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창의성 교육? 

 

우리 삶은 창의적 삶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가만히 보면 비슷하게 하는 것은 있어도 똑같이 하는 것은 거의 없다. 망치질 하나도 매 번 똑같이 하지 않는다. 하다보면 요령이 달라지게 된다. 기분에 따라서 몸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식사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운동을 하는 것, 심지어는 잠자는 것 조차도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창의적 삶'을 보면서 '창의적이다'는 찬사를 붙이지는 않는다. '창의적이다'고 할 때 그것은 다른 것, 다른 사람과의 차별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탁월함'을 요구한다. 결국 '창의성'의 '질'이 따라 주어야만 우리는 '창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처럼 차별화된 '창의성'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뇌 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자신의 저서 <창조성의 비밀:번뜩이는 생각들은 어디서 오는걸까?>란 책에서 창의성은 번뜩이는 것으로 그리고 번뜩임은 불확실한 것에 대처하기 위해 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충분한 학습량이 있어야 번뜩임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전자공학 박사이면서도 얼마나 뇌에 대한 학습이 많았던지 서울대나 카이스트에서 '뇌'에 대한 특강을 요청을 받고 결국 <뇌 생각의 출현>이란 멋진 책을 써낸 박문호 박사도 모기 겐이치로의 견해를 동의하면서 "창의성도 정보의 양이 먼저 충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분야든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려면 10년 이상 학습에 몰입하여 집대성해야 합니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창의성의 전제 조건은 공부의 양입니다. 일단 정보량이 임계치를 넘어서야 합니다. 임계치를 넘은 정보는 질로 바뀝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임계치'에 해당하는 기간은 10년이상이다. 그는 겐이치로의 '기억의 편집'이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준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이 되려면 임계치에 해당하는 10년 이상 정보를 모으고, 모은 정보를 편집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보와 정보를 변형시키고 새로운 정보와 정보를 연결시키는 정보의 편집이 바로 창의성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창의성은 어디에서 갑자기 툭 떨어져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창의성에 대한 전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는 창의성이란것이 타고나는 어떤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은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창의적인 사람과 영재성(천재성) 있는 사람을 연결시키려 하기도 한다. 물론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이마다 창의성에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창의적인 삶을 살지에 대한 추측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 해 준다. 그렇다하더라도 지금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창의성이 있다는 것이 미래의 창의적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창의성의 질은 10년 이상 학습에 몰입하는 치열한 과정을 견뎌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창의성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일지라도 후에는 창의적 삶을 살아낼 이들역시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아이를 교육해 가는 부모님들이 아이 양육에 초점을 잃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아이,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이와는 많이 멀어져 있고, 우리의 교육이 이러한 본질에서 더 멀어져 가는것을 보게 된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일단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몰입하는 아이로 양육하기 위해 어떻게 합니까"란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는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을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문해 보면 자신에게 유익이 있을 것 같다. 스스로 학습하고, 몰입할 수 있는 아이는 한 마디로 '내적 안정감이 있고, 자신감이 있는 아이'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자유롭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아이가 스스로 몰입의 단계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아이가 자라가면서부터이다. 시간이 가면서 차이는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아이들을 몰아부쳐가면서 머리 속에 많은 것을 집어 넣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 속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일단은 아이의 관심 분야를 잘 아는 것이 참고는 될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돕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이와 '애착관계'를 잘 맺는 일이다. 아이를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한다. 많이 쓰다듬어 주고, 안아 주어야 한다. 때론 아이가 실수하는 줄 알면서도 아이를 믿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많은 시간 함께 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안에 '질'로 승부하겠다는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시간의 양과 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애착 관계가 어린 시절에만 유효한 것이란 생각은 말아야 한다. 실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받는 관계 속에 있는 동안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영향이 큰 어린 나이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있는 아이, 자발성이 있는 아이로 자라간다. 그러한 자신감, 자발성이 아이를 몰입하는 아이,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가 되게 한다.외형적으로 볼 때 이러한 아이들은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을 잘 표현하는 아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묻는 아이로 나타난다. 물론 부모와의 애착이 강할수록 타인에 대해서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 얌전한 것, 내성적인 것, 수줍음이 많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일단 내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그러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엄마 아빠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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