 눈이 멈춘 곳에는 각각 특유의 역사를 가진 땅 위에 만들어진 세 개의 현대식 공원이 있다. 도시 안의 공업시설을 외부로 몰아내고 공공의 이름으로, 공공을 목적으로 한 거대한 계획, 공원. 그곳에서 물은 공업적 수단에서 공공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요소, 혹은 경관 산업의 요소로 치환되어 있다.

파리의 서쪽, 앙드레 시트로앵 공원 : 에밀 졸라 거리를 따라 미라보 다리로 간다. 앵발리드가 멀어지고 잠시 후 오른쪽으로 에펠탑이 따라오는 센강변에 가지처럼 딱 붙어 선 시트로엥 공원(Park Andre Citroen)이 나타난다. 드골이 사랑했던 자동차, 유명한 달걀 실험으로 회자되는 소시민들을 위했던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했던 시트로앵. 공장을 허문 땅에는 무엇이든 들어앉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바스티유 오페라가 아닌 시트로앵 오페라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체 23만㎡의 부지 중 센강변에 면하는 14만㎡를 공원에 할애했다.

1985년에 실시된 공모전에서 파리시가 요구한 설계조건은 ‘미적으로 파리가 프랑스와 외국에 미친 영향을 반영할 것’, ‘정원의 역사에 현대적인 트렌드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할 것’, 그리고 ‘공원이 주변 거주자를 위한 장소’이면서 ‘현대 메트로폴리스의 다양한 요소를 통합시킬 것’이었다. 그리하여 공장이 있던 땅은 유리와 나무기둥으로 만든 대형 온실 두 개, 센강까지 펼쳐진 잔디밭과 수로, 다양한 신화를 배경으로 하는 작은 정원들과 온실들로 구성된 현대적인 도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노부부가 한적한 공원의 수로를 따라 오후의 한때를 보내고 있다. 공간은 곳곳의 작은 통로로 도시와 이어지고 연장되어 고립감이나 단독감이 적다. 자연의 것들이 인공적으로 다듬어지고 인공적인 것들이 자연과 교합하면서 만들어 내는 이미지에는 규칙성과 균일성이라는 특질들과 연결된 아름다움이 있다. 그러나 기하와 수학이 지배하는 시각 속에서 즉각적인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유리온실에 갇힌 자연은 박물관의 유물처럼 전체의 질서에 순응하도록 강요되고 나 역시 스스로 질서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인다. 이곳의 질서에 편입되어 일정 시간 함께했을 때, 그들의 질서 속에서 나의 감정이 단순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평온이 온다. 그것이 시트로앵 최후의 애프터서비스라 느껴졌다.

포도주 레일이 남아있는 베르시 공원

파리의 동쪽 베르시 공원 : 미테랑 국립도서관의 매끈한 목조 계단에 서서 센강 건너를 바라본다. 왼쪽에 베르시 멀티 스타디움이, 중앙으로 넓게 녹지대가, 그리고 오른쪽에 베르시 빌라주(Bercy village)가 낮게 자리하고 있다. 베르시 구역은 원래 수백 년 동안 와인 무역의 중심지였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포도주 창고로 쓰였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의 확장으로 포도주 창고는 외곽으로 옮겨졌다. 녹지를 기본 울타리 삼아 포도주 창고라는 땅의 역사를 재현하는 베르시 공원에는 예전 포도주를 운반하던 레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여 가꾸는 작은 정원과 과수원이 있고, 그 사이사이 다양한 형태의 산책로가 있다. 포도주 세금 사무실은 정원 박물관이 되었고 술 창고는 베르시 빌라주라는 이름으로 카페나 상점, 박물관, 그리고 제빵 아카데미 등으로 쓰이고 있다.

공원을 걷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벼운 운동복과 슬리퍼 차림의 파리지앵이다. 공원과 경계 없이 서 있는 주변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원은 정원으로 열려 있다. 자신들의 앞마당에 나가듯 이곳을 찾고, 공원을 가로질러 센강변으로 간다. 주변 건물과 공원, 그리고 센강을 아우르는 막힘 없는 흐름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파리 사람들은 이곳을 20세기 마지막 공원, 파리의 미래라 말한다. 도시에 구현된 시골에서 미래를 희망한다.

파리의 북동쪽 - 라 빌레트 : 라 빌레트(La Villette)는 좀 멀다. 파리의 북동쪽, 더욱 북쪽에 가까운 끄트머리에 있다. 지하철을 타고 곧장 공원으로 내리는 대신 19구가 시작되는 스탈린그라드 광장에서부터 운하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파리의 동역 곁을 지나왔을 운하는 밋밋한 외관을 가진 소시민들의 주거지역인 19구의 정 중간을 흘러 라 빌레트 공원까지 이어지고, 관통하고 다시 흘러간다. 라 빌레트는 예부터 그런 운하를 운송수단으로 한 가축의 도살장이 있던 지역이었다. 개발 초기에는 새로운 도살장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골조까지 공사가 된 상태에서 시민을 위한 복합 공원으로 급히 용도를 변경했다.

