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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창의성’에 대한 글을 읽으신 한 독자께서 이메일을 통해
유럽인들의 창의성 분류처럼 ‘한국인의 창의성’ 영역을 구분지어 달라는 요청을 해 오셨다.
이 독자분의 요청에 답하기 위해서 유럽인들을 나눈 방식으로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얻게 된 결과는 한국인에게는 ‘편의적 창의성’과 ‘세부적 창의성’이 있다는 것이다.
▲ 편의적 창의성
한국처럼 시스템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정부는 정치, 행정, 교육 등 시스템을 바꾼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임자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새 통치권자는 뭐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승만 초대정부 수립 이후 그대로 남아 있는 정당은 없다.
야당이름까지 열거하기에는 너무 많고, 여당이름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유당에서부터 민주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새천년민주당, 열린 우리당
그리고 현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그렇다.
흥미로운 것은 ‘고차원적 창의성’을 지녔다는 이탈리아사람들도
정당의 이름을 수시로 바꾼다.
한국과 이탈리아가 지리적으로 반도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반도의 지리적요인과 지정학적 환경이 편의적 태도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의적 창의성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기술적인 발달에 따른 시스템 교체를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교체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 중 한 가지 예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행정 시스템 덕분에
관공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공문서를 뗄 수 있다는 것은 유럽에서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유럽은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 면에서 한국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소비자의 편의를 생각하여 서비스를 고객 중심에서 개선할 줄 아는 한국인은
편의적 창의성을 지닌 것이 분명하다.
‘인간 중심적 창의성’을 지닌 스웨덴은 자동차 안전벨트이외에도
편리한 제도를 많이 창안한 나라다.
그 중의 하나가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없앤 '줄표제도'이다.
줄표제도는 창구앞에 줄을 서서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고,
자신의 번호가 뜨면 해당 창구로 가면 되는 편리한 제도다.
필자가 1987년 스웨덴에서 목격한 것 중에 부러운 제도였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면 좋을 텐데"라는
바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1988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많은 시중 은행들이 줄표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은 역시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여
편리한 제도를 즉각 도입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스웨덴의 인접 유럽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은 21세기인 지금도 일부 줄을 서야 한다.
세계로 통하는 동아시아의 관문인 인천국제 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올해도 선정되었다.
4년 연속 뽑힌 사실에서 우리 한국인들은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서비스 차원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유럽항공사들보다
승객 서비스 면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나 항공은 기내식부문에서 세계최고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이처럼 고객과 시민 편의를 위해서 시스템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풍토가
한국의 ‘편의적 창의성’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편의적 창의성의 배경을 기후, 역사, 문화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 한국은 시베리아 같은 겨울과 열대지방같은 여름이 동시에 있는
대륙성 기후가 특징이다.
이처럼 사계절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극단적 날씨인 태풍과 가뭄도 있다.
결국, 한국인은 기후 변화에 맞추어 의식주의 형태를 바꾸며 살아왔다.
중동의 사막에서부터 알래스카의 설원에 이르기까지
지구 어디서나 활약하는 우리 나라사람들을 보면,
적응력 뛰어난 편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이 증명된다.
둘째,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 세력의 완충지점에 위치하여
수많은 침략을 받고 살아왔다.
당나라, 수나라,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거란, 여진, 몽고의 침략이 있었고,
왜구와 일본의 침략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통일신라 이후 지금까지 여러 주변 강대국에 의존해 자주적이기보다는
그들의 편의에 맞추어 살아 온 역사적 배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편의적 창의성은 유교 문화에 기인한다.
군사부일체와 장유유서에서 보듯이,
한국사회에서는 관계, 직위, 나이에 따라 처신을 달리 해야 한다.
즉, 윗사람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되는 사회다.
반면, 혁명으로 절대왕정을 무너트린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으로 사회를 개혁했다.
이 중에 평등정신이 사회에 뿌리내렸기 때문에
관계, 직위,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한다.
따라서 한국적 기준의 편의를 프랑스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 세부적 창의성
우리나라 사람들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손을 정교하게 사용하는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면, 수술 테크닉, 반도체 기술, 애니메이션 같은 분야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강점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세부적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유럽인들과 비교하여 한국인의 세부적 창의성을 뒷받침 할 만 한
근거들을 찾아보자.
이탈리아의 '고차원적 창의성'의 전통은
비단 최고의 스포츠카만 제작하는 것이 아닌,
세계최고가 수공예품으로 인정받는
바이올린인 과르네리(Guarneri)와 스트라디바리(Stradivari)같은
명기의 제작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현악기를 만든 이탈리아 사람들의 고차원적 창의성이 한국인에게도 있다.
우리의 탁월한 손기술은 이탈리아 바이올린보다 천년 앞서
대가야의 우륵이 만든 가야금과 고구려의 왕산악이 제작한 거문고에서 보여준다.
게다가 정교한 손기술은 신라의 금속 공예와 고려청자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의 섬세한 과학적 업적은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인 1377년 직지심경의 발명에서 알 수 있다.
