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국제가구전시회에서 가구 비평가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28전시관에 자리잡은 '살롱 사텔리테'(Salone Satellite).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이 전시관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선 주관사인 코스미트(COSMIT)에 포트폴리오를 제출, 창의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올해는 4명의 한국 디자이너가 뽑혀 작품을 전시했다. 의자 '뫼비우스'와 새 집 '송 버드(Song Bird) 3'을 출품한 오세환(38·경기도 계원조형예술대 겸임교수)씨는 2006년부터 3년 연속 참가하고 있는 디자이너. 올해는 지식산업부 후원으로 참가했다. 그가 선보인 뫼비우스는 한복의 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스테인리스스틸 의자로, 곡선이 돋보인다. 오씨는 이 전시회에서 2007년 젊은 작가상, 2006년 금상을 받았다.

가구 회사 단청의 후원을 받아 참가한 김선태(36)씨도 2006년부터 3년째 작품을 내놓고 있다. 이번 참가작은 나뭇가지를 주제로 제작한 트레이(쟁반)와 꽃병, 조명등, 의자. 자연을 소재로 해 친근하면서도 유용성과 안락함을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 2006년 이 전시회에 내놓았던 세잎 클로버 과일접시는 세계적인 예술서적 출판사 '타셴(Taschen)'이 현대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디자이너 90명을 선정해 소개한 '디자인 나우(Design Now!)'에 소개됐다.

1999년 이탈리아로 유학와 활동 중인 정명용(37)씨는 밴텍의 후원을 받아 참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그는 플라스틱, 나무, 메탈로 만든 의자 '스가벨로 M'을 출품했다. 목재와 플라스틱을 접합해 만든 스툴 상판은 두 재료의 형태와 색상 차이를 살려 제작, 현대적인 느낌으로 눈길을 끌었다.

2005년부터 네덜란드에서 공부중인 함수호(31)씨는 '지그 체어(Zig Chair)'와 '도미노 S' 테이블을 내놓았다. 의자는 나뭇가지의 각도를 지그재그로 바꿔서 연출했으며,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다리 위에 유리 상판을 얹은 테이블은 이질적인 재질이 어우러져 내뿜는 매력이 일품이었다.

이미 국내외에서 중견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이 전시관에 참여하는 것은 홍보 때문이다.

오씨는 "외국 가구계에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김씨도 "국내 전시회에는 외국 가구 관련자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국제 전시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창의성을 인정받아도 부스 비용은 디자이너 몫이다. 널찍한 부스를 차지한 외국 디자이너들에 비해 국내 디자이너들의 부스는 옹색한 편이었다. 정씨는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선 재정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본격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최측이 각국 디자인 전공대학들을 초청해 마련한 부스에서도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학생 10여명이 물과 수전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을 지도한 국민대 최경란 교수는 "ODCD(동양문화 디자인)센터 이름으로 출품한 이번 작품은 동양적인 메타포인 물을 주제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ODCD는 2004년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가 동양 디자인의 정체성과 문화적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으며, 이후 중국의 칭화대, 일본의 무사시노 미술대가 참여하고 있다.

밀라노=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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