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신부와 수녀 서울시청 앞에서 5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신부와 수녀들이 장미를 들고 미쇠고기 전면 재협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ㆍ지방 40곳등 전국 53만명 참여 충돌없이 끝나“

ㆍ막을 수 없는 바다됐으니 우리는 승리했다” 선언

‘6·10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 최대 인파가 모인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 촛불대행진’이 비폭력 평화집회로 마무리됐다. 주말인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까지 주최 측 추산 서울 50여만명(경찰 추산 5만여명) 등 전국에서 53만여명(경찰 추산 6만8000여명)이 촛불집회에 참여해 ‘국민승리’를 선언했다.

◇ 50만 평화 촛불=5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정부 정책을 밤새 비판했다. 최악의 폭력 충돌을 빚은 1주일 전 촛불집회와 달리 이날은 시종 평화 집회를 이어갔다.

지난주 집회에서 부상당한 이학영 YMCA사무총장은 무대에 올라 “경찰이 폭력을 휘두르면 그냥 누워버리자. 수만명의 시민을 경찰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행사 시작 전 “작은 불꽃이 아침마다 더욱 우람해지고 저녁마다 찬란해져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촛불 바다가 됐으니 우리는 승리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오후 8시40분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은 남대문·광교·보신각 등을 돌아 오후 11시쯤 다시 시청 앞으로 모였다. 행진에서는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4개 종단 대표자들이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를 겸허히 받아들이시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두에 섰다. 시민들은 행진 중 “국민에게 항복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이 동십자각 등지에서 게릴라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6일 오전 2시30분 공식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남은 시민 5000여명은 시청 앞 광장에서 가수와 풍물패의 공연 등 문화제를 연 뒤 자진 해산했다. 시민들은 ‘관악주민 모여라’ ‘강동주민들의 모임’ ‘강남 직장인들의 모임’ 등 깃발을 들고 모였다. 강남 직장인 모임 소속 이모씨(32)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백수가 아닐 뿐 아니라 강남 사람들도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5일 같은 시간에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반대시민연대 주최 ‘맞불집회’에는 당초 예상된 1000여명에 못미치는 300여명이 참가해 양측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부산 6000여명, 광주 5000여명, 대전 600여명 등 지방 40여곳에서도 3만여명(경찰 추산 1만8000여명)의 시민들이 개별 촛불집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 등을 결의했다.

◇ 꽃피운 연대의식=‘7·5 촛불대행진’에서는 종교간 화합·관용의 정신이 뚜렷했다. 각 종단 성직자들은 행사 무대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고, 행진 때도 함께 ‘비폭력·평화’ 집회를 주도했다. 봉암·선마 스님이 개사해 부른 회심곡에는 “모든 종교 모든 국민/대화합을 이끌어서/부처님께 가피(加被)받고/예수님께 은총받고/공자님께 자애받고/하눌님께 은혜받고…”라는 구절이 담겼다.

지난 4일 시국법회에서 문정현 신부는 스님들의 108배에 동참했다. 사제단의 시국 미사로 시작된 종교계의 릴레이 촛불 집회도 주도권 다툼 없이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순으로 이어졌다.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 1600여명으로 구성된 ‘아고라대학생연합(아대련)’이 주말 집회에서 출범했다. “학생운동의 구심점으로 뉴라이트 계열 학생회에 맞서기 위해” 조직됐다고 한다. 소속회원 100여명은 ‘전대협’ 졸업생 모임 선배들과 함께 행진하며 새로운 ‘운동권’의 탄생을 알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집회 시작 전 전국 농가에서 가져온 농산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들은 “건강한 농산물 먹고 건강한 밥상을 함께 지키자”며 오이 5000개, 토마토 5000개, 수박 500통, 참외 1000개 등을 플라자호텔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촛불자동차연합’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차량 50여대를 몰고나와 행진 중인 시민들을 보호했다. 이들은 경적과 방향 지시등으로 시민들의 구호에 장단을 맞추는 한편 ‘카풀’을 통해 밤늦은 시각 집회 참가자들의 귀가를 도왔다.

<김다슬·이로사·박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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