독일 사람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 우리나라의 직지심경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긍지와 자랑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참고로, 현존하는 직지인 '직지심체요절'은
한국이 아닌 '시각적 창의성'의 나라 프랑스 미테랑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그 직지를 한국으로 반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다행이지만,
프랑스가 '시각적 효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어서 속히 규장각도서와 함께 직지를 원 주인에게 돌려주었으면 한다.
한국인의 세부적 창의성을 갖게 된 요인을
생활습관, 음식, 그리고 언어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생활습관과 세부적 창의성의 연관성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젓가락은
유럽 사람들이 식사할 때 손에 쥐고 사용하는 포크와 나이프와 달리,
손가락을 움직여 음식물을 집는다.
특히, 한국의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중국의 길고 굵은 나무젓가락이나 일본의 매끈한 젓가락보다
무겁고 잡기가 힘듭니다.
즉 한국인들은 가장 사용하기 힘든 젓가락을 사용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손에 익은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반찬을 집거나 음식을 뜰 때 어떤 젓가락보다 정교하게 움직입니다.
즉 한국인들은 세세한 정밀작업을 함에 있어서
이미 생활습관을 통해 손에 익히기 있기 때문에,
복잡한 환경에서 정교함을 요하는 수술과 반도체,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의 정밀한 제작 같은 일에서 탁월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으로 세부적 창의성은 음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인들도 좋아하는 비빔밥, 김치, 불고기 같은 음식은
온갖 양념을 적절하게 배합한 것이 공통점이다.
여러 가지 재료의 정교한 배합과 숙성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미묘함이 한국 음식의 특징이다.
훌륭한 맛은 세부적 배합 비율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려청자의 제작에서 중요한 요소는
점토의 세밀한 배합과 세세한 온도 조절이라고 한다.
세밀함과 정교함이 담긴 작업 공정에 의해서
명품 자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세 번째 요인으로 언어적 측면에서
한국인의 세부적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한글의 특징은 형용사가 세밀하게 발달한 언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분화된 표현은 비단 형용사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명사 'Life'의 뜻을 한국어로 열거하면
'생명, 삶, 인생, 생활' 등의 다양한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는 영어의 Life만이 아니고 독일어의 Leben, 스웨덴어의 Liv, 불어의 Vie,
스페인어의 Vida, 이탈리아어의 Vita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유럽언어는 한 단어로 여러 가지 의미를 다 담고 있는데 반해,
한국어는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단어로 나누어져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사례는 동사에서도 나타난다.
‘입다’라는 뜻의 ‘wear’는 한국어로 ‘쓰다’ ‘신다’ ‘끼다’로 세분화된다.
즉, ‘모자를 쓰다(wear hat)’ ‘구두를 신다(wear shoes)’ ‘장갑을 끼다(wear gloves)’ 등 구체적으로 다르게 표현된다.
이런 점에서 한글은 유럽 언어보다 훨씬 더 세밀하다.
따라서 노벨문학상에 한국 작가가 아직 당선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을 결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 심사위원들이
번역된 한국작품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와 표현의 세세한 차이를 알 리가 만무할 것이다.
독일의 '논리적 창의성'의 토대가 언어라는 점에서 보면
한글에도 같은 요소가 있다.
단어의 구성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은
독일어의 전치사와 명사의 결합처럼 기계적이다.
기계적이라는 것은 단어의 조합이 레고장난감을 조립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두 나라는 모두 많은 부품을 복잡한 공정을 통하여
정교하게 조립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독일어를 비롯한 유럽언어의 단어 구성은
알파벳의 자음과 모음을 기차 칸 늘리듯 수평 나열식인데 반해,
한글의 단어 조합은 수평 나열식 요소와 함께 복층 건물을 쌓듯이
수직 복합식 혼합형을 띄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건설회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층빌딩을 시공한 사실에서 뿐만 아니라,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가 세계 최고였던 조선 산업을 장보고와 이순신의 후예인 한국이 차지한 연관성을 세부적 창의성의 언어적 측면에서 찾아보게 된다.
물론 바이킹의 배보다 장보고의 선단이나 나대용의 거북선이
층이 더 높고 정교하다는 점에서 조선기술에 있어서 유전인자(DNA) 요소가
한국이 세계 최강의 조선업 국가가 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한국인의 창의성을 편의적인 면과 세부적인 면 두 가지 측면에서 보았다.
세부적 창의성이 '단 맛'을 보인다면,
편의적 창의성의 역사적 배경이 다소 '쓴 맛'을 주기도 하지만,
이를 진정한 편의성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승화시킨다면 이상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두 가지 면을 우리만의 창의성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유럽에는 프랑스처럼 혁명에 의해 왕정을 무너뜨린 나라들도 있지만,
영국처럼 왕실이 남아있는 나라들도 있다.
유럽에서 왕실이 존재하는 배경과 없어진 이유를 비교해보고,
각 왕실의 역할과 각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다음번 글을 통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조명진 / EU 집행이사회 안보전문가, 아디아 컨설턴시 대표
필자인 조명진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집행이사회 대외국에서 동아시아 안보를 자문하는 안보 전문가이다.
현재 독일 정부의 승인아래 항공방위산업컨설팅회사인
‘아디아컨설턴시(ADIA)’를 설립,
유럽과 아시아 방위산업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휴먼터치 리더십> 곧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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