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곳곳서 재기발랄 참여 행사

‘국민승리의 날’로 선포된 5일 저녁 촛불집회는 ‘비폭력 평화시위’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한 축제 한마당이 됐다. 서울 시청앞 광장을 중심으로 태평로·안국동·종로 등 도심 곳곳에선 다음날 새벽까지 ‘무박 2일’로 다양한 문화 행사와 토론회,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날 저녁 시청앞 곳곳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현상 수배문’이 나붙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배포한 이 수배문에는 △시민들의 평화 행진을 막는 불법주차 △명박 산성으로 이순신 장군을 납치 △물 부족 국가에서 시민들에게 살수차로 물을 뿌려댄 죄 △시민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경찰을 경찰견으로 사육한 죄 등 어 청장의 ‘죄명’이 열거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태평로 거리에 검은 망토와 모자에 가면을 쓴 50여명이 나타났다. 디브이디(DVD) 동호회, ‘디브이디프라임’ 회원인 이들의 옷차림은 영화 <브이포벤데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본떤 것이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주인공이 마지막 내뱉은 대사를 패러디 해 ‘촛불은 내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어요. 제 친구였고, 저이기도 했죠. 촛불은 우리 모두였어요’라는 문구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태평로 곳곳을 순례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정재민(33)씨는 “영화 ‘브이포벤데타’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말하는 대사가 지금 시민들의 마음을 담고 있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청앞에는 ‘삼양라면 산성’이 쌓이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제안된 이벤트인데,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해 온 라면이 3m 높이로 쌓였다. 한 시민은 “보수 언론에 광고를 싣지 않는 삼양라면을 지지하자는 아이디어에 동의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곳에 쌓인 라면은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권지킴이단’으로 나선 국가인권위원회 최경숙·유남영·문경한 상임위원 3명은 사무처 직원 20여명과 함께 하늘색 점퍼를 입고 촛불집회 현장 곳곳을 누볐다. 유남영 위원은 “경찰 폭력에 대해 25건의 진정 사건이 접수돼 현재 조사 중”이라며 “국가기관으로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효자동 우리은행 앞에선 이날 저녁 80여명의 종로구 효자동·사직동 주민들이 모여 오랜 시위와 주변 통제에 따른 불편함과 생활고 등을 호소했다. 배안용 효자동·사직동 생존권 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도 60~70%는 촛불집회의 취지를 존중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절박하다”며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을 위해 주민세·소득세 감면, 강경 대응 자제 등 정부 대책 마련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명을 받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청와대, 종로구청 등에 주민 피해를 알려 나갈 계획이다.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모인 ‘촛불집회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촛불이 필요한 곳은 북한입니다’라는 펼침막을 무대 차량 정면에 걸고, <신데렐라>라는 동요를 “신데렐라는 엄마와 유모차를 탔더래요, 물세례도 받고요 길거리에서 잠도 자요” 등으로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탈북자동지회 회원 김아무개(53)씨는 “이렇게 불법·폭력 시위를 해봤자 국민만 괴롭다”며 “선거나 국회 등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지 불법 집회를 계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현웅 송경화 황춘화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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