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주최로 18일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시국대토론회 제3차 ‘시민운동의 관점-촛불은 어디로’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자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서성일기자>
경향신문은 18일 오후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 27’과 함께 ‘긴급 시국 대토론회 제3차 토론회, 시민운동의 관점-촛불은 어디로’를 개최했다. 제3차 토론회는 제1차 토론회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제2차 토론회 ‘촛불집회와 진보정당의 과제’에 이은 마지막 순서이다. 이날 토론회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제27 공동대표의 사회로,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촛불집회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뒤 난상토론을 벌였다. 토론에는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문화연대집행위원장, 하승창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권태로운 창’(학원장, 아고라 네티즌), 정문호(아주대 공대 박사과정, 촛불집회 20여차례 참여), 강전호(이명박탄핵투쟁본부 카페 부대표), 백성균(미친소 닷넷 운영자)씨가 참여했다.

10 ~ 20대들 정치 무관심 일깨워

네티즌 ‘권태로운 창’


이명박 정부가 고마운 점도 있다. 부도덕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거대 권력을 쥐었을 때 나라가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람의 가치관, 도덕성의 중요성을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알게 된 게 참으로 다행스럽다. 정책에 무관심했던 10~20대들에게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되겠구나’ ‘적극 참여해 올바른 정치 방향을 세워야겠다’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고맙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시위자가 주장하는 것들이 다 타당하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 이러니, 미국 사람이 먹으니까 하는 식으로 관계가 없는 것을 얘기한다. 자꾸 자충수를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은 촛불에 자꾸 색깔론을 입히려고 하는데, 좌파 우파로 나누는 건 타당하지 않다.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주려는 애국세력과 매국세력의 대결이다. ‘양심 있는 사회적 약자’와 ‘힘을 가진 사회적 소수’의 대결이다. 색깔론, 사상론을 덧씌워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이상하게 호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령해서 시민에게 고통을 준다고 하는데, 사실 고통을 주는 건 이명박 정부다. 국민의 뜻을 나타낼 수 있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가진 자가, 힘있는 자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4·19혁명, 6·10항쟁, 동학혁명, 프랑스혁명 때 권력을 가진 소수의 강자가 권력을 내놓고 약자를 보듬어 바람직한 상황으로 사회를 이끌었나? 그렇지 않다. 지금 상황도 다르지 않다.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면, 국민들은 법적 저항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살 권리에 대한 문제를 들어주지 않고, 국회·정당도 국민의 뜻을 전하지 않는다. 민주당도 대충 눈치만 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당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성,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카멜레온 정권’과 계속 싸울 것

‘탄핵 카페’ 강전호 부대표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오류에 의해 탄생한 괴물일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 탄생 자체가 집단·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서 만들어진 정권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부도덕했고 역사 의식도 결여됐다. 그래서 국민 자존과 국민 생존권 자체를 중요시할 수 없었고, 미국에 생명권을 넘겨줬다.

부도덕한 정권이라 국민을 위한 정책을 양산해낼 수가 없었다. 도마뱀 정권이다. 대중의 저항을 받으면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으로 잘라 버린다. 카멜레온 정권이다. 총선 전에 대운하 안할 것같이 하더니 총선 후에 내걸었다. 또 여론이 반발하자 4대 강 유역 정비, 물 잇기라고 한다. 옷 색깔만 바꿔 입으며 카멜레온으로 진화했다.

6월10일 컨테이너 장벽이 쌓였다. ‘내 맘대로 정치’를 공표한 날이다. 수십만명이 서울시내를 활보했지만, 어느 가게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았다. 평화적 촛불문화제는 프랑스 대혁명을 능가하는 새 시대의 장을 열었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평화 시위를 외치고 버텨온 이들이 컨테이너 장벽 앞에서 울었다. 40일 동안 술을 입에 대지 않았던 사람들이 새벽에 술을 마셨다. 386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우리가 다시 80년대로 돌아가서 쇠파이프를 들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이 뭐냐면, 네티즌의 소통을 억제시켜 1000만 네티즌의 성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에 부정한 발언을 많이 하자 포털의 회원들이 올린 글을 스스로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1년은 방송과 언론 그리고 정부의 중·하위 관리 조직까지 장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 80년대로 복귀할 것이다. 부탁하고픈 것은 정치권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정권퇴진 운동 계속 밀고가야

