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는 한글말로 번역하기 어려운 영단어 중 하나다. ‘Create’에서 파생된 단어들 역시 그렇다. Creator, Creative 등. 번역을 해야 할 때는 항상 이 ‘C’자 앞에서 긴 신호대기처럼 무력해진다. 과연 어떤 말로 대치할 수 있을까? 창조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고, 창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지 않은가. ‘생각과 제작물을 만드는 행위, 단 새로움이 첨가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업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사람들은 ‘창의적’이길 열망한다.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항상 ‘창의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령, 만원 지하철에서 최대한 편하게 갈 수 있는 위치와 자세를 연구한다든가, 라면에 콩나물이나 김치를 넣어 먹어본다든가 하는 것도 기존의 타성을 깨고 진화하려고 하는 ‘창의적인 행동’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공력이 갑절로 높아서, 타인의 허를 찌르는 ‘창의성’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남다르다고나 할까. 이 때문에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지만, 모두 크리에이터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 고수들의 ‘창의적인’ 방법은 대체 일반인들과 어떻게 다른 건지, 책을 통해 알아록 하자.
1. 창조자들, 폴 존슨그야말로 창조자들(Creators)에 관한 이야기다. 출간되지 얼마 안돼 인문학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동아전과급 두께의 양장본이라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나지만,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웬만한 소설보다 쉽게 읽힌다. 문학 및 예술 분야의 뛰어난 크리에이터 17인의 위인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예술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들이 살던 시대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 그 재미가 배가 되는 책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에 기록된 몇 안 되는 여성 크리에이터,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제일 흥미롭게 읽었다.
2.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두 말하면 입이 아프다. 지금 필자의 책상 위에도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부터 파인먼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적인 발상법을 정리해 놓았다. 근래 들어 새롭게 떠오른 크리에이티브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재들이 알려주는 책에 나온 13단계의 생각도구를 모두 마스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3. 위대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사유, 데비 밀만인문서는 대체적으로 읽는데 오래 걸리고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지만, 인터뷰라면 그렇지 않다. 데비 밀만은 현재 디자인계를 주름잡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 21명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꼭꼭 집어서 대신 해주는 저자도 고맙지만, 질문에 아낌없이 답해주는 디자이너들도 참 착하다. 디자이너는 물론이거니와 디자인과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4. 이노베이터, 김영세애니콜 가로본능,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산업디자이너라는 이름보다는 그의 저서와 같은 이름인 ‘이노베이터’가 더 어울리는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선진국들에 비해 ‘디자인하기 힘든’ 한국의 척박한 환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디자인을 비롯한 인생의 행로를 어떻게 결정하고 진행시켰는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이었는지를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종종 디자이너들의 칼럼을 읽으며 디자이너는 사상가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세야말로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는 한 차원 높은 사상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작가, 일명 화가라면 누구나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캔버스에 두려움을 느낀다. 과연 캔버스의 어느 부분부터 채워 나가야 할까?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 탄생되는 결과물인 만큼 크리에이터들은 항상 두려움과 부담감을 안고 산다. 책 속에서 예술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예술에 대한 여러 질문에 대해 서로 논의한다. 예술에 대한 토론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예술가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글/사진: 인터파크도서 단 1기 홍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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