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성 강조하다보니 상대적 소홀” 인정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논란과 촛불정국을 지나면서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메인 화면에 <최근의 오해에 대해 네이버가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지성 글을 올리고 촛불집회와 관련 네티즌들의 비판에 대해 공개 해명하고 나섰다.

네티즌 사이에 일고 있는 편파적 뉴스 배치, 검색어 조작설, 동영상 사이트 ‘아프리카(afreeca)’에 대한 금칙어 설정 등의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네이버는 해명을 통해 “시스템상 인위적 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검색 순위 조작설을 부인했다. 뉴스서비스가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중립성 원칙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아프리카 금칙어’ 설정과 관련해서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도메인을 악용한 상업 음란성 URL 때문에 부득이하게 처리했다며, 운영상의 오류임을 인정했다.

네이버의 이러한 공개 해명은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쇠고기 재협상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이와 관련해 네티즌들 사이에 ‘조중동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등 불만이 폭주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 포털인 다음의 ‘아고라’가 급부상하면서 포털 1위 업체로서 대척점에 있는 네이버가 공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촛불집회와 관련해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네이버는 지난 10일 포토갤러리에 촛불문화제를 초기화면에 배너 공지하는가하면 한겨레와 경향에 인터넷 생중계를 제안하는 등 뒤늦게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반발 가운데 상당수는 정서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용자들의 감정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고 본다”며 “중립성을 강조하다보니 자유로운 의사표현 등과 같은 상충된 가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반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용석 교수는 “중립성에 대한 과도한 자기 검열이 결과적으로 네이버가 비난을 받게 된 이유가 됐을 수 있다”면서도 “포털 자체를 정치적 편향성으로 과도하게 연동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촛불시위와 관련된 여론은 특정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 때문이기보다 네티즌들이 자기 역동성으로 만들어낸 결과로 봐야 한다”며 “최근 신문들이 정파적 논쟁 속에서 네이버와 다음을 보수와 진보의 이분화된 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네이버가 촛불시위와 관련, 네티즌의 비판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대선 시기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당시 이명박 대선캠프 인터넷 팀장)의 “네이버 평정” 발언의 진위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14일 이용자들의 문의에 답변하는 형식의 공지 글을 통해 관련 발언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인터넷 신문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해 자칫 법적 다툼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17일 “양측의 해명을 듣고서 대응 수위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문주 기자 san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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