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본좌’, ‘허길동’에서 ‘허느님’까지….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결혼할 때 1억 원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17대 대선 내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경제공화당 허경영 총재. 정치권에선 그의 공약을 황당하고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했지만 일부에서는 비로소 현실과 비현실을 넘어선 IQ 430의 ‘초현실’ 정치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던 공중부양과 축지법도 현실 세계의 법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는지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수감됐고 신드롬은 잦아들었다.

최근 ‘허본좌’의 초현실 정치를 이을 재목이 나타났다고 인터넷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 주인공은 이명박 정부의 홍보기획 비서관으로 내정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추부길 정책기획팀장.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한 인터뷰와 토론회에 몇 차례 참석했을 뿐인데 일찌감치 초현실 정치 1세대 ‘허본좌’의 뒤를 이을 2세대 ‘대세’로 지목됐다.

“대운하는 청계천보다 쉬운 공사” “슬로 라이프가 정착되면 관광도 10박 11일 가는 것” “국민소득 4만 불 되면 4집당 하나꼴로 요트, 그게 세계적인 추세” “물류비용이 절감된다면 똑같은 물건을 하루 당겨서 만드는 건 오너의 상식”

이른바 추 팀장의 대운하 관련 어록은 “배의 스쿠류가 돌면서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박석순 교수의 4차원적 발언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경영 총재 구속 당시 경제공화당이 주장한 ‘정치음해공작설’은 이런 초현실 정치의 주도권 교체(?)를 예감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솔솔 풍겨나오는 형국이다.

초현실 정치의 맥이 재야에서 본류로 당당히 흘러들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이론. 공약으로 국민에게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는 1세대와 2세대에 큰 차이가 없지만, 웃고 난 뒤 씁쓸함의 강도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음. <유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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