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달 30일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연일 시국미사를 진행하면서 평화시위 기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정작 시위대 내부에선 사제단의 참여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제단의 비폭력 기조가 시위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과 ‘사제단 덕분에 촛불의 순수성을 되찾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사제단의 첫 시국미사 및 거리시위가 있었던 지난달 30일 “비폭력은 인격의 표현이다”, “늦었으니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사제단의 발언을 두고 시위 현장에서 벌어졌던 찬·반 논쟁이 온라인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인터넷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선 지난 1일부터 사제단 참여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35’라는 ID의 네티즌은 2일 국민대책회의 게시판에 ‘사제단을 더이상 용인하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사제단 참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오후 6시30분에 모여 10시가 되면 알아서 해산하니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편안하겠냐”며 “지난 50일간 쌓아놓은 금자탑이 무너지고 있으니, 국민대책회의가 다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공안정국 조성에 정면으로 맞서 국민 저항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판국이었는데, 사제단의 참여로 순식간에 판이 뒤집어졌다”며 “5년 내내 촛불 들고 소풍나올 셈이 아니라면 평화시위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반면 ID ‘열씨미숙제’는 2일 국민대책회의 게시판에 올린 ‘신부님들과 함께하는 촛불 완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제단 덕분에 촛불이 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며 “비폭력 평화시위를 계속하자”고 주장했다. ID‘타루타루’도 3일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사제단은 꺼져가는 촛불을 다시 살리기 위해 나온 것이고, 낮은 곳에 임한다는 신의 교리를 몸소 실천한 모습”이라고 사제단 참여를 높이 평가했다. ID‘하루하루’는 2일 같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사제단의 참여로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사제단이 지칠 뻔했던 내게 큰 힘을 줬다”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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