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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후예를 자처한 두 단체의 비슷하지만 다른 첫 걸음

오는 3월, 지난 섣달 그믐날 야렌노카 이벤트 이후 모든 팬들의 이목을 받던 두 신단체 센고쿠와 드림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다. 일본 격투기시장은 프라이드 소멸 이후 더욱 침체되는 듯 했지만, 그것은 곧 새로운 전개로 이어졌다. 위기감은 키노시타 그룹, 돈키호테 등 일본의 유명한 기업들을 격투기시장으로 끌어들였고 그것은 센고쿠(전극, Sengoku)라는 거대한 신단체 설립으로 발전되었다. 또한 대연립이라는 기치 아래 K-1과 프라이드의 합세가 본격적으로 시작, 결국 FEG와 구 DSE 스텝들의 꿈을 담은 '드림(DREAM)'의 출범이 발표됐다.

프라이드의 뒤를 잇는 단체가 되겠다, WVR(월드빅토리로드)의 '센고쿠'

프라이드 월드 와이드(Pride World Wide)의 일본지부가 폐쇄된 이후 사실상 소멸돼 버린 프라이드. 충격에 빠진 일본 격투기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단체가 바로 센고쿠(전극, Sengoku)다. 프라이드의 뒤를 잇겠다며 프라이드의 후예임을 자처했고, 또 반면에 프라이드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문제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전 일본 경시총감을 커미션 회장직에 앉히는 대담함까지 보인 센고쿠. 키노시타와 돈키호테라는 거대 기업이 뒤를 받쳐주는 데다 프라이드와 나아가서 올림픽 유도에서도 이름을 날린 일본 영웅들까지 앞세운 그들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프라이드가 재건되는 것인가'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낳게 했다. 그들은 프라이드 주최사였던 DSE의 전 스텝들을 이벤트 기획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까지 밝혔고, 그것은 센고쿠가 프라이드의 후예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더해 주었다.

그들은 프라이드와도 긴밀한 관계에 있던 레슬링 협회 FILA와도 마찬가지로 협력관계를 맺었으며, 프라이드 출신의 많은 선수들을 관리했던 매니지먼트사 제이 록(J-Rock)와 손을 잡았다. 그들이 꿈꾸는 제 2의 프라이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무슨 소리? 프라이드의 정통성은 우리가 이어받는다! '드림(DREAM)'

WVR의 신단체 출범 소식과 당찬 포부가 무색해지는 이벤트 개최가 발표됐다. 바로 프라이드 출신 세력들인 옛 DSE 스텝들이 프라이드를 추모하는 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2007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라스트 프라이드 야렌노카. '대연립'이라는 기치 아래 하나로 뭉친 일본 격투기 단체들은 역사에 남을 대회를 만들었다. DSE 스텝들을 비롯해서 K-1, M-1, 딥, 슈토 등 프라이드와 함께 격투 역사를 썼던 단체들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기반이 없는 WVR이 낄 자리는 없었고, 다카다 총괄부장을 앞세워 2008년에도 할 수 있겠는가를 외치는 모습은 '과연 WVR의 센고쿠가 제 2의 프라이드인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다.

결국 2008년, K-1의 FEG와 프라이드의 DSE 스텝들이 하나로 뭉쳐 드림이라는 단체 설립을 발표했다. 드림은 오는 3월 첫 이벤트로 프라이드가 2007년 끝내 개최하지 못했던 라이트급 그랑프리를 이어서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드림의 구 DSE 측은 센고쿠 이벤트에 일정 참여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히며 오직 자신들이야 말로 프라이드의 뒤를 잇는 제 2의 프라이드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프라이드가 못 이뤘던 꿈, 그 마지막 염원을 이룰 것이다

2007년 프라이드가 끝내 이루지 못했던 라이트급 그랑프리. 드림의 첫 걸음은 작년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꿈의 라이트급 그랑프리 개최였다. 카와지리 타츠야, 이시다 미츠히로, 아오키 신야, 요하킴 한센 등 프라이드 라이트급 무대에서 정상급 활약을 했던 대다수의 스타들이 참전하고 JZ 칼반, 우노 카오루, 미야타 카즈유키 등 K-1 히어로즈를 통해서 활약했던 스타들까지 동원된 그야말로 꿈의 대회다. 프라이드가 없으면 삶도 없다던 마니아들을 달래줄 만한 GP 개최. 그것은 자신들이 프라이드의 뒤를 이을 최고의 단체라 불려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게다가 드림 진영에는 프라이드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IQ 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가 있다. 미스터 프라이드라고 불리며 일본의 영웅으로 대접받던 사쿠라바의 드림 참전은 프라이드의 재건을 보는 듯 반갑다. 게다가 '고독한 천재' 타무라 키요시의 드림 참전은 2006년 사쿠라바의 히어로즈 이적으로 평생 꿈으로 남을 것 같던 프라이드의 마지막 염원 '사쿠라바 대 타무라'라는 매치업을 이뤄줄 기대에 가슴을 벅차게 한다.

하지만 프라이드의 정점에 섰던 일본인 스타들은 우리를 선택했다! '센고쿠'

FA로 남아있던 프라이드 출신 선수들의 대다수와 K-1 히어로즈를 통해 수급된 우수한 선수까지 보유, 3월 라이트급 그랑프리에 이어 5월 미들급 그랑프리까지 개최하여 프라이드를 잇는 단체로 발돋움하려는 드림. 그에 반해 센고쿠는 오랜 기간 동안 격투기 노하우를 쌓아온 드림 진영에 비해 경험, 선수보급 등 모든 면이 열악하다. 하지만 센고쿠는 드림이 가지지 못한 대형 카드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남아있던 프라이드 출신 스타들을 대거 영입한 드림과 실속 있는 경쟁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프라이드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GP 우승자 고미 타카노리, 프라이드 웰터급 그랑프리에서 댄 헨더슨과 데니스 강 등 강자를 꺾으며 우승을 했던 미사키 카즈오, 2000년 프라이드 초대 무차별급 GP 4강에 올랐던 헤비급 강자 후지타 카즈유키, 프라이드에서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 냈던 유도 영웅 요시다 히데히코, 마찬가지로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타키모토 마코토 등 프라이드 여러 대회에서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던 일본 최고 스타들은 드림이 아니라 센고쿠를 선택했다.

특히 드림에서 금년 개최를 앞두고 있는 라이트급 GP와 미들급 GP에 각각 일본 내 최강자라 꼽히는 고미와 미사키가 불참한다는 것은 드림으로선 커다란 손실이다. 센고쿠는 이 두 명의 선수들을 선두로 세워 라이트급, 미들급 두 체급의 최강자는 결국 센고쿠 소속임을 강하게 어필하며 흥행할 것으로 예견된다.

경쟁을 통해 성장해온 일본 격투기 역사,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 되길

70,80년대 신일본과 전일본이 경쟁을 통해 프로레슬링 시장을 발전시켰고, 90년대에도 마찬가지로 판크라스, UWF 인터네셔널, 링스 등 여러 단체들의 경쟁으로 격투 시장은 더욱 발전했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 격투기 시장은 K-1과 프라이드라는 세기의 경쟁을 통해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될 드림과 센고쿠라는 새로운 경쟁. 이 세력 구도를 통해서 미국 UFC에 독점되다시피 한 종합격투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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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 마니아 칼럼니스트 yuta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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