정문호 아주대 박사과정


학교가 수원에 있다. 광화문까지 하루에 4시간씩 왔다갔다 하며 매일 참석했다. 이유가 있었다. 내 실생활 문제다. 공부만 하고 논문만 발표한다고 내 생활이 나아질 수 있나. 물질적 환경은 나아질 수 있지만 생존권 문제에 대해선 어떤 분도 100% 확신해줄 수 없었다. 살고 싶다는 이유, 밤을 새워서 지켜야 내 생명을 지킬 수 있구나 하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거의 매일 촛불집회가 이뤄지고 청계천에 해뜨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부모님보다 서로를 더 잘 알고 많이 보게 된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매일 집회를 끝내고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다. ‘잠시 후에 봐요. 씻고 올게요.’ 얼마나 열정 있고 절박한가. 거기서 이겨야 하는데 이기지 못하면 생존권을 위협받는데, 이겨야 하는 게임을 이기지 못하는 걸 한탄하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일부터 재협상이 없으면 정권 퇴진 운동한다는데 우리는 5월25일 도로에 나갔을 때부터 퇴진 운동을 했다. 반드시 정권 퇴진 운동 해야한다. 물론 마음으로써 외치지 않는 분도 있었다. 군홧발에 짓밟히고 방패에 찍히고 진압봉에 맞아 피흘리고 붕대감고 나서는 사람 봤을 때 이 나라에 사는 게 참으로 불쌍하구나 하고 느낀 게 6월10일에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최근 정치적으로 너무 나서지 않느냐, 촛불이 꺼지려고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생활의 문제인데 정치적인 문제라고 치부했을 뿐이다. 나는 원래 정치에 관심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정치적인 것 같다. 정부가 모든 국민을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 모든 국민을 정치인으로, 법률전문가로, 과학전문가로 만드는 정부가 과연 옳은가 묻고 싶다. 정치인이 잘 외치고 있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는데,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거 민주당 사람이 더 잘 안다. 우리가 세금을 내면서 권력 맡겼는데 위임받은 사람들이 안하니까 우리가 정치를 하자는 거다. 거리의 정치고 생활의 정치다. 왜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 건강권 갖고 왜 도박하나

‘미친소 닷넷’ 백성균


전국 100만이 모였다는데, 이명박 정부는 왜 재협상을 하지 않는가. 국민들이 거세게 나오면 재협상은 당연한 거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왜 안하냐고 하면 결론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청계광장 반대해도 거리 상인들 다 내쫓고 했다. 청계광장 공사가 끝난 뒤 호응이 좋았다지만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지 않나. 전 국민의 건강권, 생존권의 문제다. 왜 우리의 목숨을 갖고 큰 도박을 하나. 서울시장은 그렇다 해도 대통령은 전 국민의 목소리, 외침에 대해서 받아들여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귀를 막고 있다. 자기만이 옳다는 것이고, 운하 파면 국민들한테 좋은 것인데 조금만 참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다시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본질이다.

또 왜 도대체 미국의 눈치를 그렇게 보는가. 미국이 힘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치한 질문 하나 하자. 미국이 중요한가, 국민이 중요한가. 난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명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의 약속만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협상을 하게 되는 상황이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무슨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유라도 밝혀라. 계속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탄압한다. 이해가 잘 안된다.

그리고 촛불 의제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결합됐다고 본다. 또 정치적으로 변질됐다고 하는데, 모든 국민은 정치적 자유가 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한 달 동안, 40일 동안 먹거리 이야기만 했나. 대운하나 FTA 등 정치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촛불의 진화다. 이미 예견됐다. 학생은 교육 이야기 많이 하고, 조중동 이야기도 나온다. 총체적인 문제다. 의제가 확대 또는 결합되는 것은 긍정이나 부정의 문제가 아니다. 필연적인 문제다. 지금 재협상을 선언한다고 해도 촛불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집권세력 반격… 될때까지 모이자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지난 40여일간 시민들의 항쟁이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는 점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일부 세력이 있다. 재벌, 부동산·금융 재산가들이다. 향후 어떻게 드러낼지 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집단적 정치학습과 연대의 정신을 얻었다.이는 굉장히 중요한 자양분이다. 상당한 성과를 얻었기에 향후 이 운동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얻어놓은 것에서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전통적인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운동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커질지, 사그라질지에 대한 예측이 불가하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분명한 반대론자들이 세력화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광장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것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다. 아마도 장기간 행동, 그리고 장마로 인해서 당분간 소강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빈손을 내보이거나 대충 마무리짓자는 식이라면 나는 다수의 국민이 후자의 판단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려해야 할 점은 집권세력이 이미 반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박연대 복당, 선진당을 껴안기 위한 논의, 보수언론 선동 시작, 방송 장악, 비판 언론 재갈 물리고 공론장 파괴하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로 갈라내기 위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싸우라는 것으로 유도하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제3자로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누구한테 이 운동을 위임할 수 없다. 정치권에 위임할 수 없다. 따라서 함께 나온 사람들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점이 분명하다. 될 때까지 모이자. 연대의 원칙과 정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쇠고기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화물연대가 파업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빠진 경제 상황에서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다. 먼저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나온 다수의 약자에게 연대를 받아들일 수 있고 이 원칙을 지켰으면 한다. 느슨한 가치 지향의 실현 속에서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새로운 세력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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