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크기의 소책자인 '창의성에 관한 11가지 생각'에는
11명의 학자적 담론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각자의 이야기는 대부분 화두를 던지는 듯한 영화 한 편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는 창의성이라는 11면체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그에 관한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라 편에서는
<사랑하니까 괜찮아>라는 영화를 예로 들면서
창의성은 대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성을 가지려면 대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근간에는 대상에 대한 사랑이 있다는 뜻이다.
사랑과 애정에서 우러나는 관심과 관찰만이
그 대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 동안 찾아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주기에.
사람을 사랑하듯이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였다가 다시 자신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이 편의 저자는 창의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 신은 세세함 속에 존재한다 편에서는
<스모크>라는 영화를 예로 들면서
14년간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의 다름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다르게 보려는 노력에서 창의성이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커피 한잔이 누군가에게는 '스타벅스'가 되는 것은
커피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섬세함이 깃들여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갈리게 되는 것이다.
- 야누스적 사고 편에서는
<비포 선 라이즈>를 예로 들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두 가지 사고 방식, 즉
'딜레마' 사고와 '파라독스' 사고를 이야기한다.
딜레마 사고란 갈등의 해결을 위해 둘 중 어느 것을 취사선택하는 승패의 관점이라면
파라독스 사고란 갈등의 해결을 위해 반드시 어느 것을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린다는 한계를 벗어난 사고이다.
창의성은 딜레마 사고가 아니라 파라독스 사고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말을 통해서
그 동안 내가 주어진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딜레마적 사고에 빠져 있으면 기존의 것을 취사선택하기에 급급하여 통섭을 통한 창의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 T.H.A.N.K.S 편에서는
창의성을 상실한 시대를 그린 <이디오크러시>를 예로 들면서
창의성을 고마움으로 정의한다.
T.H.A.N.K.S는 고마움으로 정의한 창의성의 요소들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저자도 인정하다시피 다소 작위적인 감이 없지 않았다.
- 익숙함과 새로움이 만났을 때 편에서는
보편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의 만남
중심부와 주변부의 만남
새로운 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기존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3의 것을 창의성의 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 나는 삐딱하다, 고로 존재한다 편에서는
<CSI 마이애미>라는 드라마의 형사를 예로 들면서
삐닥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것을 권하고 있다.
'어린이 야구는 어른들 경기보다 규모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삐닥한 시선에서
바로 '리틀 야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시선의 바꾸는 것이 창의성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골똘이 기존의 대안들을 되풀이하는 것은 시간의 낭비이며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다르게 하는 것임을 배우게 해준다.
-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편에서는
<훌라걸스>를 예로 들면서
창의성을 우리 내면의 하고 싶은 것을 표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때문에 의도를 갖는 모든 인간은 창의적일 수 있음을 근거로
창의성이란 결코 선척적인 것이 아님을 이해시킨다.
창의성은 의도가 없는 우연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자신의 생각이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을
창의성의 시발점으로 봐야 한다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 무소유는 힘이 세다 편에서는
버림으로써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무소유의 의미를 되짚어 봄으로써
무언가 댓가를 위해 자신을 소진하지 않고
일 자체를 즐기는 것에서 창의성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성공에 대한 욕심을 버릴 때 오히려 창의력은 샘솟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욕심에 기초한 성공을 향해 가는 길을 위해
창의성을 이용하고자 했던 모든 독자들에게
창의성을 위해 오히려 크게 보였던 작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저소득의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삶을 창의성과 지나치게 하나로 묶으려 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 그 장소, 그 시간의 마법 편에서는
<제3의 사나이>라는 영화를 매개로
창의력의 발현을 위해서는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가족적 배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적 조건의 성숙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교육과 사회 문화의 성숙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하긴 얼마 전 '절반의 실패'로 끝난 나로호만 하더라도
발사 후 발사 비용이나 보험, 정치적인 이슈로만 치부하는 모습을 가깝게 지켜보면서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 온실 역할을 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음을 돌아볼 때
앞으로 창의적인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데
온 사회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매력적인 조력자 편에서는
<굿 윌 헌팅>을 예로 들면서
전편에서 이야기했던 창의성 발휘를 위한 사회적 조건을 보다 세분화하여
창의성이나 자신이 가진 능력의 발휘를 위해서는 멘토가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스로가 갖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그 능력을 꺼내어 세상에 쓸모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주위에서 조언해 줄 수 있는 멘토의 존재가 창의성의 발현에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창의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현실에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완전함을 추구함 편에서는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 <신의 물방울>을 예로 들면서
완벽함이란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완벽함을 꿈꾸며
그 완벽함으로 가는 길에 떨구어 놓은 땀방울에 창의성을 비유하고 있다.
창의성은 완전하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체로 전편들에서 언급한 이야기의 중복도 눈에 띄었다.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처럼 보이는 11가지의 생각은
잘 구성된 11막의 오페라를 보는 듯
하나의 막이 끝나고 새로운 막을 시작해가면서 한 권을 읽어가는 사이에
무관해 보이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어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책은 근저에
창의성이란 단순한 튀는 생각이 아님을
애정과 노력과 조건의 조화 속에서 발휘되는 인간 정신의 발현이라는 것을
쉽게 쓴 듯한 이야기 속에서 진지하게 전달하고 있다.
본인이 창의적인 인재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에게
또는 그 창의성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함보다는 창의성으로 (0) | 2010.02.09 |
---|---|
그림책을 활용한 창의성 개발 (0) | 2010.02.09 |
경제적 창의성 '통찰력' (0) | 2010.02.09 |
성공하는 창의성56가지 2400개사례-조용기:507.5 (0) | 2010.02.09 |
[서평] 보물같은 일상에서 만들어내는 창의성 (0) | 201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