라 빌레트 공원은 작은 마을이라는 의미의 ‘빌레트’가 지칭하는 것처럼, 하나의 마을처럼 보인다. 약 30㏊의 터에 들어앉은 음악대학, 무용학교, 과학관, 전시실, 상점, 영화관, 문화공연장, 광장, 산책로, 정원 등은 가까이 있는 주택들과 함께 그야말로 작은 마을의 지도를 보여준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계획이 현상 설계에서 1등으로 당선됐을 때 프랑스 건축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서른아홉의 젊은 건축가는 20세기의 인문 철학인 해체(Deconstructon)를 끌어들여 어떤 관습적인 것, 고착된 개념에 대한 거부로서 일단의 결정론과 목적론을 제거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제안했던 것이다. “건축물과 그 내용, 용도 그리고 의미 사이에는 더 이상 일상적인 관계는 없다”고.

붉은 빛깔의 폴리가 상징하는 것은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선명한 붉은 빛깔의 폴리(Folie)가 조각품처럼 서 있다. 제각각 다른 형태의 폴리들은 주어진 기능이 없다. 구성주의의 형태와 가족적으로 닮아 있는 폴리는 정치적 성향이 제거된 채 흔적으로만 존재한다. 폴리는 사전적 의미로 광기, 터무니없는 짓, 열광 등을 의미한다. 26개의 각기 다른 형태의 폴리들은 (푸코가 광기의 역사에서 설명한) 21세기의 불합리성에 대한 일종의 광기적 논리를 상징하고 있다.

폴리는 사용자에 의해 수많은 의미를 가진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폴리의 의미는 변한다. 넓은 목초지를 유목하듯 걷다 보면 거울이 늘어서 있는 정원을 만나고 어디선가 전자음이 들려오는 우거진 숲길에 접어들기도 하고, 놀이기구를 타고, 폴리를 지나치고, 폴리에 오르고, 기억이 떠오르고,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폴리들은, 건축가가 의도한 건축적 의미를 상기하고 경험해 보고자 하는 ‘의미 부여자’들에게만 유효한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무엇으로 변화될지 모르는 폴리들이지만, 그것조차도 젊은 건축가가 의도한 폴리들의 운명이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좋다는 대담성, 혹은 자유방임.

류혜숙/자유기고가




‘짐이 원하여’ 숲을 세웠노라

파리 지도를 보면 동쪽에는 뱅센 숲, 서쪽에는 볼로뉴 숲, 남쪽에는 몽수리 공원, 그리고 북쪽에는 뷔트-쇼몽 공원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느낀다. 실제 이 녹지대에 대한 최초의 계획은 볼로뉴 숲과 뱅센 숲을 연결하는 성채의 선을 따라 파리시를 완전히 에워싸는 형태였다. 제2제정 시대, 나폴레옹 3세는 자신의 서재에 커다란 파리 지도를 걸어 놓고 빨강, 파랑, 녹색으로 ‘짐이 원하는’ 도시를 계획했다. 그는 영국처럼 ‘짐의 나라’에도 나무와 관목이 우거진 거대하고 낭만적인 공원과 광장들을 원했다.

그것은 초기 도시 자본주의의 속도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노동인구의 과잉에 비례해 도시에는 빈곤과 비위생 같은 타락한 생활 여건이 늘어갔다. 이에 대한 반발로 낭만주의와 목가적 유토피아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빈곤과 비위생에 대한 치유책으로서 청결과 공중보건이라는 실제적인 요구뿐 아니라, 문명에 대한 심리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사회적인 요구도 있었다. 이와 함께 ‘제국 정권의 영광’ 또는 ‘평화 조장’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더해져 공공을 위한 원예가 등장한 것이다. 분명한 기준에 따라 설계된 공원들은 상류사회를 위한 여가 장소이자 시민 노동자들의 산책로로서 산과 계곡, 호수, 시내 등을 포함하는 디자인으로 손질되었다.

모든 시대는 각각의 내적인 성향에 따라 특정한 건축 분야를 발전시킨다. 예나 지금이나 어느 시대에나 숲을 들어내고 공장을 짓기도 하고 공장을 허물고 공원을 만들기도 한다. 공원이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가,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그 시대 도시의 성향을 읽는 열쇳말이 틀림없다.



파리 공원 여행쪽지

열기구 타고 파리 감상


시트로앵 공원은 메트로 8호선 종점 발라르(Balard)역이나 10호선 자벨 앙드레 시트로앵(Javel Andre Citroen)역에서 내리면 된다. 열기구 몽골피에르(Montgolfiere)를 타고 지상 150m의 상공에서 파리를 둘러볼 수 있다. 8월에는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베르시 공원은 메트로 14호선의 종점 비블리오테크(Bibliotheque)역에서 내려 톨비아크 다리를 건너거나 베르시 빌라주로 곧장 갈 수 있는 쿠르 생테밀리옹(Cour St-Emilion)역, 혹은 경기장 근처의 베르시(Bercy)역에 내려도 된다. 경기장 인근에 있는 프랑크 게리의 아메리칸 센터(2005년 시네마 프랑세즈로 리노베이션)도 꼭 들르자.

라 빌레트 공원은 메트로 7호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에서 내리면 과학관과 제오드가 있는 공원의 북쪽 입구, 메트로 5호선 포르트 드 팡탱(Porte de Pantin)역에서 내리면 음악도시와 무용학교가 있는 남쪽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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